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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44화 (44/220)

44화

‘폭군의 세자’가 서서히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그와 동시에 내 짤방들이 유행하고 있었다.

특히 사람들이 쓰는 짤방에는 ‘폭군의 세자’ 이환의 모습들뿐만 아니라. 최근에 찍힌 내 일상 모습들도 같이 쓰이고 있었다.

그 일상 모습에는 팬들이 찍은 것도 있었지만. 일부러 짤방에 사용될 수 있도록 수진 누나가 찍어준 것들도 꽤나 많았다.

‘피치노’에서 곧 출시될 차서준 한정판을 홍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리고.

반응들이 서서히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 우리 차 배우가 요즘 입는 옷 있잖아요. 그거 어디서 파는 건가요? 우리집둘째에게 사주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정보가 없네요?

└ 서준이 ‘피치노’ 메인 모델이라. 평상시에 외부 활동할 때에도 피치노 옷들만 입고 다니는 걸로 알고 있어요.

└ 그건 나도 알고 있는데. 피치노 매장 어디에도 저 옷이 없음. 심지어 내가 엊그제 짤방 보고서 조카한테 사주고 싶어서 다른 백화점도 갔다 왔는데 없었음.

└ 그죠? 저만 못 찾은 거 아니요? 저도 하나 있는 조카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정보가 없더라고요.

└ 그러게요. 저도 서준이가 피치노랑 메인 모델 계약 체결한 이후 거기 옷만 입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혹시 누구 정보 아시는 분 없나요?

내 일상 사진들을 본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을 사고 싶어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 옷을 파는 곳이 없다는 것.

직접 내게 물어본 팬들은 없지만. 매니저인 수진 누나에게 물어보는 이들이 생길 정도였다. 그리고 그럴 줄 알고 미리 그에 대한 답변을 수진 누나에게 알려두었다.

“누나. 누가 물어보면 이제 곧 피치노에서 출시 예정인 신상이라고 말해주세요.”

그 결과.

‘피치노’에서 새롭게 출시된 차서준과의 콜라보 한정판 아이템은. 공개와 동시에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게 되었다.

서도현이 신기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이런 상황까지 어떻게 예측했을까 하는 표정을 한 채로.

“서준이 너는 이걸 어떻게 예상했을까?”

내 제안을 들은 순간부터 서도현도 알아차렸을 거다. 한정판 아이템은 출시와 동시에 대박을 칠거란 걸.

성공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감각을 지닌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서도현이 정작 궁금해하는 건. 그걸 내가 어떻게 예상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아무리 나랑 서도현 사이에 허물없이 하나둘 보여주고 있다지만. ‘나 인생 2회차에요.’라고는 오픈할 수 없는 법.

이런 상황을 대비한 답변도 미리 준비해두었다.

“유치원에서 샛별반 사총사들을 처음 만났을 때요. 그때 도윤이가 제게 처음 선물로 준 게 ‘황금 카드왕’의 야광 카드였거든요. 그게 수십 장을 사야 겨우 하나가 나올지 모르는 희귀 카드라면서요.”

내 설명을 들으면서 서도현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때 도윤이가 카드를 선물로 준다고 하니까. 지환이랑 지우가 정말 너무 기뻐했었어요.”

여기서 잠시 한 템포 쉬어주고.

“그 순간 느낌이 왔어요. 만약 남들이 모두 가질 수 없는 걸 나만 가질 수 있다? 이건 무조건 가지고 싶어 한다고요.”

“그러면 거기서 이번 옷들이 될 거란 생각을 한 거구나.”

“네! 특히나 저 덕분에 ‘피치노’의 매출이 대박 났다고 했잖아요. 그런 제가 입고 다니는 몇 개 없는 옷들. 이건 성공할 것 같았어요.”

“하하. 그랬구나. 확실히 서준이 네 말처럼 성공했다. 아니, 대성공했어.”

정말이었다.

당장 내가 보고 있는 기사에 달린 사람들의 반응도 그걸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 ‘피치노(piccino)'와 아역 배우 차서준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 공개. 한정판 판매 개시.

DQ패션의 이유란 대표는 키즈 패션 브랜드 ‘피치노(piccino)'와 아역 배우 ’차서준‘의 콜라보레이션 의류 5종을 공개했다.

겨울, 봄 계절을 겨냥한 이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한정판 물량만 판매되며···.

