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102화 (102/220)

102화

큰일 났다.

“서준이 쟤 왜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 누구보다 싱글벙글 웃고 있어야 할 애가.”

“일주일 만에 관객수가 350만을 돌파했다잖아. 이제 공약으로 걸었던 500만은 그냥 시간문제인 거 같은데. 아마 지금 서준이 머릿속에는 공약 생각밖에 없을걸?”

김우승의 물음에 김정범이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과거 나를 골려주려고 춤 공약을 걸었다가 흑역사를 만들었던 것이 떠오른 모양.

음악 방송이라니. 개봉 이후 첫 주말 스코어를 보고선 넘을 거라는 예상을 하긴 했지만. 이건 생각보다 더 빨랐다.

음악 방송은 김도경 시절에도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긴 했다. 생각이 거기까지 떠오르자 김우승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우승이 형. 음방 무대는 어때요?”

“최고지. 무대 위에서 쏟아지는 팬들의 환호. 그거 한 번 맛보고 나면. 서준이 너 본격적으로 앨범 낼지도 모른다.”

“에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낼 거예요.”

“아닐걸. 무대 위에서 내 노래에 환호하고. 또 나를 부르는 팬들을 보다 보면. 콘서트는 얼마나 더 행복할까. 이런 생각밖에 안 들어. 아마 서준이 너도 무대 위에 서면 딱 느낄 거 같은데.”

김우승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다. 유니온 해체 이후 배우로 전향한 이유도 팬들의 환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는 사람이었으니.

확실히 그 라이브로 듣는 팬들의 환호가 짜릿하긴 했었다. 주우정 감독과 ‘소소한 하루’를 촬영하면서 했었던 버스킹에서 비슷한 기분을 느꼈었다.

“서준아. 나 방청객으로 불러줘. 내가 진짜 목이 터져라 이름 외쳐줄 수 있다니까. 우윳빛깔 차서준!”

두고 보자. 몇 달 뒤면 자기 영화도 개봉할 텐데. 그때 복수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며 신이 난 김정범을 애써 무시했다.

그런 우리를 보던 박우형이 툭 말을 꺼냈다.

“서준이 이번 영화. 대박을 넘어서 초대박이 날 거 같은데?”

“날 거 같은 데가 아니라 이미 났지. 당장 일주일 스코어가 350만에 다음 주말 지나기도 전에 500만 찍을지도 몰라. 지금 입소문 끝내주잖아.”

김정범의 말에 김우승이 고개를 끄덕인다. 보통 초반에 기세 좋던 영화들도 평에 따라 주춤하는 경우도 있는데. ‘목소리’는 관람객들의 평이 너무나도 좋았다.

오히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상황. 팬클럽에서는 꼭 영화관에서 다시 봐야 하는 영화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내 주변에서도 지금 다들 서준이 영화 2회차씩 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서준이 노래를 영화관에서의 웅장한 사운드로 다시 보고 싶다면서.”

“나도 2번 봤어.”

따로 한 번 더 봤다고? 박우형의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홱 돌아갔다. 이 형은 언제 또 봤대.

“우형이 형이 한 번 더 봤다고요? 언제요?”

“어제 심야 영화로. 잠도 안 오는데 마침 서준이 네 연기가 생각나서.”

이런. 박우형의 입에서 나온 ‘연기’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옆에서 소스라치게 놀라며 막기 위해 손을 뻗는 김정범이 보였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형들 미안.

“다시 보니까. 이번 영화가 왜 베를린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확실히 보이더라. 1회차 때 보이지 않던 주우정 감독의 능력이 엿보였어. 하지만 그것보다 놀라운 건 역시나 서준이 네 연기였지. 솔직히 서준이 네가 20살만 되었어도 남우주연상은 무조건···.”

잘못해서 폭탄 스위치를 눌러버리고 말았다. 가뜩이나 어젯밤 심야 영화로 보고 온 박우형인지라. 영화에 대해 할 말이 엄청나게 많은 모양.

옆에서 듣고 있던 김정범과 김우승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슬쩍 눈치를 보다 도망쳐버린다. 나쁜 형들 같으니라고.

그렇다고 해서 나까지 박우형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 다른 주제도 아닌 내 영화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박우형이었으니까.

그 결과.

“이번 영화가 배우들에게 교훈이 되는 건. 역시나 영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영화 내용과 그걸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라는 것이지. 이번에도 서준이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는 절대 나오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장장 30분을 더 시달린 끝에야 박우형의 수다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띵동.

