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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74화 (74/220)

74화

새해를 맞이하여 사총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최근 ‘재벌가 금동이’ 촬영에 바쁜 차서준 때문에 사총사 친구들이 모두 모인 건 오랜만이었다.

“서준이다!”

“···이렇게 다 모이다니 기뻐.”

“서준아. 우리 엄마도 금동이 진짜 재밌게 보고 있어. 정말 대단해.”

김도윤은 이제는 대스타가 된 차서준에게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어린 김도윤의 눈에는 그 어떤 톱스타보다 차서준이 대단해 보였다.

분명 자신이라면 길에만 나가도 모두가 알아보는 스타가 되어서 어깨가 으쓱했을 텐데. 차서준에게서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처음 샛별반 유치원에서 황금 카드왕 야광 카드를 줄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나도 나중에 유명해지면 서준이처럼 처음 마음가짐을 잃지 않아야지.’

그런 차서준을 보면서 굳은 다짐을 되새기는 김도윤이었다. 차서준의 발끝이라도 따라가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학원을 다녔던 덕분일까.

“도윤이 너도 연기가 많이 늘었는데? 진짜 조금만 더 하면 아역 배우로 데뷔해도 되겠다.”

“정말? 헤헤. 서준이 네가 시간이 날 때마다 도와줘서 그래. 아직 서준이 너랑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연기 레슨 선생님뿐만 아니라. 가끔씩 자신의 연기를 봐주던 차서준 역시 실력이 늘었다는 칭찬을 해주었다.

“···서준이랑 비교하면 다 그래.”

하지우도 공약으로 공개된 차서준의 딩기리딩 춤을 보고선 살짝 침울해진 적이 있었다. 이내 김도윤처럼 고개를 휘휘 저으며 털어낸 뒤 다시 노력했지만 말이다.

기쁜 소식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 엄마, 아빠 설득해줘서 정말 고마워.”

조금은 표정이 풍부해진 하지우가 차서준을 향해 똘망똘망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방학을 맞이한 샛별반 사총사들이 이렇게 모인 이유는 간단했다. 하지우네 집에서 지우의 꿈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로 한 결정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뭘. 지우 네가 잘해서 그런 거지. 다만 이제 정말로 힘든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야.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해야 돼. 알았지?”

“···응.”

‘재벌가 금동이’가 안방극장을 사로잡아 버렸다. 시청률 40% 달성은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

어머니 세대들에겐 ‘금동이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었다.

심지어 어린 나이에는 공부만 하라던 하지우네 부모님 생각에 변화가 찾아올 정도였다.

하지우의 그런 말을 들은 차서준이 과감히 나섰다. 심지어 전직 아이돌 그룹 ‘유니온’ 출신 배우 김우승까지 데리고선 하지우네 집으로 향한 것이다.

“우승이 형도 지우 네게 재능이 보인다고 했으니. 열심히 해서 소속사에 들어가 보자. 더 많이 노력해서 연습생도 되는 거야. 알았지?”

“···응! 열심히 할게.”

이틀 전 늦은 저녁 집을 찾아온 차서준과 김우승 때문에 하지우네 집이 난리가 났었다.

그 결과는?

아직 어린 하지우에게 하고 싶은 꿈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로 했단다. 일단 김우승이 추천한 트레이너 출신들이 차린 학원에 다니기로 했다.

“···역시 서준이야. 서준이 말에 엄마, 아빠가 내 꿈을 응원해주기 시작했어.”

다른 사람도 아닌 이제는 아역 배우의 급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 차서준이 하는 말이었다.

TV를 틀면 드라마뿐만 아니라 광고에서도 차서준이 나온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영화관의 스크린 대부분을 차서준이 나온 영화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차서준이 집까지 찾아왔다. 심지어 옆에 아이돌로 정상을 찍었었던 김우승을 데리고선. 이보다 더 효과적인 설득 방법은 없었을 거다.

“나도나도! 나도 엄청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알지. 지환이 너도 공부 많이 해야 돼. 다음 주에 도윤이랑 같이 촬영장에 구경 오는 거 잊지 않았지?”

“그걸 어떻게 잊어! 나 진짜 너무 설레서 잠도 안 와! 거기 가서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이것저것 엄청 많이 알려주거든!”

최지환이 방방 뛴다. 바쁜 스태프들에게 최지환 혼자 막무가내로 다가갈 순 없었다.

평소 스태프 막내까지 친분을 다지는 차서준이 쉬는 시간에 은근슬쩍 Q&A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최지환이 구경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볼 수 있도록.

최지환의 반응을 보면서 김도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 자신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음을 모르고선.

“서준아. 정말 고마워.”

김도윤은 진심을 담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왜 모를까.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자신을 위해 친구가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를.

