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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15화 (15/220)

< 15화 >

‘김우주’에서 다시 차서준으로 돌아왔다.

안 그래도 이곳에 도착하기 전. 서도현에게 대충 [너에게 다시] 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을 들은 참이었다.

풍랑을 넘어 태풍을 맞아 좌초되기 직전이라고 했던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서도현의 말  에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

“···.”

“···.”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는 세 사람이 보인다. 드라마국장, 박형 철 CP, 김도욱 PD.

뒤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도현도  보인다. 자기도 며칠 전에 저런 표정을 짓고 있었으면서.

내가 꾸벅 인사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 는지 여전히 멍하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정적을 깬 것은 서도현이었다.

“자, 국장님은 저희 구름엑터스 신인 배우의 연기를 어떻게 보 셨는지요. 부디 국장님의 마음에 들었으면 합니다.”

의도적으로 아역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신인 배우라는 단  어를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이상하단 생각을 떠올리지 않았다.

그만큼 방금 내가 보여준 연기가 충격적인 거겠지. 막연히 6살  꼬맹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을 테니까.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국장이 헛기침을 하며 방금 내 연 기에 대한 소감을 꺼내기 시작했다.

“크흠. 내 서 대표의 능력은 알고 있었는데. 이거 구름엑터스 의 신인 배우의 연기를 보니.”

내 연기를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 서 대표가 대단한 사람이었네.”

국장의 표정도 돌변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보았던 탐 탁지 않던 얼굴이 지금은 아주 활짝 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미 연기력 하나로 정상에까지 올랐던  나다.

다른 사람도 아닌 드라마국에서 국장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기 에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내 연기가 가진 진정한 가치를.

“하하. 제가 시작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를 두근거리 게 만드는 친구를 발견했다고.”

“크흠. 나는 또 서 대표가 여기 김도욱이 살리려고 그냥 한 말 인 줄 알았지.”

잠시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던 국장이 고개를 돌려 김도욱 P D를 바라본다.

내가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마치 지옥에 떨어진 것 같은 표정 을 짓고 있던 그는. 어느새 구원을 받은 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김도욱 PD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기적이라도 마주한  사람의 것이었다.

그런 김도욱 PD를 보며 피식 웃은 국장이 물었다.

“어이, 김도욱이. 이런 친구를 발견했으면서 아까 왜 그런 표 정을 하고 있었어.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돌아갈 필요도 없었잖 아.”

“예, 예? 예···.”

“보자. 이번에 광고 문제 생긴 곳이 몇 곳이라고 했지?”

“총 5곳입니다. 그중 한두 곳은 제가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하면  해결될 가능성이 보입니다.”

“됐고. 거기까지 5곳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나한테 연락하라고  해. 방금 보여줬으니 나도 보답해야지.”

국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김도욱 PD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폈다. 만약 국장만 이 자리에 없었더라면 광소라도 터트렸을 것 같은 표정이다.

신입 연출이 광고주와 의견을 타진하는 것과. CP도 아닌 국장 급이 나서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무게감이 다를 테니.

국장이 직접 움직인 이상. 몇 가지 조건이야 걸리겠지만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았다.

무엇보다.

방금 내 연기를 본 뒤로부터 국장은 하나라도 더 퍼줄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이거 몇 부작이라고 했지?”

“12부작입니다.”

12부작이라. 잠시 말을 되새긴 국장이 대본 위에 있는 작가의  이름을 보고 고개를 갸웃한다.

“작가도 이게 입봉작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랬다.

가장 큰 파도인 최이안의 하차는 나로 메꾼 상황이었지만. 아 직 [너에게 다시]를 기다리고 있는 파고는 많았다.

그중 하나가 방금 국장의 입에서 나온 작가가 입봉작이라는  것.

허나, 이미 예상했던 질문인지 답변하는 김도욱 PD의 말은 막 힘이 없었다.

“그렇긴 한데. 국장님도 아시는 김현경 사단 보조 작가 출신입 니다.”

스타 작가 김현경의 이름이 나오자. 국장의 얼굴에 놀람이 드 리운다.

“김현경 작가? 거기 출신 친구들은 다 괜찮지 않았나?”

