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북진기 (17)
좀비가 득시글거리는 세상에서 인간들끼리 거대한 싸움을 일으키면 어떻게 되는가?
그에 대한 대답은 세 살짜리 어린애도 알 수 있을 만큼 단순했다.
온 세상이 떠나갈 듯한 총성과 폭음, 비명이 울려 퍼지면, 달콤한 죽음의 향기에 이끌린 좀비들이 생자의 혈육을 탐하기 위해 모여들기 마련이다.
이미 강원도와 경북 인근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야생 좀비들이 ‘소란’을 눈치채고 전장으로 모여들고 있다는 정찰병의 첩보가 빗발치고 있다.
인간, 짐승, 괴물.
서로 털끝만 한 양립도, 양보도, 양해도 바랄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들이 앞뒤 안 가리고 폭풍의 눈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은 누구에게도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지레 겁먹고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명, 욕심, 본능에 의해 모여든 3개의 세력은 이제 최후의 승자가 나올 때까지 죽어라 싸워야 한다. 오직 투쟁을 위해서.
“야생 좀비들에게는 피아 구분이 없다. 놈들 눈에는 저 더러운 범죄자 새끼들이나 우리나 똑같이 씹어먹을 고깃덩이에 불과하다. 탄약과 포탄을 아끼지 말고 범죄자 놈들과 함께 사이좋게 쓸어버려라.”
“이승권 각성자 대표의 제안으로 편성해 둔 좀비 대응군을 정말 써먹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또 한 번 전란의 포성을 터뜨렸는데 저놈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리가 없지. 오히려 지금까지 크고 작은 전투가 여럿 있었음에도 야생 좀비들이 모여들지 않은 건 ‘조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웨이브 조건 말입니까?”
“그래. 어지간한 규모의 인간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조용히 숨죽인 채 살아가도 반드시 좀비들이 찾아오는 그 지랄맞은 시스템. 지금 이 좁은 지역에 모인 인간들만 몇 명이냐? 못해도 4~5만은 훌쩍 넘는다.”
먼 옛날에는 10만 단위의 군대가 당연하다는 듯이 국경을 넘어 다니며 전쟁을 벌이고, 정말 규모가 큰 전쟁은 백만 단위의 군대가 사투를 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많지 않은 머릿수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 많은 군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최첨단 자동화 시대라는 점, 그리고 한술 더 떠서 거의 모든 국가 기반이 날아간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강원도의 범죄자 세력과 경상도의 생존자 세력은 각자 가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병력을 총동원했다.
그 머릿수가 물경 5만에 달했으니, 이 전쟁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았다. 오히려 시대성을 반영해서 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이런 대환장 난리통이 터졌으니 야생 좀비들이 얼씨구나 좋다 하고 몰려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오히려 좀비들이 이 전쟁에 숟가락을 얹지 않았다면 이상함을 느꼈으리라.
신해룡 육참총장에게 현장 지휘권을 일임받은 배철수 준장은 지휘봉을 들고서 커다란 전술 지도를 톡톡 두들겼다.
“좀비 사냥에 능한 배테랑 각성자들로 구성된 좀비 대응군을 본대의 좌익과 우익으로 넓게 펼치듯이 배치한다. 어차피 전방(북쪽)에서 우리와 정면충돌하는 건 그 범죄자 새끼들이니까 대인전에 능한 군부대가 전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좀비 대응군이 좀비들의 접근을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익은 울진에 모여 있던 좀비들이 새어 나오는 것을 차단할 것이고, 좌익은 충청도에서 넘어오는 좀비를 맡는 역할입니까? 우익은 괜찮겠지만 좌익은 좀비 대응군만으로는 버거울 겁니다.”
“충청도에서 넘어오는 놈들의 근거지가 수도권이니까? 그 정도는 나도 안다. 다행스럽게도 그 부분은 이승권 각성자 대표가 어떻게든 커버해 주기로 했다. 이미 별도의 별동대를 꾸려서 먼저 좌익으로 빠졌으니까.”
“좀비가 몰려오고 있다는 첩보를 받기도 전에 먼저 좌익으로 빠졌단 말입니까?”
“독자적인 정보망으로 범죄자 새끼들이 우회 기동하려는 낌새를 포착했다더군. 그래서 우회 기동하는 적을 차단할 겸, 좌익으로 빠져서 좀비 대응군을 돕겠다고 본인이 자처했다.”
