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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78화 (78/220)

78화

다음 날.

구름엑터스 대표실을 찾아간 나를 반긴 건 흥분한 얼굴의 서도현이었다. 저런 표정을 하고 있을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도착하기 전에 주우정 감독이 다녀간 모양.

안 그래도 회사에 발을 들이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온 직원들 덕분에. 주우정 감독이 이른 아침부터 다녀갔단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서준아. 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기에 주우정 감독이 안달이 난 거냐?”

“삼촌이 마법을 보여주고 오라면서요.”

“그러긴 했는데. 거참. 주우정 감독이 그렇게 흥분한 모습은 오랜만에 본 것 같아서.”

서도현도 내가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홀로 보냈던 거였다. 물론, 그 전에 배우와 단둘이 만나고 싶다는 주우정 감독의 요청도 있었겠지만.

중요한 건.

“삼촌 말처럼 마법을 보여주고 왔어요. 주우정 감독님이 홀딱 홀릴 만한 마법을요.”

서도현의 말처럼 마법을 보여주었단 말씀. 어제 내 노래 메들리가 끝나고. 정신을 차린 주우정 감독이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었다.

“차 배우. 이거였어요. 내가 찾던 목소리가. 그런데 아직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거 같은데. 차 배우 생각은 어때요?”

‘음악’을 주제로 한 영감을 떠올린 다음. 주우정 감독이 한 일은 온갖 영상들을 찾아보는 일이었다.

하나에 꽂히면 정신줄을 놓는다는 표현을 할 만큼. 한 분야만 파는 주우정 감독이기에, 아직 날 것 그대로인 내 목소리에서 조금의 아쉬움을 느낀 것.

“아, 물론 지금 당장 하자는 말은 아니에요. 주말 연속극을 하고 있단 소식은 나도 들었으니까. 지금 차 배우의 목소리를 듣고 떠오른 것들을 정리하고. 또 준비하려면 몇 달이 필요하니. 촬영이 마무리될 쯤부터 해서 나랑 같이 준비하는 건 어때요?”

과연 저 장문의 말에 대한 대답에 내가 ‘아니요’를 외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것도 궁금하긴 했지만. 그보다 더 큰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저 눈빛이 반짝이다 못해 번쩍이는 주우정 감독이 완성시킬 시나리오는 어떤 것일까. 하는 호기심 말이다.

“좋아요!”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자신이 어디서 영감을 얻었는지. 또 어떤 컨셉의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는지에 대한 장장 연설을 들어야만 했으니까.

만약 연기에 깊은 관심이 없는 배우였더라면 도망치려 했을지도 모른다.

나?

나는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며 들었다. 진심으로 재미있었으니까. 그런 내 관심에 주우정 감독의 입이 헤어지기 전까지 멈출 줄을 몰랐다.

그 결과가 이른 아침부터 다녀가게 만든 모양이다.

“삼촌.”

“응?”

“주우정 감독 참 이상한 사람 같아요.”

“괴짜긴 하지. 뭔가에 꽂히면 주변 고려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직진하긴 하는데. 또 그 결과가 좋아요. 그러니 연락이 왔을 때 서준이 네게 말을 한 거기도 하고.”

확실히 신기한 사람이긴 했다. 나한테 노래를 요청해놓곤. 정작 노래를 부르는 내내 옆에 두었던 노트북을 꺼내더니 무언가를 바쁘게 적어가기 시작했다.

영감이 제대로 온 그 모습 때문에. 나는 타이핑이 멈출 때까지 노래 메들리를 멈추지 못했다. 덕분에 동생에게 불러주던 노래들까지 불러야만 했었다.

“일단 서준이 너는 지금 찍고 있는 금동이에 집중하면 된다. 삼촌이 알아서 주우정 감독 측과 이야기를 할 테니까.”

“네. 삼촌만 믿고 있을게요. 이야기가 정리되면 그때 알려주세요.”

신뢰가 가득한 내 말에 서도현이 미소를 짓는다. 배우가 대표인 자신에게 전적으로 보내는 믿음이 어찌 만족스럽지 않을까.

주우정 감독과의 영화는 ‘재벌가 금동이’의 촬영이 모두 끝난 다음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전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될 것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말이다.

*

한때 잠깐 주춤했던 ‘재벌가 금동이’의 시청률이 소폭 상승했다. 그렇게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드라마와 다르게. 한 가지 마무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서준아. 이거 입어야지. 밖에 엄청 추워.”

“네! 그런데 오늘 추워서 동생 데려가도 돼요?”

그랬다.

8살이 되었으니 이제 정들었던 샛별반 친구들과 이별을 해야 할 시간. 유치원 졸업식이 다가온 것이다.

“그래도 강당 안에서 진행하니까 괜찮을 거야. 그리고 하준이가 형 졸업식을 못 보면. 나중에 커서 서운해할지도 몰라요.”

