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38화 (38/220)

< 38화 >

TV를 보고 있는데 옆에서 엄마의 시선이 느껴졌다.

“엄마?”

슥슥.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엄마. 뭐 하세요?”

“우리 예쁜 서준이 그리고 있지.”

정말이었다.

엄마의 손에 들린 연필이 움직이며 노트 안에 나를 담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잘 그렸다. 엄마라서 추가 점수를 듬뿍 준 것이 아니라.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올 만큼 나를 쏙 빼닮은 아이가 노트 안에 완 성되고 있었다.

“우와! 엄마 진짜 그림 잘 그려요.”

“그러엄. 서준이가 연기를 좋아하듯이. 엄마는 그림을 좋아하 거든.”

“정말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엄마는 다시 연필을 슥슥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어? 엄마. 지금 입고 있는 옷이랑 달라요.”

“그렇지? 서준이가 이런 옷을 입으면 더 예쁠 거 같은데. 서준 이 생각은 어떠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로 노트 안에 담긴 내가 입은 옷이 훨씬 괜찮았다. 만약 내  가 저 코디를 입는다면 인물이 한 층 더 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말이다.

“샛별반 친구들한테 자랑할래요. 우리 엄마 그림 엄청 잘 그린 다고!”

내 말에 엄마가 웃는다. 그 미소를 보면서 나는 계속해서 물었 다.

“엄마, 엄마.”

“응?”

“엄마는 어릴 적 꿈이 뭐였어요?”

“엄마의 꿈이 무엇이었냐고?”

“네!”

궁금했으니까.

원래는 계속해서 직장을 다니려던 엄마였는데. 차서준을 낳는  과정에서 몸이 크게 아파 복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느 순간 집에 있게 된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우리 서준이는 꿈이 배우지? 이미 TV에도 나왔고.”

“네! 커서는 어어엄청 유명한 배우가 될 거예요.”

“우리 서준이는 꼭 그런 배우가 될 거야. 엄마도 어릴 때 서준 이처럼 꿈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패션 디자이너였단다.”

패션 디자이너?

“예쁜 옷을 만드는 사람이요?”

“서준이가 패션 디자이너란 단어도 알아?”

“네! 유치원에서 배웠어요. 장래에 어떤 꿈을 꾸고 싶은지 배 우는 수업에서요.”

“그래서 물어봤구나. 우리 서준이가 똑똑하네. 맞아요. 엄마는  그런 예쁜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단다.”

어쩐지.

엄마는 지금처럼 연필 하나를 들고서 나를 그려줄 때가 있었  다. 그럴 때마다 엄마의 그림 실력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었는데.

또 하나 더. 내가 가지고 있던 옷들도 제법 패션 센스가 넘쳤다.  엄마가 고른 옷들은 귀여운 외모를 확 살려줄 수 있는 코디를 완 성시켰다.

엄마의 꿈이 디자이너였구나. 아마 지금 나를 그려준 종이의  앞장에는 본인의 꿈을 담아놓은 디자인들이 있을 터였다. 그 모 델은 나일 테고.

“그러면 나중에 작품을 할 때. 엄마가 만든 옷을 입고 나갈 거 예요.”

“정말? 우리 서준이가 엄마 꿈을 위해 도와주려고?”

“네! 여기 노트 안에 있는 옷들이 너무 예뻐서 당장 입고 싶어 요!”

엄마가 내 말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저리 밝은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봤다.

그 미소는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너무나도 아름다 웠다.

서준이의 엄마가 아닌.

김미경으로서 짓는 미소가 말이다.

*

갑자기 한참 전인 저 당시가 떠오른 이유는 간단했다. 엄마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 방법을 찾은 것 같아서.

“미팅을 잡아달라고?”

“네!”

서도현이 내 요청에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DQ 패션 과 미팅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내 말을 이해할 수 없었을 테니.

“이제 얼마 뒤면 ‘폭군의 세자’ 촬영에 들어가잖아요.”

“그렇지?”

“그때 DQ 패션의 ‘피치노’와 함께하면 좋을 거 같은 아이디어 가 떠올랐어요.”

역시나 서도현이다.

내가 메인 모델을 맡고 있는 DQ 패션의 브랜드 ‘피치노’. 그리 고 곧 촬영에 들어갈 예정인 ‘폭군의 세자’.

두 단어를 조합한 서도현은 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알아 차렸다는 표정을 짓는다,

허나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말하기보단. 먼저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렸는지에 대해서 먼저 확인한다.

“일단 서준이가 떠올린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삼촌이 먼저 들 어볼 수 있을까?”

서도현은 매우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눈앞의 작  은 꼬맹이가 또 어떤 기적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그러니까···.”

잠시 후.

설명을 모두 들은 서도현이 넋이 나간 사람처럼 나를 바라보 고 있었다.