“예. 김현경 사단에서 보조 작가로 제법 오래 활동했답니다.  김현경 작가님도 충분히 12부작을 끌고 갈 수 있는 역량이 있다 고 보증하셨고요.”

“김현경 작가 보증이라면 믿을 만하지.”

고개를 끄덕인 국장이 다시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국장이 서도현을 불렀다.

“서 대표. 저번에 만난 이후로 우리 자리가 뜸했던 거 같은데.”

국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도현이 반색하며 말을 거들었 다.

“안 그래도 국장님을 모시고 조만간 자리를 한 번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서 대표가 좋은 날로 해서 연락 줘요. 내가 오 늘 서 대표의 능력에 아주 감동받았어.”

말을 마친 국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장이 사라짐과 동시 에.

“형님!”

김도욱 PD가 으스러져라 서도현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럴 만  도 한 게, 오늘 국장을 설득하지 못했더라면. 자칫했다간 편성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고 했으니.

서도현을 짜부라시킨 김도욱 PD가 성큼성큼 내 앞으로 다가 온다.

마치 이런 보물이 어디서 갑자기 뚝 떨어졌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반가워요. 김도욱 PD에요. 우리 아역 배우님 이름이 차서준 이라고?”

“안녕하세요. 차서준입니다.”

내가 꾸벅 인사를 하자. 김도욱 PD의 얼굴에는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두었다간 나 역시 서도현처럼 짜부라질지도 모르기에  서둘러 말을 이었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뭐? 으하하. 아까처럼만 해줘요. 그러면 내가 우리 어린 배우 님이 촬영 외에는 신경 쓰지 않도록 다 맞춰줄 테니까.”

더 이상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김도욱 PD는 이미 김우주 역 에 나를 낙점시키기로 결심한 듯싶으니.

“잠시만요. 급하게 연락을 해야 할 곳이 있어서.”

마음이 급했는지 김도욱 PD가 양해를 구한 뒤. 재빠르게 어디 론가 전화를 걸었다.

“작가님! 됐어요. 됐다고!”

김도욱 PD가 곧바로 전화를 건 곳은 바로 [너에게 다시]의 작 가였다.

그쪽 역시 간절한 마음이었는지. 거실에 물 떠 놓고 기도 중이 었다는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린다.

통화를 마치면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호의가 가득하다.  정신없이 나와 서도현을 번갈아보던 김도욱 PD가 정신을 차렸 는지.

“형님.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저녁에 시간 비워주세요. 제가  오늘 제대로 보답하겠습니다.”

오늘 아주 서도현을 집에 보내지 않을 기세였다.

“우리 어린 배우님. 다음에 또 봐요.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지 내게 연락하고.”

본격적인 촬영 시작도 전에. 나는 연출이라는 아주 튼튼한 동 아줄을 얻었다.

*

유치원이 끝나면 언제나처럼 유치원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 다.

버스에서 내려 엄마 ‘안아주기’를 매일매일 하기 위해서. 집에  도착한 뒤 엄마랑 과일 하나를 먹고 나면 회사에서 매니저가 데 리러 왔다.

“서준아. 왔니?”

“네. 수진 누나가 데려다줬어요.”

대표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서도현이 반긴다. 그러더니 서랍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여기 서준이 핸드폰 나왔다. 네가 부탁한대로 최신형 핸드폰 으로 샀다.”

“고맙습니다.”

내가 꾸벅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한 뒤 핸드폰을 받았다.

지금 가장 최근에 나온 최신형 기종이지만. 정작 김도경 시절  사용하던 것에 비하면 구형 느낌이 물씬 풍긴다.

“스마트폰 사용법 가르쳐주지 않아도 괜찮아?”

“네! 어제 엄마한테 배웠어요.”

제법 능숙하게 핸드폰을 만지기 시작한 나를 서도현이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마치 어떻게 저것까지 할 수 있지? 이런 느낌을 담은 채로.

그 시선을 무시한 채. 나는 가장 먼저 인터넷 포털로 접속했다.  핸드폰이 없으니 답답했다고.

“검색도 할 줄 알아?”

“네.”

“그러면 서준이 네 이름을 검색창에 검색해보면. 아마 우리 서 준이가 ‘너에게 다시’에 캐스팅되었다는 기사를 볼 수 있을 거 다.”