배철수 준장의 시니컬한 대답에 휘하의 장교들은 더 입을 열지 않았다.
다른 각성자나 군인이라면 못 미더웠겠으나, 이승권 각성자 대표는 이미 대구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각성자였다.
이 전쟁에서 소모되는 거의 모든 물자 보급을 단독으로 책임지고 있는 것은 물론, 그가 직접 이끌고 있는 생존자 집단의 위세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단독으로 인구 수백만이 자리 잡은 대도시보다 물자 생산량과 보급 능력이 뛰어난 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대단한데, 엄청난 수의 좀비 떼를 학살하고 다닐 만큼 무력도 출중하니 감히 그를 의심할 멍청이는 없었던 것이다.
사실 다른 건 다 제쳐 두고 신해룡 육참총장이 그와 독대한 끝에, 대구는 그를 적대하지 않고 파트너 관계를 맺기로 결정한 것만 봐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일개 각성자가 수백만 인구를 책임지고 군대를 지휘하는 군벌의 수장과 단독으로 교섭한 마당에 뭘 더 따지겠는가.
“이승권 각성자 대표가 직접 나선다면 믿을 수 있지요.”
“애초에 우린 그 사람의 한계가 존재하기는 한 건지 궁금합니다. 단독으로 전쟁의 보급을 맡는 것만 해도 대단한데, 본인이 직접 필드를 뛰고 있으니…… 솔직히 말해서 미쳤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그만한 능력이 있는 각성자가 직접 이 전쟁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거의 모든 책임을 짊어진 이유를 우리가 어떻게 알겠나. 군인은 그저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할 뿐이지.”
이승권에 대해선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고 딱 잘라 선을 그은 배철수 준장은 병력 배치를 이어 나갔다.
특히 포병은 전방과 좌익, 우익을 모두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대포병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최중심부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현재 그들이 운용하고 있는 자주 박격포와 곡사포(견인포)의 최대 사거리는 잘 쳐줘도 40km.
사거리가 50km를 훌쩍 넘는 신형 포탄은 모두 이북 땅의 최전선인 국경 인근에 우선 배치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즉 전선을 크게 밀어내지 않는 한 포병의 최대 사거리와 지원이 필요한 전장의 거리가 엇나가면 안 된다는 뜻이다. 최소한 30km 이내를 유동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전장의 상황에 따라 포격 지원의 중요도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적재적소에 포병 전력을 배치하는 게 이번 전쟁의 핵심이다. 전쟁의 시작과 끝은 결국 보병이라지만, 포병이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면 이 엄동설한에 다 같이 사이좋게 파묻혀서 새해 해돋이를 보게 될 거다.”
“속전속결을 염두에 두고 계시는군요.”
“총장님께서는 겨울에 강행한 이 전쟁이 오래 가 봐야 좋을 것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건 전적으로 보급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이승권 각성자 대표도 마찬가지였고. 그러니 전선을 밀어내기 위해선 끊임없이 포탄을 쏟아붓고, 밀어낸 자리를 보병이 점령하고, 다시 포탄을 쏘고 밀어내야 한다. 단순하지만 역사적으로 검증된 확실한 전술이지.”
“이건 뭐, 거의 1차 세계 대전의 참호전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공중 지원도, 최첨단 장비도 없다. 이 전쟁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각성자라는 점만 빼면 1차 세계 대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간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지. 아니, 그렇게 될 거다. 그러니 속전속결이 유일한 답이다.”
참호전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다.
직접 겪어 본 적은 없지만, 이 엄동설한에 참호를 두고 총질과 포질만 하다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전진하는 전쟁을 했다간…… 정말 사이좋게 다 죽을 거다.
“이미 전쟁이 벌어진 이상 사상자는 나오기 마련이다. 그것이 사상자와 유족들에 대한 위로나 변명이 될 수는 없겠지만, 더 큰 위기를 막고 더 불행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라면 모두가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다. 나는 과거 제국주의자들처럼 국가와 국민을 위해 당당하게 죽으라고 말하는 정신병자는 아니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한 번쯤 고려해 보라고는 말하고 싶군.”
“예, 이 전쟁은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도망친다고 해서 그곳에 낙원이 있는 결말도 아닙니다.”
