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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32화 (32/220)

< 32화 >

놀이동산으로 향하는 차 안은 즐거웠다. 뒷자리에서 엄마와   함께 앉아 조잘조잘 떠들고. 그런 우리를 아빠가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서준이는 오늘 놀이동산에 가면 뭘 가장 먼저 타고 싶어?”

“회전목마요!”

아빠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사실 바이킹이니, 360도를 회전하는 특급열차도 타고 싶었지 만. 아직 7살인 이 몸으로는 무리였다.

“그리고 놀이기구보다는 엄마, 아빠랑 사진 많이 찍을 거예요!”

정말이다.

7살짜리가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재밌어봤자 얼마나 재밌겠 는가.

이번 놀이동산을 가는 목적은 많은 추억들을 만들기 위해서였 다. 그리고 그 추억들을 사진 속에 저장할 생각이었고.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통감자 하나를 사서 엄마, 아빠와 맛있 게 나누어 먹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놀이동산에 도착할 수 있었 다.

이미 [너에게 다시]를 통해 전 국민에게 얼굴이 알려진 나다.

“엄마. 어때요?”

“우리 서준이라고 아무도 못 알아볼 거 같은데?”

“정말요?”

그래서 준비했다.

놀이동산이니만큼 7살 꼬맹이가 선글라스에 귀여운 너구리  모자를 쓴다 해서 이상할 것 없을 테니까.

“그러엄. 그런데 우리 서준이가 너무 귀여워서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겠는데?”

“그건 엄마가 예뻐서 그래요!”

내 말에 엄마가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너구리 모자는 들어가서 사자. 알았지?”

“네!”

너구리 모자는 놀이동산 안에 있는 스토어에서 사기로 했다.   유아용 선글라스는 수진 누나에게 부탁해서 이미 코 위에 얹은 상태였다.

“엄마, 아빠도 저랑 같이 너구리 모자 써요.”

“그럴까?”

“네! 너구리 모자 쓰고 사진 찍으면 엄청 재밌을 거 같아요.”

그렇게 표를 끊고 입구 근처에 있는 스토어에 들러. 너구리 가 족이 된 우리였다.

신이 나서 방방 뛰던 내 손을 잡고 있던 엄마가. 잠시 가슴을  톡톡 치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서준아. 엄마가 오늘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런데. 오늘 놀이기 구는 아빠랑 타도 괜찮니?”

“네! 괜찮아요.”

안 그래도 아침부터 속이 좋아 보이지가 않았다. 나랑 김밥을  말면서도 뭔가 불편한지 가끔 인상을 찌푸렸으니까.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속이 좋지 않으셨나 보다.

“엄마 많이 아프면 그냥 집에 가도 돼요.”

“괜찮아. 엄마도 서준이랑 아빠와 같이 여기에 오려고 얼마나  기대했는데.”

엄마가 아프다는 말에 깜짝 놀란 내가 당장 집에 가도 된다고  했지만. 오늘만을 기다리며 노래를 부른 사실을 알고 있는 엄마 가 고개를 저었다.

“대신 엄마가 우리 서준이랑 아빠가 놀이기구 타는 거 사진 많 이 찍어줄게. 알았지?”

“네!”

엄마와 함께 놀이기구를 하나도 타지 못한다는 건 아쉬웠지만.

상관없었다.

지금 이렇게 양손에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함께 다니는 것만 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으니까.

가장 먼저 타기로 한 회전목마로 향하는 길에 제법 많은 사진 을 찍었다.

“자, 하나 둘 셋. 찍습니다!”

지나가던 가족에게 부탁해서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찍기도  했고.

“서준아. 브이!”

“브이!”

엄마의 품에 안겨서 브이를 하는 나를 아빠가 찍어주기도 했 다.

“서준아. 아빠랑 잘 타고 올 수 있지? 엄마는 여기서 서준이가  아빠랑 회전목마 타는 걸 찍어줄게.”

“네!”