본인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 은 계획안이 내 입에서 나왔으니까.

다른 사람이었다면 가면을 썼겠지만. 서도현에게는 이미 ‘차 서준’이 가진 재능들에 대해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는 중이었으 니 괜찮다.

서도현은 내가 가진 ‘특별함’을 알고 있는 두 사람 중 한 명이 고. 입도 무거웠기에 비밀이 새어 나갈 걱정도 없었다.

“이, 이걸 서준이 네가 다 생각한 거라고?”

“음. 혼자서는 아니고. 인터넷에서 사람들 반응들을 보다가 번 쩍 떠올랐어요.”

영감은 ‘서준 T'에서부터 출발되었다.

내가 촬영한 작품에 대한 방점의 의미와. 그동안 함께 고생한   이들에 대한 선물로 준비한 ‘서준 T'. 그걸 갖고 싶다는 사람들의 반응이 제법 많았던 것.

거기서 나는 번쩍이는 아이디어 하나를 얻었다.

이거, 잘만 하면 대박 아이템을 만들 수도 있겠는데? 이런 아 이디어를 말이다.

“오케이. 그러면 삼촌이 준비하는 과정을 도와줄까? 일단 디 자이너부터 섭외를 해서 디자인을 완성시켜야 할 텐데?”

“아니요! 괜찮아요!”

“···왜?”

단박에 고개를 저어버리는 내 행동에.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서도현이 한 박자 늦은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7살 꼬맹이가 혼자 준비하기엔 제법 무리가 가는 내용 이었으니까.

아이디어 자체는 좋은데. DQ 패션 임원진들을 만나 미팅을 하 기 위해선 체계적으로 준비된 자료가 필요했다. 저들을 설득시 킬 수 있는 내용물이 있어야 한단 말이다.

그걸 만드는 걸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고민도 않고 내가 단박 에 고개를 저어버렸으니.

하지만.

이미 그 준비 부분까지 생각을 마쳐둔 나였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있었으니까.

“엄마랑 준비할 거예요!”

“엄마랑?”

“네! 거기다가 제가 생각해둔 디자인들도 이미 다 있어요.”

어떻게 디자인을 떠올렸냐고?

이미 김도경 시절 무수히 많은 패션들을 접한 나다. 당연히 그 때 대박 났던 것들 중에서 슬쩍 가져오면 된다.

조금 양심이 찔리긴 하지만. 그게 환생한 인생 2회차의 이점  아니겠어?

물론, 완벽하게 김도경 세상의 것을 가져오겠다는 게 아니다.  그럴 거면 엄마를 언급도 안 했겠지.

엄마의 꿈을 이루게 해줄 생각이었다. 내가 아이디어와 기본  초안을 던지고. 완성은 엄마가 할 수 있도록 말이다.

*

“엄마!”

서도현과 대화를 마친 내가 집 문을 열고 후다닥 뛰어 들어가 자.

“우리 서준이. 왔니?”

“네!”

무언가를 그리고 있던 엄마가 노트북을 접는다. 허나 그 노트 북이 완전히 꺼지기 전에 난 봤다.

혼자 집에 계시던 엄마가 무엇을 그리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엄마, 엄마.”

“응?”

“제가 한 가지 엄청난 걸 생각해냈는데요. 혼자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엄마가 도와주었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엄마가 우리 서준이를 도와줄 수 있는 거니?”

“네!”

내가 엄마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엄마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

어느 순간부터 엄마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척척 해내는 내가  장하면서도 못내 아쉬웠던 모양.

유치원에 가는 아침에도 혼자서 벌떡벌떡 잘 일어나는 나였으 니까. 심지어 아빠처럼 편식조차 없었다.

“제가 생각한 건 이거예요!”

나는 재빨리 방 안에 들어가 생각해둔 것들을 적은 노트를 가 지고 나왔다.

“어머? 이건···.”

엄마는 노트 안에 적힌 내용을 보자마자 단박에 무슨 내용인 지 알아차렸다.

내 나이 또래가 입을 수 있는 옷들에 대한 디자인. 그것들을 확 인한 엄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정말 서준이가 생각한 것들이니?”

“네! 이번에 ‘폭군의 세자’ 촬영에 들어가잖아요. 그리고 저번 에 기념으로 선물한 ‘서준 T'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생각해봤어 요.”

“그러니? 그런데 서준아. 옷이라는 게 혼자서 만들기엔 너무 나도 큰일이에요.”

아마 엄마는 ‘서준 T'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흥분한 내가 갑 작스럽게 떠올린 것이라 생각한 듯싶다.

그래서 준비했다. 사락, 종이가 한 장 넘어가며 현재 내가 광고  모델을 하고 있는 ‘피치노’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엄마를 위해 준비한 미니 PPT라고.

“서준아?”