외삼촌인 서도현이 이런 말을 한 적도 있었다.

“도윤아.”

“왜 삼촌?”

“너는 진짜 친구 복이 많네.”

“왜왜?”

“삼촌이 아무리 소속사 대표라고 하더라도. 우리 도윤이에게 연기 경험을 시켜주기가 쉽진 않거든.”

그랬다.

구름엑터스의 대표인 서도현이었으나. 마음대로 손을 써서 대사 있는 단역에 출연시킬 순 없었다.

그것은 끼워 팔지 않겠다는 서도현의 구름엑터스 운영 철칙에 위반되는 행위였으니까.

무엇보다.

당시까진 김도윤의 꿈이 진심인지, 아니면 외삼촌인 자신을 따라 구경한 촬영장에서 생긴 충동적인 꿈인지 몰랐었다.

그래서 그저 촬영장에 배우를 보러 갈 때. 가끔 옆에 김도윤을 데려가는 것이 전부였었다.

지금이야 꾸준하게 연기 학원까지 다니는 김도윤의 진심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해해 삼촌. 예외가 생기는 순간. 그 다음부터 삼촌에 회사 사람들이 너도나도 예외로 해달라고 조른다고 했어.”

“뭐? 그런 어려운 말을 도윤이 네가 어떻게 알았어?”

“서준이가 말해줬어. 서운해하지 말고 외삼촌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조금 어려운 말이긴 했지만. 유치원 선생님들조차 어길 수 없는 규칙이 있듯이. 외삼촌의 회사에도 그런 규칙이 있다는 걸 안 김도윤이다.

하지만.

이제는 엄청난 스타가 된 차서준은 조금 달랐다.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은근슬쩍 이야기를 꺼내 김도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있었다.

“오늘 대본 연습하기로 했잖아. 짧은 대사지만 많이 연습해야 되는 거 알지?”

“응. 나 오늘도 열심히 할게. 아니, 촬영하기 전까지 죽어라 연습할게.”

“아니야. 죽을 정도는 말고 최선을 다하자.”

“응!”

8살이 되어서일까. 조금씩 성장하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미소를 짓는 차서준이었다.

*

새해가 밝고 나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특히 샛별반에서 인연이 시작된 사총사들에겐 더욱더.

가장 먼저 하지우에게 전문적인 레슨을 받도록 하지우네 부모님을 설득했던 일이 있었다.

“이러다가 서준이 네 사총사 친구들 모두 연예계에서 일을 하겠는데?”

저렇게 말하는 김우승의 말처럼 말이다. 그런데 정말로 애들에게 재능이 엿보였다. 오히려 나를 만남으로써 사총사의 재능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당장 저 말을 하는 김우승도 하지우의 재능을 알아보고선 나와 함께 가주지 않았던가. 여기까지는 매우 따스하고도 뭔가 뭉클한 대화였다.

그런데.

“다 형이 도와준 덕분이에요. 그런데 형들 다들 왜 여기 있으세요? 안 바쁘세요?”

이런 훈훈한 대화를 엿듣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문제였다. 오전에 촬영이 끝나고 내가 김우승 집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불청객들이 있었다.

“왜? 나 뭐? 서준이 네가 나를 버리고 드라마를 찍는 바람에 나도 차기작 고민 중이야.”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면서 합리화를 하고 있는 김정범.

“아직 크랭크인을 안 해서.”

차기작을 결정했으나 촬영 시작을 안 해 시간이 있다는 박우형.

마치 우리도 시간이 남아서 김우승 집에 왔는데. 우연들이 겹쳐 나와 만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배우들이라 그런지 거짓인지, 진실인지 알면서도. 눈앞에서 태연하게 연기를 하니 구분이 가질 않는다.

“···눼. 그보다 우승이 형. 짜장면은요?”

“아까 주문했다.”

“그러면 형들 거는 없지 않아요? 여기 오기 전에 전화로 말했는데.”

“아, 걱정 마. 우리들 것도 같이 주문했으니까.”

이거 봐. 내가 요놈 잡았다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크흠. 우형아. 이거 어때? 장 감독님이 복귀작으로 준비하는 거라는데. 이게 어떤지 감이 잘 안 오네.”

김정범이 눈을 피하며 시나리오를 꺼내 박우형에게 보여준다. 하나 더 있었는지 나에게도 준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연기를 사랑하는 모임’에 합류한 김정범이었다. 심지어 아빠도 어느새 만나서 네 명이 되었는데 도원결의는 어쩌지라는 이상한 소리까지 했었단다.

그래도 여기 모인 네 사람이 배우는 배우들이었다. 김정범이 시나리오를 꺼내기 무섭게 관심들을 보인 것이다. 그것도 나를 포함해서.

