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화
연말에 등장하여 최고의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드라마 ‘타임슬립’. 그 인기가 뜨거워질수록 방긋 웃는 곳이 있었다.
바로 몇 년 전부터 차서준과의 한정판 콜라보 제품을 출시한 ‘피치노’가 그 주인공이었다.
- 올해도 출시된 배우 차서준과 ‘피치노’ 한정판 콜라보.
-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어진 오픈런과 완판 행렬. “차서준 한정판 꼭 사고 싶어요.”
- 전날 밤부터 이어진 ‘피치노’와 배우 차서준의 콜라보 구매하기 위해 늘어선 대기 줄.
- “올해는 더 대기 줄이 길어진 것 같다.” 작년보다 더 많은 물량을 준비했음에도 순식간에 매진.
- 3년 만에 키즈 브랜드 1위로 우뚝 선 ‘피치노’의 성공 비결은 배우 차서준?
└ 왜 겨울이 이미 시작되고 출시되었는데. 작년보다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거임?
└ 타임슬립 차 배우의 강록 모름? 이번에 출시된 콜라보 제품이 딱 강록룩을 완성하고 나와서 저 난리가 난 거임. ㅋㅋㅋㅋ
└ 맞아요. 저도 백수인 동생에게 용돈 주고 부탁해서 하나 샀는데. 우리 아들 입히니까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아들도 예쁘다고 매일매일 입고 다녀요.
└ 무엇보다 한정판 콜라보 제품임에도 디자인이 끝내주잖아. 되팔이들 때문에 매년 문제가 생기긴 하는데. 이번에는 그걸 의식했는지 물량도 엄청 준비함.
└ 그래도 순식간에 매진 잼. ㅋㅋㅋㅋ 사실 한정판은 팬심으로 사는 의미도 커서 그렇지. ‘피치노’에서 올해 출시한 제품들도 진짜 예쁨.
└ 차 배우 덕분에 피치노가 런칭 3년 만에 업계 탑으로 올라섰자너. ㅋㅋㅋㅋ 진짜 우리 차 배우 효과 미쳤음.
마지막 댓글처럼 단 3년 만이었다. DQ 패션이 키즈 브랜드를 런칭하여 업계 탑으로 올라서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단 3년.
“엄마! 올해도 완판된 거 축하드려요!”
“다 우리 서준이 덕분이지. 엄마는 요즘 정말 행복해서 꿈을 꾸는 것만 같아.”
“아니에요. 엄마가 만든 옷들의 디자인이 좋아서 성공한 거예요. 사람들이 예쁘다고 난리가 났어요!”
DQ 패션에서 야심차게 출발한 '피치노‘가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그것은 바로 ’차서준 효과‘ 덕분이었다.
데뷔 이후 단 한 번의 미끄러짐이나, 실패 없이 대박 행진을 이어간 배우 차서준의 필모그래피. 그 차서준과 함께 성장한 ‘피치노’의 브랜드 이야기.
그리고.
“DQ 패션 사장님이 정말 고맙다고 연락이 왔었어.”
“정말요?”
“그러엄.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고 하셨어. 엄마는 이게 다 우리 서준이 덕분이라고 생각해.”
엄마가 만든 디자인으로 함께한 배우 차서준과 ‘피치노’의 한정판 콜라보 제품들.
한정판이 매년 출시와 동시에 매진 행렬을 이룬 덕분에 브랜드 가치가 매년 껑충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특히나 우리 서준이가 이번 드라마에서 강록 연기를 너무 잘해주었잖니. 집에서 보던 엄마들이 강록룩을 입히고 싶어 해서 인기가 많았단다.”
“저도 들었어요. 강록룩이 유행한다고요!”
내가 ‘타임슬립’의 어린아이가 된 강록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피치노’ 측에서는 한정판 출시를 기존보다 훨씬 뒤로 미루었다.
이미 겨울이 시작된 지라 이번에는 반응이 조금 식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결과는 역대급으로 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대기 줄을 서는 진풍경을 만들어냈다. 그와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진 건 당연한 순서.
그 흥행 여파는 겨울 상품으로 출시된 기존 ‘피치노’ 제품들의 판매 호조로 이어졌다고 들었다.
“엄마.”
“응?”
“그런데 저는 내년이 되면 더 난리가 날 거라고 생각해요.”
내 말에 엄마가 미소를 짓는다. 이미 엄마, 아빠도 알고 있었다. 내가 월드 스튜디오와 계약을 맺었다는 걸.
무려 몇 달의 기간 동안 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야만 하는 일정이었다. 그런 일을 엄마, 아빠의 허락도 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순 없는 법.
서도현에게 월드 스튜디오 제안을 듣자마자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를 했었다.
