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148화 (148/220)

148화

새해가 밝았다.

“드디어 왔구나!”

열렬한 팬인 김시율을 비롯해. 배우 차서준의 팬클럽 사람들이 올해가 오기만을 기다린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차서준이 할리우드에서 찍은 영화 ‘디멘션 소서러’의 개봉과, 넷티비에서 제작한다는 드라마 ‘왕자의 난’ 촬영이 기다리고 있는 것.

심지어 넷티비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왕자의 난’은 12월 예정이라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

차서준의 팬이라면 행복하지 않을 수 없는 올 한 해가 시작된 셈이었다.

“우리 차 배우의 첫 할리우드 영화가 개봉하려면 아직도 몇 달이나 남았다니.”

“딸. 엄마랑 보러 가기로 약속한 거 잊지 마.”

“당연하지. 미리 회사에도 그날은 꼭 연차를 쓰겠다고 말까지 해놨어.”

이미 회사에서도 김시율이 차서준의 팬이란 것을 알고 있는 상황. 몇 달 전부터 말해둔 연차 사용이기에. 갑작스러운 사고가 터지지 않는 이상 문제가 없을 터였다.

새해 첫날을 맞이하여 본가에 내려온 터라. 딸을 위해 김시율의 엄마가 열심히 떡국을 끓이고 있었다.

“엄마. 우리 차 배우가 몇 달 뒤면 연사모 형들이랑 드라마 촬영 들어가는 것도 알고 있어?”

“얘는. 엄마도 이미 알고 있지. 그 뭐였니. 미국에서 공룡 어쩌고가 한국에서 드라마 만든다며?”

넷티비에 관한 글을 보면서. 공룡 기업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으신 모양. 엄마의 말에 김시율은 그만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공룡 어쩌고가 아니라 넷티비. 우리 차 배우의 드라마가 방송될 때. TV 채널이 아니라.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볼 수 있어.”

“TV에서 하는 게 아니야?”

“응. 나중에 드라마 공개될 쯤에 어떻게 보는지 가르쳐줄게.”

엄마에게 설명을 하던 김시율은 왜 넷티비가 한국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장 자신의 집만 하더라도 차 배우의 드라마 때문에 넷티비에 가입할 예정이었으니까.

“그러면 올해는 우리 금동이의 해가 되겠네?”

“당연하지. 영화에 드라마까지. 모두 대박 날지도 몰라 엄마.”

특히 작년에 공개되었던 ‘디멘션 소서러’ 1차 예고편이 얼마나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지 모른다.

분명 메인 악당인 데블 오리엔트에 캐스팅된 것이라 다들 예상했는데. 정작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주인공의 스승인 소서러 오리엔트로 나왔으니까.

그 예고편 덕분에 기자들까지 합세하여 차서준의 배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사람들의 논쟁이 펼쳐졌었다.

“드라마 촬영은 언제부터래니?”

“올해 우리 차 배우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드라마 촬영이 시작된대. 그전에는 영화 홍보 때문에 월드 투어를 해야 된다고 하네.”

“예고편 보니까. 우리 금동이가 영어를 아주 잘하더라.”

“우리 차 배우가 못하는 게 어딨어.”

분명 새해를 맞이하여 오랜만에 본가에 내려왔는데. 정작 김시율과 엄마의 대화 주제는 오직 배우 차서준에 관한 것뿐이었다.

“우리 차 배우 드라마에 연사모의 형들인 박우형, 김정범까지 주연으로 캐스팅된 거 알고 있어?”

“딸. 엄마가 누군지 잊었니?”

“아, 맞다. 계란 가지고 올까?”

“냉장고 안에 있으니까. 2개만 꺼내와.”

생각해보니 이 소식들을 차서준 팬클럽의 네임드 팬 ‘금동이맘’인 그녀의 엄마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11살이 된 배우 차서준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 속에서.

정작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차서준과 관련된 소식이 들려온 것은 엉뚱한 곳에서였다.

[안녕하세요 김우승입니다.]

새해부터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조금은 떨립니다. 유니온 시절부터 배우 김우승까지. 항상 뒤에서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직접 전하고 기쁨을 나누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

이런 좋은 인연, 또 평생을 함께할 사람과의 만남이 시작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우리 서준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서준이 덕분에 오늘날의 배우 김우승이 존재할 수 있었고. 또 신랑 김우승이 될 수 있었습니다.

고맙다 서준아!

···

항상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헐. 뭐임? 김우승 결혼함? ㄷㄷ 작년에 연애설 터져서 배우 김청아와 연애 중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연사모에서 가장 빨리 갈 줄은 몰랐네요.