첫 놀이기구로 당첨된 회전목마의 대기 줄을 아빠 손을 잡고  섰고. 엄마는 저 옆에서 나와 아빠를 연신 찍어주었다.

줄이 조금씩 줄어들고. 이내 아빠가 나를 번쩍 들어 회전목마 의 말 위에 나를 앉혀주었다.

어?

재밌다.

분명 김도경 시절이라면 하품이나 나올 게 분명한 회전목마였 는데.

“!”

7살의 몸으로 경험하는 회전목마는 생각보다 많이 재밌었다.  심지어 노래도 신나.

회전목마가 멈추고. 대만족을 한 채로 안기는 나를 본 아빠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다음은 향한 곳은 범퍼카.

마침 내 키가 탑승 제한 기준을 넘었다는 걸 확인한 참이었다.

그러면 놀이동산에서 범퍼카?

이건 못 참지.

“야야. 자꾸 간질이지 말라고오!”

“미안미안. 그런데 네 반응이 너무나도 재밌는 걸 어떡해. 네  잘못이라고.”

나랑 아빠 앞에 선 두 여학생이 서로 티격태격하며 장난을 치 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간지럼을 피하려고 황급히 물러서던 여학생 하나가 나와 부딪 쳤을 때였다.

툭.

내 머리 위의 너구리 모자가 벗겨지고. 쓰고 있던 선글라스가  벗겨지고 만 것이다.

“어머!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해 꼬마야. 괜찮···, 꺄악!”

뒤에 서 있던 아이가 자신 때문에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된 마 음에 서둘러 선글라스를 주워주던 여학생의 손이 멈춘다.

그러더니 마치 여기 네가 왜 있어? 라는 눈빛으로 떨리는 손을  들어 나를 가리켰다.

“우, 우주다!”

“너 지금 애기랑 부딪쳐놓고 뭐 하는 거야?”

“그 ‘너다’에 나온 우주! 그러니까 차서준이라고! 우리 차 배 우!”

이런.

하필이면 부딪친 여학생이 ‘너에게 다시’를 통해 내 팬이 된  학생이었나 보다.

하이톤의 비명에 시선을 보내던 사람들은. 이내 내가 차서준 이라는 소리를 듣고선 웅성웅성하기 시작했다.

“진짜야? 저기에 너다의 우주가 있다고?”

“맞네! 그냥 딱 봐도 연예인의 포스가 느껴지잖아.”

“가보자. 진짜 차서준이면 사인 받아야지.”

“7살인데? 가족이랑 놀러 왔을 텐데. 그래도 되나?”

“해주지 않을까?”

워낙에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인 ‘너에게 다시’였기에. 최우주 인 내가 나타났단 사실에 사람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잠시 머뭇머뭇 거리던 이들이 서서히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아직 나를 가리키며 정신을 차리지 못한 여학생의 손에 들린  선글라스 때문에. 나는 제때 정체를 숨기지 못했다.

“꺄악! 우주다! 서준아!”

“실물이 더 귀여워!”

“서준아! 여기 한 번만 봐줘!”

그저 엄마, 아빠와 놀이동산에 여행을 오려고 했던 것뿐이었 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도 완벽하게 감추었 다.

그런데.

“하하, 하아···.”

이게 무슨 상황이지?

멘붕은 잠시였다.

나보다 더 당황한 아빠와 저 대기 줄 바깥에서 걱정하고 있는  엄마의 얼굴이 보였으니까.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20년이 넘는 연예인  생활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였다.

성큼성큼 대기 줄의 앞까지 걸어간 나는. 알바생에게 부탁하 여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아아. 안녕하세요. 너에게 다시에 김우주로 출연했었던 아역  배우 차서준입니다.”

마이크를 잡은 내가 꾸벅 인사를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명 소리와 함께 찰칵이는 소리가 뒤따른다.

오케이.

시선은 집중했고.

