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66화 (66/220)

66화

내 차기작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지만. 그것 말고도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하나 있었다.

작년에 핫한 인기를 얻었던. 의류 브랜드 ‘피치노’와 차서준의 콜라보 한정판이 그 주인공이었다.

- 이번에 차 배우 동생 태어났다면서. 그러면 올해 ‘피치노’ 차서준 한정판 제품 못 나오는 거 아님? 올해 우리 아들 입을 나이가 되어서 꼭 사주고 싶었는데.

└ 안 그래도 나는 작년에 뒤늦게 줄까지 섰는데 못 샀단 말이야. 그래서 얼마 전에 피치노에 문의해봤는데. 올해도 출시한다는데?

└ ㅇㅇ 내 친구가 DQ 패션에서 근무하는데. 이미 서준이 동생 태어나기 전인 올해 초부터 준비했다는 말이 있음.

└ 당연하지. ‘피치노’가 저 콜라보 한정판 제품으로 인하여 대박이 났는데. 올해도 무조건 하겠지.

└ 저 콜라보 시작 자체가 차 배우 엄마 노트에 디자인한 것들을 보고 시작된 거잖아. 제품 출시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

└ 기대가 되네요. 솔직히 저번 겨울에 서준이 입고 다니는 거 너무 예뻐서 사고 싶었는데. 올해는 새벽부터 줄 서서 꼭 사야겠어요.

지난해 의류 브랜드 ‘피치노’와 배우 차서준의 콜라보 제품은 출시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었다.

특히나 작년부터 평상시에나, 스케줄 소화할 때 그 제품들만 입었던 덕분에, 출시 전부터 수많은 문의글까지 올라왔을 정도.

심지어 오픈 날에는 새벽부터 구매를 위해 대기 줄을 선 사람들에 대한 기사까지 나왔었다. 올해는 그 줄이 더 길어질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엄마. 다음 주에 출시한대요.”

“안 그래도 엄마도 연락받았어. 그런데 엄마는 하준이 때문에 못 나갈 것 같네. 올해는 인터뷰도 생략하기로 했어.”

“괜찮아요. 홍보는 제가 열심히 입고 다니면서 할게요. 인터뷰도 엄마 대신 하기로 했어요.”

내 말에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엄마가 미소를 짓는다. 엄마가 잠시라도 떨어지면 우는 동생 때문에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우리 서준이가 열심히 홍보랑 인터뷰까지 해준다면. 엄마는 걱정 안 해도 되겠네?”

“네! 안 그래도 다들 언제 출시 하냐고 예전부터 난리도 아니었어요.”

마침 한정판 출시를 앞둔 DQ 패션도 싱글벙글한 상태였다. 보통 아무리 성인 연기자라 할지라도 연속해서 작품을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데.

나는 무려 3연타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아직까지도 꾸준히 찾는 관람객들 때문에 ‘금괴 소동’의 예매율이 높은 상황.

그런 차서준에 대한 관심은 ‘피치노’와 차서준 콜라보 한정판 제품을 준비하고 있던 DQ 패션을 웃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번에 출시될 옷들이 진짜 엄청 예뻐요.”

작년 제품들보다 올해 제품들이 훨씬 더 예뻤다. 준비하고 있던 이들의 입에서 연신 기대가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말?”

“네! 사장님이 작년 제품들보다 올해 제품이 더 예뻐서 사람들 반응이 기대된다고 했어요.”

이유란 사장의 말을 꺼내자. 세상 행복한 얼굴로 방긋 웃는 엄마였다.

엄마가 작년과 달라진 점은 사람들의 기대감이 어린 반응을 찾아서 보기보다. 품에 안긴 하준이의 엉덩이를 토닥이는데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이었다.

“어엉!”

“하준이. 잘 잤어?”

엄마의 품에서 코오 자던 동생이 내 목소리에 깼는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향해 손을 뻗는다.

자리에 앉아있던 터라 엄마에게서 동생을 받아 등을 두들겨주자.

“꺄아!”

방긋 웃으며 만족스럽다는 듯 손을 방방 젓는다.

“서준이 없으면 하준이가 막 형을 찾는 거 아니?”

“정말요?”

“그러엄. 가끔은 엄마가 옆에 있어도 형이 언제 오나 하고서 현관을 바라본단다.”

이런.

동생을 위해 광고를 조금 더 하길 잘했다. 그와 별개로 이제는 집에는 더 준비해야 할 것들이 없을 정도로 많은 육아용품들이 있었다.

동생이 태어나고 나서 내가 산 것들도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보내준 것들이 정말 많았다.

“화보 촬영도 했다면서?”

“이미 다 했어요. 안 그래도 촬영장에서 이번 옷들이 작년보다 더 큰 인기를 얻을 거 같다고 다들 난리도 아니었어요.”

이건 엄마를 위해 과장한 것이 아닌 사실 그대로의 내용들이었다.

한정판 콜라보 제품들의 화보를 찍던 날. 스튜디오 관계자는 물론, DQ 패션 직원들도 연신 감탄과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아마 다음 주에 엄마가 디자인한 옷들이 공개되면. 또다시 난리가 날 것이 분명했다.

