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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53화 (53/220)

53화

‘소소한 하루’가 금요일 밤에 하는 프로임에도 인기가 있는 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관찰 예능이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반대로 게스트들 역시 편안한 마음으로 출연할 수 있다는 뜻.

“오늘 촬영 김우승 집에서 한다고 했지?”

“네. 어차피 저는 게스트니까 우승이 형 집에서 찍으면 된대요. 내일은 우승이 형이랑 둘이서 여행 컨셉 촬영이고요.”

배우로서는 천재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는 나였지만. 외모적으로 보기엔 아직 7살의 어린아이였다.

어떤 예능으로 스타트를 끊어야 하나 고민하던 서도현에게 ‘소소한 하루’라는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연예인들의 일상 관찰 예능이기에 자극적인 썰풀기가 아닌 편안한 모습만 보여줘도 되었다.

무엇보다.

나와 함께 나오는 게스트도 마음에 들었던 모양.

“거기에 맴버가 박우형도 추가되고?”

“···눼.”

사실 걱정이 되긴 했다. 아무리 그림을 그려보려고 해도 나, 김우승, 박우형.

세 사람이 모였을 때 재밌는 그림이 그려지질 않았으니까.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그랬는데 서도현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듯했다.

“좋네. 화제성은 있겠어. 가뜩이나 ‘폭군의 세자’ 덕분에 러브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단발성이지만 서준이 너랑 박우형이 나온다 하면 채널 고정이 많을테니.”

“안 그래도 우승이 형이 엄청 기뻐했어요. 도와줘서 고맙다고.”

“제작진도 좋아했을걸?”

“맞아요. 우승이 형이 제작진이랑 미팅도 하고 왔는데. 거기 피디님도 엄청 좋아했대요.”

“그렇겠지.”

내 걱정이 담긴 표정을 읽기라도 했는지. 서도현이 왜 그러냐는 듯 내게 묻는다.

“서준아. 표정이 왜 그래?”

“걱정이 되어서요. 우승이 형이야 예능 출연도 많이 하고 했지만. 우형이 형은 평소에도 과묵하고 말이 없잖아요. 거기에 저까지 셋이서만 모인다니.”

뭐지?

뭔가 알겠다는 듯 서도현이 묘한 미소를 짓는다.

“재미없지 않을까요?”

“글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서도현도 나와 박우형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쿠키 영상 촬영하는 날 잠깐 나를 따라온 것이다. 그때 묘한 표정으로 유심히 지켜보긴 했는데.

거기서 뭔가를 본 건가?

“내가 촬영장에서 본 걸 토대로 말하자면.”

잠시 뜸을 들이던 서도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서준이 네가 있기 때문에 꽤나 좋은 그림이 그려질 거 같은데?”

이런 일에 있어 서도현의 감이 틀린 적이 없었으니. 조금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다.

그런 날 보며 다시 한번 웃음을 삼킨 서도현이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

“서준아. 그리고 우지학 감독이 조만간 주조연 배우들이 모이는 비공식 미팅자리를 한 번 마련한단다.”

“벌써 그렇게 됐어요?”

“그렇지. 삼촌이 저번에 말했지? 우지학 감독은 미팅 겸 비중 있는 배우들만 모여서 비공식 대본 리딩을 몇 번 한다고.”

“네.”

안 그래도 서도현이 처음 우지학 감독에 대해 설명하면서 했던 말이었다. 캐릭터에 배우를 맞추는 감독이 아닌, 배우의 색깔에 캐릭터를 입힐 줄 아는 감독이라고.

“그러면 벌써 캐스팅이 다 끝난 거예요?”

“그래. 날짜 정해지면 말해주마. 그리고 그날이 특히 중요하니 미리 준비해두고. 알았지?”

“네!”

배우 차서준으로서 첫 번째 영화를 찍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

‘소소한 하루’의 이주연 PD는 싱글벙글함을 감추지 못했다.

‘너에게 다시’, ‘폭군의 세자’. 2연타로 드라마 흥행을 성공시킨 아역 배우차서준. 단 한 번도 예능에 비춘 적 없는 그 차서준이 ‘소소한 하루’에 게스트로 출연이 확정되었으니까.

이미 예능국 내에는 그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지 오래였다.

그런 이주연의 표정이 마음에 안 들었음일까. 종이컵에 든 커피를 마시던 선배 PD 하나가 지나가는 그녀를 불러 세웠다.

“이주연이. 요즘 핫한 차서준 첫 예능이 네 거라며?”

