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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101화 (101/220)

101화

- 서준아! 지금 여기 사람 엄청 많아! 그런데 다 목소리 이야기만 하고 있어. 어? 상영관 안에 들어왔는데 정말 빈자리 없이 꽉 찼어!

이건 개봉 첫날 아침부터 가족들이랑 내 영화를 보러 간 최지환의 문자였고.

- 삼촌이랑 봤는데 목표가 생겼어. 지금은 아직 서준이 너랑 나란히 설 순 없겠지만. 더 열심히 노력해서 몇 년 뒤에 꼭 서준이 너랑 같이 작품 할 거야. 그러니까 그때가 되면 나랑 꼭 같이하자. 알았지?

이건 서도현과 함께 밤 10시에 영화관을 찾은 김도윤의 연락이었다.

그리고.

- ···서준아. 나 노래 잘하는 법 좀 가르쳐줘.

마지막은 일요일 저녁 영화를 보고 왔다면서 전화를 건 하지우의 시무룩한 말이었다.

영화 속 내 노래가 이제는 4대 기획사의 아이돌 연습생으로 들어간 하지우에겐 충격적으로 들렸을 터였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특히나 영화관의 그 웅장한 사운드로 들었다면 더욱더 그랬을 테고. 아마 영화 속 내 노래가 하지우의 가슴을 흔들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레슨 선생님들이 가르쳐주는 대로 열심히 노력하면. 지우 너도 잘 부를 수 있을 거야.”

- ···여기 연습생 형들이나 누나들을 다 보더라도. 서준이 너만큼 부르는 사람이 몇 없어. 그래도 나 열심히 노력해볼게. 내 목표는 서준이 너라고 다 말하고 다닐 거야.

응? 나를 목표로 한다고? 나는 가수가 아니라 배우인데.

수화기 너머 하지우의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어느새 나를 목표로 삼은 친구들이 둘이나 생겼으니까.

하나는 배우로서 내 옆에 서고 싶다고 말하는 김도윤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이돌 가수로서 나만큼 노래를 부르겠다고 다짐하는 하지우였다.

“우리 지우 달라졌네?”

- ···서준이 널 보고 배워서 그래.

확실히 나라는 존재를 만남으로써 사총사들에게 많은 변화가 생긴 모양이다.

과거의 하지우라면 영화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 내 노래를 듣고선 땅만 팠을 텐데. 어느새 성장했다는 듯이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운다.

이렇듯 차서준 단독 주연의 영화 ‘목소리’가 개봉하자마자. 지인들의 영화관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서준아. 엄마 아는 사람들도 서준이 영화를 보고서 깜짝 놀랐다고 연락이 오고 있어.”

“왜요?”

“영화도 정말 눈물 쏙 빠지게 감동적이고. 무엇보다 우리 서준이의 노래 실력에 감탄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엄청 칭찬들을 많이 했어.”

엄마가 뿌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안 그래도 무수한 연락이 쏟아지고 있는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엄마, 아빠 역시 지인들에게 연락이 계속 오는 모양이었다.

매번 내가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엄마는 항상 처음 경험하는 사람처럼 기뻐했다.

저 미소를 보니 나 역시 기뻤다. 쉬지 않고 작품을 달릴 수 있는 원동력에는 엄마, 아빠의 저 미소가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엄마가 느끼기에는 우리 서준이가 금동이를 찍을 때만큼 사람들에게 난리가 난 것 같아.”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지금도 여기 보면 연락들이 엄청나게 많이 오고 있어요.”

내가 웅웅 진동이 오고 있는 핸드폰을 보여주자. 엄마가 그만 웃고 말았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나는 어제 아빠에게 들은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아빠 회사에서도 단체로 제 영화를 보러 간다고 들었어요.”

“엄마도 들었어. 아빠 회사 사장님이 퇴근 시간도 당기고 단체로 영화 예매를 해두었다고 하시던데?”

그랬다.

아빠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사장이나, 동료 직원들까지 아기 때부터 나를 봐온 사람들이었다.