“사실 엄마는 서준이가 미국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엄청 놀랐단다.”
“저도 놀랐어요.”
“서준이도?”
“네!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월드 스튜디오 캐스팅 디렉터가 구경하고 있는 줄은 몰랐거든요.”
엄마의 말처럼 처음 말을 꺼냈을 때. 엄마, 아빠의 눈동자가 얼마나 커졌던지.
사실 반대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다. 월드 코믹스 팬들에게 사랑받는 히어로 역이 아닌 빌런 역할이었으니까.
그런데.
“엄마가 내년에 우리 서준이를 따라가서 도와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니에요! 우리 하준이, 하윤이가 아직 어려서 해외에서 지내기엔 너무 어리잖아요. 회사에서 직원들도 같이 나갈 거라서 괜찮아요.”
엄마, 아빠의 표정이 그랬던 건. 반대에 대한 생각보다 할리우드까지 진출하려는 아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아쉬움과 미안함 때문이었다.
집에서야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나를 챙겨줄 수 있지만. 촬영을 위해 몇 달간 미국으로 간다면 해줄 수가 없을 테니까.
회사 직원과 함께 가겠지만. 그래도 홀로 미국으로 떠날 아들을 생각하니 걱정부터 든 것이다.
“엄마랑 아빠도 영어 공부 시작했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배울 거란다.”
“정말요?”
“그러엄. 우리 서준이가 그랬잖니.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 년 뒤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자주 갈지도 모른다고.”
“맞아요! 촬영을 위해서 갈 수도 있고. 우리 가족 여행으로 갈 수도 있어요.”
가족 여행이라는 말에 엄마가 미소를 짓는다. 전에는 해외 가족 여행이 막연하게 버킷리스트로만 느껴졌다면. 이제는 정말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니까.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나와 다르게. 엄마, 아빠는 그저 기본적인 몇 마디만 가능한 수준이었다. 미래를 위해 영어 공부를 시작하신 모양.
만약 이번 월드 코믹스 영화로 이름을 알린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할리우드에 진출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그렇게 될 것이 분명했다. 과거 김도경 시절에도 밟았던 할리우드였으니까.
“나중에도 이번처럼 방학 기간 동안에 가게 되면. 촬영하는 동안에 하준이, 하윤이를 데리고 엄마가 여행을 다녀도 좋을 것 같아요.”
“동생들을 위해서?”
“네!”
이번에 그렇게 하기엔 미국에서 몇 달간 생활하기엔 하준이나, 하윤이가 아직 너무 어렸다.
내 나이가 내년이 되어도 10살이기에 이번처럼 해외 촬영이 있을 경우 방학 기간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학교 졸업은 해야지.
그때 일정을 조율해서 엄마가 동생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녀도 충분할 터였다. 아쉽게도 직장인인 아빠는 한국에 남아 회사에 다녀야겠지만.
동생들을 생각하는 내 마음에 기뻤음일까. 엄마가 나를 따스하게 안아주자.
“엄마! 나도!”
“어마!”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하준이와 하윤이가 자신도 안아달라는 듯 다가온다.
“하윤아, 조심해야지.”
“엉!”
어느새 털썩털썩 넘어지긴 하지만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 하윤이었다.
엄마가 넘어지기 전 하윤이를 안아주는 순간. 꼬르륵. 배가 고팠는지 하윤이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어머? 우리 하윤이 배가 고파요?”
“엉!”
“그러면 엄마가 하윤이에게 어떤 맘마를 줄까?”
엄마가 하윤이의 볼을 콕 찌르며 물어보자. 옆에서 듣고 있던 하준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번쩍 들었다.
“께! 께가 머꼬 시퍼요.”
“꺄아!”
그 말을 들은 하윤이도 좋다는 듯 손을 흔들며 소리친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하준이의 입에서 나오는 ‘께’라는 단어가 무얼 의미하는지 배운 것이다.
“엄마. 그러면 오늘 점심은 대게 먹어요. 저녁에 아빠 오시면 따로 더 주문하고요.”
“그럴까? 하준이랑 하윤이도 저렇게 좋아하니까. 엄마가 안 된다고 할 수가 없네.”
우리 가족 중 대게 킬러는 아빠와 하준이었는데. 현재는 아빠가 출근을 해서 집에 없는 상황.
평소의 엄마라면 기다렸다가 아빠와 저녁에 먹자. 하고서 반대를 했을 테지만. 어느새 엄마가 만들어주는 대게 이유식의 맛에 푹 빠져버린 하윤이었다.
“그러면 하윤이를 위해서 오빠가 대게를 시킬까?”
“꺄아!”
