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100화 (100/220)

100화

내 단독 주연 영화 ‘목소리’의 개봉 하루 전. 홍보를 위해 촬영한 ‘소소한 하루’의 방송을 앞두고 있었다.

이미 소식을 접한 팬들은 ‘소소한 하루’가 시작될 10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이번에 영화를 시나리오 단계서부터 주우정 감독과 차 배우가 같이 만들었대요. 집필이야 감독이 했지만. 영감을 위해서 같이 버스킹도 하면서요.

└ 그래서 오늘 ‘소하’만 기다리고 있는 중. 제작 비하인드 썰이랑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푼다고 하고. 또 버스킹 영상까지. 완전 진수성찬임. ㅋㅋㅋ

└ 우리 엄마는 아까부터 앉아서 기다리시는 중. 나보고 나가서 치킨이랑 맥주 좀 포장해오래. ㅠㅠ

└ 그나저나 다들 영화 예매는 하셨나요? 저 이렇게까지 매진되어버릴 줄 모르고. 어제 확인했더니 주말에 좋은 시간대에는 남은 자리가 하나도 없어요. ㄷㄷ

└ 저도 그래서 엄마랑 화요일에 퇴근하고 심야 영화로 보려고요. 다음 날은 그냥 연차 쓰고 우리 차 배우 보러 갈 생각이에요.

이렇듯 ‘목소리’와 관련된 썰들을 보기 위해. 차서준의 팬이라면 누구나 곧 시작될 방송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나와 주우정 감독이 나온 ‘소소한 하루’를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엄마, 아빠가 그 주인공이었다. 내가 왜 그렇게 기다리는지 물어보자. 엄마가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사실 엄마는 많이 궁금했어.”

“어떤 것이 궁금하셨어요?”

“우리 서준이가 촬영이 끝나고 오면. 그날 있었던 일을 엄마, 아빠에게 말해주었잖니. 그래도 깜짝깜짝 놀랄 만한 모르는 일들이 자꾸만 생겨서 궁금했단다.”

아빠도 옆에서 맞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얼마 전에 있었던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 소식을 동료들에게 들은 경험 때문인 것 같다.

“아빠도 서준이가 자세히는 이야기해주질 않아서 엄청 궁금하긴 했어. 우리 아들이 귀요미 버스커란 것도 나중에 엄마가 영상을 보고서 알았잖아.”

안 그래도 엄마에게 깜짝쇼를 하긴 했었다. 하준이, 하윤이의 요청으로 노래를 불러주는데. 엄마가 나에게 ‘서준아. 혹시 이거 서준이 너 맞니?’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으니까.

그때 고개를 끄덕이는 날 보면서 엄마가 어찌나 놀라던지. 엄마에게 미리 말하지 않은 대가로 노래를 잔뜩 불러주기도 했었던 나였다.

“아빠 말이 맞아. 이제는 우리 서준이가 혼자서도 다 잘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부모 마음이라는 게 걱정이 많이 되는 거란다.”

6살에 데뷔한 이후. 9살이 된 지금은 5작품이나 필모에 쌓은 배우가 되었다. 심지어 개봉을 앞둔 ‘목소리’를 제외하곤 4작품들이 모두 대박이 터졌다.

그러니 어느 순간부터 나를 믿고선. 뒤에서 그저 묵묵하게 응원만 해준 엄마, 아빠였다.

오히려 자신들이 잘 모르는 분야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아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하면서.

“앞으로는 엄마, 아빠가 깜짝 놀라지 않게. 기쁜 소식이 있으면 바로바로 말씀드릴게요.”

내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엄마가 방긋 웃는다.

“고마워. 지금까지 우리 서준이가 잘해왔듯이. 앞으로도 잘할 수 있지? 엄마, 아빠는 항상 우리 아들 뒤에서 묵묵히 응원할게.”

“네! 사실 엄마, 아빠가 있어서 오늘날의 아역 배우 차서준이 있을 수 있었어요. 사랑해요.”

“엄마도 우리 서준이 사랑해.”

그렇게 엄마와 내가 서로 꼬옥 안자.

“마아! 엉아!”

“마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하준이와 하윤이가 자신도 껴달라는 듯 손을 바둥바둥 뻗었다.

“어이쿠. 우리 하준이, 하윤이는 아빠가 안아줄까?”

아빠가 하준이와 하윤이를 양팔로 번쩍 안으며 볼뽀뽀를 했지만.

“뿌우!”

“뿌!”

나와 엄마 사이에 껴야 한다는 듯 볼을 빵빵하게 불리는 동생들 때문에 시무룩해진 아빠였다.

