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31화 (31/220)

< 31화 >

서울 대형 음식점.

거대한 홀 안에는 [너에게 다시]의 종방연에 참석한 이들로 북 적이고 있었다.

“어우. 나 이렇게까지 많은 기자들이랑 팬들이 찾아올 줄 몰랐 잖아. 밖에 발 디딜 틈도 없어 지금.”

“저는 진짜 좋았어요. 팬들 중 누가 어? 서준이랑 사진 찍은 거  봤어요. 드라마에서 연기 좋았어요. 하고 외쳐줄 때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니까요.”

“와. 이게 격세지감이라는 거구나. 우리 처음 준비할 때 생각 하면. 완전 다른 세상에 있는 거 같다니까.”

아직 본격적인 시작 전이지만. 하나둘 자리에 앉은 이들은 연 신 방금 본 바깥 모습들에 대해 떠들기 바빴다.

마지막 화를 다 같이 보는 종방연.

입구부터 레드 카펫을 깔아두고. 이미 수많은 기자들과 팬들 이 찾아와 난리가 난 상황이었으니까.

특히나 오늘 종방연은 단역으로 잠시 출연했던 이들까지 모두  참석했기에. 대형 규모의 가게 안도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가득  찼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언제나처럼 촬영장을 활기차게 만들었던 목소리가 가게 안에  울려 퍼졌다.

밖에 있는 팬들에게 받았는지. 차서준이 꽃다발들을 작은 손 에 한가득 든 채로 나타났다.

“서준이 왔구나?”

“우리 차 배우!”

“이쪽으로 와. 이쪽으로.”

차서준이 등장하자. 김도욱 PD를 비롯한 박우영 작가까지 벌 떡 일어나 차서준을 반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구석에 앉은 단역들이 차서준에 대한 대 화 주제를 꺼내기 시작했다.

“와. 저는 사실 이번 드라마 촬영하면서. 서준이 연기를 보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나도 그랬다니까. 천재, 천재 이야기만 들어봤지. 실제로 보 니까 소름이 쫙 돋더라. 아, 저 정도가 되어야 누가 봐도 천재라 는 생각이 절로 드는구나. 이랬다니까.”

“무슨 똑딱이라도 달린 것처럼. 감독님이 큐! 하고 외치면 애  가 돌변하는데. 저는 거기서 그냥 감탄만 나왔다니까요. 서준이 쟤 분명 뜨겠죠?”

“뜨겠죠? 이미 떴지. 무슨 사건사고 터트리지 않는 이상. 앞에   레드카펫 쫙 깔렸지 벌써. 구름엑터스에 서준이 찾는 러브콜이 그냥 물밀듯이 쏟아진다더라.”

시기, 질투가 아니었다.

순수하게 엄청난 재능을 보여준 차서준에 대한 감탄이었을 뿐.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차서준을 귀여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 다.

어찌 싫어하겠는가. 매일 촬영장에서 긍정 에너지를 뿜뿜하던  분위기 메이커가 차서준이었는데.

마지막에 단역인 자신들에게 선물과 함께 한 명 한 명 찾아와  사진을 찍어준 차서준을 어찌 싫어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너에게 다시]에 출연하게 된 것을 신의 한 수가 되 도록 만든 배우가 차서준이었다.

“곧 시작합니다!”

막내 스태프의 외침과 함께.

가게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칼같이 정각에 시작되던 드라마가. 어느새 마지막 화를  앞둔 지금은 끝없는 광고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 막방 시청률 27프로 넘어갈까요? 어제 11화 마무리가 사 람들 안달 나게 하긴 했는데.”

“쉿. 시작한다.”

광고가 끝나고.

[너에게 다시] 마지막 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미란이 자신의 손주인 최우성을 다시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배형. 김미란의 집에 찾아가 고함을 치는데.

-당장 헤어지지 못할까! 고얀지고. 내 다시는 우리 우성이 곁 에 얼씬도 하지 말라 그리 경고했거늘.

-하, 할아버님. 저 정말 그이 사랑해요.

-정녕 네가 혼쭐이 나야···.

그때 방문을 열고 등장한 김우주.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우주를 맞이한 최배형의 눈동자가 커 지고.

-우, 우주야. 네가 왜 여기에?

-할아버지 미워요! 어떻게 우리 엄마에게 소리를 칠 수 있어요?

-어, 엄마?!

최배형의 경악한 눈빛이 김미란과 김우주를 번갈아 본다. 그 때 그의 뇌리를 스치는 과거 한 장면.

-허허. 우주를 보고 있으면 꼭 네 어릴 적을 똑 빼닮은 것 같더 구나.

그리고 손주인 최우성이 항상 최배형에게 했던 말이 떠오르는 데.

