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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141화 (141/220)

141화

휴식을 얻은 내가 우리 가족과 함께 간 곳은 바로 ‘월드랜드’였다. 월드 그룹에서 만든 초대형 놀이공원이자, 아이들에게 있어 꿈의 테마파크.

그 웅장한 규모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하준이와, 하윤이의 눈동자가 한없이 커졌다.

아직 어린 동생들에겐 마치 만화나 꿈속에서나 볼 것 같은 동화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 셈이다.

“우와!”

“우아!”

반짝반짝 빛나는 동생들의 눈동자를 보니. 오늘 이곳으로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칵. 저 귀여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건 잊지 말아야지.

사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바쁜 촬영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던 내가 맛있는 식당이나, 테마파크에 1일 입장객 제한이 있다는 것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가족들 모두가 만족했던 식당이나, 또 동생들이 이렇게 방방 뛰며 좋아할 테마파크에 올 수 있었던 건.

이 모든 준비에 도움을 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 어때? 동생들이 좋아할 거라고 했지?”

“고마워요. 사실 촬영 때문에 바빠서 이런 곳에 올 시간이 없어서 몰랐는데. 데이븐 덕분에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로 할리우드의 스타 데이븐이 그 주인공이었다. 데이븐은 동생들의 신이 난 반응을 보면서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오늘 이곳의 티켓 예약부터 차량, 경호 인원. 심지어 끝나고 저녁에 갈 식당 예약까지 모든 것을 준비한 사람이 데이븐이었으니.

“사실 저번에 데이븐이 말했을 때. 그냥 지나가는 농담인 줄 알았어요.”

“섭섭한데. 나는 그래도 준이랑 이번 촬영을 같이하면서.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고 느꼈는데. 나 혼자만 그랬나?”

배우는 배우였다. 농담인 걸 알면서도 저 표정을 보니 미안함이 절로 들었으니까.

“저도 데이븐과 친해졌다고 생각해요. 우리 친구잖아요. 디멘션 소서러 촬영을 함께하며 가까워진 친구.”

친구라는 내 말에 데이븐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다.

데이븐은 정체가 들키지 않도록 선글라스와 캡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있었지만.

그렇게 가렸음에도 느껴지는 스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모습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 번씩 멈춘다.

“데이븐.”

“응?”

“엄마, 아빠에게도 좋은 선물을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어제 데이븐이 예약해준 호텔이 너무 좋았대요. 아까 데이븐에게 말하긴 했는데 아직 영어가 서투르셔서요.”

오늘 월드랜드뿐만 아니라 어제 엄마, 아빠를 위한 호텔 하룻밤 선물까지 한 데이븐이었다. 동생들은 내가 좋다면서 나와 함께 잤다. 그 덕분에 오붓한 밤을 보내셨다고.

거기에 데이븐은 첫 촬영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밥을 먹을 때마다 계산을 모두 해버렸다. 내가 사겠다고 데리고 간 식당에서조차도 말이다.

“제가 예약해도 되는데. 지금까지 맛있는 것도 다 데이븐이 사줬잖아요. 오늘 점심, 저녁은 제가 사게 해줘요.”

“안 돼.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그때 사줘도 괜찮아. 그때는 정말 비싼 거 먹을 테니까 각오해.”

이런. 확실히 할리우드 스타가 벌어들이는 돈은 차원이 다르긴 했다. 아무리 내가 한국에서 탑급에 올라섰다고 하지만. 할리우드는 할리우드였다.

방금처럼 내가 산다고 말을 할 때마다. ‘디멘션 소서러’로 잘 되고 나면. 그때 많이 벌어서 사라는 말을 하는 데이븐이었다.

근데 ‘디멘션 소서러’가 대박 나면. 더 큰 돈방석에 앉는 사람이 데이븐일 텐데. 내가 사줄 수 있는 날이 올 순 있을까.

“내가 미안해서 그래요. 계속 얻어먹는 것 같아서.”

“준. 친구끼리는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친구니까 당연히 해줄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친구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는 데이븐의 말에 나도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사실 농담처럼 친구라는 말을 꺼내긴 했는데. 정작 데이븐은 동료 배우라는 말보다 친구라는 말에 만족한 것 같다.

20살의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라니. 확실히 아메리칸 마인드는 다르긴 했다.

할리우드 스타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한없이 잘해주는 데이븐과 친구 하지 못할 이유도 없지.

“무엇보다 준을 보고 있으면.”

“보고 있으면요?”

“마치 내 또래. 아니, 나보다 나이 많은 배우들과 대화를 하는 기분이거든. 이런 게 동양의 신비함? 이런 건가?”

이런. 데이븐의 예리한 시선을 피한 뒤. 나는 얼른 들어가자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확실히 미국에서 배우 차서준의 인지도는 일반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대놓고 얼굴을 공개하고 다녀도 알아보는 사람이 드물었으니.

