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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92화 (92/220)

92화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잘 먹는 친구들’ 출연을 결심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작가님들이 직접 검증한 식당을 가서. 맛나게 먹으면서도 출연료까지 받는다고?!”

이런 반응이 절로 나오게 만들기 충분했으니까. 심지어 나를 섭외한 뒤에 국밥집처럼 섭외 거절을 하던 사장님들에게 다시 한번 출연 요청을 했다고 한다.

결과는?

“차서준 효과라. 맞는 말이지. 서준이 네가 출연을 결정한 이후로 섭외된 곳들이 있다고 하니.”

지금까지 계속 거절하던 곳들 중 두 곳이 더 섭외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금동이가 온다는 말에 사장님들이 흔쾌히 수락했다면서.

대신 요구사항이 하나 있었다. 바로 촬영이 끝나고 사인, 그리고 사장님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 그 정도야 문제도 아니었다.

“저 촬영할 때 가면 작가님들이 엄청 잘해줘요.”

“당연하지. 지금 서준이 네가 금동이가 아니라 금덩이나 다름없을 테니. 갑자기 빠진 구멍을 메우다 못해 대박을 치게 만들었는데.”

“박규용 선배님의 빈자리 때문에 PD님 고민이 엄청 컸다고 들었어요.”

“그렇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 제작진 측에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하더구나.”

서도현의 말처럼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긴 했다. 특히나 ‘잘 먹는 친구들’의 핵심 포지션을 맡고 있던 박규용의 빈자리를 메우는 일은.

모든 예능이 그러하듯. 특히나 방송과 관련이 없는 일반인 사장님을 모시고 방송 분량을 뽑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먹는 것도 그랬다. 그냥 우물우물 먹는다면 시청자들을 잡아둘 수 없다. 보기만 해도 와, 나도 저거 먹고 싶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어야만 했다.

나도 몰랐는데. 이 모든 것들에 재능이 있었단다.

“서준이 네가 나온 편의 시청률이 기존보다 무려 50프로나 뛰었단다. 화제성으로 보아하니 이번 주에는 더 높아질 거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고.”

“제가 오랜만에 나와서 터진 일시적인 거 아닐까요?”

“아니. 그랬으면 제작진 측에서 저렇게 나올 리가 없지. 거기 피디가 계속해서 고정 멤버로 나와 줄 수 없냐고 애걸복걸하는 중이다.”

정체되었던 시청률이 확 뛰었단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방송이 나간 이후에도 각종 커뮤니티에서 관심이 끓어오르고 있는 중이라고.

무엇보다.

아역 배우 차서준 효과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방송이 나간 뒤 출연한 가게가 몇 시간씩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곳이 되어버린 것.

방송사, 사장님. 마지막으로 나 역시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었다.

“삼촌. 사실 이번 촬영을 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먹는 방송이 좋은 점이 하나 있더라고요.”

“어떤 점이 좋은데?”

“어제 촬영하고 온 집 있잖아요. 거기 내일 엄마, 아빠랑 가기로 했어요. 방송 나가기 전에 얼른 가서 먹고 오려고요.”

한입 딱 먹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이 동그래지고 말았다. 그다음 떠오른 생각이 촬영도 중요하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여기 와서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

촬영이 모두 끝난 뒤에는 서도현도 생각나서 포장도 해왔었다.

“안 그래도 서준이 네가 촬영 끝나고 포장해온 거. 어제 도윤이랑 정말 맛있게 먹었다.”

“뭘요. 사실 나중에 시간 나면 도윤이랑 같이 가자고 하려다가. 요즘 삼촌이 정말 바빠 보여서 그럴 시간이 없다는 걸 떠올리곤 포장해온 거예요.”

엄마, 아빠는 내일 가기로 했으니 서도현과 매니저인 수진 누나 것만 포장했다. 형들은 나중에 여행 겸 내가 나온 것들을 같이 가자고 했으니.

촬영 간 곳의 메뉴가 떡갈비였는데. 기존에 내가 알던 것과 다른 엄청 맛있는 집이었다. 가격이 깜짝 놀랄 만큼 비싸긴 했지만. 맛은 그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내가 당장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서 내일 꼭 가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거리가 멀었기에 하룻밤 자고 오기로도 했다.

부디 동생이 밤에 잘 자야 할 텐데.

*

다음날.

우리 가족은 씽씽이를 타고 이틀 전 촬영을 했었던 떡갈비 집을 향해 출발했다.

단순히 맛집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간 김에 주말 가족 여행까지 하고 오려고 예약까지 모두 마쳐두었다.

“서준아. 그렇게 맛있었니? 엄마, 아빠랑 오늘 꼭 가야된다고 말할 정도로?”

“네! 한입 딱 먹는 순간. 아, 여기는 꼭 엄마, 아빠를 데리고 와야겠다. 이런 생각이 확 들었어요.”