“어? 이거 괜찮은데요?”

“그지? 나도 그거 보자마자 딱 그런 생각이 들긴 했는데. 내가 그런 느낌 받고서 두 개나 죽 쒔었거든.”

두 번 연속 말아먹던 시절이 떠올랐는지 김정범이 몸을 부르르 떤다.

“그거 알아? 처음 말아 먹으면 감독님들에게 연락이 와서 괜찮아, 다음에 나랑 함께 일어서면 되지. 이러다가 두 번째가 되니까 연락도 피하더라.”

농담을 하는 김정범의 눈가가 촉촉하다. 저건 농담이 아닌 거 같은데.

“형님. 저도 이건 괜찮을 거 같습니다.”

“그으래?”

나에 이어 박우형 역시 괜찮다는 말을 하자. 그제야 얼굴이 방긋 피는 김정범이었다.

특히나 내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꺼낸 좋다는 말이 김정범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 모양.

“사실 서준이가 직접 대본들을 읽고서 출연할 작품들을 결정했다니. 서도현 대표가 권해주는 걸 나오는 줄 알았거든.”

“삼촌이 1차적으로 걸러주시긴 하는데. 최종적으로는 제가 다 읽어보고 선택해요.”

“그으래? 그러면 이걸로 가 보지 뭐. 다른 사람도 아닌 서준이가 좋다고 하면 대박 터지지 않겠어?”

마치 간절히 원하던 대답을 용한 점쟁이에게 들은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김정범이 헤실헤실 웃음을 터트린다.

그러다 오늘 여기까지 찾아온 다른 이유가 떠올랐는지. 재빨리 가지고 온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사인지? 김정범이 꺼낸 물건의 정체는 사인지와 펜이었다.

“크흠. 서준이 너 이번 드라마 아주 난리도 아니던데? 심지어 우리집에서 처음으로 서준이 네 사인 받아달라고 부탁하시더라.”

“나도.”

김정범의 호들갑과 시크하게 보태는 박우형의 한 마디. 허나 저 말들이 마냥 호들갑만은 아니었다.

‘폭군의 세자’를 통해 박우형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나왔다면. ‘재벌가 금동이’를 통해 금동이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정확히 박우형은 젊은 여성 팬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나는 안방극장 시청자들인 어머님들에게 환상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안 그래도 금동이 인기를 제대로 실감하고 있어요. 특히나 시장에 갈 때마다요.”

“하긴. 시장에서 만난 금동이 썰들 보면서 엄청 웃었지.”

“형도 봤어? 나도 그거 보고 빵 터졌잖아. 누가 썰 올렸는데 산 것보다 덤을 더 받았다면서? 진짜야?”

“네. 그래서 요즘은 잘 안 가고 있어요. 너무 많이들 주셔가지고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말들을 꺼낸다. 실제로 ‘재벌가 금동이’의 시청률이 39.7%를 넘어섰다.

당장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40%를 넘어서는 게 확정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오늘 오전 만에 내 촬영 분량이 끝난 것도. 순풍을 탄 것처럼 촬영이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김나희 작가 글 잘 쓰더라. 분명 막장이긴 한데 재밌어. 왜 재밌지? 하면서도 정신없이 보게 되던데.”

“그지? 나도 서준이 때문에 챙겨보는데. 지난주에 장난 아니었다니까. 증인으로 나서기로 했던 사람이 해외로 잠적해버리고. 오히려 이태성 검사가 구석으로 몰리면서 끝나버렸으니.”

“나는 그것보다 선배님들 연기력이 놀랍던데.”

마지막 박우형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촬영장에서도 힘들다고 하시지? 원래 김준규 선배님이 엄살이 좀 심해요.”

“맞아요. 안 그래도 인기가 엄청나서 기쁘긴 한데. 연기가 너무 힘들다고 막 엄살 부려요.”

내 말에 김정범이 낄낄하고선 웃음을 터트린다. 그런 우리를 지켜보던 박우형이 툭 하고서 질문 하나를 던졌다.

“서준아. 그런데 최근에 주우정 감독님이 구름엑터스 서도현 대표와 만났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것도 서준이 널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 하나 하고 싶다면서.”

어떻게 알았지? 이런 생각보다 역시 이 바닥은 말보다 소문이 빠르구나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맞아요. 삼촌이 주 감독님이랑 만났다고 하셨어요. 방금 형이 말한 내용 때문에요.”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김정범과 김우승. 그리고 말을 꺼낸 박우형조차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우정 감독.

시상식의 남자라고도 불리며. 비록 오스카나 3대 영화제는 아니더라도 각종 시상식에 단골처럼 초청되는 감독이었으니까.

“지금 시나리오 하나 쓰고 계신데. 금동이 끝나면 같이 하자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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