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
[너에게 다시]는 어느새 8화 방영을 앞두고 있었다.
아직 방송이 시작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각종 커뮤니 티는 ‘너다’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끌시끌했다.
└ 오늘 드디어 밝혀지는 걸까요? 7화까지 작가의 아주 환상적 인 줄다리기에 애가 타네요.
└ 어제 예고편을 보니 오늘 확정이에요. 드디어 우성이 우주 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걸 알겠네요. ㄷㄷ
└ 저 휴지로는 부족할 거 같아서 손수건까지 준비했어요. 어 제는 배꼽 빠지게 웃었는데. 오늘은 왠지 눈물을 펑펑 뽑아낼 거 같아서요.
└ 지금까지 ‘너다’가 시청률 1위라는 게 놀랍네요. ‘시크릿 라 이프’가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4화 내로 역전될 거란 예상이 많 았는데.
└ 그만큼 우리 우주의 연기가 미쳤잖아요. 김우승이나 인설아 도 괜찮긴 한데. 거의 우주 원맨쇼로 시청자들을 놓아주질 않고 있음. ㅋㅋㅋ
└ 우스갯소리로 나오던 차서준 VS 박윤후였는데. 막상 결과 를 까보니 차서준의 승리가 되고 있네요. 진짜 대박 신인의 등장 이네요. ㄷㄷㄷ
7화 시청률 19.3%
농담처럼 [시크릿 라이프]가 없었더라면 진즉에 20프로를 넘 어섰을 거란 말까지 나오고 있었다.
물론 그건 5화 시청률 16.2%를 기록한 저쪽 역시 마찬가지였 지만.
└ 요즘 ‘시라’ 촬영 현장이 완전 살얼음판이라고 하던데. 스태 프 하나가 익명으로 너무 무섭다고 글 올렸다가 삭제함. ㅋㅋㅋ ㅋ
└ 당연하지. 이번 스타 군단이 모여서. 이번에 무조건 시청률 30프로를 목표로 했을 텐데. 정작 까보니 5화 시청률 16프로라니. 쏟아부은 돈을 생각하면 NBC 드라마국 지금 초상집 분위기일 듯. ㄷㄷ
└ 로코로 그것도 동시간대 최은정, 박윤후를 상대로 시청률 1 9프로라니. 우리 서준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ㅋㅋㅋ ㅋ
└ 무슨 드라마든 잘 만들면 된다는 걸 ‘너다’가 보여주고 있잖 아요. 웃길 때 빵빵 터트려주고. 또 슬플 땐 눈물을 펑펑 흘리게 해주는데.
└ 그냥 재밌다는 말이면 충분함. ‘법대로 살자’ 보셈. 지금 시 청률 3프로대로 내려감. 저기가 진정한 초상집이지.
[너에게 다시]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 가를 받고 있었다.
몇 년 만의 재회 끝에 서서히 다시 다가가고 있는 최우성과 김 미란의 달콤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눈물과 웃음을 뽑아내고 있는 두 사람의 아들 김우주.
최우성과 김우주의 부자 케미. 또 5화부터 김우주와 만나 또 다른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할아버지 최배형과의 증손주 케미까 지.
시청자들을 TV 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든 건. 이 3대가 만났 을 때의 웃긴 장면들이었다.
“서준아.”
“안 돼요.”
“그, 그래.”
아들이 출연한다 하여 ‘너에게 다시’를 보기 시작한 엄마, 아 빠는. 어느새 광팬이 되어 다음 내용이 너무나도 궁금하다며 내 게 묻곤 했었다.
당장 너무나도 궁금한데. 옆에 있는 아들인 내가 다음 내용을 모두 알고 있을 테니.
하지만.
그럴 때면 지금처럼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버렸다.
스포는 금지인 법이다.
한 번 더 물으려던 아빠는. 이내 시작하는 드라마에 시선을 옮 길 수밖에 없었다.
“이제 시작하네요. 서준이 괴롭히지 말고 TV 봐요 우리.”
더 늘어난 광고들이 끝이 나고. 8화 방영이 시작되었다.
미란과 우성의 뜨거운 키스신.
엄마 몰래 우성을 찾아가는 우주.
순식간에 50분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애타게 만들었던 예고편의 그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몇 날 며칠간의 고민 끝에 친자 확인을 의뢰한 최우성. 결국 결 과지가 담긴 봉투를 받게 되는데.
