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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136화 (136/220)

136화

‘가면 왕좌’의 1라운드 방송이 나간 뒤. 차서준의 팬클럽은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가면으로 정체를 가렸다지만. 기존 출연자들과 다른 확연히 작은 체형 때문에 정체가 쉽게 추측된 것이다.

└ 헐? 저거 우리 차 배우 아닌가요? 저 정도 체구에 가면 왕좌에 나올 만한 실력을 가진 연예인이 우리 차 배우 말고 또 있었나?

└ 없을 걸요. 듀엣으로 불러서 긴가민가하긴 한데. 그래도 저 정도로 잘 부르는 저 나이대 연예인은 우리 차 배우가 가장 유력할 거예요.

└ 저번에 조카가 차 배우랑 같은 초등학교 다닌다는 분 있었잖아요. 그분이 또 슬쩍 말했는데 차 배우가 촬영 때문에 조퇴한 적이 있었대요. ㄷㄷ

└ 대박!!! 영화 목소리 본 이후부터 우리 차 배우가 노래 부르는 거 진짜 좋아하는데. 심지어 다른 음방도 아닌 경연 무대에 나왔다니!!!

└ 이거 다음 주말에도 하죠? 그때는 혼자 올라와서 부를 텐데. 다음 주말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무조건 본방 사수해야겠네요.

시청한 팬들에게선 당연히 이런 반응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영화 ‘목소리’ 이후 차서준의 노래를 좋아하는 팬들이 부쩍 많아진 것이다.

거기에 음악 방송 출연을 비롯한, 팬미팅에서 팬들을 위해 노래를 불렀던 차서준 덕분에. 팬이라면 차서준의 노래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프로도 아닌 노래 경연 프로인 ‘가면 왕좌’에 차서준이 출연했다는 소문은 뜨겁게 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다시 방송 시간이 찾아온 주말 저녁. ‘가면 왕좌’를 보기 위한 준비에 바쁜 우리 가족이었다.

“서준아, 하준아. 아빠가 치킨 사 왔어.”

“아빠 최고!”

“체고!”

“꺄하!”

아빠가 포장으로 가지고 온 치킨에 나와 동생들이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누구보다 대게를 사랑했던 하준이었지만. 요즘 색다른 양념치킨 맛에 서서히 빠져들고 있는 중이었다.

아, 그렇다고 해서 대게를 안 먹는다는 건 아니다. 대게도 먹으면서 치킨도 먹는다는 뜻.

“엄마가 하윤이 전용 치킨 이유식 만들었으니까. 하윤이는 엄마랑 이거 먹자. 알았지?”

“엉!”

사실 오늘 이렇게 우리 가족 모두가 모여 ‘가면 왕좌’를 볼 필요까지는 없었다.

왜냐고? 우승을 해버리는 바람에 정체가 공개되지 않을 테니까. 방송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가면으로 정체를 가린 채로 나오는 셈이다.

“아빠가 회사에서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비밀 지키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정말요? 다들 막 물어봤어요?”

“그럼. 사장님도 오셔서 대게 가면이 정말 우리 서준이냐고 물어보시는데. 우리 아들 비밀 지켜주기 위해서 아빠도 모른다고 했어.”

지난주에 ‘가면 왕좌’ 1라운드 방송이 나간 뒤. 한동안 회사에서 사람들에게 시달렸던 아빠였다. 오늘 방송이 나가고 나면 2주일은 더 그러실 텐데.

아직 정체가 공개되지도 않았는데. 아빠가 회사에서 먼저 우리 아들이 거기에 출연하고 있어요! 밝힐 순 없는 법이었다.

누구보다 가면을 쓰고 나오는 사람이 내 아들입니다! 하고 외치고 싶은 사람이 아빠가 아닐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말이다.

“아빠! 제가 그래서 맥주 시원하라고 냉동실에 잠깐 넣어뒀어요. 방송 시작하면 바로 가져올게요.”

“역시 우리 서준이밖에 없다니까.”

“나도!”

“어이쿠. 당연히 우리 하준이도 아빠에게 최고지.”

아빠의 칭찬에 하준이가 방긋 웃는다. 원래대로라면 자기도 껴달라는 듯 손을 번쩍 들었을 하윤이는 엄마가 주는 이유식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기 맥주 시원한 거 가져왔어요.”

“고마워 서준아.”

내가 아빠에게 캔맥주를 가져다드릴 무렵. 광고가 끝나고 ‘가면 왕좌’가 시작되었다.

2라운드 경연을 위해 내가 혼자 가면으로 정체를 가린 채 무대 위에 오르자.

지난주에는 코 잠이 드는 바람에 보지 못했던 하준이가 손을 번쩍 들고 좋아한다.

“대게 가면!”

내가 쓴 가면을 보고서 하준이가 소리쳤다. 특별히 제작진에게 가면 중에서 대게 가면을 쓸 수 있겠냐고 요청까지 했거든.

하준이가 방방 뛰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성공적이었다. 지난주에 잠드는 바람에 저 모습을 못 봐서 얼마나 아쉬웠는데.

