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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132화 (132/220)

132화

크리스마스의 날이 밝고. 방에서 코오 자던 하준이, 하윤이가 눈을 비비면서 나왔다.

그런 동생들의 걸음이 멈춘 건.

“우와!”

“꺄아!”

아빠와 어젯밤 설치한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둔 선물들을 발견했을 때였다.

“하준이, 하윤이가 일 년 동안 엄마, 아빠 말을 잘 들어서.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고 가셨네. 내년에도 말 잘 들어야 돼. 알았지?”

“네!”

“엉!”

하준이는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옆에 있던 하윤이도 오빠를 따라 했다.

그런데.

내 선물은 왜 동생들 것과 함께 있는 것일까. 이제 산타할아버지를 믿지 않는다는 것쯤은 아실 텐데.

“어머. 서준이가 동생들이랑 잘 놀아주어서. 산타 할아버지가 서준이 선물도 주고 가셨나 보네.”

“내년에도 동생들 잘 돌볼게요! 엄마, 아빠 말도 잘 듣고요!”

다 알면서도 동생들을 위해 말하는 나 때문에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만 엄마, 아빠였다.

정말 행복한 크리스마스의 아침이었다.

“여기니?”

“네!”

맛있게 아침을 먹은 뒤. 우리 가족이 향한 곳은 바로 내가 엄마, 아빠를 위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는 곳이었다.

살던 집 바로 앞에 있는 동을 선택했기에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날이 추우니 지하로 해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도어락 키로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우와!”

“꺄하!”

“어머.”

비슷한 구조이지만 훨씬 넓은 집에 감탄이 터진다. 특히 엄마는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지낼 수 있게 투자한 인테리어에 눈을 뺏긴 듯싶다.

그런 엄마의 놀란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비록 인테리어 비용에 깜짝 놀랄 만한 돈이 들어가긴 했지만. 엄마의 기뻐하는 모습을 봤으니 충분하지.

“어어? 서준아?”

거실에 발을 들인 순간. 살고 있는 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큰 TV에 놀란 아빠가 날 부른다.

엄마는 이미 새롭게 채워진 가전, 가구들을 살피고 있었다. 동생들은 저쪽에 새롭게 생긴 자신들의 방에 꺄아! 하고선 환호한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이렇게 플렉스 해야지. 그 어떤 순간보다 행복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 가족들이 새롭게 살 집을 보면서 기뻐하는 모습은.

“서준아. 집에 있는 것들도 충분히 좋은 것들인데.”

“집에서 가져올 만한 것들을 제외하고 샀어요. 최신 제품이라서 더 좋데요!”

서도현이 구름엑터스와 계약하면서 숙소와 함께 가전제품들을 제공했었다. 아직도 충분히 쓸 만했지만 기왕 이사하는 김에 최신형으로 다 바꿔버렸다.

한 가지 더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달라진 것이 있었다. 바로 바닥에 어린이용 매트가 쫙 깔렸다는 점.

그리고.

“엉아! 이거!”

“꺄하!”

어린이용 트램펄린이 거실에 생겼다는 점이다. 넓어진 거실 덕분에 제법 큰 트램펄린이 놓여도 문제가 없었다.

그 위에서 하윤이가 다치지 않도록 하준이가 조심히 놀아주며 좋아하고 있었다.

“이사는 아무 때나 해도 괜찮아요.”

“일단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까. 내년에 해도 괜찮지 서준아?”

“네! 천천히 준비해서 해요. 엄마.”

바로 앞 동으로의 이사라지만. 집을 옮긴다는 데에 있어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을 터였다.

아마 내일도, 모레도 여기 와서 저걸 타면서 놀자고 동생들이 조르겠지만. 어쨌거나 새집에 다들 좋아하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아들.”

“네?”

“사랑해.”

“저도 사랑해요.”

이것이 정말로 행복한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닐까.

*

배우 차서준의 팬클럽은 연말을 맞이하여 북적북적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 우리 차 배우가 정말 쑥쑥 크는 거 같아요.

└ ㅇㅈ 작년에 비하면 키도 많이 크고. 점점 더 연예인 태가 확 사는 거 같음.

└ 저렇게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 타임슬립에서 보여줬던 강록이 더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진짜 어떻게 30대 형사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가 있지?

└ 그래서 다들 차 배우, 차 배우 하고 부르잖아요. 오늘 시상식에 차려입은 모습을 보니까. 이제 진짜 어엿한 배우 같네요. ㅎㅎ

└ 그나저나 오늘 연기 대상은 누가 탈까요? 사실 같은 연사모의 박우형이랑 경쟁일 것 같아서. 누가 타도 기쁘겠지만 궁금하네요.

