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7화 (7/220)

< 7화 >

가람 유치원의 샛별반 선생님인 김수아는 최근 한 번도 경험 하지 못했던 신기한 것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차서준.

얼마 전 샛별반에 새롭게 들어온 전학생이 그 경험들의 주인 공이었다.

먼저 6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잘생겼다. 시간이 지나 면 정말 근사한 미남이 되겠다는 기대감이 절로 들 정도로.

보통 잘생긴 아이가 유치원에서 인기가 많은 건 당연한 일이 었다. 어린아이들일수록 순수하게 다른 조건과 관계없이 외모에 만 반응을 했으니까.

하지만 차서준은 외모만 뛰어나다고 평가하기엔 부족했다.

뭐랄까.

마치 인생 2회차를 살아가는 아이 같은 느낌이랄까?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설명이긴 한데. 김수아가 유심히 지켜본  바로는 그 말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김수아의 그런 혼자만의 생각이 끝난 건. 하늘반 선생님이 그 녀를 불렀을 때였다.

“수아 쌤. 샛별반에 서준이가 그렇게 인기가 많다면서? 우리 반 애들도 서준이 이야기를 엄청 하던데.”

“그래요 쌤? 사실 애들과 친해지기에 너무 늦은 게 아닌가 걱 정을 했었는데. 막상 오니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어요.”

“하긴 그렇지. 우리반에서도 그렇게 서준이 이야기가 나오는 데. 샛별반에서는 오죽하겠어.”

“맞아요. 오히려 서준이가 오고 나서 정말 편해졌어요.”

아무리 유치원 선생님이라지만, 6살의 어린이들을 다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예외의 경우가 생기는 일이 가끔 있었다.

바로 반의 분위기를 사로잡을 수 있는 아이가 있을 때였다.

당장 김수아의 옆에서 부럽다고 떠드는 하늘반 선생님도 애들  통제에 애를 먹고 있다고 들었다.

지금 샛별반과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차 서준이라는 아이가 오고 난 샛별반과 비교해서는 말이다.

“샛별반 연극 준비는 잘 되어가?”

“네 쌤. 작년에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살짝 걱정했었는데.  올해는 정말 괜찮은 거 같아요. 하늘반은 어때요?”

“어휴. 말도 마. 괜히 치어리딩을 한다고 했나 봐. 작년에 조금  수월해서 이번에도 선택했는데. 어제도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 어. 어머님들 전화도 빗발친다니까.”

제법 시달렸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하늘반 선생님과 다르 게. 샛별반은 정말로 연극 준비가 순항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신기했다.

작년에 연극을 준비하면서 정말 힘들었었는데. 올해는 아직까 지도 힘들다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샛별반에 얼마 전 들어온 차서준 어린이 덕분이었 다.

*

샛별반 친구들과 ‘바다 속 친구들’을 연습하는 시간이 되어서 야. 나는 왜 엄마, 아빠가 놀랐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김도경 시절 내가 보던 어린 친구들은 다 아역배우거나, 아역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해온 친구들이었다.

그렇기에 몰랐다. 이 나이대의 어린이들이 어떤지에 대해서.

어떠냐고?

···집에 가고 싶다.

“으아앙. 선생님 저 못하겠어요.”

친구들 앞에서 대사 한 줄을 읽던 꽃게 친구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다.

아주 대성통곡을 하는 것이.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아 울음이 터 진 것 같다.

“선생님은 혜서가 꽃게 친구가 된 줄 알았어요. 샛별반 친구들 도 그렇죠?”

“네!”

“훌쩍. 정말요?”

속으로 내심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도. 나는 땀을 뻘뻘 흘 리며 우는 아이를 달래는 샛별반 선생님을 응원했다.

샛별반 선생님만 힘든 상황이 아니었다. 선생님만큼 힘든 사 람이 이곳에 한 명 더 있었다.

누구냐고?

물어서 뭐 해.

당연히 나지.

울음으로 인하여 눈물바다인 저쪽과 달리. 내가 있는 곳은 주 변이 샛별반 친구들로 가득해서 와글와글 난장판이었다.

정확히는 내 주위로 몰려든 친구들이 쉴 새 없이 자신들의 말 만 던지고 있었다.

“서준아. 여기서 이렇게 말하면 돼?”

“나나. 어제 엄마랑 연습했는데. 여기가 잘 안돼.”

“나부터 해줘!”

정말 못 해 먹겠네.

분명 연습 첫날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상황은 아니었다.

샛별반 선생님의 지도 아래에 각자 집에서 연습해온 역할들을  나름 또랑또랑하게 읽었다.

연기가 아니라 읽기.

문제는.

차례차례 순서가 지나 내 순서가 되었을 때 터졌다.