“우형아. 서준이 저러다가 쓰러지겠다. 밥 왔으니까 밥 먹고 하자.”

“어.”

박우형은 밥이 왔다는 말을 듣고서야 입을 다물고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음부터는 정말 조심, 또 조심해야지.

“여기 짜장면이 진짜 맛있다니까. 이거 먹고서 우리집 주변에 시켜 봐도 이 맛이 안 나. 서준아, 여기 콜라도 주문했으니 마셔.”

“그냥 여기서 자주 먹으면 되지. 서준아, 탕수육도 대자로 시켰으니까 뜨거울 때 먹어.”

“맛있네.”

형들이 후루룩 짜장면을 넘기면서도. 나에게 마실 것과 탕수육을 내 앞에 가져다준다.

그렇게 방금 전까지 귀가 따갑던 시간과 다르게 잠시 평화가 찾아왔다.

정말 배가 고팠는지 짜장면을 순식간에 흡입한 김정범이 핸드폰을 보다가 화들짝 놀란다.

“어?! 서준아. 너 이번에 계약할 때 러닝 개런티로 했어?”

내 계약에 관한 기사를 보았는지. 경악성을 터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예전에 말했는데 왜 저러지? 아, 전에 계약에 관해 말할 때 김정범이 촬영 때문에 자리에 없었구나.

“네. 그래서 아까 점심 제가 산다고 했잖아요. 우승이 형이나 우형이 형은 그래서 잘 먹겠다고 했던 건데. 정범이 형.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내 꾸벅 감사 인사에 김정범이 허탈한 웃음을 흘린다. 아마 ‘목소리’의 손익분기점에 머릿속에 떠올랐을 거다.

심지어 단독 주연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김정범의 시선이 자신이 주문한 짜장면과 나를 번갈아 본다.

“와. 우리 서준이 이번 영화로 진짜 돈방석에 앉을지도 모르겠는데? 나 다음에 서준이한테 밥 얻어먹을래.”

“에이. 광고도 많이 찍었던 사람이 애한테 얻어먹으려고 하면 쓰나.”

“인정.”

손익분기점 100만은 개봉 2일 만에 넘어버렸다. 심지어 개봉 일주일 만에 350만 관객을 넘은 영화 ‘목소리’였다.

3일 뒤 미국에서 건너온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한다곤 하지만. 이미 손익분기점은 아득히 넘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

아마 최종 스코어가 뜨고 나면. 김정범의 말처럼 돈방석에 앉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김정범이 저런 말을 꺼낸 이유는 정말로 많이 벌게 되었으니. 다음에 만날 때 크게 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나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야! 다음에는 배달 말고 나가서 먹자. 내가 서준이 대박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크게 쏠 테니까. 오케이?”

“굿.”

“오케이! 서준이 넌 어때? 이번에 정범이 형한테 제대로 얻어먹자.”

이렇듯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기 위해 빌드업을 한 것일 뿐. 내가 이 형들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겉으로가 아닌 진심으로 나를 위해 주고, 걱정해주고, 또 축하해준다는 것.

“아뇨. 이번에는 제가 살 거예요. 저 광고도 엄청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에이. 서준이 너가 해야 할 일은 사는 게 아니라 얼른 커야 돼. 그래야 형들이랑 술도 한잔하지. 얼른 크자.”

“형. 제가 성인이 되면 형들 나이가···.”

“크흠. 왜 아픈 곳을 찌르려고 그래. 그래도 좋다! 우리 서준이의 첫 주연 영화가 대박이 나서!”

저런 형들에게 밥을 사는데 돈이 아까울 리가.

“3일 뒤에 개봉하는 경쟁작만 아니었으면. 진짜 금괴소동만큼 나올지도 몰랐을 텐데. 그건 좀 아쉽다.”

김정범이 마치 자신의 영화라도 되는 것처럼 입맛을 다셨다. 저 말에 동의한다는 듯 박우형 역시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강력하긴 했다. 다른 시리즈도 아닌 첩보 액션 영화의 대작이라 불리는 ‘보디가드’ 시리즈의 개봉은.

그런데.

말을 듣고 있던 김우승이 툭 하고선 전해 들은 말을 꺼냈다.

“근데 내가 아는 기자에게 좀 들었는데. 이번 3편이 망작이라는 말이 있더라고.”

