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137화 (137/220)

137화

지난주의 ‘가면 왕좌’ 1라운드 무대를 본 사람이라면. 오늘 방송을 놓칠 수가 없었다.

└ 붉은 달 늑대 가면의 정체 제가 아는 그 가수 맞나요? 저 가수가 가면 왕좌에 나올 줄이야. ㄷㄷ 몇 년 만에 공중파 출연인 거죠?

└ 그래서 지난주 방송 끝나고 나서부터 기사도 엄청 뜨고 난리가 났잖슴. ㅋㅋㅋㅋㅋㅋ 대체 가면 왕좌에서 어떻게 섭외했지?

└ 그러게요. 음원 발표해도 음악 방송 한 번 안 나가기로 유명한데. TV에 몇 년 동안 안 나오던 사람을 대체 무슨 수로 섭외한 걸까요. ㅋㅋㅋㅋㅋ

└ 저분 팬클럽에서 나온 가장 유력한 설이 하나 있는데. 차 배우가 나왔다는 소식에 섭외에 응했다는 말이 있음요. 이번에 직접 확인하고 나중에 음원 같이 내고 싶어 하는 거 아니겠냐면서요.

└ 그거 말 되네요. 그러면 우리 차 배우랑 같이 음원 발표하면 연말 콘서트에서 볼 수 있나요? 대박!

└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오늘 결승 무대에서 과연 누가 이기느냐가 중요하죠!!! 차 배우와 3대 보컬의 대결!!!

커뮤니티 밈으로 시작되어 어느새 대중들의 인정을 받아버린 3대 보컬이라고 불리는 남자 가수 중 한 명이 ‘가면 왕좌’에 출연한 것.

워낙 독특한 음색과 미친 보컬 실력 때문에 가면으로 가렸다 한들 정체가 숨겨질 리가 없었다.

한 마디로 ‘나는 정체를 숨기고 있는 누구예요.’라고 말하는 대게 가면과 붉은 달 늑대 가면의 대결인 셈이었다.

“역시 이건 캔맥주와 함께 봐야지.”

특별히 오늘을 위해 예전부터 구매했던 이어폰을 꺼낸 김시율이었다.

대게 가면이 결승 무대에서 불렀던 'SAY GOODBYE'. 공개된 음원은 순식간에 차트까지 점령해버릴 정도로 아주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와 동시에 많은 걱정도 받았다. 아직 성장기인 상태이니 그만큼 목에 신경을 써야 할 테니.

그 부분을 신경 쓴 것인지 2번째 왕좌를 지킬 때에는 다른 장르의 노래를 부른 대게가면이었다.

“오늘은 어떤 노래를 부르려나.”

첫 번째 결승 무대처럼 소름 돋는 고음도 좋지만. 두 번째 결승 무대처럼 차서준이 어떤 노래를 불러도 기뻐하는 팬들이었다.

이윽고.

대게 가면의 3번째 왕좌를 향한 도전자 붉은 달 늑대 가면이 환상적인 결승 무대를 마친 순간,

└ 괜히 3대 보컬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네요. 너무 잘하는데? ㄷㄷ 지금까지 무대에 올랐던 그 어떤 우승자들보다 미친 무대였어요. ㄷㄷㄷ

└ 괜히 사람들이 3대 보컬, 3대 보컬 하고 노래 부르는 게 아님. 진짜 수많은 보컬들 중에서도 정점에 섰다는 평가를 받는 3명 중 하나인데. 당연하지.

└ 여기가 아니라 옆동네 전설들의 무대에 나와야 할 사람이 나온 셈이니. 우리 차 배우 어쩌죠. ㅠㅠ

└ 더 이득임. 3대 보컬을 상대로 졌잘싸를 할 수 있잖아. 무엇보다 이제 곧 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야 하는데 정체 공개를 할 수 있으니. ㅋㅋㅋㅋ

└ 그죠. 2연속 결승 무대에서 우승하고서 벙 찌는 반응에 다들 엄청 웃었잖아요. 나 이러다가 미국 못 가는 거 아니야? 합성 짤도 엄청 웃겼고.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2연속 왕좌 자리를 지켜버린 대게 가면이 무대 위에 올랐다.

-떠나가는 너의 뒷모습을 보면서~

“크. 아예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고 올라왔구나.”

대게 가면으로 정체를 가린 차서준의 선곡 첫 소절을 듣는 순간. 김시율은 자시도 모르게 맥주 한 캔을 더 따고 말았다.

그루브한 리듬과 기교. 그리고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비록 경연 무대에 어울리는 선곡은 아니었지만. 팬들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것쯤을 알 수 있었으니까.

잠시 후.

-결승 무대의 우승자는···. 붉은 달 늑대 가면입니다!

모두의 예상대로 이번 주 결승 무대의 승리자는 붉은 달 늑대 가면이 차지했다.

하지만.

“와. 3대 보컬을 상대로도 팽팽한 접전을 만들었네. 역시 우리 차 배우야.”

차서준의 팬들은 3대 보컬을 상대로도 엄청난 득표를 달성한 대게 가면에게 감탄을 멈추질 못했다.

