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150화 (150/220)

150화

‘디멘션 소서러’의 개봉일이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첫 타임 상영관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가득 찬 상태였다.

“엄마. 먼저 앉아서 이거랑 콜라 좀 받아줘.”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당연히 배우 차서준의 열렬한 팬 모녀 김시율과 그녀의 엄마가 첫 타임 상영을 놓칠 리가 없었다.

“엄마. 그런데 괜찮겠어?”

“왜? 우리 딸과 금동이 나오는 영화 본다는 생각에 신이 나는데.”

“나도 엄마랑 오랜만에 영화관에 와서 정말 좋아.”

사실 히어로 영화라는 것이 엄마의 취향과는 딱히 맞지가 않았다.

월드 코믹스 영화를 진정으로 즐기려면 1페이즈의 마무리인 ‘세이버스’와 2페이즈 솔로 히어로 무비를 모두 봐야만 더 재밌게 볼 수가 있었다.

허나 몇 번의 시도 끝에도 결국 흥미를 잃고선 포기한 사람이 김시율의 엄마였다. 그럼에도 배우 차서준이 출연한다는 사실 하나에 영화관까지 찾아온 것.

“엄마. 혹시 보다가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있으면. 나한테 작게 귓속말로 물어봐도 돼. 알았지?”

“얘는. 엄마도 이미 공부를 다 하고 왔어. 대충 어떤 스토리인지도 다 알아.”

“응? 공부를 하고 왔다고?”

어떻게? 라는 표정으로 묻는 김시율에게. 그녀의 엄마가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금동이 팬들을 위한. 지금까지 나온 월드 코믹스 히어로 무비들을 요약된 스토리로 한 번에 알기.(디멘션 소서러 보기 전 필수!)]

배우 차서준의 팬클럽에 올라온 요약본 영상 링크였다. 어르신 팬들을 위한 누군가가 올려둔 지금까지 시리즈에 대한 정보인 셈.

그 덕분에 영화를 모두 챙겨보지 않더라도. 오늘 차서준이 나올 ‘디멘션 히어로’가 어떤 배경과 스토리를 쌓아왔는지 알고 있는 것이었다.

영상의 조회수를 보아하니.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이 매우 성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엄마 주변 금동이 팬들은 이걸로 다 공부했어. 그러니 걱정 마렴.”

“우와.”

김시율은 엄마 팬들의 정성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잠깐의 광고 타임이 지나가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수많은 히어로 영화가 그렇듯.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 에이든.

어느 날.

그런 에이든의 앞에 마법 포털이 열리며 어린아이가 나타나는데. 그 아이의 정체는 바로 소서러 오리엔트.

-에이든. 이곳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뭐, 뭐야?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지? 이거 몰래카메라야? 당신 누구야!

-믿음이 부족하다면 보여줘야겠지. 차원에 대한 설명부터 해주마.

그때부터 시작된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 어떻게든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며 마법을 가르치려는 소서러 오리엔트.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눈앞에서 보여주는 비현실적인 마법에 결국 소서러의 존재는 인정하게 되는데. 너무나도 힘든 소서러의 길에 도망치려고 틈만 노리는 에이든.

그런 스승과 제자의 쫓고 쫓기는 유쾌한 개그들에 보고 있던 관객들의 입에서 빵빵 웃음이 터졌다.

-스승님. 지금 뉴욕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 보셨습니까?

-시작되었구나. 이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하는 ‘놈’의 침공이. 이제 시작일 뿐인 데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구나.

-거기에 제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다. 세이버스가 막아내지 못한다면. 그 누가 나서더라도 지킬 수 없을 겁니다.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네가 있지 않더냐. 오직 에이든 너만이 이 세상을 멸망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단다. 일단은 가자꾸나. 네 소중한 사람을 지켜야하지 않겠느냐.

세이버스의 히어로들조차 고전을 면치 못한 뉴욕에서 벌어진 소서러들의 침공 사건. 스승인 소서러 오리엔트의 도움 덕에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고.

그 참사를 경험한 에이든은 결국 진심으로 마법을 배워 소중한 사람을 지키겠단 결심을 하는데.

여기까지는 예고편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 코믹스 영화 팬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는 화려함이 있었다. 다른 차원이라는 확장된 세계관. 눈을 즐겁게 하는 수많은 마법을 보여주는 CG까지.

하지만.

‘역시나 예상대로 그냥 주인공의 스승 역할이려나.’

배우 차서준의 팬이라면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화려한 마법을 보여주는 주인공의 스승이라지만.

전 세계에서 지켜보고 있을 관객들을 확 사로잡기엔. 조금 부족함이 느껴지는 평면적인 캐릭터였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두둥!]