*

영화 ‘금괴 소동’의 6주차 관객수가 700만을 돌파했다.

- 영화 ‘금괴 소동’ 700만 명 돌파. 올 추석 연휴 최고 흥행작 등극

└ 대박이네. 확실히 코미디 영화라도 빵빵 터지면 관객들이 알아서 찾아가는 듯.

└ 일단 우리 차 배우를 통해 제작 전부터 실검 1위 찍은 게 컸음. 거기에 차 배우가 홍보 단계부터 열심히 뛰었는데.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함.

└ 와. 우리 서준이 첫 영화 성적 실화임? ㅋㅋㅋ 드라마 두 편 대박 내고. 처음 영화 찍었는데 그 성적이 700만. ㅋㅋㅋ

└ 그런데 왜 공약이 5백만에서 끝났나요? 저번 공약 이행 영상들 재밌게 봤는데.

└ 사실 출연한 배우들도 이 정도로 초대박이 날 거라 생각하지 못해서 그런 듯요. ㅋㅋ 5백만도 김정범이 큰마음 먹고 지른 거 같던데.

구름엑터스 대표실에 앉아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서도현이 들어온다.

“아쉽네.”

“뭐가요?”

서도현이 나를 보더니 입맛을 다신다.

“7백만 돌파 공약을 안 세웠으니. 저번 공약은 삼촌도 정말 재밌게 봤거든. 특히 서준이 네 딩기리딩 춤은 귀엽더라.”

“···눼. 그런데 저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삼촌.”

김정범이 냅다 지른 200만, 500만 공약들 덕분에 제법 고생을 했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춤을 잘 춘다는 사실이 알려져 팬들이 다시 한번 환호했지만. 그와 별개로 500만 공약인 커피 이벤트 때에는 진짜 사람들이 물밀듯이 참여했었다.

그날 워낙 많은 팬들이 찾아와준 덕분에. 500만 공약인 팬들과 함께 춤추기를 저녁 늦게까지 함께 해야만 했었다.

물론, 제 꾀에 넘어간 김정범은 다시 한번 흑역사 영상들을 만들어버렸지만.

“왜? 커피 이벤트 때 영상이 제법 인기도 많고. 반응들도 꽤나 좋았는데.”

“그렇긴 한데. 그것 때문에 엄청 시달렸어요. 특히 유치원에서도요.”

여러모로. 집에서도 딩기리딩 춤을 보여 달라는 엄마, 아빠의 요청에는 열심히 몸을 흔들었었다. 두 분과 동생의 반응에 흥이 나 더 열심히 흔들긴 했었지만.

거기서 끝이면 다행이기라도 했지. 유치원에서도 자기도 가르쳐 달라는 꼬맹이들에게 제법 시달려야만 했었다.

추가로 공개된 영상에서는 내가 김정범을 혼내면서 딩기리딩 춤을 가르치는 모습이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이 기세라면 잘하면 800만까지도 노려볼 만하겠는데?”

“다들 대박이 났다고 싱글벙글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손익분기점 200만. 현재 스코어 700만 돌파에 지금 추세라면 마무리될 쯤에는 800만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었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모두가 싱글벙글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성적을 기록한 ‘금괴 소동’이었다.

“그 성공 덕분에 서준이 너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감독님들이 많네.”

“정말요?”

“아마 서준이 너도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한 감독님도 있다.”

“에이. 안 들을래요.”

괜히 견물생심만 생긴다. 지금은 다작으로 다양한 필모를 쌓는 것보다. 집에서 날 보며 뺘아! 하며 손을 뻗는 동생을 보는 게 더 행복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우리 하준이와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서. 한 번에 한 작품만 찍을 생각이었다.

“그래도 ‘재벌가 금동이’도 대본이 엄청 재밌었어요.”

“안 그래도 그 말을 하려고 했었는데. 마침 이야기 잘 꺼냈다.”

서도현이 CBS 드라마국에 먼저 넌지시 의사를 띄웠을 때. 대체 왜? 라는 반응이 되돌아왔다고 했었다.

“저쪽에서 엄청 당황했다면서요?”

“그래. 지금 영화판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데. 대체 왜, 그것도 주말 연속극에 출연 의사를 비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었지.”

당연한 반응이었다. 영화판에서 증명하기 전이라면 모를까. 이제 ‘금괴 소동’을 통해 영화배우로 발돋움해도 될 배우 차서준이 주말 연속극을 하고 싶다고 하니.

그래도.

“제가 제목부터 이름이 들어가는 작품이에요. 대본도 조금 막장이긴 하지만 엄청 재밌고요.”

아직까지 ‘재벌가 금동이’만큼 7살의 아역 배우를 주연급으로 내세우는 작품이 없었다. 수십억씩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겐 도박수를 던지기엔 부담이 클 테니까.

그것은 작품을 쓰는 작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 폭싹 망하고, 다시 일어지지 못한 채 사라지는 이들이 한둘이 아닌 바닥이었으니까.

보통 나를 주인공으로 하고 싶다는 제안들은 하나 같이 예술성이 짙은 것들이었다. 그런 것들은 나중에 좀 더 나이 먹고서 하면 될 터였다.