“사실 오늘은 힘든 드라마 촬영이 모두 끝나고.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놀이동산에 놀러 왔어요. 그래서 오늘만큼은 우리 사랑 하는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대로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면 안 된다.

“대신 저녁 6시 출구 앞에서 기다리시는 팬 분들이 계신다면.  제가 모두 한 분 한 분 사인해드릴게요.”

적당한 대안을 제시해야지.

당장이라도 사인 요청과 사진을 찍기 위해 달려들 것 같던 사 람들이. 단호한 내 말에 주춤하며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사인을 해주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줄이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6시 출구에서 별도의 사인을   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하면. 이들 역시 지금 달려들지 못하겠지.

“그러니 지금은 제가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행복한 시간을 보 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쐐기를 박았고.

선글라스를 다시 쓴 나는 운전석에 앉은 아빠와 범퍼카를 탈  수 있었다.

잠시 후.

놀이기구 하나를 더 탄 나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서 점심 먹 을 자리를 찾았다.

“우리 김밥 먹어요!”

“그럴까?”

아빠가 음료수를 사러 가고. 엄마가 김밥을 꺼내는 사이. 나는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한 후기를 찾아보았다.

역시나 그 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만큼. 후기는 여럿이  올라와 있었다.

[지금 놀이동산 왔는데. 우리 차 배우 만남.]

- 범퍼카 타려고 대기 줄에 서 있는데. 저 앞쪽에서 여학생 비 명소리가 터지는 거야.

그래서 무슨 사고가 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 서준이가  엄마, 아빠랑 놀이동산에 놀러 온 거였음.

사람들이 막 달려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차 배우가 앞으로  걸어가더니 알바생에게 마이크 받아서 상황 깔끔하게 정리하더 라.

왜 사람들이 차 배우, 차 배우 하는지 몰랐는데.

직접 보니까 연예인은 연예인이더라. 아우라가 느껴졌음. 고 작 7살 꼬맹이인데. ㅋㅋㅋ

PS : 7살인데 우리 차 배우 엄청 잘생김. ㄷㄷ

└ 진짜임?

└ ㅇㅇ 서준이가 마이크 잡고. 지금은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을 보내야 하니. 6시 출구에서 기다리는 팬 분들에게 따로 사인 을 해주겠다고 말하는 영상도 올라와 있음.

└ ㅋㅋㅋㅋㅋ 시상식 소감 때도 느꼈는데. 쟤 인생 2회차 같다 니까. 매니저 없어도 혼자서 깔끔한 상황 정리 보소.

└ 나도 저기 있었는데. 아주 단호박으로 나오니 사람들도 떼  쓰지 않고 보내줌. 진짜 7살이 아니라 무슨 탑급 연예인이 상황 정리하는 줄. ㄷㄷ

└ 아빠랑 범퍼카 타는 영상도 떴는데. 해맑게 웃는 거 보니 7 살은 맞는 듯. 어쩜 웃는 모습이 심쿵하게 만드냐.

약속대로 6시가 되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출구로 향했다.

“어머? 서준아. 팬들이 많이 기다리시는데?”

“정말이네. 최소 30분은 해드려야 할 거 같은데.”

놀이공원의 폐장 시간까지는 제법 남았다. 그러니 몇 명 안 기 다릴 줄 알았는데. 제법 많은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준이다!”

“우주야!”

“차 배우!”

미리 놀이동산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해둔 참이었다. 대기 줄 에 대한 지원을 받지 않았다가 사고가 나면 안 될 테니.

그렇게 놀이동산 측에서 준비해준 미니 사인회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누나.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같이 사진도 찍어요.”

“저, 정말?”

“네! 이리 가까이 와요. 브이!”

대부분의 팬들은 사인과 사진 하나로 만족하면서 떠나갔다.

문제는.

“헐. 이, 이게 뭐예요?”

“우리 차 배우 주려고 샀는데. 받아줄 수 있어?”

“고맙습니다! 대신 너무 감동적인 선물이라. 제가 이걸 보답으 로 주고 싶어요. 받아주세요.”

