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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52화 (52/220)

52화

[초보운전]

우리집 씽씽이의 뒷 유리에 붙은 글자였다. 아빠가 운전한다면 저런 종이가 있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

드디어 엄마가 운전면허를 따고. 일전에 약속한 나와 장 보러 가기를 하는 날이 온 것이다.

“엄마! 진짜 오늘 엄마랑 단둘이 마트에 가요?”

“그럼. 오늘 엄마랑 우리 서준이 둘이서 가는 거야. 알았지?”

“네! 좋아요!”

시간도 일부러 도로에 가장 차가 없을 시간대를 선택했다.

“서준아. 운전 강사 선생님이 엄마가 운전 너무 잘한다고 칭찬까지 했었어.”

“정말요?”

“그러엄. 그러니 걱정 안 해도 괜찮아.”

먼 거리는 당연히 무리였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대형 마트로 가자는 엄마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엄마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저런 말을 했었다.

어디서 많이 들었나 했더니. 드라마 첫 방송이 시작하기 전 엄마, 아빠가 불안해할 때면 내가 하던 대사였다.

나는 진짜 안 불안한데.

“응? 우리 서준이가 혼자서 벌써 벨트도 맸네?”

“네! 걱정 마세요.”

엄마가 말하기도 전에 미리 벨트부터 꽉 잡은 나였다. 그런 내 모습에 엄마가 잠시 웃음을 터트렸다.

운전대를 잡은 엄마의 얼굴에는 긴장 같은 건 없었다. 만약 자신이 없었더라면 나를 태우고 나가자는 말 같은 것도 하지 않았겠지.

나는 차가 출발하기 전에 재빨리 엄마에게 물었다. 운전할 때에는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입을 다물 생각이었으니까.

“오늘 마트에 뭘 사러 가는 거예요?”

“저녁에 아빠 구워줄 고기랑. 또 쌈으로 같이 먹을 상추랑 깻잎도 사야지. 서 준이는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호빵이요!”

“호빵?”

“네! 팥 호빵으로요.”

호빵은 무조건 팥이 진리였다. 무슨 야채 호빵이니, 피자 호빵이니. 이런 것들은 모두 이단이었다. 그럼, 무조건 호빵은 팥이 옳고말고.

“얼른 마트에 가서 장보고 집에 가서 따끈따끈한 호빵 쪄먹어요!”

내 말에 엄마가 웃는다.

“그럴까? 그러면 출발한다.”

“출발!”

차가 스무스하게 움직인다.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엄마는 차선 변경도 꽤나 능숙하게 했다. 차선을 변경하기 30미터 전에 깜빡이를 켜고. 뒤에 사각지대에 차가 없는지 확인 후 진입한다.

물론, 그런 엄마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다. 혹여나 엄마가 운전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될까 봐.

엄마와 대형 마트에 도착한 나는 재빨리 카트 하나를 가지고 왔다.

“엄마. 나 먹고 싶은 거 또 생각났어요.”

“우리 서준이가 먹고 싶은 게 뭘까?”

안 그래도 차 안에서 혼자 창밖을 보다가. 엊그제 엄마가 과일 하나가 생각난다며 혼잣말을 하던 게 기억났던 참이었다.

엊그제 갑자기 창밖을 보던 엄마가.

“샤인머스캣이요!”

샤인머스캣이 먹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다만 너무 비싼 과일이라 아빠에게도 말을 하지 않은 모양.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번 돈은 철저하게 자산관리사를 통해 관리하고 있었다.

아빠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을 하면서. 또 미래를 대비하여 저축까지 하다 보니 아주 넉넉한 생활비는 아닌 상황.

내가 생활비를 보태고 싶다고 해도 한사코 반대를 한 엄마, 아빠였다. 대신 수진 누나에게 부탁하여 집에 들어갈 때 이것저것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피치노’와 차서준의 한정판 콜라보 제품을 디자인한 엄마였기에 돈이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엄마는 여전히 가족을 생각할 때를 제외하곤 절약하려고 했다.

“그럴까? 우리 서준이가 먹고 싶다고 하니. 엄마가 샤인머스캣을 사야겠는걸?”

샤인머스캣이 먹고 싶다는 내 말에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핀다.

“네! 엄청 맛있는 샤인머스캣으로 사요.”

카트를 끄는 엄마의 옆에서 졸졸 따라다니자.

“어머, 서준이 아니에요?”

“맞는 거 같은데? 엄마랑 장을 보러 왔나?”

“원래 여기 자주 온대요. 아빠까지 해서 주말에만 온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엄마랑 둘이 왔나 봐요.”