그런 아빠와 동생들의 콩트에. 나와 엄마는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렇게 떠들다 보니. 어느새 ‘소소한 하루’의 방송이 시작되었다.

-헐. 여기가 진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상까지 받은 목소리의 시나리오가 탄생한 작업실이라고요?

주우정 감독의 작업실을 방문한 김우승이 멍한 얼굴로 작은 방 안을 둘러본다. 그리고 TV로 그걸 보던 엄마 역시 놀란 얼굴이 되었다.

엄마, 아빠 모두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몇 번이나 주우정 감독을 만난 적이 있었으니까. 저런 곳에서 지냈을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한 모양이었다.

“저번에 감독님이 말한 작업실이 저기니?”

“네. 20대 때부터 영화감독을 꿈꾸면서 상경한 뒤 머무른 곳이랬어요. 몇 년 전부터는 작업실로만 썼고요.”

“어머. 젊었을 적에 엄청 고생하셨네. 저번에 더 맛있는 것들을 차려드렸어야 했는데.”

“괜찮아요. 그때 너무 잘 먹었다고 감사하다고 했잖아요.”

안 그래도 베를린에 가기 전에 엄마가 주우정 감독을 초대해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도 했었다.

처음으로 아들을 단독 주연으로 영화를 찍는 감독님이기에 한 번 만날 겸 집으로 초대해 식사자리를 가진 것이다.

“감독님이 조만간 하준이, 하윤이를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러니?”

“네. 베를린에서 동생들 선물도 샀거든요.”

“그러면 조만간 날을 잡고 다시 저녁 식사를 한 번 대접해야겠네.”

주우정 감독이 처음 만난 하준이, 하윤이를 보면서 얼마나 귀여워하던지. 심지어 베를린에서 동생들 선물부터 산 주우정 감독이었다.

다음에 만날 때 꼭 주겠다면서 말이다. 다만 그 목표가 실현되지 못한 건. 베를린에서 돌아온 이후 너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일정 중 하나인 ‘소소한 하루’의 방송이 계속 이어졌다. 어느새 대화 주제는 영화 ‘목소리’의 탄생에 관해 말하고 있었다.

-처음 생각했던 영화 내용은 그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서준이와 함께 버스킹을 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어떻게?

-나만 만족하는 예술이 아닌. 관객들이 표값을 내고 극장에 들어왔을 때 만족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 나 혼자 만족하자고 투자받아서 영화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버스킹을 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신 거네요?

-네. 사실 서준이가 아니었더라면. 영화를 위해서 버스킹까지 하는 노력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이번에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의 기적 같은 건 벌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소소한 하루‘를 보는 엄마, 아빠의 입가가 점점 올라간다. 어찌 안 그럴 수 있을까.

시작부터 지금까지 영화 ’목소리‘의 은곰상 수상에는 단독 주연으로 참여한 차서준의 공이었다는 말만 하고 있는데.

저걸 촬영할 때에는 몰랐는데.

“서준아. 감독님이 우리 서준이를 엄청 좋아하시네?”

“그러게. 아까부터 우리 서준이 칭찬만 엄청 하고 있는데?”

그랬다.

익숙해진지라 같이 대화를 나눌 때에는 정말 몰랐었다. 어느새 주우정 감독의 입에서도 ‘우리 서준이’ 하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아빠가 열심히 곁눈질로 보고 있던 핸드폰 화면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 주우정 감독님 그 병 초기 증세 아니에요?

└ 무슨 병이요?

└ 우리 서준이 병이요. ㅋㅋㅋㅋㅋ 연사모 형들이 처음 차 배우를 만났을 때 다 저랬잖아요. 그러다가 점점 친해지다가 만들어진 게 연사모고. ㅋㅋㅋ

└ 맞네. 그런데 내가 주우정 감독이여도 저랬을 듯. 저 열악한 곳에서 지내면서. 주변 지인 감독들 다 데뷔해서 성공해나가고 있는데. 자기는 몇 년 전까지 저 안에서 노력만 했다는 거잖아. ㄷㄷ

└ 그 인내의 끝이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그것도 2등상이나 마찬가지인 심사위원대상임. ㅋㅋㅋ 거기에 영화가 아직 개봉 직전임.

└솔직히 지금 사람들의 관심이나 표 예매 상태를 보면 대박 날 거 같긴 해요.

“서준아. 여기 사람들 반응도 아빠랑 비슷한 거 같아.”

아빠가 그렇게 말하는 사이. 화면 속 주우정 감독이 말을 이었다.

-사실 영화 목소리가 정말 오랫동안 고민한 작품이에요. 그래서 지금보다 더 많이 준비하고 작업해서. 나중에 서준이가 성인이 되고 나면. 그때 다시 한번 서준이를 주연으로 영화 한번 찍어보고 싶네요.