“이거. 사람들의 반응이 아쉬운데.”

“왜요?”

“만약에 디멘션 소서러가 개봉을 했다면. 준도 나처럼 이렇게 정체를 가리고 다녀야만 했을 텐데.”

데이븐의 말처럼. 선글라스와 모자로 가려도 연예인처럼 보이는 데이븐에게 시선을 줄지언정.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다. 바로 한국에서 여행 온 사람들.

“어어?! 차 배우 맞죠? 아, 가족들이랑 오셨구나.”

“네. 오늘은 동생들이랑 여행 와서요. 다음에 만나게 되면 그때는 사인이랑 사진 꼭 해드릴게요.”

“네. 작품들 항상 재밌게 보고 있어요. 팬이에요. 항상 응원할게요.”

“고맙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특히 동생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면 정중하게 사인 요청을 거절한다고 알려진 나였다.

그 덕분에 알아보고 다가온 몇몇 팬들도 억지를 부리기보단. 응원을 한다며 한 마디씩 파이팅을 외치고 갔다.

“준.”

“네?”

“이번 디멘션 소서러가 개봉하고 나면. 앞으로 정말 바빠질 거야. 내가 봤을 땐 할리우드에서 준을 주목할 거 같거든.”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데이븐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미국 월드랜드에 왔는데. 차 배우 만남.]

다들 알다시피 가족들. 그것도 차 배우가 사랑하는 동생들이랑 월드랜드에 온 것 같아서 사인이나 사진은 없음.

아쉽게도 한국이었으면 차 배우를 모두가 알아봤을 텐데. 미국이라 그런지 알아보는 사람이라곤 한국인들밖에 없더라.

아, 가족 말고도 통역을 위해서인지 외국인 한 명도 같이 다녔음.

이번에 촬영 중인 디멘션 소서러가 대박 나서 차 배우가 미국에서도 유명해지면 좋겠어.

└ 응? 우리 차 배우에게 통역이 필요한가? 내가 알기론 촬영장에서도 그렇고. 따로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영어에 능숙한 걸로 아는데.

└ 경호원 아닐까? 아무래도 데블 오리엔트로 캐스팅되었다는 기사가 나갔을 테니까. 자연스럽게 경호원이 따라다녔겠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경호원 정체 밝혀짐. 데이븐이 SNS에 글 올렸는데. 우리 차 배우 가족들에게 월드랜드 구경시켜주겠다고 같이 간 거였네. ㅋㅋㅋㅋㅋ

└ 경호원은 차 배우랑 데이븐 근처에서 따라다녔대요. 그냥 주연 배우끼리 촬영장에 같이 다니는 건 줄 알았는데. 진짜 친해졌나 보네요.

└ 완전 미국판 연사모네. ㅋㅋㅋ 할리우드 스타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우리 차 배우의 매력!

일주일은 분명 긴 시간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렸다.

아빠는 출근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엄마, 하준이, 하윤이는 미국에서 더 있다 가도 괜찮다고 했는데.

“우리 서준이가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엄마는 아빠랑 같이 돌아갈게.”

엄마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어린 동생들과 같이 지내면 신경을 써야 할 테니. 그 부분을 걱정하신 모양.

특히나 내 스케줄 상 정해진 기간 내에 촬영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금처럼 동생들과 시간을 보낼 순 없었다.

내가 온전히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엄마가 동생들을 데리고 아빠와 같이 돌아가겠다고 한 것이다.

“엉아!”

“엉아!”

벌써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는 걸 느낀 것일까. 하준이와 하윤이가 작은 손으로 내 바지를 꼬옥 잡고 날 부른다.

“하윤아, 오빠라니까.”

“엉아!”

“그래. 하윤아. 오빠랑 헤어지기 싫어?”

“엉! 시어!”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날 바라보는 하준이, 하윤이. 그러나 한국에서 헤어질 때와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다.

“엉아, 힘내!”

“하준이가 형을 응원해주는 거니?”

“응!”

미국으로 떠날 때처럼 무조건 헤어지기 싫다고 떼를 쓰지 않는다는 것.

크리스 앤더슨 감독의 배려 덕분에 방문했었던 촬영장. 거기서 형이 촬영하는 모습을 본 덕분인지. 하준이가 헤어지기 싫다며 울지 않았다.

오히려 힘들어 보이는 촬영 현장을 보고선 뭔가를 느꼈는지. 나에게 힘내라며 말하는 하준이와 하윤이었다.

실제 완성된 작품으로 형을 보는 것과. 촬영 현장에서 온갖 장비를 달고 찍는 모습을 보는 건 느낌이 달랐던 모양이다.