주변에서 나를 알아보고 수군수군하는 목소리들이 들렸다. 다행히 엄마와 내게 다가와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떤 걸 가져갈까?”

“이거요! 하나는 아쉬우니까 두 개 가져가요 우리!”

“그럴까? 서준이가 좋아한다니 가져가자.”

내가 고른 건 세일하고 있는 상품이 아닌, 한눈에 봐도 먹음직스러운 샤인머스캣이었다.

내가 먹고 싶다고 하니 망설임 없이 제일 비싼 걸로. 그것도 두 개나 카트에 담는 엄마의 모습에.

“너무 좋아요!”

나는 활짝 웃었다.

엄마가 먹고 싶은 것도 있겠지만. 동생인 깜짝이가 먹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알만 먹고 다 엄마 줘야지.

그렇게 둘이서 돌아다니고 나니. 카트에 제법 찰 정도로 많은 것들을 사게 되었다.

“엄마가 이걸로 계산해달라고 하셨어요!”

엄마가 잠시 깜빡한 물건을 하나 더 가지러 간 사이. 내가 재빨리 숨겨온 카드를 꺼내 계산을 해버렸다.

“서. 서준아?”

돌아온 엄마가 당황하며 지갑을 꺼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렇게 소소한 플렉스를 하려고 광고도 열심히 찍은 것이니까.

“우리 깜짝이에게 맛있는 거 사주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얼른 집에 가서 호빵도 쪄먹어요.”

“그래. 서준이가 동생을 위해 사주고 싶었구나. 엄마랑 집에 가서 호빵 먹자.

알았지?”

“네!”

동생인 깜짝이를 위해서 그랬다는 내 말에 결국 미소를 짓고 마는 엄마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서도현에게 문자를 보내, 백화점에서 가장 좋은 샤인머스캣으로 구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

“우와.”

“와.”

“···대단해.”

사총사는 지금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감탄만 하고 있었다.

그런 사총사를 바라보던 김우승이 웃음을 터트리더니. 애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와. 서준이 친구들이라고 했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 김우승은 연습실 제공자 역할뿐만이 아니라. 다른 중요한 일을 해주기로 했다.

바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하지우에 대한 재능 평가를 해주기로 한 것.

일 년에 수많은 그룹이 데뷔하고. 또 사람들에게 이름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해체하는 그룹만 수십 개였다.

오늘 김우승이 직접 확인하고. 하지우에게 재능이 보이지 않는다면 취미로 가르쳐줄 생각이었다. 아직 어린 친구의 꿈을 꺾을 순 없었으니까.

“지우라고 했지?”

“···네.”

하지우는 김우승이 활동하던 시절의 ‘유니온’에 대해서 잘 몰랐다. 한창 유니 온이 정상을 찍을 시절에 하지우는 아기였을 테니까.

하지만.

오늘 김우승을 직접 만난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열심히 찾아본 모양이었다. 그 결과가 저렇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김우승을 보고 있는 하지우였다.

“일단 바로 내려갈까?”

“어디로요?”

“여기 아래 지하실에 연습실이 있거든. 가자.”

김우승을 따라 쫄래쫄래 내려가니. 정말로 그럴싸한 공간이 사총사를 반겼다.

“우와.”

“엄청나!”

“···대단해.”

다시 한번 감탄사가 터지고. 애들이 연습실을 이리저리 구경하는 동안 나는 김우승에게 다가갔다.

“형. 부탁드려요.”

“그래. 대신 결과는 서준이 너에게만 몰래 말할 거다.”

“당연하죠.”

혹시나 하지우가 재능이 없다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김우승에게 간단한 레슨을 한 뒤 평가까지 부탁했다.

이미 7살 꼬맹이에 맞게 눈높이 교육을 하겠다고 말한 김우승이 하지우를 불렀다.

“자. 지우야.”

“···네?”

“만약에 지우 네가 꿈을 이뤄서. 10년 뒤에 아이돌 가수가 된다고 생각해보자.”

“···네.”

“지우 네가 생각하는 무대에 오른 아이돌 가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뭐라고 생각해?”

김우승의 물음에 잠시 하지우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잇는다.

“···춤이요?”

“그렇지. 아이돌의 가장 중요한 건 군무야. 아직 지우 네게는 어려운 단어일지 모르겠지만. 아이돌에겐 무대 위에서 한 몸처럼 움직이는 춤이 가장 중요한 법이거든.”

노래야 립싱크로도 얼마든지 커버가 가능하다. 허나 춤은 적나라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부터 막힌다면 차라리 다른 길을 찾는 게 더 낫겠지.