가슴을 덜컥이게 만드는 북소리가 울려 퍼진 것은.

-하.하.하. 과연 이 세상은 어떨까.

그와 동시에 귓가를 간질이는 목소리. 그걸 듣고 있던 김시율의 소름이 쫙 돋은 건. 그 목소리 안에서 느껴지는 광기 때문이었다.

오직 목소리와 한 줄의 대사뿐이었는데에도 느껴지는 존재감.

-모두가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세상을 구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하나?

또다시 생겨난 마법 포탈을 막기 위해 나선 세이버스 멤버들과 소서러 에이든의 앞에 나타난 존재.

그것은.

-스, 스승님? 스승님이 데블 오리엔트였다고?

스승의 모습을 한 존재였다. 분명 같은 외형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빛, 표정, 입꼬리. 마지막으로 목소리에 담긴 강렬한 악의까지.

저건 소서러 오리엔트의 외형을 한 다른 ‘무언가’였다.

스승이 수도 없이 경고한 수많은 행성을 멸망시킨 악의 소서러. 데블 오리엔트가 바로 스승의 다른 인격이었던 것.

“와, 씨.”

“미쳤다.”

“뭔데?”

분명 조용히 감상을 해야 할 상영관 안임에도 불구하고. 그 충격적인 등장과 존재감에 관객들이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지금까지보다 더 빠르고. 더 숨 막힐 정도로 전개가 급박하게 몰아치기 시작한 것은.

거대한 악. 그 자체를 보여주는 데블 오리엔트. 에이든 자신 때문에 함정에 빠져 전투에 나설 수 없게 무너진 세이버스의 히어로들.

-에이든. 오직 너만이 세상을 구할···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하.하.하.

몸의 주도권을 놓고서 끝없이 싸우는 소서러 오리엔트와 데블 오리엔트. 그런 스승의 모습에 흔들린 에이든은 망설이게 되고.

어떻게든 막아내려 노력했지만. 수백 년을 살아온 데블 오리엔트에겐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에이든.

-커헉!

결국 모든 것이 악의 존재 데블 오리엔트에게 무너지려던 그 순간.

털썩.

갑자기 주저앉았다가 일어난 데블 오리엔트에게 사라진 광기. 다른 인격이자 에이든의 스승인 소서러 오리엔트가 몸의 주도권을 차지한 것.

-내 말하지 않았느냐. 거대한 악을 상대함에 있어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고. 네가 지켜야만 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거라. 이것이 디멘션 소서러가 될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이란다.

마치 유언을 남기듯 말하며. 자신의 손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건네는 소서러 오리엔트.

-스, 스승님!

그 반짝이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린 에이든은 어떻게든 다가오는 그것을 막아보려 했지만. 그 빛은 자연스럽게 에이든의 몸에 흡수되는데.

-크하하! 드디어 완전히 사라졌구나! 지긋지긋한 수백 년의 시간이었다.

이중인격 중 선한 인격이자, 원래 몸의 주인이었던 소서러 오리엔트가. 자신의 모든 정수를 에이든에게 전해주고 소멸해버린 것.

더 이상 에이든이 자신의 육신을 공격하는 것에 망설이지 않도록. 모든 것을 전해주고 소멸을 선택한 소서러 오리엔트.

잠시 눈을 감고 이제는 세상에서 사라진 스승님의 정수를 받아들이는 에이든.

-고작 소서러 하나로 내게서 멸망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잠시 후.

에이든의 감겼던 두 눈이 떠진 순간. 수많은 별들의 은하수로 번쩍이는 눈동자.

디멘션 소서러의 탄생이었다.

-소서러 하나? 아니. 난 차원을 수호하는 디멘션 소서러다.

클라이맥스를 의미하듯 화려하게 터지기 시작하는 디멘션 소서러가 된 에이든의 마법.

-스승님. 편히 잠드소서.

차원을 넘나드는 전투 끝에 데블 오리엔트를 물리치고. 먼저 긴 잠에 든 소중했던 사람 곁에 스승을 모시는 에이든.

그렇게 영화가 끝났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가 없었다.

“딸. 왜 사람들이 안 일어나?”

“엄마. 이거 조금 뒤에 쿠키 영상이 나오거든. 우리 그것만 보고 가자.”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면에 나오던 엔딩 크레딧이 잠시 멈추고.

-결국 내가 나서야 할 때가 왔군.

드디어 공개되는 2페이즈의 최종 보스 ‘디스트럭터’.

쿠키영상이 끝나고 다시 들어온 상영관의 불빛.

“미쳤다. 이게 히어로 영화지.”

