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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12화 (12/220)

< 12화 >

“내가 최대한 돈을 구해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오빠···.”

“진정해. 서준이가 깨서 듣겠어. 이리 와.”

아빠가 흐느끼는 엄마를 안아준다.

순간 나도 이대로 일어나 엄마, 아빠를 안아주고 싶었지만 참 았다.

내가 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지금의 흐느낌이 대성 통곡으로 바뀌게 될까 봐.

“···응. 우리 서준이 생각해서라도 힘내야지. 오빠도 너무 걱정  하지 마. 우리 세 식구가 함께라면 어떤 일이든 잘 헤쳐 나갈 수 있어.”

엄마는 강했다.

갑작스럽게 무너진 현실에 본인조차 막막했을 텐데. 나와 아 빠를 생각하며 오히려 다시 일어나보자며 다독인다.

그런 엄마의 말에 아빠 역시 목소리에 젖은 물기를 떨쳐냈다.

“미경아. 내가 더 이를 악물고 일할게. 퇴근하고 대리운전이라 도 할 테니 걱정하지 마.”

“응. 우리 가족 지키기 위해서 나도 힘낼게. 서준이 유치원에  가 있는 동안 나도 오전 알바를 구해볼게.”

다시 터지기 시작한 울음을 숨죽여 삼키는 엄마, 아빠의 목소 리를 들으면서.

‘해야겠다.’

나는 결단을 내렸다.

*

다음 날.

유치원에 도착한 나는 김도윤의 핸드폰을 통해 서도현에게 만 남을 요청했다.

서도현은 내가 이렇게나 빠르게 자신을 찾아올지 몰랐는지 제 법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그래. 갑자기 왜 삼촌을 보자고 했을까?”

분명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굳은 결심을 보이던 아이가 다시  찾아왔다.

내게 연기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아무리 꼬셔도 꿈쩍도 않던  내가 먼저 움직였단 사실에 궁금한 모양이다.

내어준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면서. 서도현이 일전에 내게 넌 지시 언급했던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결심을 세웠는데. 굳이 이러쿵저렁쿵하며 돌아갈 필요는 없다. 현재 내게 가장 필요한 것부터 서도현에게 제시할 생각이다.

“삼촌. TV에서 봤는데 배우가 이런 회사에 들어가면 지낼 수  있는 집도 주고 그래요?”

정작 내 입에서 나온 말이 의외였음일까. 서도현의 눈빛이 순 간 날카롭게 빛났다.

6살 어린이의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 나를 데려다 줄 때 보았 던 낡은 빌라. 그리고 방금 언급된 집이란 단어.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소속사 대표까지 성공한 서도현이 그  퍼즐들을 맞추지 못할 리가 없었다.

“당연하지. 만약 머물 곳이 필요한 배우가 회사에 오면. 연기  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넓은 집을 회사에서 제공한단다. 삼촌도 당연히 서준이를 위해 그렇게 할 거고.”

“정말요? 그러면 삼촌네 회사와 계약하고. 제가 연기를 하게  되면 더 넓은 집에서 엄마, 아빠랑 지낼 수 있는 거예요?”

“당연하지. 서준이가 혼자 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방도 필요  하고. 또 밤에 푹 잘 수 있는 침대도 필요할 텐데. 모두 회사에서 지원을 해준단다. 당연히 엄마, 아빠도 서준이와 함께 지내야지.”

그리고 저런 서도현의 반응이 내가 그를 선택한 이유였다.

분명 궁금할 터였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던 아이가 마음을 바꾼 이유가.

거기에 방금 던져진 퍼즐들은 갑작스럽게 차서준의 집에 문제 가 생겼음을 암시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캐묻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6살의 어린 마음이 상처받 지 않도록 배려까지 한다.

“그보다 서준이는 연기가 재밌니? 삼촌이 봤을 때에는 서준이 가 연기할 때 정말 즐거워 보였거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집어 질문을 던진다.

“네. 솔직히 유치원에서 발표회를 준비하면서도 정말 재밌었 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표현한다는 게요.”

그 대답에 서도현의 눈빛이 빛난다. 마치 내게서 꼭 듣고 싶었 던 대답을 들은 사람처럼.