아직 7살의 어린아이지만. 춤에 대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직접 보면 알수 있었다. 특히나 ‘유니온’으로 몇 년 동안 아이돌 활동을 했었던 김우승이라면 더욱더.

“···여, 여기서요?”

이어서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하지우가 허둥지둥하며 고개를 홱홱돌린다.

그 눈동자 안에는 최지환, 김도윤. 그리고 내가 있었다.

잠시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리던 하지우가 고개를 푹 숙인다. 역시나 예상하고 있던 하지우의 소심한 성격이 엿보이는 모습.

여기까진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어떻게 하면 돼요?”

하지우가 고개를 번쩍 들며 눈을 빛냈다.

“내가 간단한 동작들을 가르쳐 줄 거야. 그러면 지우가 따라 하면 되는 거지.”

“···해볼게요.”

잠시 후.

김우승을 따라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하지우의 율동을 감상할 수 있었다.

짧은 레슨이 끝나고.

“서준이 너는 어떻게 이런 친구들을 찾았어?”

신기한 것을 본다는 얼굴을 한 김우승이 내게 물었다.

“어땠어요?”

“어땠냐고?”

안다.

굳이 김우승에게 묻지 않아도 돌아올 대답이 무엇인지 정도는.

“일단은 합격. 리듬을 탈 줄도 알고, 어떻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지도 아는 것 같고. 무엇보다 본인이 즐거워하네.”

한때 정상을 찍었던 ‘유니온’의 리더 김우승의 하지우에 대한 평가였다.

이렇게 훈훈하게 끝나는 줄 알았는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서준이 너도 보여줄 수 있어?”

하지우는 내가 가르쳐주겠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

사총사들도 우상이나 다름없는 내 춤을 보고 싶었는지 눈동자들이 올망졸망하다.

“잘은 못해.”

정말이었다.

김도경 시절 배역 때문에 최대한 배워봤는데. 생각보다 춤과 노래에 대한 재능이 뛰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촬영 후 기계와 편집의 힘을 빌렸었다.

그런 날 보며 김우승이 웃음을 삼키며 다가왔다. 재밌는 걸 찾았다는 표정을 한 채로.

“자, 서준아. 따라해 봐.”

잠시 후.

“응?”

사총사들뿐만 아니라. 김우승도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그건 나조차 마찬가지.

나 왜 잘해?

*

CBS 예능 프로그램 ‘소소한 하루’. 줄여서 ‘소하’라고 불리는 관찰 예능은 시청률이 12프로를 넘나드는 인기 예능이었다.

금요일 밤 10시에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하루’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출연진과 게스트 간의 케미.

고정 멤버들이 격주마다 부르는 자신의 친구인 게스트가 매주 신선함을 잃지 않게 만드는 비결이었다.

그런 ‘소소한 하루’의 메인 PD 이주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여튼. 또 끼워 팔기를 시도한다니까. 우리는 최소한의 대본으로 리얼리티하게 간다고 설명해도 못 알아먹네.”

그랬다.

대본 없는 예능이 존재할 수 없는 만큼 기본적인 대본은 있었다. 허나, 그 안에서 보이는 그림만큼은 진정한 우정 속에서 나와야만 했다.

소속사 동료라는 어색한 사이에 연기를 해봤자. 시청자들의 예리한 눈을 피하긴 힘들었으니까.

덕분에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인물에서 다른 이로 급하게 섭외가 틀어졌다.

“솔직히 김우승이면 우리한테 더 좋죠.”

“그지? ‘너에게 다시’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기도 했고. 또 이 바닥에서 인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잖아.”

“그렇죠. 거기에 더해 주변 인맥도 좋으니. 벌써부터 첫 촬영 때 데려올 게스트가 빵빵하던데요.”

‘소소한 하루’의 메인 PD 이주연이 펜을 돌리며 물었다.

“게스트 관련 연락은 했어? 김우승이 첫 게스트로 누굴 부를 예정이래?”

이주연이 예상한 게스트는 ‘유니온’의 맴버들이었다. 해체 이후에도 제법 돈독한 사이를 유지한다고 들었으니까.

해체 이후 근황을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었으니. 시작부터 시청자 몰이가 제법 될 터였다.

그런데.

“차서준이래요. 대박이죠? 저도 아까 처음 들었을 때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요.”

툭. 예상치도 못한 대박 게스트 소식에 이주연의 손에 있던 펜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주연은 CBS 예능국 PD였지만. 지금 화제의 드라마 ‘폭군의 세자’ 팬이기도 했다. 심지어 차서준은 한 번도 예능에 출연한 적이 없단 사실이 떠올랐다.

“지, 지금 당장 김우승이랑 미팅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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