그런가?

어쨌거나 동생은 아침부터 바쁜 나와 엄마를 보면서 손을 열심히 바둥바둥거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두고서 왜 이리 바쁘게 다니냐고 시위라도 하는 것처럼. 다행인 건 놀아달라고 칭얼거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여보. 서준이랑 하준이는 내가 챙길 테니까. 편하게 준비해.”

아빠는 오늘 출근을 안 했다. 금동이의 유치원 졸업식이 오늘이라는 사실이 회사에 알려진 뒤. 사장이 친히 찾아와 휴가를 주었다고 했다.

“아빠가 졸업식에 올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사실 옛날 발표회 때 아빠가 못 와서 엄청 아쉬웠었어요.”

“뭐? 정말?”

지나간 이야기에 대한 가벼운 농담에 아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빠도 오늘 우리 서준이의 졸업식을 볼 수 있어서 기뻐.”

“그런데 회사에 막 안 가도 괜찮아요?”

“그럼. 오늘 아빠가 회사에 출근하느라 졸업식에 못 가잖아? 그러면 기자들이 사진 찍어서 악덕 사업체라고 기사를 내보낼지도 모른다고 보내주었어.”

내가 그 말에 빵 웃음을 터트리자. 옆에 있던 동생이 영문도 모른 채 따라 꺄아 하고선 웃음을 터트린다.

아빠의 저 말도 일리가 있었다. 금동이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금동이었다.

그런 금동이의 졸업식에 아빠가 회사에 출근하느라 참석을 못 했다? 그다음 이어질 기사들은 회사 입장에서 상상도 하기 싫어질 터였다.

“밖에 추우니까. 우리 하준이 따뜻하게 입을까?”

“뿌우!”

두툼하게 입혔더니 조금 갑갑함이 느껴졌는지 동생이 칭얼거린다. 그럼에도 아빠는 능숙하게 동생을 달래며 옷을 벗지 못하도록 한다.

“하준아. 밖에 엄청 추워요. 지금은 불편하게 하는 아빠가 미울지 몰라도. 밖에 나가면 아빠밖에 없어요. 하게 될걸?”

“뿌우!”

물론 대화가 통할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옆에서 우루루 까꿍을 해주자. 칭얼거림도 잊고선 방긋 웃음을 터트리는 동생이었다.

“오늘 기자 많겠죠?”

“그러지 않을까? 유치원 안까지야 못 따라오겠지만. 입구에서 우리 서준이 졸업식 들어가는 모습 찍으려는 기자들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많을 거예요. 안 그래도 삼촌이 직원들과 같이 온다고 했어요.”

기자가 유치원 안까지 따라오지 못하도록. 구름엑터스 직원들이 나와서 도와줄 예정이었다.

원래는 전문 경호 업체를 쓰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장소도 아닌 유치원 졸업식이기에 직원들이 도움을 주기로 했다.

“우리 서준이가 평소에 잘해서. 직원들이 먼저 나서서 도와준다고 했다며?”

“유치원 졸업식이다 보니 들어갈 때 잠깐이면 되고. 기자들도 막 과격하게 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미 서도현이 유치원, 기자들과 이야기를 끝내두었다. 유치원 정문 앞에서 사진과 간단한 인터뷰 몇 마디를 주고받기로.

그렇게 도착한 유치원 앞에는 정말 수많은 기자진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서준아. 저기 내려주면 되니?”

“네. 옆에 계신 분이 회사 홍보 팀장님이에요.”

일부러 졸업식 시간보다 훨씬 빨리 왔다. 추운 날씨에 이른 아침부터 나와 있을 기자님들을 위해서.

“오늘 졸업식 소감 어떠십니까?”

“이제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심정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지금 ‘재벌가 금동이’의 상승세가 다시 무서운데요. 시청률 몇 퍼센트까지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온갖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대답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서 답변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지금까지 함께 생활하던 샛별반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생각에 너무 아쉬워요. 초등학교에 가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요. 오늘 졸업식 축하해주기 위해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답변과 포즈들로 30여분을 보내자.

“자자. 저희 차 배우가 감기에 걸릴지 모르니.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아직 어리니 양해 부탁드릴게요.”

홍보팀장이 재빨리 나서 인터뷰를 종료시켰다. 아무리 패딩을 두툼하게 입었다 한들. 벌써 귀가 빨개질 정도의 추위긴 했다.

유치원 졸업식은 눈물바다였다. 정확히는 나는 말똥말똥한데 샛별반 담임선생님까지 눈물을 애써 삼키고 있었다.

“서준아. 잘 가.”

“나 서준이랑 헤어지기 싫어.”

“으아앙.”

눈물바다가 된 이유에는 내가 있었다. 샛별반 친구들을 넘어 옆반 친구들조차 나와 헤어지기 싫다며 엉엉 운 것.