정말?

*

영화 ‘목소리’가 상영관에 걸린 날로부터 정확히 10일 뒤. 미국에서 건너온 인기 첩보 액션 시리즈 영화 ‘보디가드3 : 파이널 미션’이 개봉했다.

사실 개봉 전부터 차서준의 팬클럽 내에서도 많은 우려가 있었다. 지난 10일간의 무서운 성장세가 개봉일이 오자마자 한풀 꺾여버렸으니까.

심지어 예매율 1위를 놓치지 않던 ‘목소리’가 ‘보디가드’에게 밀려 2위로 내려간 것이다.

└ 이번에 3년 만에 보디가드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공개되잖아요. 그거 잘 뽑혀서 나오면 우리 차 배우 영화는 어떻게 될까요?

└ 관객수 증가 추이가 한풀 꺾이지 않을까 싶어요. 예매율만 보더라도 보디가드 때문에 2위로 밀려났잖아요. ㅠㅠ

└ 시사회 평에서 별로라는 말이 많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보디가드 시리즈의 팬들이 한국에도 워낙 많아서 어떨지 모르겠음.

└ 이제 5백만 관객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보디가드 기세가 무섭네요.

만약 ‘보디가드3 : 파이널 미션’이 이전 편들만큼 호평을 받는다면. 아무래도 극장가를 찾은 관객들의 선택이 많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상황이 펼쳐졌다.

[보디가드3 : 파이널 미션 감상 후기(스포 없음)]

본인은 브리츠너 감독의 팬으로. 3년 전에 개봉했었던 보디가드2나 그 전의 1편도 영화관에서 몇 번씩 봤던 사람이었음.

그런데 이번 마지막 3편은 굉장히 실망함. 자세한 내용이야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언급하지 않겠다만.

일단 중국 자본이 영화에 들어가면서 내용 자체가 1, 2편과 다르게 상당히 별로임.

2편이 나름 중국에서 인기를 얻었으니까. 제작사에서 중국 시장도 노리고 투자까지 받아서 3편 만들었다는 건 아는데.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 투자가 독이 든 성배가 되어버림.

브리츠너 감독 특유의 첩보전도 없고.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만 과하게 때려 박아서 오히려 영화가 피곤하게 느껴짐.

시리즈의 마지막이라 꼭 봐야겠다 하는 사람 아니면. 차라리 ‘목소리’를 한 번 더 보는 게 나을 수도 있음.

이상 내돈내산 후기 끗.

└ 이거 ㅇㅈ. 나 보디가드 시리즈 광팬이라. 연차까지 써서 개봉 첫 타임 영화 보고 울면서 나왔다. 내 돈, 내 시간, 내 연차가 너무 아까워서. ㅠㅠ

└ 액션도 2시간 내내 때리면 오히려 과하다는 걸. 브리츠너가 시리즈 마지막을 말아먹으면서 알려주네. ㅋㅋㅋ

└ 딱 3일 만에 예매율 박살 나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음. 첩보 액션계의 대작이라고 평가받는 보디가드 시리즈의 명성을 마지막에 이렇게 무너뜨리네. ㄷㄷ

└ 지금 이거 노잼이라고 소문이 나서. 역으로 주춤했던 ‘목소리’의 예매율이 확 오름. ㅋㅋㅋ 차 배우가 공약 걸었던 500만이 3주차에 될 줄 알았는데. 잘하면 이번 주말이 지나기도 전에 달성할 듯?

└ 와. 경쟁작이 알아서 무너졌네. 차 배우의 이번 영화 잘될 줄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대박이 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음. ㅋㅋㅋ

차서준의 영화 ‘목소리’가 다시 순조롭게 달리는 순간이었다.

*

서도현이 나를 부른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영화 개봉 전 약속했던 공약을 지켜야 하는 순간이 왔으니까.

“서준아. 500만을 돌파했으니 공약을 지켜야지.”

“···눼.”

말은 이렇게 했어도 내 얼굴은 싱글벙글했다. 왜 싫을까. 러닝 개런티까지 있는 내 단독 주연의 영화가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데.

다만 약속대로 음악 방송에 출연해야 했기에 서도현에게 요청을 했던 참이었다. 내가 나가고 싶은 프로그램에 대해.

“윤진의 뮤직 박스. 다음 주 녹화다.”

배우 차서준. 아니, 가수 차서준의 첫 무대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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