‘금괴소동’이야 분량이 있다지만 조연으로 출연했던 영화였다. 그렇기에 아빠 회사에서 단체 관람을 해야 한다는 말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보고 와서 재밌었다고 소감을 말하는 동료들은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무려 차서준 단독 주연의 영화가 아니던가. 심지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상까지 받은 영화.

“서준아. 아빠에게 그 이야기도 들었니?”

“어떤 거요?”

“심지어 예매한 표도 전부 회사에서 비용을 냈다고 했어. 우리 서준이를 보러 가는 일인데 사장이 안 내면 누가 내냐면서.”

그것도 들었다. 심지어 그냥 영화만 봐서 되겠냐면서 콜라와 팝콘까지 통 크게 쏜다고 했다고.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끝나고 회식도 한다고 했다.

덕분에 아빠는 처음으로 내가 찍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내가 엄마를 바라보았다.

아빠는 영화관에서 아들이 나온 영화를 볼 텐데. 엄마는 동생들 때문에 영화관을 갈 시간이 없었으니까.

“엄마.”

“응?”

“엄마도 제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고 싶지 않으세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마의 손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마치 내가 이런 말을 꺼낼 줄 예상했다는 듯이.

“서준아. 엄마는 영화관도 좋지만. 집에서 이렇게 우리 서준이랑 하준이, 하윤이. 우리 가족들과 함께 편하게 보는 것도 좋단다.”

“엉!”

“어엉!”

엄마의 말에 동조라도 하듯 하준이와 하윤이가 손을 바둥거린다.

TV에 형이 나올 때면.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뚫어져라 보는 하준이었다. 어느새 하윤이도 태어나 그 옆에서 똑같이 따라 하고 있었고.

그런 동생들을 볼 때면. 엄마의 말처럼 굳이 영화관을 가지 않아도 아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래도 영화관의 빵빵한 사운드에서 제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그게 좀 아쉬워요.”

대형 스크린과 몸을 울리는 빵빵한 사운드와 함께하며 ‘목소리’를 보지 못한다는 것 정도?

그런 내 말도 예상했음일까. 이번에는 엄마가 나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인다.

“대신 우리 서준이가 직접 들려주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영화관에서 듣는 것보다 엄마는 더 기쁠 것 같은데?”

“엉!”

“어엉!”

엄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말을 알아들은 하준이가 좋다면서 박수를 쳤고.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하윤이가 따라 한다.

“네! 그럴게요!”

대답을 마친 내가 재빨리 기타가 있는 방으로 뛰어갔다. 이어지는 시간은 ‘목소리’에서 부른 노래 메들리 미니 콘서트였다.

*

처음 예정되었던 스크린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상영관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른 영화보다 압도적으로 예매율이 높은 상황에 상영관이 늘어난 것.

그 결과.

“어, 얼마라고요?”

“첫날 관객수 50만 명을 넘었고. 주말 이틀 동안 누적 관객수가 100만을 넘었단다.”

헐. 첫 주말 스코어가 100만이라고?

영화 ‘목소리’의 손익분기점이 100만이었다. 각종 화제성 덕분에 넘어설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손익분기점을 단 이틀 만에 넘어서버릴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대박이 났네요?”

“아니지. 초대박이 터진 거지.”

예상보다 훨씬 큰 대박이 터졌다. 분명 매진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잘될 거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나온 결과는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축하한다. 서준이 너 혼자 힘으로 이룬 결과니까.”

“다 삼촌이 옆에서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고맙습니다 삼촌.”

“녀석.”

서도현의 말처럼 차서준 단독 주연의 영화였다. 나를 제외하면 주연 배우가 없다는 뜻. 그렇기에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내 영화를 찾아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일단 시작은 최고의 스타트를 끊었어. 배우 차서준의 영화. 그것도 단독 주연으로 이 정도 성적을 거두다니.”

아마 서도현 역시 이 소식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을 터였다. 예상보다 높은 관객수보다 내가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기쁜 모양.

하지만.

영화 ‘목소리’의 앞길에 마냥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었다.

“경쟁작이 개봉하기 전까지 부지런히 성적이 나와야 될 것 같아요.”

“그건 그렇지. 다만 지금 관람객들의 평도 좋고. 입소문도 꾸준히 퍼지고 있으니. 삼촌은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들고 있는데.”

