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33화 (33/220)

< 33화 >

- 대표님. 우리 진짜 하루이틀 알고 지낸 거 아니잖아요. 우리  프로에 서준이 한 번 갑시다. 김우승과 함께. 그림 좋잖아요.

“이런.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저희 배우가 촬영 기간 동안 최 우주에 너무 몰입을 하다 보니. 당분간은 좀 휴식이 필요할 거 같 습니다.”

- 하아. 그러면 가장 먼저 예능에 나오는 건 저희랑 함께하는  겁니다. 꼭이요.

“하하. 알겠습니다. 배우가 하겠다는 말만 꺼내면. 제가 가장  먼저 PD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수화기 너머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예능 PD를 달래며. 서도 현이 정중하게 섭외 요청을 거절한다.

그랬다.

‘너에게 다시’가 끝난 지금.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다 못해 해일처럼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또 예능 출연 섭외에요?”

“그래. 서준아, 삼촌은 서준이가 굳이 예능에 안 나가도 괜찮 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나가고 싶은 데라도 있니?”

혹여나 내가 출연하고 싶은 예능이 있는지 서도현이 묻는다.  허나 나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없어요.”

“잘됐네. 혹여나 누가 물어보면. 아직 우주를 연기했던 감정이  다 안 털어져서 휴식이 필요하다고 해. 알았지?”

“네!”

방금 서도현이 둘러댔듯이. 나를 향한 러브콜에 ‘서준이가 메 소드에서 아직 빠져나오질 못해서···.’하며 난색을 표하며 거절 하고 있었다.

물론, ‘너에게 다시’ 촬영장에서 나를 봤던 이들이라면 코웃음  을 칠 이야기였지만. 직접 보지 못한 이들이라면 납득할 수밖에 없는 말이긴 했다.

그만큼 모두를 경악시킨 연기를 선보였으니까.

“삼촌. 저는 굳이 예능에 나가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그렇지. 배우는 작품을 통해 자신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면  되니까.”

‘너에게 다시’ 당시에도 드라마 홍보를 위해서 각종 예능에 출 연했던 배우들은 김우승과 인설아였다. 두 사람이 아이돌 출신 으로 예능 경험도 많았으니까.

이제 첫 작품을 찍고 있는 나를 위한 ‘너에게 다시’ 제작진 측 의 배려도 있었다.

드라마 홍보를 위한 예능에도 출연하지 않았던 나였는데. 굳 이 모든 촬영이 끝난 지금은 더 그런 상황.

차서준이 예능에 출연할 상황이 아니다. 이런 소문이 퍼졌음 에도 나를 향해 쇄도하는 러브콜은 멈추질 않았다.

오히려.

“다들 저를 우승이 형이랑 세트로 부르고 싶어 한다면서요?”

“아무래도 우성-우주 부자 케미가 끝내줬으니. 그 덕분에 흔한  로코임에도 대박이 터졌고. 그 그림을 예능에서 보여주면 시청 률이 보장될 테니까.”

김우승과 함께 세트로 부르고 싶어 안달인 곳들이 많았다.

“그런데 우승이 형도 제가 굳이 예능에 나갈 필요가 없대요.”

안 그래도 서도현의 말처럼 우성-우주 케미로 환상적인 성적 을 기록한 나와 김우승이었다.

‘너에게 다시’가 그 뻔한 이야기임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이 박우영 작가의 찰진 대사와, 나와 김우승의 시청자들의 마음 을 울린 부자 케미였으니.

오죽하면 우리 둘에게 세트로 들어온 광고들도 제법 되었을  정도다. 최근에 김우승과 찍은 치킨 광고가 그랬다.

하지만.

“서준아. 내가 봤을 땐. 넌 굳이 예능에 나가서 이미지 소모를  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 그냥 앞으로 연기만 계속하자.”

김우승이 정확하게 나를 꿰뚫어 보았다. 굳이 ‘차서준’이라는  배우를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홍보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저 지금처럼 작품을 하나하나 추가해나가면서 필모만 쌓으 면 된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김우승과 만난다고 하지 않았나?”

“네! 엄마가 집으로 초대했어요.”

안 그래도 오늘 김우승이 집에 올 예정이었다. 눈앞의 서도현 이야 고마운 마음에 이미 몇 번이나 엄마가 초대를 해서 같이 식 사를 했었다.

그러고 보니 집으로 초대한다고 했을 때 눈빛이 흔들리던데.

왜지?

*

“후우.”

김우승은 잠시 지하 주차장 인터폰 앞에서 심호흡을 했다.