-할아버지. 저를 닮은 아들이 있으면 어떨 거 같으세요?

-허허. 그러면 내 소원이 없구나. 얼른 좋은 배필을 만나서 널  똑 닮은 아들 하나 데려오려무나.

왜 몰랐을까.

오직 최우성만을 바라보던 김미란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떼어 놓으려고 했던 최배형이었고.

그런 최배형의 눈에 제 엄마를 지키기 위해 앞을 막아선 김우 주가 보인다. 할아버지! 하고 안겨 조잘거리던 입을 꾹 다문 채로.

그때였다.

-할아버지! 제가 미란이는 찾아가지 마시라고···.

그렇게 만나게 된 네 사람.

결국 자리를 옮겨 최배형의 저택으로 향하는데. 차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는 김우주의 눈빛이 슬프다. 그리고 그런 우주를 보 며 한숨을 삼키는 최배형.

“크. 서준이 눈빛 연기 본 사람. 저게 어떻게 7살이 된 애가 보 여줄 수 있는 연기냐고.”

“저 날 옆에서 봤는데. 진짜 연기인 걸 알면서도 눈물이 핑 돌 더라고요.”

“선생님께서 극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가 있더라니까. 존재감 이 밀리질 않잖아요. 고작 7살 된 아역인데.”

그 눈빛 연기에 스크린으로 보고 있던 이들의 입에서 연신 감 탄만 터졌다.

여기 앉은 단역들도 엄연히 배우들이었다. 몇 년을 노력했고,   또 몇 년을 더 노력해서라도 작품 출연진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꿈꾸는 이들.

그런 이들이기에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방금 차서준이 보여 준 눈빛 연기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란 걸.

화면은 빠르게 넘어가고.

-엄마.

-응? 왜 우주야?

-내가 할아버지를 꼬실 거야.

-할아버지를?

-응! 기다려봐.

당찬 각오를 다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김우주. 그리고 시작 되었다.

-할아버지. 나는 할아버지랑 여행 가고 싶어요. 엄마, 아빠랑  다 같이요.

-이거 할아버지 생각나서 샀어요. 우리 같이 먹어요.

-엄마가 할아버지랑 같이 먹으라고 도시락 만들어줬어요.

-내일 또 할아버지 보러 올 건데. 와도 돼요?

일명 ‘우주 직진’ 작전이 펼쳐진 것이다.

처음에는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지만. 서서히 우주의 직진에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 최배형.

결국 우주가 자고 간 다음 날. 데려다주는 길에 김미란의 집 안 으로 찾아간 최배형.

-크흠. 혼자서도 우주를 정말 잘 키웠더구나. 애가 아주 올곧아.

-하, 할아버님?

-여기는 우주가 지내기엔 좀 좁아 보이는구나. 저택에 남는 방 이 있으니 오려무나. 우주 교육도 신경 쓰고 해야 하니.

-지, 지금 그 말씀은···.

-같이 지내기 불편하지 않다면. 우주와 우성이까지 해서 다 들 어오려무나.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을 하는 최배형에게. 숨어 있던 우주가  방긋 웃으며 달려든다.

-할아버지! 사랑해요!

그렇게 저택에 다 같이 살게 된 최우성, 김미란.

그리고.

김우주에서 최우주가 된 우주.

-최우주? 저 오늘부터 최우주가 되는 거예요?

-그래. 아빠 따라서 최우주가 되는 거란다. 어때?

-좋아요!

어느새 완벽한 하나의 가족이 된 세 사람.

저택에서 이루어지는 바비큐 파티.

서서히 멀어지는 화면.

-그동안 ‘너에게 다시’를 사랑해주신 시청자분께 감사드립니 다.

최종 엔딩 OST.

모두가 축하주를 들기 시작했다.

“막방 시청률 나왔습니다!”

“며, 몇이 나왔는데?”

“이, 이십···.”

“빨리 말해 봐! 숨넘어가겠다!”

살짝 목소리를 끌자. 누군가가 버럭 화를 내는 소리가 나왔다.

“28프로 넘겼답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두가 가게가 떠나라 환호성을 질렀다.

최고의 마무리였다.

*

- [풀영상] CBS ‘너에게 다시’ 종방연 현장, 김우승. 인설아. 차 서준 등 배우들 총출동.

└ 이날 단역들까지도 모두 초대되었다던데. 역시 잘 되는 드 라마는 이유가 있네요.

└ 서준이 팬들이 준비한 선물들 받으려는 거 봐. 너무 귀여움  ㅋㅋ 경호원이 제지해도 꾸벅 인사하면서 받아 가네.