이런. 우리집에 대게 사랑꾼이 한 명 더 늘어나 버렸다.
*
‘타임슬립’의 시청률이 40%를 넘긴 다음 날 밤. 어떤 이의 개인 SNS에 올라온 글 하나가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정말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제는 어디에 가서도 드라마 작가라고 소개할 수 있게 된 김은중입니다.
제게 지난 3년이란 시간은 겨울이었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언젠가 싹이 트겠지. 그런 기다림이 서서히 메말라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릴 무렵의 제게 희망이란 빛이 다가왔습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작가님의 대본을 보고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처음이었습니다. 모두가 러브라인을 넣어야만 한다. 이제라도 대본을 수정해야 한다. 이런 말만 듣던 제게 극찬에 가까운 칭찬을 해준 사람이었으니까요.
그 이후로는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이 펼쳐졌습니다.
사실 타임슬립의 첫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잠도 제대로 들지 못하던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대본이 부족한 것 같은데 수정 작업을 해야 하나. 이런 고민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첫 방송이 있기 하루 전. 그런 제 상태를 예상이라도 했는지 직접 찾아와준 누군가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본 잘 나왔으니 걱정 마세요.’
어린 배우가 하던 말임에도 어찌나 믿음이 가고 안심이 되던지.
이제는 괜찮습니다.
제가 막연히 상상으로만 꿈꿔왔던 장면을 배우님들께서 완성시켜주셨고. 또 여러분들이 그 장면을 사랑해주시니까요.
아직 남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대본에 담긴 이야기보다 더 멋진 드라마를 만들어준 감독님과 스태프분들. 그리고 배우님들까지.
많은 응원과 사랑으로 ‘타임슬립’을 봐주셨으면 감사합니다.
김은중 작가가 개인 SNS에 올린 저 글은 순식간에 각종 커뮤니티로 퍼져나갔다.
시청률 40%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달성하고 있는 ‘타임슬립’에 관한 이야기였으니.
└ 대본이 3년 동안 떠돌았단 이야기는 들었는데. 우리 차 배우가 먼저 타임슬립 대본의 가치를 알아보고 연락한 거였네요. ㄷㄷ
└ 서도현 대표가 찾아주었을지도 모름. 오늘날의 차 배우 필모가 다 서 대표가 가진 작품 보는 안목 덕분이잖아.
└ 와. 그러면 정말 우리 차 배우가 아니었더라면. 드라마 제작 자체가 안 되었을 수도 있었네요? 박우형도 차 배우가 꼬셨단 이야기가 있었는데. ㅋㅋㅋ
└ 드라마도 미치고. 그 뒷이야기도 미쳤네요. 명품 드라마가 완성될 수 있었던 배경에 이렇게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다음 날. 자신이 올린 글이 순식간에 퍼진 것에 걱정이 되었는지 김은중 작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 차 배우. 혹시 SNS에 올린 글 때문에 곤란하거나 그런 건 아니죠?
“그럴 리가요. 오히려 작가님이 저를 언급해주셔서 정말 감동이었어요.”
오히려 괜찮다는 내 말에 수화기 너머 안도의 한숨이 들려온다.
- 미안해요. 시청률이 40프로를 넘었다는 소식을 듣고선. 감격에 올라 술을 마셨는데. 술기운에 감정이 복받쳐서 나도 모르게 그만.
“아니에요. 오히려 취중 진담인데도 제게 고맙다는 말을 하신 거잖아요.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작가님.”
이렇게 김은중 작가 덕분에 한차례 소란이 지나가고. 슬슬 ‘타임슬립’ 팬들의 관심은 연말 시상식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NBC 올해의 연기 대상은 ‘타임슬립’에서 나오는 게 확정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으니까.
오죽하면.
“이거 잘하면 연기 대상을 놓고서 서준이랑 우형이가 제대로 한 판 붙겠는데?”
김정범이 이런 농담을 던질 정도였다. 실제로 경쟁이 될 만한 성적을 거둔 작품이 없는 상태였으니.
거기에 NBC에선 단 한 번도 연기대상을 공동으로 준 적이 없다는 사실에 더 주목을 받았다.
“난 서준이가 받을 거 같은데.”
“저는 우형이 형이 받을 거 같아요!”
이렇듯 의좋은 형제처럼 서로가 받을 거 같다며 화기애애한 시간도 보냈다.
“내가 NBC라면 벌써부터 정말 고민이 되겠는데? 서준이나 우형이 모두 말도 안 되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시청률 40프로를 만들었으니.”
드라마가 마지막을 향해 갈수록 연기 대상을 향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타임슬립’의 강록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차서준과 박우형. 과연 이 두 사람 중 누가 받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