-흔들리는 모습에서 떠난다는 네 목소리~ 애써 잡는 나를 뿌리치는 너의 마지막~

노래가 시작되고. 첫 소절을 듣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진 하준이가 나와 TV 속 대게 가면을 번갈아 보며 외쳤다.

“엉아다!”

“응? 뭐라고?”

“엉아!”

어떻게 알았지? 분명 창법도 조금 바꾸고. 대게 가면과 망토까지 사용해서 최대한 정체를 숨긴 나였는데.

그런데 하준이는 첫 소절을 듣자마자 형의 목소리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어머. 우리 하준이가 형의 목소리를 알아차린 거니?”

“응! 엉아야.”

TV에 형이 나올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처럼. 이미 엄마의 말에도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TV에 집중한 하준이었다.

2라운드 경연 결과 또다시 대게 가면이 경쟁자를 이기고 결승 무대까지 오르고.

-SAY GOOD-BYE~ SAY GOOD-BYE-----!!!

시원하게 끝을 모르며 올라가는 4단 고음을 선사하는 대게 가면의 무대에.

“우와. 진짜 우리 아들이 부른 거라고?”

“어머. 우리 서준이가 정말 노래를 잘하네.”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감탄만 하는 엄마, 아빠였다. 아마 지금 TV 너머로 보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도 저럴 터였다.

-대체 누구야? 저런 끝내주는 실력을 가진 어린 가수가 있다고?!

-2라운드 때까지만 하더라도 누군지 알 것 같았는데. 이제는 진짜 모르겠어. 누구지?

-나 소름 돋은 거 보여? 미친 고음의 실력자!!!

카메라에 잡힌 패널들도 호들갑을 잊지 않았다. 사실 내가 보더라도 깜짝 놀랄 만한 무대긴 했으니.

결국 TV 속 대게 가면이 최종 결승전에서 우승자를 꺾고 왕좌에 올랐다.

우승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는지. 당황하며 왕좌에 앉는 대게 가면의 모습에 엄마, 아빠가 잠시 웃음을 터트렸다.

“엉아! 체고!”

이런. 너무 좋아 방방 뛰는 하준이를 보니 한 가지 걱정이 덜컥 들었다.

지금도 ‘엉아! 레고!’ 하면서 레고 조립 놀이를 하자고 찰떡처럼 달라붙는 하준인데.

미국에 가야 되니 몇 달간 집에 못 돌아온다고 어떻게 말하지?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 내 고민과 별개로. 결국 정체가 공개되지 않은 대게 가면 때문에 팬클럽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사실 숨겨도 의미가 없는 상태였으니까.

[가면 왕좌에 나온 대게 가면이 우리 차 배우가 맞나요?]

분명 체형으로 봤을 땐 우리 차 배우가 맞는 거 같은데. 결승 무대를 보니까 노래를 잘해도 너무 잘해서 긴가민가하네요.

잘한다는 건 여기 올라온 많은 영상들을 봐서 알고 있었는데.

오늘 나온 대게 가면은 완전 프로 가수급 아닌가요? 정말 우리 차 배우가 맞나요?

└ 100퍼센트임. 일단 창법이 조금 바뀌긴 했는데. 2라운드 노래 잘 들어보면 확실히 차 배우 느낌이 확 났음.

└ 사실 저도 차 배우라는 건 당연히 알고 봤는데. 진짜 잘해도 너무 잘하네요. 무슨 다른 오디션 프로에 나오더라도 당장 우승 후보에 들겠던데요?

└ 그러니 오늘 결승전에서 이기고 왕좌에 앉았잖아요. ㅋㅋㅋㅋㅋ 마지막에 이기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까 1번 출연을 생각하고 나온 모양이던데. ㅋㅋㅋㅋ

└ 나도 그 모습 보고 빵 터짐. ㅋㅋㅋ 최근 보고 싶다는 팬들의 애원에 보답하려고 출연을 결심한 것 같은데. 정체 공개를 못 함. ㅋㅋㅋㅋㅋㅋㅋ

└ 우리 차 배우 조금 있으면 미국으로 촬영 떠나야 하지 않나요? 오늘 무대에서 보여준 실력을 보니까. 진짜 잘못했다간 왕좌에서 못 내려오겠던데. ㄷㄷ

안 그래도 다음 주에 ‘가면 왕좌’ 녹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도 이기면 2주를 더 살아남게 되어버리는데. 큰일이긴 했다.

“어머. 서준아. 정말 농담처럼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하게 되면 어떻게 하니?”

“괜찮아요. PD님이 정체는 알려주지 않고 말해주셨는데. 엄청난 가수를 섭외하고 있다고 했어요. 결승 무대를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면서요.”

그랬다.

저번 녹화 때 결승 무대에서 왕좌에 앉고 망연자실한 나를 보면서. 엊그제 다음 결승 무대는 쉽지 않을 거라는 말을 전한 김홍철 PD였다.

화제성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위해 엄청난 가수를 섭외 중이라고 했으니.

아마 다음 주에 녹화하고 나면 정체를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공개할 수 있겠지?

할 수 있을 거야.