특히 이번 제품들의 디자인은 아역 배우 차서준의 아이디어와, 차서준의 어머니 김미경 씨가 디자인을 완성하였으며···.

이유란 DQ 패션 대표는 “이번 배우 차서준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매년 한정판 시즌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와. 차 배우가 입고 다니던 옷이 자기가 만든 거였네요?

└ 정확히는 서준이가 아이디어를 내고. 서준이네 엄마가 완성한 디자인의 옷이래요. 엄마의 어릴 적 꿈이 패션 디자이너였는데. 그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도전했다네요.

ㄷㄷ└ 효자네. 심지어 최근 밖에 외출할 때는 저 옷들만 입고 다녔음. 사람들이 궁금해서 난리도 아니었는데. ㅋㅋㅋ└ 근데 진짜 예쁜데? 그냥 서준이가 입고 다녀서가 아니라. 옷 디자인 자체만 봐도 진짜 예쁨. 당장 우리 조카한테 입히고 싶다.

└ 이건 사야지. 한정판에 시즌 종료되면 재생산도 안 된다는데.

└ 이번 주말에 백화점에 입점한 ‘피치노’ 매장에서만 판다네요. 경쟁 치열할 듯?

특히나 이번 기사를 통해 사람들에게 숨겨진 이야기들이 오픈되었다.

바로 엄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발 벗고 나섰다는 것.

└ 그냥 ‘피치노’의 바이럴 아닌가요? 솔직히 저기서 다 준비하고 그냥 서준이랑 서준이 엄마 이야기를 씌운 거 아닌가 싶은데.

└ 아니에요. ‘피치노’ 홈페이지 들어가 보면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공개되어 있어요.

└ 어? 정말이네? 우리 차 배우가 제안한 아이디어 그림. 그리고 서준이네 엄마가 그걸 토대로 완성한 디자인들까지. 다 공개되어 있네요?

└ 대박이네요! 그러면 정말로 서준이가 엄마의 꿈을 도와주기 위해서 노력한 거네요? 한정판인데 거기에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담겨있네요.

└ 이거 이번 주말에 판매 시작하죠? 대기줄이 길게 생길 거 같은데 오픈 전부터 달려가야겠네요.

예상은 적중했다.

토요일 백화점이 오픈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 것.

가뜩이나 소수의 물량만 판매되고 끝나는 한정판 제품들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 아역 배우 차서준과, 엄마 김미경의 눈물이 찔끔 날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첨부되어 있었으니.

무엇보다.

이번 계획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간단했다.

“엄마가 옷을 진짜 예쁘게 디자인했어요. DQ 패션 사장님도 칭찬을 엄청 했구요. 그래서 무조건 성공할 것 같았어요.”

“삼촌도 그렇게 생각했다. 서준이 널 빼고도 그냥 피치노 제품이라고 판매했어도 대박 났을 거 같았어.”

디자인이 좋았다.

아무리 한정판이고, 그 안에 담긴 나와 엄마의 이야기가 어떻든 간에. 옷이 예쁘지 않으면 대박이 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덕분에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 너무나도 즐거워졌다.

“서준아. 어서 와. 오늘도 촬영하느라 힘들었지?”

“아들. 고생했어.”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엄마, 아빠가 나를 안아준다.

오늘은 늦은 저녁까지 촬영이 있었던지라 아빠보다 내 퇴근 시간이 늦어졌다.

“왜 저녁 먼저 안 드셨어요?”

“아빠가 서준이랑 먹겠다고 기다리셨어.”

“우리 서준이가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돌아오는데. 아빠랑 엄마가 기다렸다가 같이 먹어야지.”

좋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뚝배기 찌개도. 고생한 나를 위해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삼겹살들도.

가장 좋은 건.

나를 기다리고. 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는 엄마, 아빠가 있다는 점이었다.

고기를 먹던 나를 유심히 보고 있던 엄마가 상추 하나를 들어 내 손 위에 올려주었다.

“서준아. 엄마가 고기는 상추랑 같이 먹어야 한다고 했지?”

“네. 엄마 그런데요.”

“응?”

“아빠도 아까부터 고기만 먹고 있어요.”

흠칫. 엄마의 말에 조심스럽게 눈동자를 굴리던 아빠가 내 고자질에 화들짝놀란다. 그리고 이어지는 엄마의 한 소리.

“여보. 당신부터 편식을 하면 우리 서준이가 뭘 보고 배우겠어요. 아니지. 우리 뱃속에 있는 깜짝이가 벌써부터 아빠를 보고 배우겠네.”