“어머. 감독님이 우리 서준이랑 또 작업하고 싶다네?”

“네. 안 그래도 베를린에서도 계속 저 말을 했었어요. 그냥 다음 작품이 아니라. 감독님이 제 작품들을 보면서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요. 제가 성인이 되면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고 했어요.”

내 말에 엄마의 눈이 동그래진다. 주우정 감독과 어린 차서준의 단독 주연 영화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탔다.

그렇다면 다시 몇 년을 준비한 주우정 감독과, 이번에는 성인이 된 배우 차서준의 만남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그 기대감이 벌써부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다.

어느새 ‘소소한 하루’ 속 주우정 감독과 내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TV 화면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날 멍하니 보고 있는 아빠의 핸드폰 화면에는. 실시간으로 난리가 난 사람들의 반응이 올라오고 있었다.

└ 저는 사실 영화 예고편이 기계로 엄청 만져서 나온 결과물인 줄 알았거든요? 보통 음악 영화들이 그렇잖아요. 그런데 차서준은 진짜로 잘 부르네요?

└ 이미 ‘소하’ 촬영 당시의 버스킹 영상도 올라왔어요. 다시 봐도 우리 차 배우 가창력이 미쳤네요. ㄷㄷ

└ 대체 못 하는 게 뭐지? 심지어 베를린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도 선보이지 않았음?

└ 그거 6살에 데뷔한 이후 계속해서 공부했대요. 그런데 노래는 그냥 타고난 듯? ㅋㅋㅋㅋㅋ

└ 만능 엔터테이너의 표본이 이런 것이다. 이걸 차 배우가 보여줌.

└ 안 그래도 팬클럽에서는 노래 좀 내달라고 애원하고 있어요.

엄마야 낮에 종종 동생들을 위해 콘서트를 여는 나 때문에 알고 있었지만. 아빠는 내가 저렇게까지 노래를 잘할 거라곤 예상치 못한 모양이었다.

아빠 앞에서 저런 종류의 노래를 부를 일이 없었으니까.

거기에 ‘귀요미 버스커’로 활동 당시에도 고음을 질러야 하는 노래 같은 건 부르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TV 너머로 흘러나오는 내 노래에는 소름 돋게 만드는 고음이 있었다.

“이러다가 우리 아들 음악 방송에도 나오는 거 아니야?”

TV 속에서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노래를 부르는 날 보면서 한 아빠의 말에. 나는 그만 흠칫 놀라고 말았다.

*

영화 ‘목소리’가 드디어 개봉했다. 몇몇 극장에서는 주말에 상영되는 표들이 매진 행렬을 이루는 상황이었다.

“서준아. 너 정말 괜찮아?”

안다. 김우승이 무얼 걱정하고 있는지. 저기 옆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김정범만 보더라도 무엇 때문에 그런지 알 수 있었다.

“서준이 너 이번에 관객수 공약 걸었다면서.”

“그게 다 저기 있는 정범이 형 때문이에요.”

“왜? 괜히 가만히 있던 나 가지고 물귀신 작전 펼치고 그러면 안 된다.”

“괜히 금괴소동 때 춤 공약을 거는 바람에. 이번에도 정범이 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공약을 걸 수밖에 없었어요.”

마치 오랫동안 함정을 파두고 기다렸다가 성공한 사냥꾼처럼. 김정범이 낄낄 웃으며 기뻐한다.

확 웃다가 넘어져라.

“아니. 이번에는 서준이 너 혼자 올라갔잖아. 나는 정말 무죄라니까?”

그랬다.

언론 시사회가 있었던 날.

“저번 춤 공약이 정말 뜨거운 반응을 얻었는데요. 그러면 이번에도 관객수 공약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기어코 이런 질문이 나오고 말았다. 질문을 던진 기자야 기사 한 줄이라도 더 추가하기 위해 던진 질문이었지만. 그 질문을 맞은 개구리는 꽥! 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모두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 입만 바라보고 있는데. 거기서 김이 팍 새는 대답을 할 수는 없었으니까.

결국.

“몇만 관객 공약이라고?”

“500만이요.”

그냥 통 크게 질렀다.

아무리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탔다곤 하나. 500만 관객이라는 목표는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목소리’가 개봉된 10일 뒤에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경쟁작.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생각한다면 더욱더.

그래서 마음 놓고 편하게 500만 관객이라는 공약을 질러버렸다.

“서준이의 첫 음악방송 출연이라. 벌써부터 기대되는데?”

김정범의 웃음 섞인 말을 애써 무시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설마 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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