조수석에 앉은 내 말에 엄마가 웃음을 터트린다. 엄마 옆 카시트에 앉은 하준이 역시 화목한 차 안 분위기에 만족하고 있는 모양.

“내일 저녁에 방송 나가고 나면. 진짜 한참을 운전해서 거기에 도착해도 못 먹을지도 몰라요. 저번에 나왔던 국밥집처럼요.”

“안 그래도 아빠도 들었어. 서준이가 나온 그 국밥집의 단골손님이 올린 사연. 회사 사람이 보여줘서 봤는데. 그거 보고 엄청 웃었거든.”

나도 듣긴 했다. 사실 거기가 워낙 맛있는 집이라 인근 사람들에게는 알음알음 알려진 곳이었다고 했다.

그랬는데.

‘잘 먹는 친구들’ 방송에 나온 이후 전국적인 맛집이 되어버렸다. 기존 자주 찾아가던 단골들도 먹지 못하게 되는 웃지 못 할 사연까지 생겨버리면서.

[단골 맛집을 잃어버린 사연에 대하여···]

지난주에 ‘잘 먹는 친구들’을 통해 소개된 수육 국밥집 있잖아.

거기가 내 단골집이었거든. 식사 시간이면 웨이팅이 조금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 외 시간에는 널널하게 먹을 수가 있었다고.

거기 사장 할머니가 절대로 방송에 안 나간다고 하셔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금동이가 온다는 소식에 수락을 하고 마신 거지.

단골의 입장에서 그 집이 초대박이 나서 기쁘긴 한데.

이제는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다··· ㅠ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만이 알고 있던 동네 맛집을 차 배우에게 뺏겨버렸구만.

└ 금동이가 온다는데 어떻게 참겠냐고. 그런데 거기 진짜 그렇게 맛있음? 차 배우 먹는 거 보니까 나도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데.

└ ㅇㅇ 국물 맛이 진짜 진하고 기가 막힘. 집사람이랑 가서 운전 부탁하고. 수육 주문한 다음에 소주 한 잔 딱 마시면 그게 행복이었는데. 행복을 잃어버렸다···

└ 개웃기네 ㅋㅋㅋㅋ 안 그래도 방송 나간 이후에 사람들이 미친 듯이 몰려왔다곤 하더라. 할머니께서 맛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셔서 하루에 팔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는데. 저녁도 되기 전에 재고가 다 떨어진다던데?

└ 그래서 이제 못 가. 어제도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서 갔다가 빈손으로 되돌아옴. ㅠㅠ

└ 무섭다. 우리 동네에도 진짜 아는 사람만 아는 맛집 하나가 있는데. 여기는 지방에다가 다소 비싼 메뉴인 떡갈비니까 안 오겠지? 차 배우 효과가 진짜 장난 아니네. ㄷㄷ

‘잘 먹는 친구들’을 통해 방송을 탄 이후. 하루아침 사이에 단골 맛집을 잃어버렸다고 하소연이 올라왔단다.

아빠도 회사 동료가 보여줘서 그걸 본 모양. 나도 처음 보고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아빠! 피곤하지 않으세요?”

“그럼. 아빠는 서준이 덕분에 하나도 피곤하지 않은 걸?”

오늘 가는 떡갈비 집이 제법 거리가 멀었다. 식사 한 번 하자고 내려갔다 오기엔, 몇 시간을 운전해야 하는지라 아예 가족여행으로 숙소도 잡았다.

“하준아. 오늘 형이랑 울지 말고 잘 자자. 알았지?”

“엉!”

엄마가 나를 언급하며 동생에게 말하자. 알겠다는 듯 천사처럼 방긋 웃으며 형을 부르는 동생이었다.

잠시 후.

점심시간이 지난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가게 주차장에 자리가 많았다.

“할머니! 약속한 대로 저 왔어요!”

“어이쿠. 금동이 왔구나. 엄마, 아빠랑 온다고 하더니만. 정말로 왔네.”

사실 촬영 때 다시 오겠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그저 방송용 멘트인 줄 알았던 모양.

가게 문을 열고 사장님을 찾자. 활짝 웃으며 금동이라고 반긴다. 그런 사장님 너머엔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 큼지막하게 걸려있었다.

“촬영 때 먹었던 그대로 주세요.”

메뉴는 따로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먹친 형들이랑 같이 먹었던 것들을 그대로 먹으면 될 테니까.

“자자, 여기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요. 내가 정말 맛있게 만들어서 가지고 올 테니까.”

정갈하게 깔린 밑반찬을 맛본 엄마의 눈이 동그래진다. 맛집의 기본은 반찬부터 맛있는 법이었으니까.

“서준아. 정말 맛있는데?”

“그죠? 제가 그래서 엄마를 여기에 꼭 모시고 오고 싶었어요.”

안 그래도 이제 막내가 나올 날이 다가오고 있는 엄마였다. 아기가 태어나면 다시 집 밖으로 나올 시간이 없을 테니. 그전에 꼭 데리고 오고 싶었다.