└ 꽃다발만 손에 들고 가는데. 양손 한가득 들고 들어가네요.  ㅋㅋㅋㅋ

└ 저 저기 갔었는데. 진짜 사람 미어터졌어요. 처음 조롱만 받 던 드라마의 마무리 현장이라고 누가 생각하겠어요.

└ 저도 있었는데. 서준이가 팬들 사진 많이 찍으라고 한참 동 안 밖에 있다가 들어감. 추워서 귀랑 코도 빨개졌는데. 팬들 위해 서 열심히 손도 흔들더라고요.

└ 저렇게 보니 서준이가 연예인은 연예인이에요. 귀여운데 잘 생겼네. 그런데 우리 서준이 차기작 이야기 나오고 있나요?

└ 좀 쉬었다가 하지 않겠음? ‘너다’에서 감정 연기로 그렇게  달렸는데.

종방연 현장 영상이 공개되고. 그 자리에 찾아갔던 팬들의 증 언도 이어졌다.

특히 추운 날씨임에도 팬들을 위해 오랫동안 인사를 한 차서 준에 대한 이야기로 시끌시끌했다.

- ‘너에게 다시’ 마지막화 시청률 28.2% 기록. 로맨스 코미디의  새 역사를 쓰며 유종의 미.

└ 미쳤네. 결국 28프로를 넘어섰구나. ㄷㄷ

└ 지금 NBC도 축하파티하고 있을 듯. 시청률을 가로막고 있 던 ‘너다’가 이제야 자리를 비켜주니. ㅋㅋㅋㅋ

└ 이 드라마는 ‘차서준’이라는 배우를 발굴해낸 미친 드라마 임.

└ 반대가 아닐까? 차서준이 ‘너다’를 발굴한 거라고 생각해 나 는.

└ 그건 맞지. 우리 서준이 없었으면 진즉에 ‘시크릿 라이프’에 게 압살당했음.

└ ‘시크릿 라이프’가 3, 4화에 살짝 삐끗하지만 않았어도 모르 는 건데. 아쉽네요.

└ 박윤후 팬들 어서 오고. 이제 방 뺄 테니 열심히 시청률 올리 셈. ㅋㅋㅋ

*

아쉽게도 종방연 날에 나는 이어지는 2차, 3차 자리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7살의 꼬맹이를 데리고 2차를 갈 미친 사람은 없었 으니.

다만.

“우리 차 배우! 따로 형님이랑 같이 봅시다. 알았죠?”

서도현과 꼭 같이 보자며 약속을 잡는 김도욱 PD.

“서준아!!!”

술이 조금 들어갔는지. 아니면 막방이 끝났다는 감격에 울컥 한 건지 나를 보며 울부짖는 김우승. 저 형은 내일 다시 혼내면  될 테고.

“서준아. 나중에 누나가 새로운 작품 쓰면 꼭 같이 해야 된다.  너 분명 약속했어. 알았지?”

농담으로 자신의 차기작은 무조건 같이 해야 한다며 새끼손가 락을 거는 박우영 작가까지.

응? 지금 눈빛 보니까 농담 아닌 거 같은데?

어쨌거나.

모두의 작별 인사를 받으며 종방연 1차에서 나는 마무리를 지 었다.

아쉬움도 있지만.

그보다 더 기쁜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아빠!”

해가 뜨기 무섭게 눈을 번쩍 뜬 나는. 안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엄마, 아빠를 불렀다.

“서준이 잘 잤니?”

“네! 오늘 일찍 일어나려고 어제 일찍 잤어요!”

“놀이동산은 10시부터 문을 여니까. 밖이 추우니 집에서 9시 쯤 출발하자. 알았지?”

“네네! 얼른 김밥 만들어요!”

더 이상 김밥을 집에서 만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에 있어 김밥만큼 특별한 것이 없 었다.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놀이동산 여행의 날이 밝았다. 오늘을   위해서 카메라도 샀다. 작은 내 손으로도 잘 찍을 수 있는 컴팩트 카메라로.

“당신은 조금만 더 자요. 서준이랑 김밥 만들고 깨워줄게요.”

오늘 연차를 쓰기 위해 어제 밤늦게까지 야근한 아빠는 조금  더 침대에 누웠고.

“서준아. 엄마랑 김밥 만들기 시작할까?”

“좋아요!”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엄마와 함께 김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놀이동산 근처 호텔까지 예약 완료.

즐거운 1박 2일 가족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아침이었다.

*

“꺄악! 우주다! 서준아!”

“실물이 더 귀여워!”

“서준아! 여기 한 번만 봐줘!”

그저 엄마, 아빠와 놀이동산에 여행을 오려고 했던 것뿐이었 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도 완벽하게 감추었 다.

그런데.

“하하, 하아···.”

이게 무슨 상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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