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145화 (145/220)

145화

‘디멘션 소서러’ 촬영을 위해 미국에 있을 당시. 한국에 있는 연사모 형들과 종종 통화를 했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더니 반대로 미국에서 내게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할리우드 스타 데이븐과 크리스 앤더슨 감독이 그 주인공이었다.

- 준, 학교는 잘 다니고 있어?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 크리스 앤더슨뿐만 아니라 스탭들조차 경악하게 만든 배우가 아직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니.

아직도 데이븐은 내가 초등학교 출석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

사실 미국에선 편하게 터놓고 대화를 주고받았던 탓에. 내 나이에 대해 종종 잊어버린다던 데이븐이었다.

“저야 잘 다니고 있죠. 데이븐, 거기는 요즘 좀 어때요?”

- 촬영장에 같이 다니던 친구가 없어서 외롭긴 하지만. 그래도 준 덕분에 만들어진 분위기도 여전하고. 또 촬영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좋은 소식이었다. 촬영장 분위기가 좋다는 건. 그만큼 ‘디멘션 소서러’ 촬영이 잘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었으니.

지금은 평소 데이븐이 전화할 시간이 아니었는데. 갑작스럽게 걸려온 연락에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되긴 했었다.

그런데.

데이븐이 이 시간에 갑자기 전화를 건 이유가 있었다. 바로 나에 관한 소문을 들은 것.

- 넷티비 측에서 한국 진출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특히 첫 제작 드라마 주인공은 준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던데.

응? 어떻게 알았지? 이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수화기 너머 웃음을 터트리는 데이븐의 목소리가 들린다.

- 이 바닥에 비밀이란 없다고. 특히 넷티비 정도 되는 공룡 기업의 움직임은 모두가 주시하고 있으니까.

“안 그래도 한국에 돌아와서 들었어요. 넷티비에서 첫 제작하는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절 캐스팅하고 싶어 한다고요.”

- 아쉽네.

아쉽다고? 할리우드 쪽에 떠도는 안 좋은 소문이라도 있나 싶었는데.

- 빠른 시일 내에 준과 함께 한 작품을 더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당분간은 힘들겠어.

데이븐이 한 말은 그저 나와 함께 차기작을 할 수 없다는 데에서 오는 아쉬움이란 뜻이었다.

- 준, 내가 봤을 때에는 정말 좋은 기회야. 처음으로 진출하는 시장인 만큼 제대로 투자를 할 거거든.

안 그래도 서도현도 저 말을 하긴 했었다. 다른 장르도 아닌 사극 제작에 도전한다는 건. 그만큼의 실탄을 장전할 생각이 있다는 것이라고.

무엇이든 첫 단추가 가장 중요한 법이니. 그 때문에 배우 차서준, 박우형, 김정범이라는 탑급 배우 셋을 캐스팅하려는 것일 터였다.

“안 그래도 만약 하게 된다면. 데이븐도 들었던 연사모 형들과 같이 하게 될 것 같아요.”

- 왓?!

수화기 너머 데이븐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나는 왜 빼고서?’ 이런 느낌을 담아서.

*

최근 이쪽 업계에 한 가지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미국 공룡 OTT 기업 넷티비가 한국 드라마 제작 시장에 뛰어든다는 소문이.

물론, 그 소문을 접한 이들의 반응은 간단했다.

“넷티비가 뭐가 아쉬워서?”

이미 아시아를 제외한 세계 시장을 잡고 있는 넷티비가 굳이 한국을?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이 소문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요즘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 쪽에서 특히나 인기가 많잖아. 넷티비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고 들어올 수도 있지.”

그런 상황 속에서 조용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영화감독 김주철과 작가 박정아, 두 사람이 그 주인공이었다.

“감독님. 그러면 진짜 세 사람을 모두 캐스팅할 수 있는 거예요? 이거 몸값이 장난이 아닐 텐데. 지금 우리 동네 변호사로 박우형, 김정범 두 배우 몸값이 또 올랐잖아요.”

특히 배우 박우형은 이제 회당 얼마를 줘야하냐는 푸념까지 나올 정도였다.

사실 말도 안 되는 필모를 보여주는 차서준에 가려져서 그렇지. 박우형 역시 찍는 족족 대박을 터트리는 배우였으니까.

“박 작가. 넷티비잖아, 넷티비. 거기에 처음으로 한국 드라마 제작 시장에 뛰어들며 만드는 첫 작품인데. 성공시킬 수만 있다면 저쪽에서 지금 돈이 문제겠어?”