팬들 중 한 명이 내 몸만한 크기의 너구리 인형을 사 왔을 때  터졌다.

감사한 마음에 받아든 뒤. 재빨리 직원에게 부탁해 이런 고가 의 선물은 준비하지 안하도 된다는 말을 마이크로 알렸다.

다행히 이 모습을 보고 스토어로 향하던 몇몇 이들의 걸음이  멈췄다.

[우리 차 배우 미니 팬 사인회 끝나고 몸통만한 인형 가지고 떠 나는 사진.]

└ 뭐야? 진짜로 6시에 출구에서 해줬음?

└ ㅇㅇ 심지어 사람들이 많이 와서 1시간 가까이 해주고. 엄마, 아빠가 오래 기다렸다면서 양해 구하고 떠남.

└ 우리 서준이 몸통만한 저 인형은 뭐임?

└ 팬이 선물이라고 줬는데. 고맙다면서 낑낑거리며 들고 가더 라. 선물한 팬 마음 뿌듯했을 듯.

└ 심지어 너무 큰 선물을 줘서 고맙다면서. 자기가 머리가 쓰 고 있던 너구리 모자 선물로 주더라. 더 이상 다른 선물은 받지  않겠다면서. ㄷㄷ

└ 우리 차 배우 마음씨도 착하네 ㅠㅠ 혹시 서준이 팬 미팅 소 식 없음? 꼭 가고 싶은데.

*

미니 팬 사인회가 모두 끝난 뒤. 우리 가족은 예약한 근처 호텔 로 향했다.

“우리 가는 길에 약국 좀 들렀다 가요.”

“왜? 여전히 속이 안 좋아?”

“엄마. 아직도 많이 아파요?”

약국을 말하는 엄마 때문에 나와 아빠가 깜짝 놀라자.

“괜찮아. 그냥 속이 좀 안 좋은 거야.”

엄마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심시킨다. 잠시 차를 약국 앞 에 세우고. 엄마가 약국에 들어가 약을 사 왔다.

미리 아빠랑 선택한 스테이크 집에 가서 저녁을 먹은 뒤. 우리  가족은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다.

“우와. 아빠 바깥이 엄청 예뻐요.”

“그러게.

아빠랑 유리창 너머 바깥 풍경을 보며 떠들고 있었는데.

화장실 문이 덜컥 열리며.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진 엄마가 뛰 어나왔다.

“오, 오빠. 어떡해?”

“왜? 무슨 일 있어”

엄마의 그 표정에 아빠가 화들짝 놀라며 달려간다. 그러더니  엄마의 손에 들린 무언가를 보더니, 엄마보다 더 크게 놀란다.

“미, 미경아!”

놀람은 잠시.

갑작스럽게 감격에 차오르는 표정으로 아빠가 엄마를 꽈악 안 아준다.

무슨 일이지?

엄마에게 다가가던 나는. 엄마의 손에 들린 것을 확인한 순간  아빠와 같은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나!”

눈이 똥그래진 나와 아빠를 보던 엄마가 미소를 짓는다.

“어쩐지. 오늘 속이 안 좋아서 놀이기구를 하나도 안 탔는데.  정말 다행이야.”

안 그래도 엄마는 오늘 속이 좋지 않다며 놀이기구를 하나도  타지 않았다. 내가 아빠와 함께 손을 잡고 타고. 엄마는 밖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었을 뿐.

정말로 다행이다.

아마 엄마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빠는 옆에 내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연신 엄마에게 뽀 뽀를 날려대었다.

“사랑해! 미경아!”

“오, 오빠! 우리 서준이가 보고 있다고!”

청춘이시네.

그런 두 사람을 살포시 외면한 채.

나는 바깥 유리창 너머의 예쁜 바깥 풍경을 구경했다.

동생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엄  마, 아빠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듯이. 나도 태어날 동생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고 싶다고.

그나저나 궁금하네.

남동생일까?

여동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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