“인정. 네 말 듣고 첫 타임으로 오길 잘했다. 이거 스포당했으면 억울했겠는데?”

“나 이거 한 번 더 봐야겠다. 정체 알고 봐도 재밌을 거 같아.”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관객들이 일어나며 한 마디씩 소감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영관 문을 나서기 전 관객들의 입에서 나온 공통적인 한 마디가 있었다.

“차서준 연기가 그냥 미쳤는데?”

*

[디멘션 소서러 보신 분들만(강력 스포 주의!)]

사실 영화 중반부까지는 월드 코믹스 히어로 영화라 즐겁긴 했지만. 우리 차 배우의 소서러 오리엔트 캐릭터에 좀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흔히 나오는 주인공의 성장을 위해 희생하는 스승 역할인 줄 알고.

그.런.데.

왜 크리스 앤더슨 감독이 그토록 입이 닳도록 차 배우, 차 배우하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지.

그냥 우리 차 배우가 보여줬네요. 소서러 오리엔트, 데블 오리엔트 이중인격을 보여주는 장면을 통해서.

진짜 중반부터 마지막까지 콜라 한 모금 생각도 못 하고 정신없이 봤어요. ㄷㄷ

이번 영화의 악당 데블 오리엔트 덕분에 2페이즈의 최종 보스 디스트럭터에 대한 기대감이 미칠 듯이 올라갔네요.

└ ㅇㅈ. 마지막에 에이든에게 소서러의 정수를 넘겨주는 장면에서 진짜. 와! 이런 감탄이 절로 나왔음.

└ 한 테이크로 갔다는 거잖아요. 선한 히어로인 소서러 오리엔트, 세상을 파괴하고 싶어 하는 광기에 찬 데블 오리엔트. 저걸 한 테이크로 시시각각 돌변을 보여준다는 게 미쳤어요. ㄷㄷ

└ 그러니 크리스 앤더슨 감독부터 시작해서. 할리우드 스타 데이븐까지 뻑이 간 게 아니겠음? 지금 미국 커뮤니티도 난리가 났음. 저 배우 대체 뭐냐고. ㅋㅋㅋㅋ

└ 우리 차 배우 연기 맛이 어때? 지금까지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알고 있는 팬들도 놀랄 정도인데. 디멘션 소서러로 처음 접한 서양 애들은 진짜 기겁했을 듯.

└ 지금 저기 2회차 관람하러 간다고 난리도 아님. ㅋㅋㅋ 이거 잘하면 이번 영화 대박 나고. 지금 촬영에 들어갔을 넷티비 왕자의 난도 엄청 주목받겠네요.

‘디멘션 소서러’가 개봉되고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이미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나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시끌한 상태였다.

그것은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 각종 영화 커뮤니티 역시 마찬가지. ‘대체 저 동양의 어린 배우 정체가 뭐야?’ 이런 질문이 수도 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미 국내에선 일제히 올라오기 시작한 ‘디멘션 소서러’ 관련 기사들은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차 배우! 어서 와요.”

그렇게 모두가 ‘디멘션 소서러’의 배우 차서준에 난리가 났지만. 정작 나는 촬영장에 도착한 상태였다.

올 연말 넷티비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왕자의 난’을 촬영하기 위해.

내가 김정범과 함께 도착하자. 현장을 조율하고 있던 김주철 감독이 이쪽을 향해 한걸음에 다가왔다.

“감독님.”

“응? 혹시 뭐든 필요하기만 하면 다 말해 봐요. 내가 다 들어줄 테니까.”

지금 김주철 감독의 눈엔 내가 마냥 사랑스러워 보일 터였다.

현재 쏟아지다시피 하고 있는 영화 ‘디멘션 소서러’에 관한 기사들 중에는. ‘차서준이 다음으로 보여줄 넷티비 왕자의 난은 어떨까?’ 이런 기사들도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이보다 더 큰 홍보가 존재할 수가 없었다. 현재 ‘디멘션 소서러’의 뜨거운 관심은 배우 차서준이 찍고 있다는 ‘왕자의 난’으로 향하고 있었다.

“몇 달 동안 우형이 형, 정범이 형이랑 엄청 열심히 준비했어요. 제대로 사고 한 번 쳐보려고요.”

‘디멘션 소서러’에서는 광기에 찬 이중인격 데블 오리엔트의 연기를 선보였다면.

이제 ‘왕자의 난’을 통해 보여줄 차례였다. 왕의 자리를 향해 질주하는 인영대군을 말이다.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박우형이 나와 김정범을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이거. 오늘 긴장해야 되겠는데.”

갑작스럽게 죽어버린 세자. 그 후계의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왕좌의 게임.

‘왕자의 난’ 촬영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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