“자, 나왔으니 맛있게 드세요.”

사장님이 가지고 온 떡갈비를 지글지글 불판 위에 굽는다. 그 고소한 냄새에 엄마 품에 있던 동생도 자기도 달라는 듯 손을 쭉쭉 뻗는다.

“하준아. 하준이는 아직 어려서 먹으면 안 돼요. 대신 엄마가 맘마 줄게. 맘마 먹자.”

떡갈비가 노릇노릇하게 익는 동안. 엄마는 동생을 품에 안고 맘마를 먹였다.

그리고.

다 익은 떡갈비를 젓가락으로 톡톡 잘라 입에 넣는 순간.

“어머!”

“와.”

엄마와 아빠의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터졌다. 나도 잘 알지 저 기분. 그냥 다 같은 떡갈비가 아닌가 싶은데. 입에 넣는 순간 살살 녹는 고기와 씹히는 식감. 그리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끝내주는 맛까지.

“맛있죠? 여기 내일 저녁에 방송 나가고 나면. 다음에는 이렇게 못 먹을지도 몰라요.”

내일 저녁 ‘잘 먹는 친구들’에 나올 예정이었다. 내가 출연하게 되면서 새로 섭외된 맛집들에 급하게 촬영을 왔기 때문이었다.

‘차서준 효과’라고 해서 내가 나온 이후로 출연한 가게들은 몇 시간씩 대기줄을 서야 하는 상황.

그전에 이렇게 와서 엄마, 아빠와 같이 먹고 싶었다. 실제로 몇 시간을 달려온 피로조차 사르르 녹는 아빠의 얼굴을 보니. 참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 돼요.”

“크흠.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순간 술 한 잔을 떠올렸던 아빠였지만. 볼록 나온 엄마의 배를 보고선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가족 여행 겸 여기까지 왔는데. 낮부터 술을 마셔서 여행을 끝낼 순 없으니.

그런 아빠를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빠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더 크면 대신 운전해 줄게요.

*

한 달을 약속했던 ‘잘 먹는 친구들’의 촬영이 모두 끝났다.

“안 그래도 김 PD가 계속해서 제발 한 달만 더 해달라고 애원하던데.”

“안 돼요. 삼촌도 알잖아요.”

“그렇지.”

네 곳의 숨은 맛집들을 방문하는 동안. 나 역시 가장 만족스러운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세상에, 돈을 받으면서 맛난 걸 먹는다고. 이보다 더 좋은 촬영은 없을 테니까.

심지어 따로 오바를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입 안에서 느껴지는 맛을 그대로 표현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복스럽다고, 나도 저기서 먹고 싶다고 해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더 이상의 출연을 연장하지 않은 건.

“이제 곧 동생이 언제 태어날지 모른단 말이에요. 그때까지는 엄마 옆에 있을 거예요.”

“잘 생각했다. 그런 프로들이야 서준이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잡아줄 수 있으니까.”

막내가 태어날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저번 하준이가 태어날 때에는 인터뷰를 하느라 엄마 곁을 지키지 못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가슴이 철렁하던지. 이번에는 엄마 옆에서 하준이를 잘 챙겨야겠다고 다짐한 나였다.

서도현과 만나고 집에 돌아오니.

“엉! 어엉!”

“우리 하준이 엄마 말 잘 듣고 있었어?”

“엉!”

동생이 두 팔을 바둥거리며 나를 반긴다. 어젯밤 형이랑 둘이 자자고 해도 그렇게 싫다면서 울며 엄마만 찾더니만. 밤새 꿀잠을 자면서 다 잊었는지 나를 보며 방긋 웃는다.

이상하다. 내가 집에 온 소리도 들었을 텐데. 동생이 거실 바운서에 누워있는 걸 보면 방 안에서 주무시는 것 같지도 않은데.

“서준이 왔니?”

안방에서 나오는 엄마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설마?

“엄마!”

“서준아 놀라지 말고. 아빠가 곧 오실 거야. 서준이가 집에 왔다고 하니까 아빠도 안심하고 천천히 차 끌고 오신다고 했어.”

언제 엄마에게 진통이 올지 몰라 차를 끌고 출근하는 아빠였다. 진통 시작이 내가 집에 도착하기 전부터 시작된 모양,

“우리 하윤이가 이제 곧 오빠들 보러 나오겠네?”

엄마가 안심하라는 듯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집에 도착한 아빠와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하준이가 태어날 때 머물렀던 방을 받았다.

“엄마 다녀올 테니까. 하준이랑 잘 있어야 돼. 하준이도 울지 말고 형이랑 아빠랑 잘 있고. 알았지?”

“마아!”

동생도 무언가 느꼈음일까. 걱정 말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든다.

그 작은 손과 내 손을 잡아준 뒤. 엄마는 분만실로 향했다.

잠시 후.

우리집 막내.

하윤이가 세상에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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