-대게 가면은 정체를 공개해 주세요!

“역시! 우리 차 배우였구나!”

MC의 말에 대게 가면이 가면을 벗자. 그 안에서 김시율이 가장 좋아하는 얼굴이 나타났다. 모두의 예상대로 배우 차서준이 그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대게 가면을 벗은 차서준이 배시시 웃는다. 마치 드디어 이걸 벗는구나 하며 속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그 모습에 채팅창이 또다시 웃음으로 도배되었다.

-안녕하세요. 배우 차서준입니다. 많은 분들도 아시다시피 제가 이제 곧 촬영 때문에 미국으로 떠나거든요. 그래서 팬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 가면 왕좌에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결승 무대에서 승리할 때마다 당황하셨던 거 같던데요. 당황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MC가 농담으로 툭 던지자.

-맞아요. 사실 처음 출연했을 때. 잘해도 2라운드에서 떨어질 줄 알았는데. 무려 6주 동안 가면 왕좌에 출연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농담처럼 소속사 대표인 삼촌이 서준아, 너 이러다가 미국 못 가는 거 아니야? 이런 말까지 했었어요.

역시 배우답게 시무룩한 표정으로 얼마나 당황했었는지를 실감 나게 표현하는 차서준이었다.

그런 차서준의 소감이 발표됨과 동시에.

└ 여기 분들의 예상이 맞았네요. 미국으로 촬영 떠나기 전에 팬들이 보고 싶다고 하니까. 일부러 가면 왕좌에 출연했던 거네요.

└ 방금 말하네요. ㅋㅋ 팬들을 위해 잠깐 동안만 이별한다고 SAY GOODBYE를 불렀는데. 다음 주에 또 나오게 되어서 엄청 당황했다고. ㅋㅋㅋㅋ

└ 역시 차 배우의 팬 사랑은 한결같아서 좋음. 확 뜨고 나서도 길 가다가도 팬들이 요청하면. 특별한 스케줄 없음 무조건 다 해주던데.

└ 저 오늘부터 차 배우가 가면 왕좌에서 불렀던 노래 무한으로 들으려고요. 팬들을 위해 부른 노래들이라니까 더 좋네요. ㅎㅎ

└ 그러고 보니 이제 정말 할리우드로 떠날 시간이네요. 디멘션 소서러가 내년 개봉 예정이던데 어떻게 기다리지. ㅠㅠ

대만족을 한 팬들의 채팅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

연사모 형들과 함께 한 자리에 모였다. 모인 이유는 ‘가면 왕좌’의 결승 무대에서 아쉽게 패배한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서였다.

그 위로에 술이 필요하다면서 가장 아끼는 양주까지 가져온 김정범이었다. 잘 가지고 있다가 성인이 되면 마시라면서.

“크. 나도 방청객으로 가고 싶었는데. 신청했다가 추첨에서 떨어졌어.”

김정범의 아쉽다는 그 말에 듣고 있던 김우승의 고개가 갸웃한다. 자기가 아는 김정범은 절대 저런 곳에 혼자 갈 리가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사람이 방청권을 신청했다? 그 말은 만약에 된다면 같이 갈 사람이 있다는 뜻이었다.

“응? 형 혼자서 저런 곳에 가는 거 싫어하잖아. 근데 왜 신청했어?”

거기까지 생각한 김우승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추궁했지만.

“어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솔직히 우승이 너도 서준이 무대를 직접 보고 싶다고 했었잖아.”

“그렇긴 하지. 서준이 무대 때 사람들 표정을 보면 진짜 가고 싶어진다니까.”

김정범의 스무스한 변명에 물 흐르듯 넘어가는 김우승이었다.

어째 저거랑 비슷한 대화를 예전에 본 적이 있던 거 같은데. 역시 덤앤더머인 두 형들이었다.

“서준아.”

“네?”

“혹시 이번에 결승전에서 만나면서 붉은 달 늑대 가면이랑 친해졌어?”

원래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 1라운드에 같은 무대에 오르는 참가자들을 제외하곤 접점을 만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붉은 달 늑대 가면이 ‘가면 왕좌’에 출연한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 했다. 결승 무대를 보고선 꼭 만나보고 싶었다고.

그 덕분에 녹화가 다 끝난 뒤에 잠깐 대화를 나눌 수가 있었다.

“네. 연락처도 받고. 나중에 같이 곡 한 번 작업하자는 제안도 받았어요.”

“정말?!”

내 대답에 김정범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러더니 방금 전까지 둘러대던 사실조차 잊고선. 내 손을 덥석 잡는다.

“서준아. 혹시 연말 콘서트 티켓 좀 안 될까? 가까운 지인들에게 자리 좀 빼둔다고 들었는데.”

“아직 그 정도로 친하진 않아요. 그리고 정범이 형.”

내가 눈으로 김우승을 힐끗 본 뒤에 김정범을 부르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서둘러 변명하는 정범이 형이었다.

“아, 내가 우승이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그랬지.”