└ 이제야 말하네요. 우리 차 배우 덕분에 인연이 시작되어 가정까지 이룰 수 있게 되었다고. 역시 서준맘 김우승답게 결혼을 전하는 소식에서도 차 배우를 외치네요. ㅋㅋㅋㅋㅋㅋㅋ

└ 우리 차 배우가 김우승에게 짝을 만들어준 거였네요. ㅋㅋㅋ 소하에 나와서 형과의 케미를 보여줄 때 진짜 재밌었는데. 축하드려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게 원조 서준맘이지. 결혼 소식을 알리는 글에서도 서준이가 몇 번이나 등장하네요. 연사모의 우정이 정말 보기 좋네요.

└ ㄹㅇ 김우승은 우리 차 배우를 만난 이후부터 인생이 술술 풀리기 시작한 듯. 그전까지 로봇 연기, 발연기라고 비난까지 받았었는데. 어느새 배우 김우승이 되었으니까요.

*

- 배우 김우승♥김청아 축복의 날. 비공개로 진행되는 결혼식.

- 연사모 배우 박우형, 김정범, 차서준의 연예계 절친 김우승 결혼식 참석. “우승이 형. 결혼 축하해요.”

- ‘유니온’의 리더 김우승의 결혼식에 참석한 유니온 멤버들. 해체 후에도 끈끈하게 이어지는 전직 아이돌의 우정.

- 별들의 현장. 김우승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수많은 스타들.

예상대로 김우승의 결혼식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다른 사람도 아닌 연사모의 일원인 김우승에 관한 것이었으니.

올해 촬영을 앞두고 있는 넷티비 제작 드라마 ‘왕자의 난’ 때문에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연사모였다.

그런 김우승이 배우 차서준 덕분에. 지금의 신부를 만나게 되고 장가까지 가게 되었다고 글을 올려버렸으니.

분명 비공개로 결혼식이 진행됨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건물 입구 근처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을 정도였다.

“이야, 우승이가 확실히 인맥이 좋아. 예상했던 것처럼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주러 왔네.”

“우승이가 사람 좋잖아. 주변 사람들을 정말 잘 챙기고.”

형들의 말처럼 비공개 결혼식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연말 시상식이라도 된 것처럼 연예인들이 엄청나게 많이 왔다.

거기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들까지 합세하니. 말 그대로 발 디딜 곳 없을 정도로 사람이 가득한 결혼식이었다.

“서준아. 축가 연습은 많이 했어? 이번에 축가는 서준이 너한테만 부탁했다고 하던데.”

“···눼. 많이 했어요.”

사실 우승이 형의 결혼식 축가는 아이돌 생활을 같이했었던 ‘유니온’의 멤버들이 할 줄 알았다. 해체 이후에도 끈끈한 우정을 이어왔으니까.

그런데.

정작 그 축가를 내가 하게 되었다. 김우승도 그렇고. 신부인 김청아 역시 다른 누구보다 내가 자신들의 앞날을 축하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하준이랑 하윤이는?”

“저쪽 뒤에 엄마, 아빠랑 같이 있어요. 혹시나 식 도중에 우승이 형에게 소리치지 않을까 걱정되어서 뒤에 계신데요.”

‘김우승 = 대게를 잘 사주는 정말 좋은 사람.’ 이 공식이 성립되어 있는 하준이, 하윤이었다. 우리집에 올 때마다 양손 무겁게 사서 왔으니.

혹시나 결혼식 도중에 께! 깨! 하고 외치지 않을까 저쪽 뒤에서 본다고 하셨다.

그 덕분에 나는 가장 앞자리에 형들과 앉아서 식을 보게 되었다. 잠시 후 부를 축가 준비를 마친 채.

“우승이가 역시 서준이 널 엄청 생각한다니까. 예전에 같이 아이돌 그룹 활동한 동생들도 있는데. 서준이 너한테 축가를 부탁하다니.”

“축가를 부탁할 만큼 노래도 엄청 잘하잖아. 그리고 두 사람을 이어준 사람이 서준이고.”

“다 좋은데. 곡 선정까지 제게 맡겨서 정말 머리 터지는 줄 알았어요.”

내 말에 김정범과 박우형이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아니, 자기들 결혼식의 축가인데. 왜 곡 선정까지 나에게 부탁하는 거냐고.

어떤 노래를 부르며 형과 누나의 행복한 앞날을 축하해줘야 할지 정말 많이도 고민했었다.

그 결과.

‘청혼’이라는 많은 결혼식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노래를 선정하였다. 가사도 우승이 형과 청아 누나에게 잘 어울리기도 했고.