많은 팬들이 연말 약속도 포기하고 TV 앞에 모인 이유. 그것은 NBC 연기대상의 주인공이 누구일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올해 최고의 드라마였다고 평가받는 ‘타임슬립’. 시청률 40%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기에 대상은 확정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지만.

문제는 그 후보가 둘이라는 점이었다. 30대 강록을 연기한 배우 박우형. 그리고 어린아이가 된 강록을 연기한 배우 차서준.

└ 여태까지 NBC에서 공동 대상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었죠?

└ 네. 다른 방송사는 공동 대상도 심심찮게 준 적이 있었는데. NBC는 단 한 번도 공동 대상이 없었어요.

└ 그래서 지금 다들 이 난리가 난 거 아니겠음? ㄹㅇ 차 배우가 받았으면 하면서도. 박우형의 강록도 너무나도 끝내줬던지라. NBC도 머리 터질 거 같은데? ㅋㅋㅋㅋ

└ 혹시나 우리 차 배우가 연기 대상을 받는다면. 연사모 우정이 흔들리지 않겠죠?

└ 연사모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 모름? 배우들 중에서 가장 친하게 지낸다는 사람들인데. 오죽하면 차 배우의 유치원 사총사의 어른형이 연사모가 아니냐는 농담까지 있음. ㅋㅋㅋㅋ

NBC에서는 단 한 번도 공동 대상을 준 적이 없기에. 아직 후보조차 발표되지 않은 올해의 연기 대상을 차지할 주인공을 향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관심 속에서.

└ 지금 시작했어요.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NBC 연기대상이 시작되었다.

“엄마. 엄마는 누가 받을 거 같아?”

“무조건 우리 금동이 아니야? 금동이 덕분에 시청률도 엄청 잘나왔잖아.”

역시나 금동이맘의 의견은 무조건 차서준일 수밖에 없었다. 김시율은 그런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채팅창을 힐끗 보았다.

“엄마?”

“응?”

“채팅창에서 자꾸 그렇게 어그로를 끌면 안 돼.”

“얘는. 내가 어디 틀린 말 했니.”

김시율의 엄마는 채팅창에 열심히 ‘대상은 역시 우리 금동이 아니겠어요?’라는 채팅을 열심히 쓰고 있었다.

어차피 엄마의 저런 모습은 충분히 예상이 갔기에 놀랄 리가 없는 그녀였다.

그런 김시율이 당황한 건.

“아, 아빠?”

엄마의 옆에 앉은 아빠 역시 어느새 팬클럽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였다.

“시율아. 아빠 핸드폰 좀 바꿔야겠다. 이거 너무 느려서 불편하네.”

‘타임슬립’을 통해 차서준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엄마의 적극적인 영업 덕분에 팬클럽에도 가입하셨다고.

심지어 문자랑 전화만 되면 그만이라던 오래된 핸드폰도 느리다면서 바꿔야겠다고 하고 있었다.

아빠를 보아하니 새해가 밝자마자 핸드폰을 바꿀 기세까지 보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완전히 차서준의 팬이 되어버린 가족의 모습에 잠시 웃던 김시율의 눈가가 붉어진 건.

올해의 작가상에 ‘타임슬립’을 통해 3년 만에 데뷔한 김은중이 올라왔을 때였다.

-사실 평생 이 자리에 설 일이 없을 줄만 알았습니다. 항상 상상으로만 꿈꾸던 장면들은 만들어주신 우리 김학영 감독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임슬립이 드라마로 제작될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우리 차서준 배우님께 정말,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 차 배우 몇 번 언급된 거죠?

└ 정확히 13번이요. ㅋㅋㅋㅋㅋ 오늘 올라온 타임슬립 식구들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했어요.

└ 내가 작가라도 그랬을 듯. 작가 생활 포기할까 하는 순간에 드라마 제작하자고 시작한 사람이 우리 차 배우였잖슴.

└ 크. 3년을 기다림 끝에 완성된 드라마의 시청률이 40프로라니. 지금 소감을 말하면서 펑펑 울만 하네요. ㄷㄷ

└ 그거 아심? 지금까지 올라온 타임슬립 수상자들 다 차 배우 말하면서 눈시울 붉어짐. ㅋㅋㅋㅋㅋ

잠시 후.

최우수 연기상 후보가 공개된 순간.

└ ?

└ ??

└ ???

└ 어?

└ 응?

└ 이러면 제가 생각하는 그게 맞겠죠?

