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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51화 (51/220)

51화

안개가 자욱이 낀 궁궐 안. 홀로 걸음을 옮기던 이환이 한숨을 내쉬는데.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계영과의 오해가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 가뜩이나 대신들은 후사를 위해 새로운 후궁을 들여야 한다고 읍소를 계속하는데.

-네 이놈!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기에 찬 호통 소리. 깜짝 놀란 이환이 안개 너머를 바라보자.

-내가 너를 그리 가르쳤단 말이더냐!

그 안개를 헤치고 나온 건.

-너는···.

바로 어린 시절의 자신. 어린 세자 이환이었다.

-네 곁에서 너만을 보고 버텨온 여인 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백성을 지킬 것이며. 더 나아가 나라를 잘 이끌어 가겠느냐! 네 이노옴!

-네 이노옴···!!

-네 이노옴···!!!

그 말에 번쩍 고개가 들리는 이환. 정신을 차려보니 침소에 누워있다 몸을 일으킨 자신이 보이는데.

-허억!

-괜찮으시옵니까?

-괜찮다···.

옆에서 자다 걱정이 된 얼굴로 일어나는 계영. 그 얼굴을 바라보는 이환의 눈빛에 결심이 어리는데.

10화 쿠키 영상이 끝남과 동시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꿈속에서 박우형의 이환을 혼내는 어린 세자 시절 차서준의 이환. ㅋㅋㅋㅋ└ 호통치는 거 귀엽네요. ㅋㅋㅋㅋ 우리 엄마도 옆에서 방심하고 있다가 빵터지심.

└ 10화가 심각해서 걱정했는데. 서준이의 이환의 가르침 덕분에 11화에서 이 환이 각성할 듯?

└ 아니. 이러니 쿠키 영상을 안 볼 수가 없잖아. ㅋㅋㅋㅋ└ 본편도 재밌는데. 짧게 나오는 쿠키 영상만의 깨알 같은 재미가 있음. ㅋㅋㅋㅋ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나 복잡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본편에서 풀 수 없는 분위기였는데. 쿠키영상으로 재밌게 환기시켰으니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반응들이 좋았는지는 굳이 더 확인해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인간 지표가 된 아빠가 옆에서 펄떡거리고 있었으니까.

“서, 서준아!”

“저도 몰라요.”

“···왜?”

다음 내용을 나도 모른다는 대답에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대답하는 아빠.

“여보. 자꾸 드라마 볼 때마다 서준이 괴롭히지 말라고 했죠? 그리고 서준이는 이제 분량이 끝나서 대본을 안 받잖아요.”

아빠를 혼내면서 과일을 입에 넣어주는 엄마. 아빠 입에 하나, 그다음은 내 입에 하나.

다음은 내가 재빨리 하나를 들어 엄마 입에 쏘옥.

“엄마도 드세요. 아~”

“서준이가 주니까 더 맛있네?”

“저도 엄마가 주니까 더 맛있었어요!”

행복한 우리 가족의 일상이었다.

*

“그러니까 내가 서준이 널 도울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거지?”

“네. 형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 말에 김우승의 표정이 밝아진다. 매번 날 볼 때마다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한다던 김우승이었다.

그런 김우승에게 내가 도와달라며 연락했으니. 저런 기쁜 표정을 짓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전화를 끊자마자 한걸음에 나를 데리러 달려온 거겠지.

“서준이 샛별반 사총사 친구 이름이 지우였나?”

“하지우요.”

“그래. 지우의 꿈이 아이돌이라. 쉽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하네. 만약 내 동생이었다면 말리고 싶을 정도로.”

누구보다 아이돌 세계의 힘듦을 잘 아는 사람이 김우승이었다. 중소 기획사에서 ‘유니온’으로 시작해서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정상까지 찍었던 사람이니까.

특히나 김우승이 아이돌로 데뷔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현재는 그 성공의 길이 더 좁아졌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길을 아직 7살인 어린 친구가 꿈꾼다고 하니 걱정부터 하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동경하는 아이돌과 현실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을 테니까.

“생각보다 의지가 굳건해요. 만약 치기 어린 꿈이었다면 형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서준이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를 향한 김우승의 굳건한 신뢰가 느껴진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꺼냈더라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설득부터 했을 텐데.

“서준이가 그렇다면 나도 도와줘야지!”

나에 대한 믿음 하나로 돕겠다고 나서는 김우승이었다.

한때 배우의 꿈을 꾸던 시절의 간절하던 자신이 떠올랐음일까. 김우승이 갑자기 의욕을 보인다.