“선배도 들었어요? 무슨 소문이 발보다 빨라.”

“여기에 비밀이 어딨어. 그보다 어떻게 섭외한 거야?”

안 그래도 이주연 PD도 저 선배가 전부터 차서준을 섭외하려 노력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나는 그저 ‘너다’의 김우승을 보고 섭외했는데. 이게 뭐야. 완전 대박이 터졌잖아.”

“부럽네. 누구는 뒤로 자빠져도 대박이 터지네. 내가 서 대표 그 인간에게 그토록 연락을 했는데. 너무하네 그거.”

말을 하는 동안에 서 대표에서 그거로 강등이 되었다. 그런 선배 PD의 툴툴거림에 이주연 PD가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그러게. 자극적인 소스로 찍는데. 어떤 미친 대표가 7살 어린애를 내보내겠냐고.’

저 선배 PD의 예능에 출연했다 하면 다음 날 기사가 뜨곤 했다. 그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그런 자극적인 예능에 다른 사람도 아닌. 제 배우들을 끔찍이 아낀다는 서도 현이 출연시킬 리가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차서준이라면 더욱더.

물론, 이 말은 절대 꺼낼 리가 없는 이주연 PD였다. 속마음과 다르게 안타깝다는 듯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러게요. 사실 서도현 대표가 출연을 반대했었는데. 김우승이랑 친분이 깊은 차서준이 나서서 열심히 설득했대요.”

“에이 씨. 김우승 그놈도 그래. 유니온 때에는 피디님 하고선 껌뻑 죽더니.

하여튼 이 바닥 놈들은 하나같이 인성이 글렀어.”

구긴 종이컵을 던지고 사라지는 선배 PD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주연 PD는 곧 있을 촬영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 이주연 PD의 곁으로 작가 한 명이 재빨리 다가왔다.

“PD님. 김우승 씨 연락 왔는데요.”

“그래? 차서준도 내일 시작부터 바로 가능하대?”

“네. 아침부터 김우승 씨 집에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유니온’ 시절부터 수많은 예능에 출연했던 김우승이다. 그런 김우승이 차서준을 이끌어준다면 괜찮은 장면 몇 개 정도는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어떨 거 같아?”

안 그래도 김우승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출연했던 드라마를 찾아본 이주연 PD였다.

‘너에게 다시’는 실시간으로 따라갔으니 제외하고. 김우승을 발연기로 유명하게 만들었던 그 장면들 역시 확인했다.

일전 미팅에서 그것과 관련된 제법 흥미로운 썰 하나를 들었던 참이었다.

“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내가 김우승이라도 하겠다. 가만히 있다가 뒤통수 거하게 얻어맞은 건데.”

작가의 말에 이주연 PD가 함박 미소를 지었다.

*

오랜만에 찍는 예능이었다. 정확히는 김도경 시절에도 오랫동안 유행했었던 관찰 예능.

“서준아. 형만 믿고 편하게 하면 된다. 알았지?”

“네. 형만 믿고 갈게요.”

김우승이 자신만 믿으라는 듯 가슴을 탕탕 친다. ‘유니온’ 시절부터 온갖 예능에 출연했으니 자신감을 가질 만했다.

“우형이 형은요?”

“조금 늦는다던데. 아무래도 촬영이 있어서 끝나고 온다고 하더라.”

예능인만큼 대본 없는 촬영이 있을 순 없었다. 그리고 오늘 어떤 컨셉의 촬영을 할 건지 확인한 순간.

“형. 근데 오늘 진짜 괜찮아요?”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스타의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이라지만. 나, 김우승, 박우형. 셋이 나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만 떠든다니.

“왜? 나는 좋을 거 같은데. PD님도 이야기 나눌 때 엄청 좋은 그림 나올 거 같다고 하던데?”

“하아, 그래요.”

그러고 보니 문득 걱정이 드는 일이 하나 있었다. 오늘 촬영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겠다는 김우승의 말 때문에.

“근데 형 진짜 그 썰 풀 거예요?”

“해야지.”

단호하다.

지금까지 사람 좋은 미소만 짓던 김우승의 얼굴에는 제법 화가 차 있었다.

하긴, 정말로 물러터지기만 한 사람이었더라면 김우승이 지금까지 연예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첫 촬영 때 김우승에게 트라우마를 만들어준 그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것.

“아, 그리고 말했던 대로. 오늘은 우형이 형이랑 같이 집에서 촬영하면 되고.