“서준이네 부모님이라.”

이게 무슨 첫인사를 드리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벼운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서 가는 건데.

“시상식도 이것보단 안 떨리겠다.”

이 모든 원인이 차서준에게 있는 게 분명했다. 촬영 기간 내내  쥐 잡듯이 김우승을 잡았던 터라. 새로운 트라우마가 생겼을지 도 모른다.

이건 사실 농담이고.

김우승이 차서준의 집 초대에 긴장한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 을 초대한 사람이 차서준이니까.

무엇보다.

“준비한 선물들을 마음에 들어 하셔야 할 텐데.”

김우승에게 있어 너무나도 고마운 사람이 차서준이기 때문이 었다. 7살이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

배우 김우승.

자신의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도록 도와준  은인이 차서준이었다.

김우승도 알고 있었다.

차서준은 애초부터 대본 연습이니, 사전에 호흡을 맞추느니  같은 건 필요조차 없었다는 걸.

오직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시키기 위해서 모든 귀찮음을 감 수했던 것이다.

만약 ‘너에게 다시’를 통해 차서준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아마 자신은 그대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이돌 출 신 발연기’라는 딱지를 붙인 채로 은퇴했을 것이다.

띵동.

호수를 입력하고 초인종 버튼을 누르자.

- 형! 문 열어줄게요!

기다렸는지 신호 몇 번도 가지 않아 차서준의 목소리가 들리 며 문이 열린다.

저 목소리를 들으니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 김우승이었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밈이 되어버린 ‘서준맘’ 김우승이 집을 방 문했다.

“어머. 어서 오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배우 김우승입니다.”

‘너에게 다시’가 끝난 지금. 김우승이 자신을 소개하는 인사가  변했다.

어디에 가든 당당히 자신의 이름 앞에 배우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게 옆에서 웃고 있는 귀여운 꼬마 차 서준 덕분이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그 고마운 마음들을 가득 담아 양손에 무겁게 선물들을 한가 득 말이다.

“무얼 그리 가져오셨어요. 편하게 오셔도 된다고 서준이에게  말씀드리라고 했는데.”

“하하. 아닙니다. 이렇게 초대까지 해주셨는데. 당연히 양손을  무겁게 와야죠.”

성인인 김우승조차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준비한 선물들에.   차서준의 엄마 김미경이 화들짝 놀라며 얼른 들어오라고 한다.

김우승을 활짝 반기는 건 차서준의 아빠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녕하십니까. 서준이 아빠 차우진입니다. 어서 들어오시죠.”

사실 주말에 오려고 했었는데. 차서준에게 컷을 당해버렸다.  주말에는 엄마, 아빠와 나들이를 가야 한다면서.

“이건 제가 서준이게서 기쁜 소식을 듣고 어머님을 위해 준비 한 선물들입니다.”

“어머? 이건···.”

그랬다.

김우승이 선물로 가져온 것은 아기용품들이었다. 그것도 여기 저기 물어서 준비한 고가의 제품들.

심지어 가장 먼저 주문한 유모차는 영국 왕실에서도 쓴다는  것이었는데. 제품이 없다하여 며칠 뒤에 배송될 예정이었다.

“서준이에게 들었습니다. 조만간 서준이에게 동생이 생긴다 고요. 어머님께서 이미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제 별명이 서준 맘이 되어버렸거든요. 그러니 서준이 동생이 제 동생 아니겠습 니까. 하하.”

농담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으며. 김우승이 엄마에게 아기 용품들을 건넸다.

다음 선물은 차서준의 아빠 차우진을 위해 준비한 것.

“그리고 이건 아버님께서 좋아하실 선물일 거 같아서 가져왔 습니다.”

“이, 이건?!”

그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바로 고급 양주였다. 저건 선물용이 고, 다른 하나는 바로 오늘 마시기 위해 가져온 것도 있었다.

“요건 오늘 아버님과 함께 마시려고 가져왔습니다.”

“얼른 들어오세요. 식사 준비 다 되었어요.”

그렇게 김우승이 차서준의 집에 입성하게 되었다.

*

“형님!”

“그래. 우승 아우님!”

뭐지?

김우승이 가져온 고급 양주가 문제였던 것이 분명했다.

맛있는 식사와,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아빠와  김우승이 형님! 아우님!을 외치고 있었다.

엄마, 아빠도 한눈에 알아보았다. 김우승이란 사람이 정글 같 은 연예계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착하단 것을.

그 결과가 지금 눈앞의 도원결의였다.