하지우의 꿈이 아이돌 가수가 되는 것이라 했다. 연기와 관련된 분야는 내가 김우승보다 선배일지 몰라도. 아이돌 관련한 일에 있어서는 김우승이 전문가였다.

그렇기에 몇 가지 부탁을 위해 가장 먼저 김우승을 직접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연습실도 필요하다고?”

“그냥 유치원 끝나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잠깐 이용할 수 있는 곳이면 괜찮아요. 가능하면 유치원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요.”

“그렇지. 아직 어린 친구니까 과도한 연습은 오히려 역효과일 테니.”

가장 먼저 구해야 하는 것이 바로 연습할 수 있는 장소였다. 말이 거창하게 연습실이지. 그저 사총사들이 올망졸망 모여서 있을 곳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들이 필요했다.

접근성, 장소 대여에 필요한 금전 비용 등등.

기존의 연습실 같은 곳을 필요할 때마다 대여할까도 생각했지만. 보는 시선들이나,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보통 소속사 건물에 있는 연습실을 이용하곤 하는데. 구름엑터스에는 그런 공간이 없으니 안 될 테고.”

김우승의 말처럼 종합적으로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였다면 연습실이 있었겠지만. 구름엑터스는 철저히 배우들만 소속된 곳이었다.

고로 보컬이나, 댄스 트레이너 선생님도 없었고. 연습실은 당연히 없었다. 있어도 외부인은 이용하기 힘들었고.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김우승이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 딱 한 곳이 떠오르긴 하는데.”

“진짜요? 어디요?”

“여기.”

응?

여기?

현재 나와 김우승이 있는 곳이 어디던가.

바로 김우승의 집이었다. 내 연락을 받고서 한걸음에 차를 끌고 와 나를 데려왔으니까.

벙찐 나를 보며 웃음을 터트린 김우승이 천천히 설명을 잇는다.

마치 가까운 곳에 정답을 두고서 뭘 그리 고민하고 있었냐는 듯한 표정으로.

“서준아 잘 생각해 봐. 너 오늘 말고도 형 집에 자주 왔었잖아?”

“그죠?”

“집 구석구석 모르는 곳도 없고. 그렇지?”

“그랬죠?”

“어땠어?”

“넓고 좋았죠.”

정말로 집이 꽤나 좋았다.

김도경 시절을 경험한 나조차 이렇게 ‘정말’, ‘꽤나’ 같은 수식어를 붙일 정도로.

확실히 중소돌의 기적이라 불리는 ‘유니온’의 리더답게. 현재 김우승이 살고 있는 집은 나조차 깜짝 놀랄 만한 고급 주택이었다.

“이 집이 진짜 좋긴 해요.”

아이돌 생활을 하면서 벌어들인 수입도 있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 이유는 인맥 덕분에 얻은 투자 기회 때문이라고. 친하게 알고 지내던 형의사업체에 초기 투자를 했는데. 그게 말 그대로 초대박이 났다고 들었다.

아마 TV 프로그램에서 투자로 성공을 거둔 연예인 순위! 이런 프로가 만들어지면 그 순위 안에 김우승이 들어갈 정도로.

“그래. 여기 집 지하에는 연습실 비슷한 공간도 만들어놨잖아.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어.”

그렇네?

지상 2층, 지하 1층. 그리고 주차장까지 있는 김우승의 집이다.

굳이 김우승이 크게 신경 쓰지 않더라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넓기도 했고.

그러고 보니 문득 이런 궁금증 하나가 생겼다.

“근데 형은 굳이 왜 그런 대우까지 받으면서 계속 배우에 도전한 거예요?”

이미 금전적인 자유를 찾은 김우승이다. 촬영장에서 무시를 당하며 도전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텐데.

“해체하고 나니 콘서트 무대 위에서 수많은 팬들에게서 쏟아지던 환호가 그리 워질 때가 있더라. ‘유니온’이 아닌 김우승에게는 솔로 가수로서의 가능성도 낮았고.”

이해한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

그것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보내주던 팬들이 사라지고. 사람들에게 서서히 잊히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어릴 적 내 꿈이 배우였거든. 그때 소속사 사장이 배우로 향하는 가장 쉬운 지름길이 아이돌이라고 꼬셔서 덜컥 수락했는데.”

어쩐지.

잘생긴 얼굴과 내 눈에 흡족할 만큼의 연기 재능을 가지고도 왜 아이돌로 시작했나 했는데.

소속사 사장의 꼬임에 홀라당 넘어간 과거가 있었던 모양. 해체 후 배우에 도전한 건. 어릴 적 꿈을 찾아 후회 없는 선택을 한 셈이다.