기다리고 있는 문제는 경쟁작의 개봉이었다. 영화 ‘목소리’의 개봉일로부터 정확히 10일 뒤. 미국에서 제작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첩보 액션의 대가라고 불리는 브리츠너 감독. 심지어 그 영화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이었다.

1, 2편 이후 3년 만에 제작된 3편에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 예고편에서도 끝내주는 액션 씬이 나와 기대하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직 개봉까지 일주일 정도 남았고. 3년 만에 후속편이 제작되었다는 건. 그만큼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니까.”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서도현에게 엄살처럼 말하긴 했지만. 사실 크게 걱정하고 있지는 않았다.

과거 김도경 시절에도 해외 블록버스터 대작들이 미끄러지는 경우를 많이 봤으니까. 특히나 제작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많은 영화들은 특히나 더 그랬다.

“재촬영을 무려 3번이나 하고. 또 이번에는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갔으니. 어디든 간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거든.”

“브리츠너 감독이 신경질 내면서 인터뷰하는 걸 저도 봤어요.”

다만 예상대로 정말 영화가 잘 뽑혔다면. 10일차부터는 관객수 증가 추이가 확 꺾일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일주일이나 남은 경쟁작 개봉을 걱정하기엔.

“그런데 괜찮아요 삼촌. 우리 영화가 진짜 대박 났잖아요. 전 지금 그것만으로도 정말 기뻐요.”

‘목소리’의 현재 성적이 너무나도 좋았다. 일단 실관람객들의 평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볼까 말까 고민하던 이들조차도 그 후기에 영화관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

- 꼭 영화관에 가서 보셈. 마지막에 차 배우의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 흘리고 있음.

- 손수건 챙기는 거 잊지 마세요. 진짜 영화 마지막에 같이 간 엄마가 펑펑 울어서 옆에 계시던 분이 휴지를 주셨어요.

- 그렇다고 무조건 슬픈 영화는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음. 스포 때문에 자세히는 말할 순 없지만. 마지막에 확 터지는 영화니까.

- 2회차 관람을 하면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영화에요. 시간 되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더 보세요.

그렇게 싱글벙글하던 내 미소가 굳어버린 건.

“아, 맞다. 서준이 너 공약 관객수가 몇이라고 했지?”

서도현이 이번에 내건 관객수 공약에 대해 물어봤을 때였다.

“500만이요. 그것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제곡으로 음방 활동하기로 했어요.”

“안 그래도 그 소식을 듣고 홍보팀장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공약 말한 다음 날에도 서준이 널 격하게 반겼던 것 같은데.”

그랬다.

공약을 내건 다음 날. 회사 문을 열고 내가 등장하자마자. 받고 있던 전화도 끊은 채, 함박웃음을 지은 홍보팀장이 한걸음에 내게 달려왔었다.

500만은 무조건 넘을 것 같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당장 홍보 준비를 해야겠다면서 말이다.

“서준이 네 공약 때문에 지금 방송국 피디들의 전화가 끊이질 않고 있어.”

“자기 방송에 먼저 나와달라고요?”

“그래. 이번에 노래 끝내주고 뽑혔고. 주말 성적으로 보아선 공약으로 내건 500만이 마냥 불가능이 아닌 상황이니. 언제 넘어서느냐 시간문제일 뿐이지.”

영화가 개봉함과 동시에 공개된 영화 주제곡 ‘GOOD BYE'가 실시간 차트를 점령한 상황이었다.

일단 첫 무대를 잡기만 하면 시청률을 확 땡길 수 있을 테니. 아마 지금도 서도현의 핸드폰에는 애원하는 음악 방송 피디들의 연락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을 터였다.

이렇듯 500만 관객을 돌파하면 예정에도 없던 음악 방송에 나가야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가 웃고 있는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다.

“삼촌. 고마워요. 정말로요.”

“뭘. 당연히 소속 배우를 위해 대표가 해야 하는 일을 한 것뿐인데.”

캐스팅 과정에서 서도현이 러닝 개런티 계약을 썼기 때문이었다.

손익분기점이 100만인 ‘목소리’의 현재 성적으로 봤을 때.

“서준이 너 이번 영화로 부자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돈방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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