김주철 감독의 말에 박정아 작가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최근 한국 드라마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제법 먹히고 있으니까요.”

“그렇지. 거기에 지금 가입자가 정체된 넷티비 상황에서. 아시아 시장을 개척할 수만 있다면 그깟 회당 몇 십억 제작비는 돈도 아니거든.”

처음 투자하겠다는 제작비 규모를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당시 자신의 반응은 쏙 숨긴 채. 김주철 감독이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박정아 작가의 눈이 몽롱하게 변했다. 세상에 어느 작가가 연기력 되고, 흥행력 있는 배우들을 싫어하겠는가.

그저 제작비와 막대한 출연료 문제로 인하여 현실과 타협하는 것일 뿐. 그런데 이번에 자신에게 그 모든 패를 쥐어주겠다는 곳이 나타나버렸다.

“세상에나. 연사모잖아요. 내가 박우형, 김정범에 이어. 다른 배우도 아닌 차서준과 함께 작업하게 될 줄이야. 아직도 믿기지가 않아요.”

“대신 그만큼 부담감도 심할 거야. 아직 박우형, 김정범의 우리 동네 변호사가 방영 중이라 기다리고 있지만. 끝나면 일제히 우리 소식을 터트릴 테니까.”

그럴 수도 있었다. 다른 곳도 아닌 넷티비의 한국 드라마 제작 시장을 뛰어드는 신호탄이자, 감독들이 가장 눈독을 들인다는 연사모 배우 셋을 주연으로 쓰는 첫 드라마였으니까.

일제히 기사들이 터질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반응과 기대감 역시 뜨거울 터였다.

하지만.

“감독님. 나 이거 몇 년 전부터 준비했어요. 전작 대본 작업을 하면서도요.”

“알지. 예전에 나 만났을 때 박 작가가 그랬잖아. 진짜 끝내주는 대본 하나 구상하고 있다고.”

“이거 준비하다가 공백기가 길어지는 바람에. 이제 퇴물된 거 아니냐는 농담까지 들었잖아요.”

“어허! 어떤 놈이 우리 박 작가에게 그런 망발을!”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에요. 솔직히 대본 좋았잖아요.”

그런 부담감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짓는 박정아 작가였다.

그 대본을 직접 본 김주철 감독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는 작가가 어디 있겠어요. 익숙해지고 견뎌내야지.”

“역시 우리 박정아 작가! 프로 중의 프로야.”

“무엇보다 연사모 배우 셋을 쓰는 거잖아요. 나랑 감독님만 잘하면 이거 실패할 수가 없어요.”

당장 ‘우리 동네 변호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던가. 차서준이 없는 박우형, 김정범의 조합으로도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는 것을.

거기에 월드 코믹스 영화 주연으로 할리우드까지 다녀온 차서준이 추가된단다.

이건 말아먹으면 전적으로 감독과 작가인 자신들의 잘못이었다.

“우리 사고 한 번 쳐보자고.”

“같은 생각이시네요.”

두 사람이 마주보며 웃었다.

*

배우 박우형과, 김정범이 함께한 첫 드라마 ‘우리 동네 변호사’의 종방연이 있었다.

문제는.

“진짜 저도 가요?”

그 종방연에 나도 끌려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당연하지. 서준이 네가 오면 다들 엄청 좋아할걸. 심지어 2화 동안에 카메오로 출연까지 했잖아. 참석할 자격 충분하지.”

“맞아.”

그리고.

내가 박우형, 김정범이 함께 찍은 ‘우리 동네 변호사’의 종방연에 참석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내년에 촬영을 시작할 ‘왕자의 난’에 대한 떡밥을 투척하기 위한 것. 당장 쓸 떡밥이 아니라. 드라마 제작 확정 기사가 날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서준아. 나는 벌써부터 내년이 기다려져서 잠을 잘 수가 없어.”

“아직 몇 달이나 더 남았는데요? 그러다가 형 쓰러져요.”

“쓰러져도 좋아. 우형이 형이랑 이번에 촬영하면서도 정말 즐거웠는데. 내년에는 거기에 서준이 너까지 함께한다니.”

김정범의 표정은 마치 로또 1등에라도 당첨된 사람의 것이었다. 거기에 입꼬리 씰룩씰룩하는 것이. 당장 어디 가서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

“형. 혹시나 술에 취해 어디 가서 스포라도 하면 안 돼요. 알죠?”

“아, 알지! 넌 꼭 형을 못 믿는 것 같더라. 내가 그렇게 입이 가벼워 보여?”