괜찮은 친구들도 있었다.

“삼촌이 그러는데. 서준이랑 같은 초등학교에 갈 거래.”

“맞아! 우리 사총사는 헤어지면 안 돼!”

“···같이 가야돼.”

바로 사총사들. 이미 서도현이 집을 구할 때 사총사들과 같은 초등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위치로 구했다.

그러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사총사들이기에 울지 않은 것.

“졸업식 끝나고 다 같이 점심 어떠십니까?”

“저희는 좋아요.”

“안 그래도 지우가 그 이야기도 했어요. 같이 점심 먹자고.”

“도윤이도 좋지?”

“네. 서준이가 특별한 날에만 가는 맛있는 중국집 있다고 했어요.”

유치원 졸업식이 끝나고. 사총사 가족들 모두 다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며칠 전에도 같이 모였던 사총사들이다. 초등학생이 되어도 인연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 차 배우 유치원 졸업식 짤들]

마침 조카 유치원 졸업식을 하는데. 거기에 우리 차 배우가 있다네? 바로 연차 쓰고선 바로 달려감. 찍은 사진들 올려도 되는지 허락받고 올리는 거니 걱정 ㄴㄴ. 우리 귀여운 차 배우 졸업식 짤들 방출합니다.

└ 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보니까 이제 겨우 8살 된 거네? TV로만 보다가 졸업식 짤로 보니 새삼 나이가 느껴진다. ㄷㄷ

└ 그러니 우리가 차 배우, 차 배우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직도 겨우 8살. 그것도 6살에 데뷔해서 지금까지 찍어온 필모가 말이 안 됨.

└ 저 날 유치원 앞에 기자진들 쫙 깔렸다고 함. ㅋㅋ 오죽하면 차 배우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 차에서 내려서 잠깐의 인터뷰 타임까지 가졌어야 할 정도라고 하던데.

└ 당연하지. 지금 주말극이라고 하더라도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게 ‘재벌가 금동이’인데. 당장 올라온 기사들 조회수만 보더라도 무조건 가야지.

└ 가끔씩 올라오는 서준이가 동생 놀아주는 모습들이 너무 귀여움. 여기도 동생이 울음 터트리려고 하니까 서준이가 달래주네. 동생이 서준이만 보면 빵긋 웃음 터트림.

└ 내가 동생이더라도 차 배우 보면 빵긋 웃을 듯. ㅋㅋㅋㅋ

*

‘재벌가 금동이’ 촬영 외에 또 한 가지 스케줄이 생겼다.

광고 촬영은 아니다. 이미 필요한 광고들은 모두 찍어두었기 때문.

“호흡을 더 깊게 마시고!”

지금 옆에서 외치고 있는 남자는 보컬 트레이너 선생님이었다.

“좋아! 잠깐만 쉬었다 할까?”

“네!”

트레이닝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아직 어린아이인 몸이기에 목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레슨을 진행했다.

다만.

가르칠수록 욕심이 나는지. 쉬는 시간만 되면 슬쩍 꼬시는 트레이닝 선생님이었다.

“서준아. 혹시 나중에 커서 가수 할 생각은 없니?”

“네?”

“몰랐는데. 너무 아쉬워서 그래. 선생님이랑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봐.”

그랬다.

첫 만남부터 보컬 트레이닝 선생님조차 깜짝 놀라게 만든 재능이었다.

나조차 하루하루 달라지는 게 몸소 느껴질 정도이니. 가르치는 사람은 얼마나 경악했겠는가.

“나중에 변성기 지나서 생각해볼게요.”

“아, 가끔 선생님이 서준이 나이를 깜빡할 때가 있다니까. 그리고 레슨이 어느 정도 지나면 버스킹을 한다고 했지?”

“네. 주우정 감독님이랑 같이 다닐 것 같아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어느 정도 레슨이 끝나고. ‘재벌가 금동이’ 촬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 주우정 감독과 단둘이 버스킹을 나서기로 했다.

사람들의 생생한 반응을 보면서 영감을 얻고 싶다나. 정체를 들키기 전까지 진행해보기로 이야기가 되었다.

“아마 얼굴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안 들킬지도 모른다. 서준이 네가 노래를 이렇게 잘 부를 거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할 테니. 이거 기대가 되는데?”

저 말이 맞았다.

철저히 정체를 숨기고 버스킹을 진행할 예정이기에 바로 들킬 걱정은 없었다.

그것은 주우정 감독 역시 마찬가지. 시상식에 단골처럼 초청되는 주우정 감독이었지만. 아직 뉴스를 장식할 만큼 대형 시상식을 밟은 적은 없었다.

그 말은 영화에 깊은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잘 모른다는 뜻. 분장을 조금만 하면 못 알아볼 가능성이 높았다.

정체를 들킬 때까지 버스킹이라.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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