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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108화 (108/220)

108화

바다가 저리도 좋을까. 벌써 30분째였다. 하윤이가 바다를 보면서 파도가 칠 때마다 꺄아! 하면서 웃는 것은.

슬슬 지겨워질 만도 한데. 여전히 태어나 처음 보는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하윤이의 눈동자가 파도가 들이닥치면 휘둥그레지고. 다시 작아졌다가 또다시 파도에 똥그래진다. 그 귀여운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아두었다.

“하윤아. 이제 호텔로 가야지.”

“뿌우.”

아빠가 조금이라도 바다에서 멀어지려고 하면. 하윤이는 볼을 빵빵하게 불리면서 안 된다고 도리도리하며 거부했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바다만 보고 있을 순 없었다. 오늘 워터파크에도 가야하고. 또 여기까지 왔으니 맛난 것들을 먹어야 할 테니까.

“하윤이는 저기 물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호텔에 짐 풀고서 워터파크에 갈 예정인데. 하준이는 어때?”

“좋아!”

내 말에 옆에 있는 하준이가 좋다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하윤이가 그제야 바다에서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이미 경험으로 체득한 것이다. 보통 오빠인 하준이가 저렇게 좋아할 때 같이하면 좋은 일들이 많았으니까.

“흐응.”

잠시 바다와 하준이를 번갈아 바라보던 하윤이가 이내 알겠다는 듯 아빠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우리 하윤이. 그러면 이제 물놀이하러 갈까?”

“···엉.”

그렇게 미련을 뚝뚝 흘리는 하윤이를 데리고선. 일단 체크인을 위해 호텔로 향했다.

“우와. 방이 엄청 넓네?”

“우리 서준이 덕분에 오늘 여기서 자는 거니?”

“네! 엄마, 아빠. 그리고 하준이, 하윤이와 함께 자려고 넓은 방으로 예약했어요. 내일 조식도 있어요!”

1박으로 여행을 떠날 때에는 사전 예약이 필수였다. 도착해서 결제를 하려고 하면 비싼 가격에 고개를 저을 엄마였으니까.

아마 오늘 이 방을 예약하면서 지불한 금액을 알면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이제 이 정도의 소비는 더 이상 사치가 아니게 되었다. 러닝개런티로 찍은 ‘목소리’가 8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거기에 추가로 최근에 찍은 광고들까지.

나에게 있어 가족들을 위한 소비들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닌 플렉스가 되어버린 셈이다.

“아빠. 배고프지 않으세요?”

“아까 휴게소에서 잔뜩 먹어서 괜찮은데. 서준이는 배고프니?”

“아니요. 혹시나 아빠 배고플까 걱정되어서 물어봤어요.”

아빠가 배고프다 하더라도 워터파크에서 간단하게만 먹을 생각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양한 것들을 먹어야지.

우리 가족의 저녁을 위해 찾아둔 맛집도 있었다. 물놀이가 끝나면 배가 고파질 테니.

호텔 근처에 있는 워터파크에 도착한 뒤. 하윤이는 엄마를 따라, 나와 하준이는 아빠를 따라 탈의실로 향했다.

“···!”

엄마와 함께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하윤이가 워터파크에 가득한 물을 본 순간. 문화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앞만 바라보았다.

물을 좋아하는 하윤이에게 있어. 지금 눈앞에 펼쳐진 워터파크는 마치 천국과 같지 않을까.

“아빠! 여기 튜브에 바람 넣어야 돼요.”

내가 아빠를 부르자. 아빠는 잡고 있던 작은 하준이의 손을 엄마에게 넘겼다.

“하준이랑 하윤이는 여기서 잠깐만 엄마랑 기다리고 있어. 아빠가 튜브에 바람 넣고 올게. 알았지?”

“응.”

“엉.”

어느새 아기용 구명조끼까지 입은 하준이, 하윤이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워터파크에 갈 생각에 아기용 구명조끼를 구입한 나였다. 항상 엄마, 아빠가 동생들을 데리고 있겠지만. 아기들에게는 언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몰랐으니까.

처음에는 불편하다고 칭얼거리던 하윤이었지만. 이내 아기들 전용 풀장 물에 발을 살짝 담그자 눈이 동그래지며 조용해진다.

내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도. 아직 어린 하윤이가 들어갈 만한 아기용 미니 풀장이 따로 있기 때문이었다. 이용 시 별도의 비용이 추가되었지만 상관없었다.

“어머. 하윤이 놀랐어요?”

“엉!”

인생 처음 경험하는 물놀이에 세상 충격을 받은 하윤이. 그리고 작년에 경험이 있는지라 저쪽에서 아빠와 함께 물장구를 치고 있는 하준이.