“제가 말입니다. 서준이 덕분에 배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건 서준이를 잘 키워주신 형님 덕분 아니겠습니까?”

“하하. 아니지. 우리 집사람이 예전에 힘들 때 아우 노래를 듣 고서 힘이 났다고 했거든. 그러고 보니 이런 운명이 있나.”

아주 만취가 된 건 아니었다.

그저 술기운이 오르고. 나에게 너무나도 큰 고마운 마음을 가 지고 있던 김우승과 아빠가 찰떡궁합이 맞았을 뿐.

심지어 나를 일찍 낳은 탓에 아빠와 김우승의 나이도 그리 많 이 차이 나질 않았다.

서로의 나이를 확인한 아빠와 김우승의 호칭이 형님, 아우님 으로 바뀐 건 순식간이었다.

“정말입니까?”

“네. 예전에 힘들 때 유니온의 노래가 정말 큰 힘이 되었거든 요. 우리 서준이가 우승 씨에게 큰 힘이 되었다니 기뻐요.”

거기에 엄마도 과거 김우승이 있었던 그룹 유니온의 팬이었고. 특히 리더였던 김우승을 가수로서 좋아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가  바뀌었다.

“서준이가 촬영장에서 잘했나요? 아무래도 어린애를 매니저 랑 함께지만 혼자 보내서 걱정이 되었거든요.”

엄마가 궁금했는지 김우승에게 은근슬쩍 묻는다. 시청률도 대  박 나고, 아들이 스타가 되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촬영장에서의 모습들이 궁금했던 모양.

“감독님부터 시작해서, 작가님까지 서준이의 연기에 대해 극 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특히 같이 호흡을 맞춘 제가 깜짝 놀 랐고요.”

김우승은 진실만을 이야기했다. 여기서 끝까지 말하지 않은  건 내가 가진 천재성과. 그 과정에서 있었던 김우승을 향한 내 하 드 트레이닝뿐.

나는 김우승이 또 감정이 벅차올라 무슨 말을 꺼낼지 몰라 선  수를 쳤다. 술기운에 말하지 않았던 엄마, 아빠가 모르는 면모를 꺼내면 안 되니까.

“엄마! 내가 말했잖아요. 촬영장에서 감독님이 저 잘한다고 엄 청 칭찬했다니까요.”

“정말이네? 엄마는 서준이가 잘했다니 기쁜걸?”

“헤헤. 저도 그래요.”

내가 해맑게 웃자. 김우승이 신기한 듯 나를 바라본다.

지금 저 눈빛을 해석해보자면.

‘신기하네. 이럴 때 보면 꼭 7살 꼬맹이 같은데. 얘가 걔가 맞 나?’가 되시겠다.

즐거운 식사 시간이 끝나고.

방을 구경시켜준다는 핑계로 김우승을 내방으로 데려왔다.

“서준이 방은 참 귀엽구나.”

“거짓말하지 마요.”

“미안하다. 솔직히 7살 어린이의 방이라는 느낌이 들진 않네.”

내 말에 김우승이 솔직한 소감을 꺼낸다.

그렇긴 했다.

로봇 장난감이나, 공룡 인형 같은 것들이 창고로 들어갔으니 까.

지금 방 안을 채우고 있는 인형들도 팬들이 선물해준 것들이 었다. 그걸 보고서 김우승이 귀엽다고 한 것이고.

어린이의 방이라고 보기엔. 방을 채우고 있는 것들이 지나치 게 깔끔했다.

“다음 작품은 언제 시작하려고?”

김우승이 지금까지 꾹꾹 참아왔다는 듯이. 단둘이 되자마자  차기작에 대해 묻는다.

아무리 봐도 7살과의 대화 주제로는 맞지 않았지만. 나와 김우 승에게는 어느새 당연시된 상황이었다.

“바로요.”

“응?”

바로 시작하려 한다는 내 말에. 김우승의 고개가 갸우뚱한다.

“마침 재밌는 작품을 발견해서요.”

“재밌는 작품? 어떤 건지 나도 들을 수 있을까?”

내 말에 김우승이 눈을 빛낸다. 마치 좋은 작품이면 자신도 같 이하고 싶다는 의지를 담고선.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찾은 건 김우승이 함께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극 할 거예요.”

“사, 사극?”

내 말에 김우승이 당황한다. 당연히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 을 생각했던 모양인데. 정작 내 입에서 나온 건 사극이라는 엉뚱 한 말이었으니.

“네! 전통 사극은 아니고. 퓨전 사극이에요.”

“제목은 뭔데?”

내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폭군의 세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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