내일은 너랑 나랑 둘이서 드라이브 촬영가면 된다. 알았지?”

“네.”

몇 시간 뒤.

오늘 촬영이 끝났다.

김도경 시절에 각종 예능에 출연했을 때에도 끄떡없던 나였는데.

김우승, 박우형과 함께 ‘소소한 하루’ 촬영을 마치고 나니 손발 하나 움직일 기운이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차 배우도 수고했어요. 오늘 예상치도 못한 끝내주는 장면들이 잔뜩 나왔어요. 특히 차 배우 표정이 너무 찰졌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 팬이라고 밝힌 이주연 PD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정말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스타의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인지라 편안하게 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연기’에 대한 열 띈 토론에 참여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도저히 입을 멈추지 않는 김우승, 박우형 때문에 지치기도 했었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촬영도 모두 끝났다.

그랬다.

이 모든 게 저 박우형 때문이었다.

“형.”

“어?”

“···아니에요. 고생했어요.”

“서준이 너도.”

무너진 둑처럼 쉴 새 없이 떠들던 박우형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참으로 신기한 사람이다.

그나저나 오늘 촬영한 그림이 이주연 PD의 손을 거쳐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 들긴 한다.

오늘 나오기 전에 챙겨본 ‘소소한 하루’라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대체 자꾸만 드는 이 걱정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

인터넷에 ‘소소한 하루’의 새로운 고정 출연진 예고편이 공개되었다.

[소소한 하루. 예고] ‘소소단’에 새롭게 합류할 멤버 공개?

이미 김우승이 새로운 멤버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상황. 다만, 이 예고편영상이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다.

└ 어? 이번 주 합류하게 되는 김우승이 부르는 게스트. 진짜 제가 생각하는 그 배우 맞아요?

└ 맞을 듯? 끝에 실루엣을 살짝 보여주긴 했는데. 그걸 보고서 떠오르는 사람이 딱 한 명밖에 없잖아요. ㅋㅋㅋㅋ└ 거의 대놓고 다 공개한 거나 마찬가지지. 김우승이랑 친한 배우. 그리고 아담한 발 사이즈. 딱 한 명 말고 누가 있겠음?

└ 와. 우리 차 배우 예능 절대 출연하지 않았던 거 아닌가요?

└ ㅇㅇ 이번에 ‘소소한 하루’가 우리 차 배우의 첫 예능이래요. 소속사도 첫 예능으로 정말 잘 선택한 듯.

└ 그렇지. ‘소하’가 보여주는 게 스타들의 소소한 일상 케미잖아. 김우승과 차서준 촬영장 케미 썰 많았는데. 꽤나 재밌을 듯요.

당연히 공개가 됨과 동시에 난리가 났다.

가뜩이나 ‘폭군의 세자’ 속 어린 세자 이환을 통해. ‘너에게 다시’의 김우주와 정반대의 연기를 보여준 차서준이었다.

그런 차서준을 부르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예능에는 얼굴 한 번 비춘 적 없었는데.

그런 차서준의 첫 예능 출연 소식이 ‘소소한 하루’의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상황.

떡밥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예고편 마지막과 연관된 찌라시 하나가 올라온 것.

- 이번 ‘소소한 하루’ 예고편 마지막에 언급된 배우 A씨와 감독의 촬영 당시뒷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발연기로 화제가 된 장면을 촬영하기 며칠 전.

해당 드라마 감독과 A씨 전 소속사 대표가 함께 술집에 있는 걸 목격했다는 썰이 있는데요. 이후 촬영 당일 감독이 대놓고 A씨 죽이기를 했었다네요. 그 덕분에 A씨는 트라우마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 어? 저 찌라시 지금 김우승의 발연기에 관한 이야기 하는 거 맞죠?

└ 맞음. 원래 ‘유니온’ 팬들이 옛날부터 말해왔던 게. 김우승 연기력이 제법 괜찮다였거든? 그런데 카메오로 나와서 발연기를 하는 바람에 이미지가 박살났었잖아.

└ 그걸 ‘너에게 다시’를 통해 완벽하게 배우로 이미지 변신을 성공했지. 그런데 그거에 관한 뒷이야기가 있는 건가?

└ 차서준이랑 김우승이 ‘너다’ 촬영 시작 전부터 같이 연습했다던데. 그와 관련된 썰을 이번에 풀려나 본데요?

찌라시를 본 사람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다.

└ 이러면 이번 주 ‘소소한 하루’를 안 볼 수가 없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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