이내 익숙해졌는지 방실방실 웃음을 터트리며 짧은 팔다리를 열심히 젓는 하윤이었다. 엄마는 그런 하윤이가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움직여주었다.

“우리 하윤이 재밌어?”

“마아! 꺄하!”

땅에 발이 닿지 않아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괜한 우려였다. 하윤이는 물놀이가 신이 나는지 연신 물장구를 친다.

그런 동생들과 엄마, 아빠의 모습들을 재빨리 카메라에 담았다.

“서준아. 그건 뭐니?”

“이거 방수팩이라는 건데요. 이렇게 방수팩 안에 핸드폰을 넣으면 물속에서도 사진 많이 찍을 수 있어요.”

예전에 그냥 왔다가 얼마나 아쉬웠던지 모른다. 처음 하는 물놀이에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는 하준이의 아기 때 모습을 담아두었어야 했는데.

김도경 시절 가족들이랑 물놀이를 갈 일이 없었으니 알 방법이 있나. 심지어 어릴 때부터 연기에만 올인했던 터라 이런 곳에 가본 적도 없었으니.

뒤늦게 방수팩이란 존재를 알고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덕분에 이번에는 야무지게 챙겨온 보람이 있었다.

“서준아. 저기 엄마 옆에 동생들이랑 서보렴. 아빠가 한 장 찍어줄게.”

“네!”

찰칵. 아빠가 사진을 찍어준 뒤.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커플끼리 온 사람들이 있나 찾아보았다.

찾았다.

나와 마찬가지로 방수팩에 핸드폰을 담아온 커플을 발견한 뒤.

“죄송한데요. 혹시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그 커플에게 다가가며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커플 중 여자가 어린아이의 말에 알겠다며 고개를 돌려 나를 본 순간.

“당연히 해줄 수 있··· 어어?!”

“차 배우다!”

커플들의 눈동자가 서서히 커진다. 모자까지 쓰고 있던 터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는데.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거니 그제야 내 정체를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 정체를 알아볼 사람은 하나밖에 없었다. 아역 배우 차서준의 팬들.

“제가 정말 차 배우 팬이라 그런데. 혹시 찍어드리고 사진 한 장 가능할까요?”

“당연하죠. 대신 여러 장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엄마, 아빠. 동생들이랑 놀러 와서요. 사진을 많이 남기고 싶어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슨 소리냐는 듯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커플이었다.

“자, 찍습니다.”

“브이!”

“부이!”

“뿌우!”

사진을 찍겠다는 말에 내가 브이를 하자. 하준이와 하윤이가 열심히 따라 작은 손가락을 쭉 편다.

“고맙습니다. 사진은 모자 벗고 찍어드릴게요.”

한두 장이 아닌 정말 많은 사진을 찍어준 팬이라고 밝힌 커플이었다. 저쪽이 사진이 잘 나온다며 안내하기도 했었고.

“정말요? 고맙습니다.”

“자기야, 대박! 나 차 배우랑 악수했어.”

꽤나 활기찬 커플이었다.

“저희가 차 배우 팬클럽에도 가입했는데. 혹시 오늘 만난 이야기 올려도 될까요?”

“동생들 얼굴만 안 나오면 사진도 상관없어요.”

“네. 정말 작품들 재밌게 보고 있어요. 차기작도 진짜 너무 기다리고 있고요.”

함께 사진도 찍어주고. 짧지만 찐팬임을 인증하는 대화들도 나누었다.

그렇게 물놀이를 하다가 슬슬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나가려고 했는데.

“엉아.”

“응?”

하준이가 나를 부른다. 그러더니 작은 손가락을 쭉 뻗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어린이 장기자랑? 워터파크에서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는지. 어린 친구들이 부모님들과 간이 무대 앞에 올망졸망 모여 있었다.

탈의실로 가는 길 앞에 마련된 작은 간이 무대에서 어린 참가자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걸 보고서 하준이의 걸음이 멈춘 모양.

“엉아. 저거.”

“저기서 노래 불러달라고?”

“응!”

“우리 하준이. 형이 저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는 거 보고 싶어?”

“응!”

이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오늘 방문한 워터파크에서 이벤트로 어린이 장기자랑이 있을 줄이야.

“서준아. 괜찮니?”

“네. 하준이가 원하잖아요. 나가서 한두 곡만 부르고 올게요.”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모자를 벗고 정체를 밝히자마자 이벤트를 진행하던 직원의 표정이 활짝 폈다.

재롱잔치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연예인이 등장을 해버렸으니. 심지어 그 연예인이 최근 핫한 아역 배우 차서준인데. 참가하고 싶단다.