정면에는 무고한 인간들을 학살하고 노예처럼 부리려는 범죄자 집단, 후방에는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잡아먹으려는 좀비 떼.
피할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다. 싸우지 않으면 비참한 결말만이 남기 때문에, ‘시스템’이라는 놈은 끊임없이 투쟁을 강요하고 있었다.
싸워서, 이기고, 쟁취하라.
좀비도, 범죄자도, 모두 잡아 죽이고 나면 그 끝에는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주면서 투쟁이라는 이름의 고문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싸워야 한다.
“산은 훌륭한 자연 요새다. 소수의 방어 병력만 배치해서 적들의 침투 병력을 최대한 저지하고, 주공은 도로와 얼마 안 되는 평야를 이용한다. 적들도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 야전에서 직접적으로 크게 맞붙는 일보다는 시가지에서 치고받는 진흙탕 싸움 비중이 높아지겠지. 이 점 유념하면서 각 부대 지휘관들은 신중하게 병력을 운용하길 바란다.”
“적의 주공은 태백과 영월이라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만, 적들의 진격로가 봉화일지는 불분명합니다. 그곳은 산세가 워낙 험해서 대규모 병력이 이동하기에는 걸맞지 않고, 울진은 좀비 떼로 꽉 막혀 있지 않습니까. 소거법으로 남는 건 영주인데, 영주 하나만 노릴 목적이라면 놈들이 굳이 병력을 분산한 것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자기들이 무슨 나폴레옹도 아니고 이 겨울에 산을 타 넘을 리가……”
본인이 그렇게 말하고도 어이가 없었는지, 한 장교는 은근슬쩍 봉화의 방어선을 굳히기보다는 영주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타진해 왔다.
당연하지만 대구 측도 봉화로 병력을 진격시킬 의향은 없었다. 그곳으로 대규모 병력을 밀어 넣는 건, 얼마 전 놈들의 지원 병력이 겁도 없이 태백을 나섰다가 어이없게 몰살당한 것처럼 죽여 달라고 홍보하는 꼴이니까.
“일리는 있지만, 놈들을 ‘상식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게 좋다. 우리야 전문적으로 배워서 알고 있는 군인이지만 저쪽은 미치광이 사이비 교단, 테러리스트, 범죄자 놈들이 연합한 세력이다. 그러니 기억하도록. ‘상식’이 있는 놈들은 애초에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 전쟁이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놈들에게 있어서 이승권 각성자 대표가 욕을 먹지 않는 것이지, 만약 별것도 아닌 이유로 이런 시국에 대뜸 전쟁을 일으키자고 밀어붙였다면 그는 미치광이 취급당하며 대구와의 연결 고리를 잃었을 것이다.
“상식과 이성으로 똘똘 뭉친 현대인이 가장 먼저 상식을 포기해야 하는 전쟁이라니…… 허어.”
“좀비도 튀어나온 마당에 그깟 상식쯤 얼마든지 버릴 수 있고말고.”
이것도 다 살아남자고 하는 짓 아닌가.
살아남으려면 뭔들 못 할까.
“그럼 각 부대에 건투를 빌지.”
공격자이자 동시에 방어자가 되어야 하는 이 진흙탕 전쟁이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조명탄!”
“조명탄 발사!”
펑! 펑! 펑!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른 새하얀 조명탄들이 야밤의 태양이 되어 어둠을 물렸다.
훤히 밝아진 야전에서 모래 포대를 쌓아 방벽을 만들고, 중장비로 파낸 참호에 몸을 숨긴 군인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야간에 조명탄이 터졌다는 건 최전방보다 훨씬 더 앞에서 적들의 움직임을 포착했다는 것이고, 그 소식이 지휘관의 귀에 들어가면서 최전방에 배치된 군이 전투태세에 들어갔다는 증거다.
그렇다는 건…….
피잉! 퍽!
타타타타타타!
총성보다 조금 빠르게 도달한 총탄과 파편이 모래 포대와 목재, 콘크리트 혼합 방벽을 두들기기 시작한 순간 복잡한 생각을 할 여유는 싹 사라졌다.
지금까지 앞서 나간 선봉대와 선행 부대가 크고 작은 전투를 몇 번인가 치렀다고 하지만 진짜는 지금 자신들을 향해 몰려오고 있는 적의 주공이다.