네. 라고 말할 뻔. 농담이고. 평소에는 가벼워 보이는 이미지의 김정범이었지만. 사실 알고 보면 누구보다 속이 깊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내가 이설아를 소개시켜준 것이고. 어? 맞다.

“형. 그러고 보니 설아 누나랑 요즘 어때요?”

“으, 응? 형. 오늘 마지막까지 달릴 거야?”

내 말에 당황하던 김정범이 재빨리 화제를 돌린다. 흐음. 잘 되어가고 있는 듯싶다. 아니라면 저렇게 얼굴이 빨개지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래도 오늘은 끝까지 있어야지. 정범이 넌?”

“나야 형이 있는다면 같이 남지 뭐.”

오늘 종방연 이후 뒤풀이를 마지막까지 남을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김정범을 향해 툭 질문을 던졌다.

“설아 누나랑 모레에 저녁 먹기로 했는데. 형은 당연히 알고 있죠?”

“당연하지. 안 그래도 설아가 같이 가자고··· 흡!”

이제는 이렇게 김정범을 다루는 법까지 익혀버린 나였다. 하루 이틀 보고 지낸 사이가 아니었으니.

역시나 이설아를 부르는 김정범의 말에 애정이 담겨있었다. 심지어 설아 씨가 아닌 설아라니.

“그러면 그날 형도 같이 먹어요. 우형이 형은 어때요?”

“난 됐어. 쉴래.”

역시나 박우형은 박우형이었다.

그나저나. 슬슬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넷티비의 ‘왕자의 난’에 대한 기사가 나갈 테고.

또 연말이 되면 월드 코믹스 영화 ‘디멘션 소서러’의 1차 예고편이 공개될 예정이었다.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나를 보던 박우형이 말을 꺼낸다.

“서준아, 올해 남은 몇 달이 최후의 휴식이 될 거 같은데. 내년에 디멘션 소서러랑 왕자의 난 때문에 엄청 바빠질 테니.”

“맞아요. 심지어 올해도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어요.”

작년에 배우로 참가했었던 ‘어린이 감독 영화제’에 올해는 홍보 대사로 참석하기로 했다.

할리우드에서 월드 코믹스 영화 주연으로 촬영까지 하고 왔으니까. 대신 올해도 최지환이 감독으로. 김도윤, 하지우가 배우로 준비한다고 들었다.

친구들의 도전을 열심히 응원해야지.

*

- 미국 OTT 공룡 넷티비 한국 드라마 제작 시장 진출 선언?

- 김주철X박정아 ‘왕자의 난’, 퓨전 사극에 도전한다. 넷티비로 전 세계 상영.

- 넷티비 측 “김주철 감독, 박정아 작가 퓨전 사극 ‘왕자의 난’ 제작 확정, 캐스팅 진행 중.”

- 연사모로 유명한 배우 박우형, 김정범, 차서준이 한 작품에 언급된 이유는?

넷티비의 한국 시장 진출이라는 소식이 일제히 터졌다.

심지어 액션, 미쟝센 모두 최고라고 평가받는 김주철 감독과, 스타 작가 박정아의 조합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사람들을 뜨겁게 달구는 소식이 있었다.

└ 어? 정말 연사모 셋을 한 작품에 보는 날이 오는 건가요? 출연료 때문에 두 명까지가 한계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다들 탑급이잖아요.

└ 김우승이 빠지긴 했는데. 아무래도 김우승의 발성은 사극과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미쳤네요. ㄷㄷ 몸값이 감당이 되나?

└ 차서준, 박우형, 김정범. 일단 발표된 주연 셋의 이름만으로도 벌써부터 설레네요. 거기에 이번에는 차서준과 박우형의 대립 아닐까요?

└ 일단 제목을 봐선 박우형이 왕, 차 배우가 왕자를 할 것 같은데. 진짜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하네요.

└ 심지어 국내 제작이면 기대가 안 될 텐데. 넷티비에서 작정하고 아시아 시장 노리고 만드는 거라는데. 진짜 내년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ㅠㅠ

‘폭군의 세자’에서 증명한 배우 차서준과 박우형의 몇 년 만에 사극에서의 재결합. 마지막으로 연사모인 배우 김정범까지. 이제는 탑급이 된 세 배우의 캐스팅 소식.

넷티비가 세계 시장을 노리고 한국에서 만드는 퓨전 사극이라고 했다.

제작과 관련된 기사가 터지고 난 다음. 사람들의 관심은 하나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어떤 드라마가 만들어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