아빠 미안.

시무룩한 얼굴을 한 아빠를 달래기 위해.

“아빠! 제가 아빠 주려고 이렇게 쌈을 만들었어요. 아~ 하세요.”

“정말? 아~”

내가 작은 손으로 열심히 쌈을 만들어 아빠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의 시무룩함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아빠였다.

그런 우리 부자를 보던 엄마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서준아. 요즘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거 같아. 우리 서준이 덕분에.”

“저도 요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요! 엄마, 아빠가 있어서요.”

“우리 서준이가 도와줘서 엄마가 꿈을 이룰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사랑하는 우리 아들.”

엄마의 오랜 꿈이 이루어졌다.

자신의 손에서 완성된 디자인이 옷으로 완성되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줄까지 서서 살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인 내 도움을 통해서. 이보다 더 행복한 상황이 어디 있을까.

“엄마는 하루하루가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아.”

“저도 하루하루가 정말 꿈을 꾸는 것처럼 행복해요!”

“정말?”

이어지는 식사 자리는 오순도순 했다. 오늘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내가 조잘조잘 떠들고. 엄마, 아빠는 맞장구를 쳐주었다.

“정말?”

“어머. 대단했었네.”

이렇게 내 이야기에 엄마, 아빠가 반응을 해주면. 나는 더 신이 나서 수다를 떠들었다.

이게 행복 아니겠어.

“아! 그리고 도윤이가 곧 생일이라고 해서. 생일파티 하기로 했어요.”

“촬영 중인데 괜찮아?”

“도윤이가 촬영이 없는 시간으로 해서 시간을 잡았대요. 샛별반 친구들 모두가 아니라 사총사만 모이기로 했어요.”

김도윤은 드라마를 촬영 중인 나만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폭군의 세자’에서 어린 세자 이환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 나에게 자극을 받은 모양.

유치원에서야 친구들에게 시달리는 나를 생각해서 다가오지 않았지만. 서도현에게 향할 때 은근슬쩍 옆자리에 앉아 자신이 연습한 것들을 보여주곤 했었다.

사총사 중 한 명인 김도윤의 생일이 가장 먼저 다가왔는데.

어떤 선물을 줘야 할까.

*

촬영을 준비하는 모두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만큼 중요한 촬영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 부상을 조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안전사고에 유의하는 거 잊지 마세요!”

국경을 지키던 장수가 적들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그 문을 넘어 오랑캐들의 암살조가 한양에 도착한 상황.

여러 인원이 뒤엉키는 전투씬. 그 과정에서 각성을 하는 세자 이환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아야 했기에 준비에 분주했다.

그리고.

촬영장에서 쉬는 시간에도 내 옆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 한 명 생겼다.

박우형은 아니었다.

아직 어린 세자 이환인지라, 성인이 된 이환을 연기할 박우형이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 주인공은 바로 폭군 연종을 연기 중인 중년 배우 신준철이었다.

“서준아. 컨디션은 어때?”

“좋아요!”

처음 대본 리딩 때부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았는데. 첫 촬영 이후부터 슬금슬금 내게 접근하더니. 어느새 항상 내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참 신기하네.”

“네?”

“어디 똑딱이 스위치라도 달렸나?”

신준철이 장난으로 내 등 뒤를 요리조리 살핀다.

그런 우리 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쑥덕쑥덕하는 게 보인다.

“오늘 괜찮을까요?”

“쉽지 않을걸. 참아왔던 감정을 확 터트리면서 왕이 되겠다 다짐을 해야 하는 장면인데.”

“그죠? NG만 많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아까 합 맞추는 거 보니까. 반복하다 보면 부상자 나올지도 모를 거 같던데.”

“지금까지 서준이가 잘한 건 아는데. 이번에는 너무 어려워 보이긴 한다.”

우려 섞인 시선들이 나를 향한다. 신준철이 옆에서 내 컨디션을 물어볼 만큼 어려운 촬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신준철 역시 조금 있을 촬영이 걱정되었는지 내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감정선 잡는 거 도와줄까?”

“네! 고맙습니다!”

내가 꾸벅 인사를 하자 신준철이 웃었다. ‘폭군의 세자’에서 미친 폭군 연종과 동일 인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미소였다.

잠시 후.

나를 봐주던 신준철이 멍하니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야. 오늘 다들 깜짝 놀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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