정말이다. 검색창에 차서준이라는 이름을 치자. 최신 기사에  정말로 내 사진이 걸린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잠깐.”

내가 기사를 클릭하기 전. 서도현이 잠시 나를 제지했다.

“기사 내용까지만 보고. 조금 더 아래로 내려서 사람들의 댓글 은 보면 안 돼. 알았지?”

“네. 안 볼게요.”

거짓말이다. 연예인이란 사람들의 관심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었다. 관심에 목마른 존재.

그런 내가 어떻게 댓글 반응을 참겠어.

다시 고개를 숙이고 일을 시작한 서도현을 뒤로한 채. 나는 작 은 손가락을 움직여 올라온 기사들부터 살폈다.

- 김우승, 인설아 주연 ‘너에게 다시’. 신인 아역 배우 차서준  합류.

- 박우형, 김주신, 양용우, 이지서. 명품 조연 라인업에 새로운  마스크 등장.

- 아역 배우 최이안은 건강상 이유로 하차. 신인 아역 배우 차 서준 캐스팅 완료.

- ‘너에게 다시’를 통해 데뷔하는 구름엑터스 소속 신인 아역  배우 차서준은 누구?

올라온 몇 개의 기사들 중.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최이안과 내  사진을 나란히 비교로 올린 기사였다.

최이안의 하차 소식. 그리고 그 대타로 내가 합류하게 되었다 는 기사 댓글에는. 역시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 다.

└ 차서준? 우리 이안이가 나온다고 해서 한 번 볼까 했는데.  어디 필모 하나 없는 애가 갑자기 자리를 꿰차네. ㅋㅋㅋ

└ 우리 이안이 다쳤대요. ㅠㅠ 계단에서 굴러 다리가 부러져 서 드라마 촬영 시작까지 합류가 불가능해 하차한 듯.

└ 아니. 그러면 다른 검증된 아역을 데려와야지. 무슨 카메라  앞에 한 번도 안 서본 애를 데려와.

└ 그래도 얼굴은 귀엽네. 최이안보다 더 귀여운 거 같은데?

└ 헛소리 ㄴㄴ 저거 다 포샵으로 건드려서 실물은 전혀 다른  애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음.

└ 최이안 만큼 연기력 보여주는 아역 배우가 없는데. 그냥 그  나이대에 있어서는 대체불가가 최이안인데. 아쉽네.

└ 어차피 아역이 다 거기서 거기임. 그냥 이번 드라마는 주연 들부터 시작해서 망해버린 듯. ㅋㅋㅋㅋ

최이안은 이미 몇 개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연기력을 증명했 다.

아역 배우임에도 같이 촬영한 선배들과 감독들의 칭찬도 많았 고. 또 벌써부터 팬클럽이 만들어졌을 정도였다.

그런 최이안이 하차하고 대타로 들어온 게 쌩신인인 나였으니. 당장 저런 반응들이 터지는 것도 이해 못할 상황은 아니었다.

“이런. 삼촌이 분명 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오랜만에 생생한 댓글들에 빠져있다 보니. 어느새 뒤로 다가 온 서도현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서도현의 얼굴에는 걱정이 서려 있었다. 사람들의 반응 때문 에 혹여나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

하지만.

이깟 반응 정도로는 내게 스크레치조차 낼 수 없었다. 김도경  시절 받은 악플들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지.

“삼촌. 저 보여주고 싶어요.”

“뭐를?”

갑작스럽게 보여주고 싶다는 내 말에 서도현이 고개를 갸웃하 면서. 내가 상처받지 않아 보이는 모습에 안도의 숨을 몰래 내쉬 었다.

“연기로 보여줄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사람들이 서준이 네게 부정적인 반응들을. 네  연기를 통해서 바꾸겠다는 거지?”

“네!”

내가 당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서도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서준이가 연기로 보여주자. 나머지 부분들은 이 삼촌이  다 처리해줄 테니까. 알았지?”

“네!”

기대가 된다.

차서준이라는 배우가 사람들 앞에 등장했을 때.

지금까지의 부정적인 여론들이 단번에 뒤집혀질 그 순간이.

스크린샷 찍어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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