“엉아!”

“서준이다!”

“차 배우!”

“꺄아!”

이후는 잠깐의 광란의 시간이었다. 매번 TV 안에서만 사람들의 환호를 받던 형을 보다가. 실제 두 눈으로 직접 보니, 너무나도 기쁜 모양인지 하준이가 팔짝팔짝 뛴다.

아빠가 그런 하준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옆에서 신경 써야 했을 정도.

혼절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좋아하는 하준이 덕분에. 나는 처음 생각했던 2곡보다 더 많은 노래를 부르고 내려와야만 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곡이 뭐였냐고?

바로 ‘동동이 친구들’의 노래였다. 앉아서 구경하던 어린 친구들조차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무대에 난입할 정도였으니까.

“함께 떠나요 동동동 세상~ 우리 함께 모두 함께 동동동~”

“동동동!”

“동동동!”

“옹옹옹!”

그 열광의 도가니에 하윤이까지 합세하는 순간이었다.

*

차서준 팬클럽에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가득 받은 글 하나가 올라왔다.

[워터파크 갔다 차 배우 만난 썰.(사진 첨부)]

어제 남친이랑 워터파크에 갔는데. 거기서 우리 차 배우 만남!

부모님이랑 아기인 동생들이랑 온 가족이 있어서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차 배우였어!

이제 고작 9살에 모자로 얼굴을 가렸는데도 진짜 연예인 포스가 느껴졌어.

사진 찍어주는데. 왜 우리 차 배우가 시상식 소감이나 방송에 나와서 항상 동생들을 언급하는지 알겠더라.

하준이, 하윤이 모두 귀여워 미치는 줄 알았어.

그 뮤직 박스에 나와서 했던 말처럼. 동생들이 요청하니까 이벤트인 어린이 장기자랑에 나와서 미니 콘서트도 해줬어.

여기 인증샷.

(사진)

└ 아. 나 저 날 저기 근처에 있었는데. 엄마가 워터파크 가자고 할 때 그냥 갈 걸. 바다면 됐지 무슨 물놀이냐고 왜 그랬을까. ㅠㅠ

└ 저기 애들 데리고 갔던 부모님들이 영상 찍어서 올린 거 있음. 여기 주소. (주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에 동동이 친구들 노래 부를 때 열광의 도가니네.

└ 어린 친구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차 배우랑 같이 신이 나서 동동동! 하는데 너무 귀엽다. ㅋㅋㅋ

└ 이 정도면 ‘동동이 친구들’에서 차 배우 섭외해야 하는 거 아님? 애들이 끔뻑 죽는데?

어떻게 알았지?

‘윤진의 뮤직 박스’에 출연한 이후. 나는 윤진에게서 같이 작업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었다.

동생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선. 윤진이 가지고 온 곡이 바로 ‘동동이 친구들’의 시즌 주제곡이었다.

“서준아. 이거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데?”

“그죠? 윤진 선생님의 말을 듣는 순간. 어? 이거 괜찮겠는데?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요즘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내가 참여한다고 한 덕분일까. 순식간에 일이 진행되어 주제곡까지 녹음하고 말았다.

“노래 제목이 뭐라고 했지?”

“다음 시즌 주제곡으로 ‘동동이 가자’요.”

“거기서 그런 생각을 하다니.”

서도현이 참 신기하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안 그래도 아기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동동이 캐릭터들이 박힌 용품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내가 제안한 것은.

“괜찮지 않아요? 동동이 가자! 이게 조금 재밌게 들으면 동동이 과자! 이렇게 들리잖아요.”

“그렇지. 거기에 대신 아무 과자가 아니라. 아기들이 먹을 수 있는 유기농 과자로 하자는 제안도 좋았다.”

김도경 시절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어린이들 상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그 캐릭터를 광고한 과자들의 매출이 대박을 쳤던 것.

‘동동이 친구들’은 더 어린 아기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었기에. 나는 꼭 유기농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동동이 친구들이었나? 다음 시즌이 언제 시작된다고?”

“다음 주요.”

나도 이렇게나 빠르게 진행될 줄은 몰랐다. 윤진이 말한 시즌 주제곡이라기에 다다음 시즌쯤에 들어갈 줄 알았는데.

그 덕분에 하준이, 하윤이에게 깜짝 선물을 줄 수 있게 되었다.

동동이 과자야 출시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당장 다음 시즌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동생들이 TV를 켜는 순간. 내가 부른 노래가 들려올 테니까.

일주일 뒤.

“동동이 가자!”

“동동이 까자!”

“옹옹이 꺄하!”

우리집에 3중창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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