잠시 후.

“두 분의 행복한 앞날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이자, 두 사람의 오작교를 이어준 차서준 배우의 축가가 있겠습니다.”

사회자가 축가 안내 멘트를 하는 동안. 나는 마이크를 잡고서 김우승과 김청아 앞에 섰다.

아니, 우승이 형. 날 보면서 그렇게 눈시울이 붉어지면 또 기사 나온다니까. ‘차서준의 축가에 결국 울음이 터진 신랑 김우승 썰.’ 이렇게.

생각은 이렇게 했지만.

내심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손으로 두 사람의 인연을 이어주고. 또 외로움에 사무쳐 이상한 짓(?)까지 하던 우승이 형에게 평생 함께할 짝을 만들어주었으니까.

“영원히 행복한 우리~ 우승이 형, 청아 누나.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축가를 모두 마치고. 오래오래 행복하라는 내 말에 결국 눈물이 터지고 만 김우승이었다.

그리고.

난 보았다. 가장 앞자리에 앉아서 싱글벙글한 얼굴로 동영상을 찍고 있는 김정범의 모습을.

아마 나중에 저 영상을 보여주면서 김우승을 실컷 놀리려는 생각에 신이 난 모양. 저 형도 장가갈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듣기론 오늘 부케를 받을 후보 중에 이설아가 언급되었다는 걸. 정범이 형은 알고 있으려나.

*

새해 첫날이 엊그제만 같았는데.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전 세계 수많은 팬들이 기다리던 ‘디멘션 소서러’의 2차 예고편이 공개된 것.

특히나 배우 차서준의 배역이 무엇인지 갑론을박이 있었던 한국인지라. 그 예고편에 대한 관심은 다른 곳보다 더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2차 예고편 보신 분? 역시 월드 스튜디오네요. 이번에 역대급 영화 나올지도 모르겠는데요? ㄷㄷ]

└ 저도 방금 봤는데. 진짜 왜 마블 스튜디오가 디멘션 소서러 감독으로 크리스 앤더슨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는 예고편이었음. ㄷㄷㄷ

└ 미쳤어요. 저는 연차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개봉 첫날, 첫 상영 시간으로 보려고요. 마법 대결 장면이 슬쩍 나왔는데. 진짜 기대가 미친 듯이 되네요. ㅋㅋㅋㅋ

└ 근데 우리 차 배우는 진짜 데블 오리엔트가 아닌 걸까요? 2차 예고편에는 좀 정보가 나올 줄 알았는데. 여전히 소서러 오리엔트의 모습만 나오네요?

└ 저도 궁금해서 무조건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에 달려가려고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크리스 앤더슨 감독도 그렇고, 할리우드 스타인 데이븐까지 차 배우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던데. 그러면 그런 반응이 나오게 만든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

└ ㅇㅈ 아마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 만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예고편에서 보여주지 않고 숨긴 비장의 무기가요.

영상이 공개됨과 동시에. 다시 한번 배우 차서준이 ‘디멘션 소서러’에서 어떤 배역을 맡았는지에 대해 시끌시끌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팬들의 저런 추측에서 끝나지가 않고. 전문 영화 리뷰어들까지 합세해 온갖 가설을 가져오며 예상하기 시작한 것.

“서준아. 다음 달이라고?”

“네. 월드 투어 때문에 다녀올 것 같아요.”

11살이 되고 나니까.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감이 느껴졌다. 새해가 밝은 것이 엊그제만 같았는데. 어느새 영화 홍보를 위한 월드 투어를 앞두고 있었으니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제 두 사람이 박우형 씨와 함께 세트장에 다녀왔다면서?”

“맞아요. 정범이 형이랑 같이 갔다 왔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보통 세트장 군데군데를 보면 원가 절감한 곳이 보였는데. 이번 세트장은 정말 신경을 많이 썼더군요.”

정말로.

넷티비가 시장 개척과 신규 가입자 증가를 위한 비장의 한 수로 제작하는 한국 퓨전 사극 ‘왕자의 난’이었다.

배우들이 입을 옷조차 치수 하나하나를 까다롭게 측정하여 제작에 들어갔을 정도니. 다른 부분들은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올해는 정말 사람들의 말처럼 서준이의 해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5월 월드 코믹스 영화 ‘디멘션 소서러’의 개봉. 12월 넷티비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될 드라마 ‘왕자의 난’까지.

“아마 영화 개봉에 이어. 드라마까지 공개되고 나면. 전 세계가 우리 서준이를 주목할 겁니다.”

김정범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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