서로 죽이고, 빼앗고, 점령한 끝에 최종 승자가 남을 때까지 총성이 멎지 않을 지옥문이 마침내 완전히 열린 것이다.
“놈들이 온다!”
“확실하게 엄폐하면서 신중하게 사격해라! 탄약 넉넉하다고 막 쏘는 새끼는 내 손에 죽는다!”
“우리도, 놈들도 똑같은 각성자다! 상식을 기대하지 말고 싸워라!”
만물의 영장인 인간에게 상식과 이성을 빼면 대체 뭐가 남느냐는 멍청한 질문을 하는 군인은 없었다.
각성자가 뭘, 어떻게,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는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극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단 한 명의 각성자가 군대의 전쟁 수행 능력(보급)을 책임질 수 있을 지경이다.
상식 따윈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게 당연하지.
“좆만 한 새끼들아! 대가리 좀 내밀어 봐라!”
“5.56mm 백신 맞으면 좀비한테 물려도 괜찮다더라! 근데 조금 따가워!”
“몸 안쪽으로 파고드는 155km/h 수류탄 강속구! 내가 바로 지옥에서 올라온 좌완 파이어볼러다, 이 새끼들아!”
이미 반쯤 정신을 내려놓은 군인들이 전방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전쟁이 주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었다.
타타타타타타! 꽈아앙! 꽈앙!
조명탄이 하늘로 올라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벌써 엄청난 소음들이 이 지역 일대를 중심으로 마구 퍼져 나갔다.
지난 3개월, 이제는 4개월 차로 접어들기 시작한 군인들의 사격 실력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그야 수도권에서 대구로 도망쳐 내려올 때부터 목숨을 걸고 싸워 왔던 그들이니, 먹은 짬밥 그릇이 얼마 안 된다고 해도 이미 개개인의 무력은 어지간한 특수 부대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좀비든 사람이든 총 맞으면 죽는다는 세상의 놀라운 진리를 깨우친 그들에게 알아서 ‘킬존’으로 돌진해 오는 적들은 개껌을 보고 달려드는 옆집 뽀삐처럼 사랑스러웠다.
결국 참호 안에서 고개를 바짝 숙인 채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던 군인들도 하나둘씩 이 전쟁의 광기에 몸과 정신을 내던졌다.
“내가 경기도 안양에서부터 살아 나온 이준영이다!”
“너흰 지금까지 먹은 짬밥의 수를 기억하느냐!”
“아! 육본 PX에서 간부 몰래 냉동을 사 먹었던 앙증맞고 달콤쌉싸름한 추억이여!”
필드에 서로를 죽고 죽이려는 살심밖에 없는 총탄의 비가 쏟아지고, 관측병이 딴 포격 좌표를 받은 후방의 포병 부대가 머지않아 초탄으로 영점을 잡았다. 데인저 클로즈를 조심해야 하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대규모 원점 타격(불의 장벽).
눈이 내리는 한겨울의 야전에서도 후끈한 열기가 느껴질 만큼 포격의 위력은 엄청났다.
하지만.
“계속 쏴, 새끼들아!”
“화망 형성해! 빈틈 만들지 말라고, 병신들아!”
이번만큼은 적들도 작정하고 주공을 전진시켰다.
소수의 보병으로 시선을 끌고 포격 지원을 1차로 낭비시킨 적들은 곧 장갑차를 앞세운 채 빠른 돌파를 감행했다.
몇몇 움직임이 극단적으로 빠른 적 각성자들은 이미 온갖 스킬이나 아이템의 보조를 받으며 전선의 돌파를 시도하고 있었다. 놈들의 목적은 참호로 뛰어들어서 마구 휘젓는 것. 즉 현대의 스톰트루퍼였다.
참호 내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자연스럽게 화망이 옅어지고 전선이 눈에 띄게 밀릴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참호 속에 엄폐한 대구 측 군인들도 이미 근접전을 각오하고서, 겁 없이 참호 속으로 뛰어드는 놈들에게 격한 환영 인사를 해 주었다.
“뒈져, 씨발놈아!”
“돼지 새끼처럼 짖어 봐라!”
“으아아아아아아!”
퍽! 콰직! 스컥!
인간의 육편과 뇌수가 평등하게 튀어 오르고 흘러내리는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인세의 지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