“그러면 왜 어제까지는 삼촌에게 연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 는지 물어봐도 될까?”

끄덕끄덕.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연기를 하면 엄마, 아빠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적어지 잖아요. 연예인들은 엄청 바쁘댔어요.”

“뭐? 그러면 유치원이 끝나고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싫다고 한 거니?”

“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거든요.”

그 말에 서도현이 웃음을 터트린다. 마치 전혀 고려하지 못했 던 부분을 내가 말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런. 이 삼촌이 서준이를 설득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 인트를 놓치고 있었네.”

“삼촌. 제가 아역 배우가 된다 하더라도 엄마랑 같이 다닐 수  있어요?”

“당연하지. 서준이가 촬영장에서 배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삼 촌이 붙여준 매니저가 엄마랑 다닐 수 있게 도와줄 거거든.”

서도현은 모르고 있었다. 어느새 자신이 6살 어린이를 상대로  매니저니, 배역이니 하는 어려운 단어를 꺼내기 시작했음을.

아니면 알고 있음에도 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꺼냈을지 도 모른다.

어차피 서도현의 구름엑터스와 계약을 맺기로 결심한 이상.  꽁꽁 숨겨두었던 모습들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배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작품을 선택함에 있 어 서준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있게 도와줄 거란다.”

이런 소속사 대표라면. 당장 우리 가족이 처한 위기를 벗어나 기 위해 손을 잡기 충분했다.

거기에 단순한 소속사 대표와 배우가 아닌. 함께할 동료의 관 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익준이 형이 그랬듯이 말이다.

“그러면 저 삼촌네 회사랑 계약할래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도현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싫다, 관심 없다. 하는 6살 어린이를 꼬시기 위해 부단히도 노 력했던 그다. 그런 노력의 결실이 지금 꽃을 피우고 있었다.

“대신. 엄마, 아빠에게는 삼촌이 잘 말해주었으면 좋겠어요.”

“흐음. 삼촌이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을까? 그래야  삼촌이 서준이네 엄마, 아빠를 잘 설득할 수 있을 테니.”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다만···.”

내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서도현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

서도현은 멍하니 아까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진짜 천재가 맞았네. 천재였어.”

솔직히 자신의 감에 확신을 더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성이  없는 생각에 고개를 저을 때가 있었다. 아무리 똑똑하다 하더라 도 6살의 어린이였으니까.

당장 자신의 하나뿐인 외조카 도윤이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 다. 6살은 아무리 의젓하다 하더라도 어린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직접 확인한 차서준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우리 도윤이도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예?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야.”

심지어 지금 서도현이 있는 곳은 회의가 이루어지고 있던 회 의실이었다.

단 한 번도 회의실에서 집중을 놓친 모습을 보여준 적 없는 서 도현이기에. 직원들의 얼굴에는 의아하단 표정이 가득했다.

“대표님?”

평소와 다르게 멍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내뱉는 서도현의 모습 에 직원들이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직원들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서도현은 회의를 소집한 용 건을 꺼냈다.

“자자. 아까 데려왔던 어린 친구를 본 사람 있나?”

“저랑 김 실장이 봤습니다. 대표님 조카분 유치원 친구 아닙니 까?”

이미 김도윤과 함께 몇 차례 회사에 방문했었던 차서준이다.  누구냐고 물어보는 질문들에 김도윤이 열심히 대답을 해준 모양.

다른 직원들도 본 적이 있는지 귀엽다, 잘생겼다 등등의 소감 이 뒤따른다.

그런 소란스러움은 이어지는 서도현의 말에 사라졌다. 정확히 는 폭탄이 소란스러움을 날려버린 것이지만.

“그 친구가 곧 우리 회사와 계약할 거야.”

서도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회의실에 경악성이 터졌으니까.

“예? 그 친구를요?”

“아역은 계약하지 않겠다고 하셨잖아요.”

“최이안 쪽에서도 넌지시 운을 띄웠을 때에도 고개를 저으셨 는데.”

분명 그랬다.

서도현이 구름엑터스를 차린 후. 서서히 자신의 능력을 입증 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회사 문을 두들겼다.

특히나 작품 보는 눈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서도현을 보고서  아역 배우들의 부모들이 회사로 연락하곤 했었다.