결과지가 담긴 봉투를 보는 최우성의 시선이 복잡하다.
-어머. 아빠와 아들이 완전 붕어빵이네. 이거 그냥 서비스로 더 줄 테니 먹어요.
-아들이 아빠를 닮아서 아주 잘 생겼어.
-우성아. 우주를 보면 왠지 네 어릴 적이 생각나더구나.
처음에는 그저 다 받아들이려고 했었다. 과거 자신을 배신했 었던 미란이지만. 그래도 미란을 닮은 우주기에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했었다.
그런데.
미란의 아들인 걸 모르는 할아버지 최배형의 말에. 어릴 적 앨 범을 찾아본 최우성은 결국 의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떨리는 손으로 결과지를 확인한 최우성.
-이, 이건···.
“드디어 밝혀지는구나. 이래서 우리 서준이가 아빠에게 말을 안 하려고 했네.”
“쉿. 조용히 좀 해 봐요. 지금 중요한 장면이잖아요.”
아빠가 집중을 흐트러트리자 엄마가 한마디를 했다. 하지만 아빠는 그에 서운할 시간이 없었다.
붉어진 눈으로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가는 최우성 때문에.
“어머···.”
“엄마 여기 손수건 있어요.”
“고마워 서준아.”
이럴 줄 알고 미리 준비해두었다. 엄마에게 건네 줄 손수건을.
김우주에게 선물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 최우성. 항상 만나 는 약속의 놀이터에서 두 사람이 마주하는데.
-아저씨!
평소처럼 뛰어오던 김우주의 다리가 멈춘다. 평소와 다른 최 우성의 표정을 본 것.
-···알았구나.
김우주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방금 전까지 해맑게 웃던 아이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진다.
마치 평생 들키지 않았으면 하던 비밀을 들킨 아이처럼. 아니, 그보다는 숨겨두었던 큰 잘못을 들킨 아이의 모습에 가까웠다.
-우···.
최우성의 목소리가 한 번 삼켜진다. 뭐라고 불러야 할까 망설 이는 얼굴.
그런 처음 보는 아빠의 표정에 김우주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선다.
-···우주야.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성큼 다가서는 최우성. 하지만 아이는 세 걸음을 더 뒤로 도망쳤다.
-아저씨···.
최우성의 눈에 비친다.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아 이의 얼굴이.
결국 다가가지 못한 최우성이 털썩 그 자리에 무릎을 꿇는다.
-아···저씨가 우리 우주를 한 번만 안아 봐도 될까?
-···.
잠시 머뭇거리는 김우주. 허나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최우 성을 향해 다가간다.
결국 김우주를 품에 안은 최우성. 소리 없이 품에 안은 아이를 더 세게 껴안는다.
이미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다. 서로가 핏줄로 이 어져 있음을.
그때였다.
-아, 아빠···.
김우주의 입에서 지금까지 꾹 참아왔던 아빠라는 말이 흘러나 온 순간. 결국 두 사람은 지금까지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가뜩이나 요즘 가까워지고 있는 최우성과 김우주에 불안해진 김미란. 심란한 마음으로 김우주가 있을 놀이터로 향하는데.
도착한 미란은 꽉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두 사람을 보게 되고.
숨겨왔던 비밀이 들켰음을 알아차리고 털썩 주저앉는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엔딩 OST.
└ 미쳤다 미쳤어! 저게 아역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맞 는 거냐고!!!
└ 와. 진짜 넋을 놓고 보았어요. 동생은 옆에서 아직도 울고 있 는데. ㅠㅠ 서준이 표정 클로즈업될 때 저도 울어버릴 뻔했어요. ㅠㅠ
└ 다음 주까지 어떻게 참냐고! 빨리 9화 보여줘. 미란이 쫓아 냈던 할아버지가 손주인 줄 모르고 우주한테 푹 빠졌는데. 지난 날 자신을 후회하고 손주며느리한테도 잘해주는 거 당장 보여 줘!!!
└ 서준이에게 대상을! CBS는 우리 서준이에게 대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함.
└ 그건 좀. 당장 올여름에 했었던 ‘러브하우스’가 시청률 30프 로를 찍었는데. 거기 주연인 강보라가 무조건 대상이지.