“만약에 내가 보고서 아니다 싶으면. 아무리 서준이 네 친구라고 해도 말릴 거다. 알았지?”

“네. 형 정말 고마워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연습실을 구하게 되었다. 심지어 언제든지 여기로 날 납치하고 싶어 하는 김우승의 집으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조금 마음의 짐이 덜어졌는지 김우승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점이 하나 떠올랐는지 나를 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신기하네.”

“뭐가요?”

“서준이 너부터 시작해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친구들도 7살 애들 같지가 않아서.”

응?

“서준이 네가 농담처럼 나랑 우형이 형한테 말했잖아. 우형이 형한테 전염 당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내가 봤을 땐 서준이 네 친구들도 널 보면서 조금씩.

아니, 빠르게 성장하는 거 같은데?”

그럴지도 모르겠다. 주변 환경에 따라 빠르게 바뀌는 게 아이들이었으니까.

작년에 샛별반에서 만나 지금까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사총사들이다. 귀여운 맛에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주기도 했고. 또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어느 순간부터 애들이 ‘황금 카드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따라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애들이 나 때문에 더 빠르게 성숙해진 건가?

내가 박우형처럼 애들을 ‘차서준’화 시켰을 리가.

에이, 설마.

*

쿠키 영상 촬영을 위해 ‘폭군의 세자’ 촬영장을 찾은 나는 박우형을 찾았다.

정확히는 날 보자마자 박우형이 다가온 거지만.

“형.”

“응?”

“고마워요. 우지학 감독님 이야기 들었어요.”

“뭘. 네가 잘해서 주변에 칭찬한 것뿐인데.”

마치 네가 잘해서 된 일을 왜 내게 고마워하지. 이런 반응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런 나를 보던 박우형이 무언가 떠올랐다는 표정을 짓는다.

“맞다. 한번 보고 싶다던데.”

“이준형 선배님이요?”

“어.”

재밌게도 우지학 감독에게 나를 추천한 이준형은 한 번도 나를 본 적이 없었다.

오로지 박우형에게 칭찬만 듣고서 시나리오를 본 뒤 나를 추천했을 뿐. 그러니 감사의 인사 정도는 직접 만나서 해야지.

“당연히 직접 만나서 감사 인사드려야죠. 언제가 좋을지 형이 약속 잡아주세요.”

“그래.”

단둘이 있을 때에도 저러면 얼마나 좋을까. 다물 생각을 않던 입이 오늘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중요한 씬 촬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맞다. 우승이도 조만간 한 번 만나자고 하던데. 서준이 너까지 해서.”

어느새 서로 편하게 부르기 시작한 박우형과 김우승이었다. 중간에 내가 없이도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연락을 시작했다고 들었다.

특히 배우로서 욕심이 생긴 김우승이 박우형에게 먼저 연락하여 이것저것을 물어보는 모양.

엊그제는 단둘이 맥주 한 캔과 함께 밤늦게까지 ‘연기’에 대해 쉴 새 없이 떠들었다고 했었다. 아직 내가 술을 마실 수 없는 어린아이라는 게 참으로 다행이라 느껴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우승이가 자기 예능 하나 들어가는데. 첫 촬영 때 게스트로 한 번만 나와 줄 수 있냐고 물어보던데?”

“형한테도 물어봤어요?”

끄덕. 박우형의 고개가 움직인다.

“다른 건 아니고.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라고. 특히 서준이 너와 함께.”

안 그래도 어제 김우승의 연락을 받은 참이었다. ‘너에게 다시’를 통해 배우로 거듭난 김우승에게 예능 출연 제의가 왔다면서.

최근 들어 가장 핫한 프로그램인 관찰 예능 프로 중 한 곳에서 김우승에게 제안을 넣은 것이다.

“형은 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요?”

“나? 게스트로 나가줄 순 있는데. 딱히 재미는 없을 거라고 했지.”

역시 박우형 본인도 잘 알고 있다. 딱히 예능감이 없기에 소속사에서도 박우형을 예능에 보내지 않는 편이었으니까.

안 그래도 하지우 일로 김우승의 도움을 받게 되는 상황. 한 번 정도 예능에 출연하여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배우 차서준에 대한 색다른 면모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자극적인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예능이 아닌. 편안하게 출연자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이었으니까.

오늘 서도현도 김우승이 출연할 예능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듣고선 괜찮겠다는 말을 꺼냈다. 이어지는 이유가 내 생각과 비슷해서 흠칫 놀라기도 했었다.

“그러면 서준이 첫 예능 출연인가?”

“네.”

단발성 게스트지만 내 첫 예능 출연이 결정되었다.

멤버는 김우승, 박우형, 나.

음. 이거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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