그냥 요즘 잘 되어가는 사람 있다고 대놓고 광고를 하시지.

“형들 드라마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요?”

“곧 기사 나갈 거 같은데.”

그리고 오늘 모인 또 한 가지 다른 이유. 바로 전에 이야기가 나왔던 박우형과 김정범의 차기작이 성사되었다는 축하의 자리였다.

“아쉬워요. 형들 촬영장에도 놀러 가고. 또 첫 방은 같이 보고 싶었는데.”

“무슨 소리. 나야말로 아쉽지. 미국까지 따라가서 우리 서준이를 응원해야 하는데. 연사모에서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배우! 그게 제 동생이에요! 하고 자랑하면서.”

저 말을 들으니 김정범이 차기작에 들어간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로 저 말처럼 실천할 형이었으니까. 출국길에 사진까지 찍히면서 ‘서준이의 할리우드 진출을 응원하러 갑니다.’ 이럴 사람이니.

“대신 밥차는 꼭 보내고 싶으니까. 촬영 시작되면 일정 조율해서 알려줘요. 미국에서라도 꼭 보낼 테니까요.”

“알았어.”

내 말에 박우형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미묘한 표정 변화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내니 알겠다. 지금 박우형은 매우 만족하고 있는 상태라는 걸.

“서준아. 우형이 형 좀 말려봐.”

“왜요?”

“무슨 하드 트레이닝의 연속이야. 나 방금 전까지도 우형이 형 집에서 붙잡혀 있다가 왔어.”

김정범이 엄살을 부리자.

“싫어?”

박우형이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다. 그 시선을 받은 김정범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며 손을 휘휘 내젓는다.

“그, 그럴 리가. 요즘 나도 스케줄이 좀 있어서 자유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그렇게 콩트를 보이는 박우형과 김정범을 보던 김우승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정확히는 계속해서 진동하고 있는 김정범의 핸드폰을 보면서.

“형. 아까부터 계속 연락이 오는데. 누구야?”

“어어?”

당황한 김정범의 고개가 나를 향했고. 김우승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나를 향했다. ‘설마?’ 하는 표정으로.

“하.하.”

이런. 일부러 김정범에게 이설아와 잘 되어가고 있는지 묻지도 않았는데.

오늘 김우승 덕분에 저쪽 연애 사업도 아주 순항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화살이 나를 향하기 전에 얼른 화제를 돌려야지.

“우형이 형.”

“응?”

“형은 누구 만나고 싶은 생각 없어요?”

“없어. 촬영 준비해야지. 맞다, 정범아. 내일 여기 이 부분을 맞춰봤으면 좋겠는데. 너 시간이 어떻게 돼? 이 부분이 아무래도 촬영할 때 꽤나 어려울 것 같은데. 시간 괜찮으면···.”

화제 돌리기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아까 김정범의 핸드폰 화면에서 내일 데이트 어쩌고 하는 단어를 본 거 같은데.

정범이 형.

미안.

*

큰일 났다.

아이들은 확실히 눈치가 빨랐다. 특히나 형을 너무나도 좋아하고 따르는 하준이는 더욱더.

“엉아!”

“응?”

“레고!”

하준이에게 들키지 않게 미국으로 떠날 짐을 싸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제는 하준이에게 잘 말해야만 했다. 내일이면 ‘디멘션 소서러’를 촬영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야만 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말하지.

“하준이 오늘도 형이랑 잘 거야?”

“응! 엉아랑!”

뭔가 형에게서 수상함을 느꼈는지. 일주일 전부터 내 옆에 꼭 붙어서 자는 하준이었다. 자기도 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하윤이도 같이 잤다.

그렇게 나와 함께 잠드는 거에 익숙해진 동생들인데. 갑작스럽게 오랫동안 집을 비우게 된다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이거 정말 큰일 났네.”

굳이 직접 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아주 난리가 나겠지.

결국 나는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하준아. 하윤아. 지금부터 엄마가 하는 말 잘 들어야 돼. 알았지?”

“응!”

“엉!”

잠시 후.

“우에엥! 가디마! 가디마!”

“어어엉!”

눈물바다가 된 우리집이었다. 내 다리를 붙잡고선 대성통곡을 하는 하준이. 그리고 자세히는 몰라도 오빠랑 같이 잘 수 없다는 말에 우는 하윤이까지.

“하준아. 대신 형이 밤마다 영상 통화를 할게. 여기 핸드폰에 형 얼굴이 나오지? 이렇게 매일 형을 볼 수 있어.”

“시러! 가디마!”

끅끅 울어대는 하준이를 달래기 위해. 나는 손가락 걸기 약속을 무려 10번이나 해야만 했다.

“자, 하준이가 잠들기 전에 손가락으로 이렇게 10번 접으면. 형이 그때까지 돌아올게. 약속!”

“히잉. 아라써.”

이런. 열밤 이후에는 어떻게 달래야 하려나.

퍼스트 클래스를 끊어서 미국으로 짧게나마 가족들을 불러야 할까.

어쨌거나.

이제 시간이 되었다.

할리우드로 떠날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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