해야지.

*

‘가면 왕좌’의 방송이 있던 다음 날. 나는 약속했던 대로 저녁을 먹기 위해 이설아와 만났다.

제법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했기에. 내가 찍어준 목적지에 도착한 이설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레스토랑은 식사용보다는 데이트용에 가까운 곳이었으니까.

“서준아? 여기가 맞아?”

“맞아요. 인터넷에 검색해봤는데. 여기가 진짜 맛있대요. 음식 사진을 보는데 침이 꿀꺽 넘어가더라고요. 얼른 가요 우리.”

“그러면 오늘은 누나가 살게. 이런 곳에서 서준이한테 얻어먹을 순 없어.”

그러면 안 되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내 대답에 몇 번 더 설득하다 포기하는 이설아였다.

당장 이설아도 나에 대한 소문들을 들었을 테니. 어느새 이제는 S급 연예인들과 같은 광고비를 받는 배우가 나였으니까.

그러다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는지. 룸으로 안내받은 뒤 자리에 앉자마자 묻는다.

“서준아. 너 식단 관리해야 되지 않아? 여기에 와도 괜찮아?”

“엊그제 누나에게 말했잖아요. 오늘 치팅데이에요!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단 한 끼! 그래서 오늘만을 정말 기다렸어요.”

영화 촬영을 위해 엄격한 식단 관리를 하고 있는 내 농담 반 진담에. 이설아가 그만 까르륵 하고선 웃음을 터트린다.

오늘이 되기 전에. 나는 이설아에게 치팅데이를 핑계로 떡밥을 던져둔 참이었다.

엊그제 이설아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누나. 주말에 다른 사람 한 명만 함께해도 괜찮아요? 제가 밥을 먹기로 한 사람이 있었는데 깜빡해버렸어요. 누나도 아시다시피 제가 마음껏 먹을 수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응? 나는 괜찮아. 만약 서준이가 불편하면 우리 약속을 다음으로 미뤄도 괜찮아.”

“아니에요! 그러면 같이 먹어요.”

역시나 이설아는 천사가 맞았다. 보통 갑작스럽게 다른 사람이 끼게 되면 불편한 기색이 보일 만도 한데.

내 사정을 이해하고 정말로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었거든. 영화 촬영 준비를 위한 혹독한 식단관리가 도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 덕분에 오늘 저녁 식사에는 이설아 말고도 다른 한 사람이 더 함께하기로 했다.

누구냐고?

“서준아. 넌 무슨 이런 곳에 오자고 하냐. 형이랑 같이 그냥 삼겹살이나 먹으러··· 아, 안녕하세요?”

당연히 연사모의 한 명인 김정범이었다. 이런. 벌써부터 고장 나면 안 되는데.

레스토랑으로 부른 나 때문에 투덜거리며 등장한 김정범이. 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이설아를 보고서 화들짝 놀라며 말까지 더듬는다.

“누나. 여기는 정범이 형이라고. 연사모로 친하게 지내는 형이에요. 저번에 미국 갈 때 용돈을 줘서 제가 다녀와서 밥을 사겠다고 했거든요.”

“아, 그러시구나. 안녕하세요. 성우로 활동 중인 이설아라고 합니다.”

이설아의 인사에 김정범이 삐걱삐걱 움직이며 자리에 앉는다.

사실 김정범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줬던 용돈만 아니었어도 이런 자리를 안 만들었을 텐데.

“형. 지난주 방송 봤었죠? 설아 누나랑 1라운드 경연을 같이했거든요. 연습하는 동안에 엄청 친해졌어요.”

“당연히 봤지. 설아 씨라고 했죠? 노래 엄청 잘 부르시던데요?”

“칭찬 고맙습니다. 사실 서준이가 너무 잘 불러서 따라가기에도 벅찼거든요.”

대화의 물꼬를 트기는 쉬웠다. 함께 방송했었던 ‘가면 왕좌’가 있었으니까.

자연스럽게 나를 대화의 중심에 올린 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서준아? 왜 말이 없어?”

“이게 너무 맛있어서 말할 여유가 없었어요. 진짜 맛있다.”

중간에 이상함을 느낀 이설아가 나를 불렀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주문한 스테이크 핑계로 넘겨버렸다.

“우형이 형이 형들 쉬는 날에 모이자고 했어요. 어? 집에서 전화가 왔어요. 잠시 두 분이서 대화 나누고 있으세요.”

나는 미리 맞춰둔 진동을 전화라고 둘러대며 방을 나왔다. 이제 잘 되든, 안 되든 김정범의 손에 달린 셈.

“설아 씨는 쉬는 날에는 보통 뭐 하세요?”

“아, 저는 취미로 요리를 만들어요. 사실 서준이가 연습할 때 맛있게 먹어줘서 정말 행복했거든요.”

문을 닫고 나서기 전. 김정범과 이설아가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너무 자리를 오래 비우면 티가 날 테니. 10분만 있다가 들어가야지.

에구구.

못난 형들을 챙기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나저나.

촬영 때문에 장기간 미국으로 떠나야하는데.

하준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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