“아기고래야. 저기 큰 바위 뒤에서 친구들이 너를 찾고 있어.  어서 나와 함께 가자.”

내 대사가 끝난 그 순간.

“우와.”

“와.”

“서준이 엄청 잘해.”

“흐, 흥! 조금 잘하네.”

애들의 감탄과 놀람 가득한 반응이 나를 향했다. 그 귀여운 반 응에 나는 속으로 씨익 웃고 말았다.

그 모습들이 제법 귀여웠으니까. 하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몰랐다. 이어질 6살 어린이들의 반응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하나도.

그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어제 연습해왔다면서 아  이들의 저돌적인 러쉬가. 그 속에는 사총사 중 하나인 최지환도 포함되어 있었다.

“서준아! 나도 어제 잠들기 전까지 엄마랑 연습했는데 잘 모르 겠어. 이 부분 한 번만 보여줄 수 있어?”

최지환이 저렇게 외치며 다가온다. 반짝 조개 역을 맡은 최지 환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초롱초롱했다.

“여기?”

“응! 어제 서준이 너가 가르쳐주고 나서 집에서도 잘해졌다고  칭찬받았어!”

최지환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마치 ‘황금 카드왕’의 야광 카드 를 바라보던 눈빛과 비슷한 거 같은데. 착각이겠지?

“그러니까 여기 이 부분은. 음음. 내가 어제 봤지 뭐야. 아기고 래가 누군가를 따라서 저쪽 방향으로 가버렸지 뭐야. 이렇게 하 면 돼.”

“와! 서준이 너 진짜 대단하다!”

최지환은 마치 야광 카드를 보았을 때처럼 우와! 하고서 나를  바라보았고.

“흐, 흥!”

그 너머에 있던 김도윤은 홱 하고선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유 야 충분히 짐작이 간다.

삐진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귀여 운 녀석.

“도윤아.”

“···왜?”

“대왕고래랑 상어가 대화하는 부분 있잖아. 조금 있다가 나랑  연습하자. 네 도움이 필요한 거 같아.”

“서준이 네가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게.”

물론 도움이 필요하자고 손을 먼저 내밀자. 어린아이인지라  금방 사르르 녹아내리는 김도윤이었다.

당당하게 미래에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주인공 역할인 대왕고 래를 하고 싶다고 손을 번쩍 들었던 김도윤이다.

처음 샛별반 선생님의 지도 아래에 ‘바다 속 친구들’ 연습을   시작했을 때. 나 역시 제법 재능이 보이는 김도윤의 모습에 깜짝 놀랐었다.

“도윤아. 너는 누구한테 배웠다고 했지?”

“우리 외삼촌. 우리 연극할 때 구경하러 온다고 했으니까. 내 가 그때 우리 외삼촌 보여줄게.”

“그래.”

김도윤을 토닥여주자 다시 신이 났는지 열심히 외삼촌의 존재 에 대해 떠들기 시작한다.

저 모습을 보니 며칠 전 시무룩해졌던 모습이 떠오른다.

대왕고래 대사를 마친 뒤. 샛별반 친구들이 모두 '우와! 도윤이  정말 대단하다!‘라는 모습을 보일 때만 하더라도. 김도윤의 어깨 는 매우 으쓱한 상태였었다.

그런데 내가 등장하면서 김도윤의 그런 자부심이 박살나버리 고 말았다.

꼬맹이들도 한눈에 알아차린 것이다. 내가 보여준 상어는 정 말 대단하다는 것을.

“에휴.”

잠시 조잘거리는 아이들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유치원 발표 회까지 남은 기간 동안.

제법 험난한 시간이 될 거 같다.

*

- 너 다음 주에 꼭 와야 돼. 도윤이가 외삼촌 보여주겠다고 정 말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까. 알았지?

“알았다고. 안 그래도 발표회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저녁도  같이 먹으려고 그날 시간도 비워놨네요.”

- 오케이.

역시나 제 할 말만 마친 수화기 너머 상대는 뚝 하고 전화를 끊 어버렸다.

원래대로라면 조카인 도윤이가 있는 연극 시간에만 맞춰서 얼 굴만 비출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버렸다.

유치원에서 연극을 연습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누나에게 들 은 며칠 뒤. 도윤이가 시무룩한 얼굴로 자신을 찾아왔다.

“삼촌···.”

“왜? 유치원에서 무슨 일 있었어?”

따뜻한 코코아를 잡은 도윤이의 코가 빨갛다. 눈가도 비슷한  걸 보면 무언가 속상한 일이 있었던 모양인데.

지금 도윤이에게 있어 저런 울먹임을 줄 일은 하나밖에 없었 다.

유치원 발표회 연극 준비.