하지만.

서도현은 단호하게 그 모든 아역 배우들을 거절했다.

심지어 아역 배우들 중 미래가 가장 기대된다는 최이안조차  그 거절에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도 내 생각에는 변화가 없어. 다만 이 친구는 정말 놓치 기 싫어서 말이지.”

서도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언가를 느낀 이들의 눈빛이 돌변한다.

오직 본인의 능력 하나로 오늘날의 구름엑터스를 만든 대표가  눈앞의 서도현이다.

그런 그가 저 정도의 극찬을 꺼낸다? 그 말은 차서준이라는 어 린아이에게서 남들이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보았다는 뜻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계약을 맺을 거야. 그 부분에 대해서 는 미리 계약서를 준비해주고. 홍보팀은 김도욱 PD 자료들 준비 해둬.”

“네? 김도욱 PD요? CBS 드라마국의 그 김도욱 PD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거기서 새로 들어올 우리 배우님께서 작품 하나를 하게  될 것 같으니까.”

아직도 서도현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했다.

구름엑터스에 오겠다며 차서준이 짧게나마 보여준 연기가.

차서준의 연기를 본 순간. 서도현은 당장 그 자리에서 도장을  찍을 뻔했다.

확신에 투자를 더하는 순간이었다.

*

여전히 집안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도도도. 엄마가 두들기는 도마의 소리에 불안함이 서려 있었 다.

몇 시간 뒤.

삑삑삑. 도어락을 열고 들어오는 아빠의 어깨가 한없이 내려 가 있다. 이미 시계가 가리키는 초침은 9시가 훌쩍 넘어가 있었 다.

“아빠!”

“···서준아. 아빠 기다렸어?”

“네!”

“아빠가 우리 서준이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저도 아빠 이마아아안큼 사랑해요!”

내가 양손을 최대한 벌려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하자. 그제 야 조금 기운을 차렸는지 미소를 짓는다.

“서준아. 아빠가 이틀 밤 자고 나면 매일 늦게 들어올 것 같아.”

“늦게요? 지금보다 더 늦게요?”

“그래. 그러니 아빠 기다린다고 이 시간에 문 앞에서 있지 않 아도 돼. 알았지?”

“네. 얼른 씻으세요!”

내가 안아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힘없는 걸음이 화장실을 향한 다.

이후 시간은 이전까지와 달랐다.

애써 어린 아들에게 감추려고 했지만 내려간 분위기는 감출  수가 없던 것이다.

나는 오늘도 엄마의 다리를 베개 삼아 누웠다. 두 사람의 대화 를 엿듣기 위해 잠든 척을 시작했다.

잠이 든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가 완전히 잠이 들었는지 확 인한다. 그러고는 엄마가 아빠를 향해 말했다.

“오빠. 오늘 서준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다닐 수 있는 곳을 알 아봤는데.”

하지만 엄마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 말에 화들짝  놀라 끼어든 아빠 때문에.

“뭐? 미경아. 아니야. 너가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돼. 우리   서준이를 더 돌봐야지. 아직 기억도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잖아.”

“그래서 서준이가 유치원에 있는 동안만 할 수 있는 곳으로 알 아봤어. 모레 한 번 면접 보러 오래.”

“그러지 않아도 돼. 내가 모레부터 퇴근하고 대리운전을 뛰다  올 거야.”

아빠의 말에 엄마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아니. 지금도 회사에서 일이 많아 10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데. 여기서 더 일하면 오빠 진짜 쓰러질지도 몰라.”

“괜찮아.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면 나 새벽까지 일하고도 튼튼 할 수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시 한번 울음바다가 될지도 모르는 그 순간.

“엄마, 아빠.”

내가 끼어들었다.

혹시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엿듣지 않았을까 걱정이 가득한 엄 마, 아빠의 얼굴을 보면서.

“나 연기할래요.”

내가 선언했다.

그와 동시에.

아빠의 핸드폰이 전화가 왔음을 알리기 시작했다.

“응? 이거 도윤이네 외삼촌 번호 아니야?”

김도윤의 외삼촌이자, 구름엑터스의 대표 서도현의 전화였다.

잠시 후.

수화기 너머 들려온 서도현의 말을 들은 아빠의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이,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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