“조만간 국장이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는데.”

“그러면 저는 그 이후에 감독님이랑 작가님을 만나보고 싶어요.”

“그럴래?”

“네.”

어차피 어른들의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그보다는 출연을 확정지은 뒤. 감독과 작가를 만나는 편이 더 좋을 터였다.

*

CBS 드라마국 김준혁 PD는 국장의 부름을 받고서 국장실에 도착했다.

똑똑. 김준혁 PD가 문을 두들기자마자 들어오라는 국장의 대답이 들렸다.

“국장님.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잘 왔어. 김준혁이. 거기 앉아봐.”

“네? 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테이블 중간에 김준혁 PD가 앉았다. 그 맞은편에는 박형철 CP가 먼저 도착해 앉아있었다.

“무슨 일로 저를···.”

“요즘 배우들 섭외하느라 바쁘다면서?”

“네네. 그렇긴 한데.”

도무지 자신을 이 자리까지 부른 이유가 예상이 가질 않았다.

일단 배우들은 절반 정도 캐스팅이 완료된 상태였다. 아직 주요 캐릭터들 중 몇 명이 남긴 했지만. 딱히 국장이 자신을 여기까지 부를 이유가 되질 않았다.

“준혁이 너 김도욱이에게 고마워해야 돼.”

“네? 도욱이요? 갑자기 여기서 도욱이가 왜 나와요?”

‘너에게 다시’로 성공적인 연출 데뷔를 한 후배 김도욱 PD가 언급되자. 김준혁 PD의 머릿속은 더 뒤죽박죽으로 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김준혁을 보면서 피식 웃음을 흘린 국장이 한 마디를 던졌다.

“김준혁이. 지금 금동이 역에 누구 부를지 얘기 끝났어?”

“아뇨. 지금 후보들 여럿을 물망에 올려두고 있긴 한데. 아직 김 작가랑 이야기 중에 있습니다.”

“잘됐네. 그러면 거기에 차서준이로 가자고.”

“차서준이요. 네. 네?!”

일단 고개를 끄덕인 다음 작가랑 협의를 하려던 김준혁 PD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지금 자신이 들은 이름이 맞는지가 의구심이 들었고. 다음으로는 그 이름의 주인공이 대체 왜 지금 이 자리에서 언급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구, 국장님. 지금 ‘너에게 다시’에 나왔었던 구름엑터스 아역 배우 차서준 말씀 하시는 겁니까?”

“그러면 금동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나이의 배우들 중에서 차서준이라는 동명이인의 배우가 있어?”

“없죠. 없는데. 그러니까··· 왜요?”

결국 김준혁 PD는 이런 얼빠진 되물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너에게 다시’, ‘폭군의 세자’, ‘금괴 소동’으로 3연타 성공을 거둔 아역 배우가 차서준이다.

그것도 그냥 성공도 아닌 대성공. 특히나 이번에 개봉했었던 ‘금괴 소동’에서는 2회차, 3회차를 관람하는 관객들에 의하여 차서준의 감초 연기가 재조명받기까지 했다.

자신이 알기론 구름엑터스에 차서준을 원하는 러브콜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심지어 이제는 드라마를 넘어 영화판에서도 차서준을 탐내는 감독이 많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애초에 후보에 올려둘 생각조차 못 했던 건데.

“저 이번에 주말 연속극 들어가는 거 국장님 잊으셨어요? 저 이번에 미니 시리즈 아니에요.”

“이놈 보소. 어딜 국장님을 벌써부터 치매로 만들어?”

“박형철이. 너가 지금 나를 치매로 만들고 있어. 그러니 조용히 좀 해봐.”

“넵.”

앞에서 콩트를 하는 국장과 선배는 그 차서준이 주말 연속극인 자신의 작품에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하고 있었다.

여전히 얼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는 김준혁 PD의 얼굴을 본 국장이 피식 웃는다.

“그래서 오케이 할 거야? 말 거야?”

“해, 해야죠.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차서준 아닙니까.”

“그러면 금동이 역에는 차서준으로 가자고. 내가 오늘 서 대표를 좀 만나야겠네.”

“국장님. 저도 같이 데려가 주시죠.”

“넌 인마. 일 없어? 요즘 드라마국에서 네가 제일 한가해 보여. 알아?”

“무슨 말씀을 또 그렇게 하십니까. 일이야 많지만. 그런 자리에 제가 국장님을 보필 안 하면 누가 하겠습니까.”

“말이나 못 하면. 쯧쯧.”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저···. 국장님?”

“왜?”

“그런데 차서준이가 왜 주말 연속극에 출연하겠답니까?”

그런 김준혁 PD의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간단했다.

“그건 감독이 배우에게 직접 물어봐야지.”

국장실을 나온 김준혁 PD는 재빠르게 김나희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작가. 우리 좀 만납시다. 내가 미칠 듯이 기쁜 소식을 준비했어. 우리 이번 작품에 목숨 걸어야 돼. 뭐 땜에 그러냐고?”

차서준. 그 이름 세 글자를 말한 순간.

김준혁 PD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잠시 핸드폰을 얼굴에서 떼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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