“엄마는 우리 서준이 덕분에 이번 여름휴가가 너무 행복했어.”

“아빠도. 한국에서도 정말 데이븐이랑 친해졌냐고 연락들이 그렇게 와.”

연사모 형들은 개인 SNS에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을 올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연사모 형들과 아빠의 친분이 얼마나 깊은지에 대해서 알려지지 않았다.

허나 이번에 데이븐이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우리 가족과 함께한 사진들을 올렸다. 가족들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그 때문에 아빠의 핸드폰에 불이 났었단다. 한가득 안겨준 선물에 대한 것은 안 올라와서 다행이라고 얼마나 안도하시던지.

“한 달 정도면 제 분량 촬영은 끝날 것 같아요. 그 남은 기간 촬영 무사히 다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게요.”

“그래. 우리 서준이 엄마가 많이 사랑하고 있는 거 알지? 힘내렴.”

“엉아! 싸랑해!”

“엉아! 따라애!”

그렇게 가족들과 아쉬운 이별을 마친 뒤.

“준! 가자고.”

다시 배우 차서준의 ‘디멘션 소서러’ 촬영을 시작되었다.

*

빡빡했던 오늘의 촬영을 모두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뒤. 나는 곧바로 한국으로 영상통화를 걸었다.

잠시 신호음이 울린 뒤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핸드폰 화면에 떠오른 얼굴이 하준이나 하윤이가 아니었다.

바로.

“형들! 드라마 첫 방송 축하해요!”

- 서준아, 밥차 땡큐! 다들 차 배우가 보내준 밥차라고 인증샷 찍고 아주 기뻐했어.

- 고맙다.

연사모의 형들이자, 드라마 ‘우리 동네 변호사’를 촬영 중인 박우형과 김정범이었다. 여기야 밤이지만, 촬영 중간 쉬는 시간에 맞춰 형들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어제 박우형과 김정범이 함께 출연한 드라마가 스타트를 끊기도 했고. 오늘 내가 촬영장에 밥차도 보냈기 때문.

“아니에요. 사실 형들을 응원하러 직접 가야 하는데. 아직 미국에 있어서 갈 수가 없어 아쉬웠어요.”

- 아니지, 아니지. 오히려 형들이 미국으로 서준이의 촬영 응원을 갔어야 하는 건데. 잘 지내고 있고?

- 거기 촬영은 좀 어때? 힘들진 않고?

괜찮다며 오히려 잘 지내는지 묻는 김정범과. 미국에서의 촬영은 어떠냐고 묻는 박우형. 오랜만에 보는 형들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매일 미국판 박우형인 데이븐과 지내다가. 원조 박우형을 보니 두 사람을 한 번 만나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

과연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어떤 그림이 그려지려나.

“여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 아마 다음 주쯤이면 제 분량은 촬영이 모두 끝날 것 같아요.”

- 그래? 그러면 한국에 바로 들어와?

“바로 돌아가야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날 바로 학교에 가야 해요.”

한숨을 푹푹 쉬면서 초등학교에 가야 한다는 내 말에 형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할리우드에서. 그것도 월드 코믹스 영화를 촬영 중인 주연 배우가. 초등학교 출석 때문에 얼른 돌아가야 한다고 하니.

“어제 형들끼리 모여서 첫방 봤어요?”

- 당연하지. 우승이도 왔었어. 서준이 너만 빼고 다 왔었지.

형들의 드라마 ‘우리 동네 변호사’의 첫 방송 반응들이 좋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축하부터 해야지.

“형들. 미국에서 드라마 반응 살펴보는데. 1화부터 반응들이 엄청 좋던데요? 저도 여기서 다시보기로 봤는데요.”

- 어땠어?

“정말 재밌게 봤어요. 특히 우형이 형이랑 정범이 형 연기가 좋았고요.”

- 그렇지? 내가 우형이 형한테 붙잡혀서 개인 자유시간까지 뺏기면서 준비한 드라마인데. 당연히 좋아야지···.

하얗게 타버린 김정범이 혼자서 웅얼거린다. 이설아와 데이트를 해야 하는 시간조차 박우형에게 붙잡힌 모양.

말만 저렇게 하지. 오히려 김정범이 먼저 이설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중했을 것이다.

그렇게 갈아 넣은 보람이 있었다. 첫 방 시청률 15.2%, 그 시청률보다 뜨거운 각종 커뮤니티에서의 화제성까지.

“다음 주에 제가 한국에 돌아가면 모여요. 형들 주려고 선물도 준비했어요.”

- 당연하지! 돌아온 다음 날 저녁은 무조건 형들이랑 해야 돼. 알았지?

“네.”

벌써부터 한국에 돌아갔을 때의 약속이 잡히기 시작했다.

남은 ‘디멘션 소서러’ 촬영 기간은 일주일.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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