└ 말이 그렇다는 거지. 솔직히 ‘너다’의 실질적인 하드캐리 중 인 배우가 우리 서준이잖아. 만약 서준이가 아닌 우주였으면 지 금 ‘법대로 살자’ 자리에 ‘너다’가 있었을지도 모름.
당연히 사람들의 반응은 난리가 났다.
8화까지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터지는 순간이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에 두 부자의 눈물바다를 본 엄마 미란의 등장 까지.
이건 당장 9화를 내놓으라고 소리치지 않고 버틸 수가 없는 악 마의 엔딩이었다.
드라마가 끝이 나고.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식탁에 잠시 다녀와야만 했다.
“아빠. 여기 휴지 있어요.”
“고마워 서준아.”
이런.
엄마는 예상을 해서 손수건을 준비했었는데. 아빠까지 저럴 줄은 예상치 못했다.
덕분에 급하게 가져온 휴지를 건네자. 고개를 돌리고 있던 아 빠가 손을 뻗어 받는다.
잠시 눈가를 휴지로 훔친 아빠가. 나를 보더니 이내 왈칵 안아 준다.
“서, 서준아!”
“아, 아빠···.”
드라마를 따라 하는 아빠의 행동을 받아주자.
“그러면 아들. 9화에 어떻게···.”
“안 돼요. 오늘처럼 다음 주에 봐야 더 재밌어요.”
다음 내용을 슬쩍만 알려줄 수 없는지 알아내려고 시도했다.
당연히 내가 단칼에 막았지만.
9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했던 모양인데.
어림도 없다.
엄마는 이미 화장실에서 세수를 했는지 말끔해진 얼굴로 돌아 왔다.
“당신. 그만 해요. 서준이가 안 된다잖아요.”
“알았어.”
잠시 시무룩해진 아빠를 뒤로하고. 엄마는 달력을 힐끗 보더 니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내게 물었다.
“그보다 우리 서준이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타 할아버지에 게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니?”
그랬다.
차서준 어린이로 눈을 뜬 뒤.
첫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당장 돌아오는 토요일이 크리스마스였기에. 이미 며칠 전부터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이 있으면 생각해두라는 말을 들은 참이었다.
“선물이요?”
“크리스마스가 되면. 일 년 동안 착한 일을 많이 한 아이에게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준단다. 우리 서준이가 착한 일들을 많 이 했으니까.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실 거거 든.”
이런.
아빠, 세상에 산타 할아버지 같은 건 없어요.
이렇게 대답했다간 엄마, 아빠가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당장 엄마의 질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 계신 아빠를 보니. 아들 에게 어떤 선물을 주어야 기뻐하려나 하고 두근두근한 모양.
“저는···.”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지금 너무나도 행복한 내게 있어. 더 큰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선물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떠오르더라.
“동생이요! 지우네 동생이 엄청 귀여웠어요!”
“응?”
“어머?”
내 대답에 멍하니 입을 벌리는 아빠. 그리고 얼굴이 붉어진 채 헛기침을 하기 시작하는 엄마가 보인다.
안 그래도 요즘 잘 때마다 방문을 꼭꼭 닫고 자는 나였다.
지금도 엄마, 아빠, 나. 이렇게 세 사람이서도 너무나도 행복한 가족이지만. 여기에 동생이 생긴다면 더 행복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최근 두 분 사이에 흐르는 핑크빛 기류를 보아하니. 선물로 말 하지 않아도 생길지도 모르겠고.
“흠흠. 동생 말고 장난감 같은 건 없니? 산타 할아버지가 동생 은 선물로 줄 수가 없는데.”
“서준이는 만화 안 보잖아요. 그리고 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빠가 서둘러 화제를 돌려보려 했지만. 오히려 엄마의 말에 더 당황한다.
장난은 여기까지.
나는 배시시 웃으며 생각해둔 선물을 말했다.
“장난이에요. 산타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컴퓨터를 주면 좋겠어요.”
내가 수습을 위해 컴퓨터를 언급하자. 그제야 아빠의 얼굴이 핀다.
“그럼 아빠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말해서. 우리 서준이가 올해 1년 동안 착한 일 많이 했으니까. 컴퓨터를 선물로 달라고 할게. 알았지?”
“네!”
난 봤다.
방에 들어가기 전.
'서준이가 동생을 원하나 봐요.'라며 아빠의 옆구리를 쿡 찌르 는 엄마의 행동을.
아빠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