“그래서 도현 삼촌한테 이야기해서. DQ 패션이랑 미팅을 하 기로 했어요. 엄마랑 제가 아이디어를 잔뜩 떠올려서 가면. 제작 은 ‘피치노’에서 할 거예요.”

“···.”

잠시 돌아오는 말이 없다. 내가 슬쩍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 보자.

와락. 엄마가 나를 안아주었다.

“이래서 우리 서준이가 예전에 엄마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 봤구나?”

“헤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이미 대략적인 도안과 디자인, 어떤 느낌을 주는 옷인지에 대 한 설명을 다 적어두었다. 부분부분 엄마의 디자인이 필요한 곳 들은 빈칸으로 둔 채로.

천재성을 숨겨야 하지 않겠냐고?

엄마, 아빠는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시더라고. 자신들의 아 들이 얼마나 뛰어난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제외하곤. 이제는 어지간한 일을 벌이더 라도 크게 놀라지 않는 엄마, 아빠였었다.

“그러면 우리 서준이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옷들을 떠올렸는 지 엄마가 들어볼 수 있을까?”

“네네! 이건요. 사극에서 왕이 입는 옷을 보면서 떠올렸어요.  대신 제 또래가 입을 수 있게 이런 느낌으로···.”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옆에서 대견하다는 따스한 손길과 눈 빛이 느껴진다.

아마 내가 서도현과 모두 준비를 마친 다음에 온 거라 생각하 시는 모양인데.

“그래서 이걸 엄마가 저랑 준비해야 돼요.”

“응? 이거를 다?”

“네! 일주일 뒤에 미팅이 있으니까. 엄마랑 함께 이거 열심히  준비할 거예요.”

그때 나는 보았다.

잃어버렸던 꿈을 되찾은 엄마의 눈에서 불길이 확 타오르는  것을.

*

DQ 패션의 사장 이유란은 지금 신기한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 었다.

자신이 ‘피치노’의 메인 모델로 차서준을 선택한 건. 고급 브 랜드에 어울리는 외모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고려해서 한 투자였 다.

당장의 차서준이 가진 가치가 아닌. 지금을 넘어선 1, 2년 뒤까 지의 미래를 생각한 투자.

허나 차서준이 보여준 결과는 이유란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설  정도로 엄청났다.

지금처럼.

“그래서 우리 차서준 군이 생각한 건 정식 제품 출시가 아닌  소수의 물량만 생산을 하자?”

“네! 아무래도 피치노에 계신 최고의 디자이너 선생님들이 만 든 옷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정판 ‘차서 준’의 이름으로 출시를 한다면 ‘폭군의 세자’와 함께 제법 인기 를 얻을 거라 생각합니다.”

차서준의 작은 손에는 깨알 같은 글씨들이 가득한 종이가 들 려 있었다.

열심히 준비를 했는지 발표를 하는 도중에 막힐 때면 종이에  적힌 내용을 보며 잘 이어나갔다.

‘신기하네.’

차서준이 준비해온 발표를 본 이유란의 소감이었다. 저 화면  에 뜬 PPT나 준비된 자료들은 주변에서 도와주었다는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지금 이유란이 눈여겨본 것은 바로 저 아이디어였다.

당장 예상외의 전개에 웅성거리고 있는 임원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상황.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DQ 패션 임원들의 생각은 간단했다.

‘귀여운 차서준을 직접 만나보고. 사인이나 받아야겠다.’

딱 요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왔다는 게 시작부터 얼  굴에서부터 보였다. 사장인 자신도 참석한다 하니 자리를 채운 거겠지.

‘피치노’의 메인 모델 건과 관련하여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는 차서준 측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괜찮은데?”

“저 정도라면 괜찮은 수준이 아니지.”

“이미 디자인까지 다 나왔잖아. 내 감을 봤을 땐 저거 될 거 같 은데?”

“감 다 죽었네. 저건 대박 아이템이지.”

차서준의 당찬 PT를 보던 DQ 패션 임원들의 웅성거림이 끊이 질 않았다.

이유란 본인도 놀람을 감추기 힘들었을 정도이니. 마실 삼아  참석한 임원들의 경악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흐음. 나쁘지 않은. 아니, 오히려 꽤나 좋은 생각이네요.”

DQ 패션의 사장으로서 이유란이 꽤나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사업가로서의 감각이 말하고 있었다. 대박 의 냄새가 난다고.

“기존 피치노의 고급스러움에 어울리는 디자인과. 또 사람들 의 소유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한정 물량 생산. 마지막으로 모 델의 연관 드라마 출연까지.”

거기에 한 가지 더.

차서준의 아이디어에 엄마의 디자인이 덧붙여졌다고 했다.

이보다 더 좋은 스토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DQ 패션 임원들의 반응을 보면서 차서준은 생각했다.

‘한국인에게 한정판? 이건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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