그 어느 순간보다 빠르게 채팅창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미 NBC 연기대상이 아니라 ‘타임슬립’ 시상식이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로 모든 상을 싹쓸이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타임슬립’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차서준과 박우형이 최우수 연기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 말은 저 두 배우가 연기 대상 후보라는 걸 뜻했으니까. 한 사람은 연기 대상을 주고. 다른 한 사람은 무관으로 끝낸다? 난리가 날 것이 분명했다.

“딸. 지금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도 둘 다 없는 걸 보면. 우리 금동이 대상 받을 수 있는 거 맞지?”

“당신은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우리 강록이에게 대상을 안 주면 당장 방송국에 전화해서 따져야지.”

김시율보다, 그리고 채팅창의 그 어떤 팬들보다 흥분한 사람이 그녀의 옆에 있었다. 그것도 두 분이나.

심지어 엄마는 차 배우를 금동이로. 아빠는 강록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잠시 후.

대상 후보를 발표하기 전 시상을 위해 NBC 사장이 작년 수상자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었다.

-NBC 연기 대상. 영예의 대상은··· 타임슬립의 박우형, 차서준입니다.

NBC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공동 연기 대상 수상의 발표였지만.

└ 그래!!! 이거지!!! 저 두 강록 중에서 누구는 대상을 주고 누구는 다른 상을 어떻게 주겠냐고!!!

└ ㅇㅈ NBC 역사상 처음 있는 공동 수상이지만. 그래도 다들 인정할 듯요. 오히려 더 의미 있는 듯.

└ 크. 두 강록이 나란히 무대 위에 오르니까 멋지네요. ㄷㄷ

└ 연사모의 두 배우가 타임슬립으로 역대급 흥행을 시키고. 또 처음으로 NBC에서 공동 대상을 수상하다니. 스토리 미쳤네요!

└ 우리 차 배우는 6살에 데뷔해서 9살에 연기 대상을 받네요. ㄷㄷ 이제 10살인데 또 어떤 엄청난 결과를 보여줄지 진짜 기대가 되네요.

어느 누구 하나 불만을 표하지 않은 최고의 결정이었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

사실 박우형이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박우형의 강록 연기는 나조차 감탄이 나올 정도로 끝내주었으니까.

그것은 박우형 역시 마찬가지. 오늘 내가 받아도 진심으로 축하해주겠다며 말한 사람이 바로 우형이 형이었다.

그런데 공동 수상이라니. 그것도 NBC 역사상 처음 있는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진 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마 대상 관련 기사가 쏟아질 것이 분명했다.

“이 매우 영광스러운 상을. 다른 사람도 아닌 우리 서준이와 함께 받을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사실 오늘 대상은 무조건 서준이가 받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박우형의 말이 농담이라 생각했는지 사람들이 미소를 짓는다. 저 형의 말은 정말 진심일 텐데.

사실 내가 먼저 수상 소감을 발표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박우형이 나에게 마지막을 장식하라며 양보를 해버렸다.

NBC 최초 연기 대상의 공동 수상. 그것도 고작 9살의 나이로 거머쥔 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좋은 연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우형이 소감을 마치고. 이제 내 순서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사실 오늘 여기 오기 전까지 대상을 받을 거라는 생각도 못 했는데요. 어? 이거 뭐야. 내 손에 대상이 있다고? 우형이 형은 왜 옆에 있고.”

수상 소감의 시작을 어린아이가 된 강록의 첫 대사로 말하자.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웃음이 터진다.

NBC 역사상 최초 공동 대상이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회자가 될 수상 소감인데. 너무 딱딱하면 재미없잖아.

“아직 부족한 제게 이런 영광스러운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가 저 혼자가 아닌 우형이 형과 함께하는 자리라 더 뜻깊다는 생각이 드네요.”

말을 마친 내 시선은 펑펑 울어 개구리눈이 된 김은중 작가를 향했다.

“가장 먼저 올해 최고의 드라마 타임슬립의 대본을 써주신 김은중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강록이 아니었다면 오늘 이 순간이 없었을 테니까요.”

이런. 또다시 김은중 작가가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카메라가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잡는다. 저러면 나중에 흑역사가 될 텐데.

“···우리 연사모 형들. 그리고 사총사 친구들. 항상 응원해줘서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우리 서도현 대표님을 빼먹으면 섭섭하겠죠? 마지막으로 집에서 보고 계실 엄마, 아빠. 그리고 하준이, 하윤이. 우리 가족 정말 사랑합니다! 하준아 형 상 받았어!”

배우 차서준의 수상 소감의 마지막은 언제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지.

*

NBC 최초 공동 대상이라는 행복한 시간이 끝나고.

추웠던 겨울을 지나 봄이 찾아왔다.

차서준이 된 내가 맞이하는 10살의 봄이었다.

이제 미국으로 떠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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