안 그래도 호들갑을 떠는 누나 때문에 늦은 저녁에 불려가, 맞 춤형 눈높이 연기 교육까지 하고 왔었다.

“삼촌이 대왕고래를 어떻게 표현해야 되는지 가르쳐 줬잖아.  누가 이상하대?”

도리도리. 아니라면서 고개를 저었으나 얼굴이 한층 더 침울 해진다. 그 때문이 아니지만 연극과는 관련이 있다는 말.

“도윤아, 무슨 일인데. 삼촌과 우리 사이에는 비밀이 없기로  했잖아. 그렇지?”

“···그게 있잖아.”

망설임 끝에 이어지는 조카의 말에.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 서도 서도현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삼촌!”

“미안미안. 그러니까 너네 샛별반에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연기 를 잘하는 친구가 있다고?”

끄덕끄덕. 삼촌에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아 조금은 시원해졌 는지. 코코아를 홀짝이며 도윤이 고개를 끄덕인다.

‘궁금하긴 하네.’

저 말을 듣는 순간. 구름엑터스 대표로서 호기심이 치솟았다.

외삼촌인 자신의 손을 잡고서 몇 번이나 촬영장에 구경 갔던  도윤이다.

그런 도윤이 또래 수준의 재롱잔치나 다름없는 연기를 보고서  저렇게 울적한 표정을 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촬영장에서 봤었던. 자신이 목표로 하는 배우들만큼 의 연기를 봤단 이야긴데.

잠깐만.

그게 가능해?

아직 6살인데?

그런 생각들을 뒤로한 채. 일단 서도현은 하나뿐인 늦둥이 조 카를 교육하기 시작했다.

“도윤아. 삼촌이 배우가 되고 싶다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게  무어라고 했지?”

“질투를 하지 말라고 했어.”

“그래. 상대가 나보다 잘한다고 해서 질투를 하기 보단. 내가  더 열심히 해서 상대보다 더 잘해지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돼. 도 윤이가 꿈꾸는 배우가 되기 위해선. 알겠지?”

만능의 단어나 다름없는 ‘배우가 되기 위해선.’이라는 말을 하 자. 시무룩한 얼굴에서 서서히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한 도윤 이다.

“그러면 여기까지 왔으니. 도윤이가 얼마나 연습했는지 좀 볼 까?”

“응!”

*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지나간 일들 이니 묻어두자.

유치원 발표회를 앞두고 있는 지금. 이제 나는 6살 차서준 어 린이의 몸에 제법 적응을 한 상태였다.

계속해서 기억이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던 엄마, 아빠도 어느 새 그 근심을 덜었다.

내가 열심히 진행한 ‘행복한 가족 만들기’가 꽃을 피우기 시작 한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한 아주 작은 부작용 같은 건 있었다.

“서준아.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회사에서 최대한 일을 빨리  끝내고. 우리 서준이가 연극을 하기 전까지 꼭 갈 수 있도록 할게. 알았지?”

“아니에요. 엄마가 있잖아요. 아빠는 걱정하지 말고 오늘도 잘  다녀오세요!”

“우리 서준이 씩씩하네.”

갑작스럽게 아빠 회사에 비상이 터졌다고 했다. 한 달 전부터  오늘만은 안 된다고 회사에 그렇게 말했지만.

급박한 사고가 터졌다며 막무가내로 나오라고 하니 아빠도 어 쩔 수 없었다.

“서준이 걱정 말고 다녀와요. 끝나고 서준이가 좋아하는 짜장 면 먹으러 가기로 했어요.”

“맞아요! 엄마랑 짜장면 먹을 꺼예요. 짜장면!”

“그래. 우리 서준이 엄마랑 짜장면 먹으러 가서 탕수육도 먹어. 알았지?”

“네!”

내가 해맑게 탕수육을 연호하자. 그제야 조금은 안심이 되는 지 아빠가 현관으로 향한다.

“아빠!”

“응?”

내가 갑자기 부르자 되돌아본 아빠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어이쿠. 우리 서준이 안아주고 나가는 걸 깜빡했네.”

아빠는 처리 완료.

이제 남은 건 두 달 동안 나를 괴롭혔던 유치원 발표회 연극이 었다.

*

서도현은 조금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차를 몰았다.

“또 한마디 듣겠네.”

원래대로라면 발표회가 시작되기 한참 전에 도착을 했어야 정 상이었는데. 갑작스럽게 터진 문제를 수습하느라 시간이 지체되 었다.

“후우.”

주차를 하고 서둘러 가람 유치원 발표회가 이루어지는 강당  안에 도착한 서도현은.

“···!”

뛰느라 생긴 거친 호흡을 가다듬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무대  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