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퇴역병의 아포칼립스 (165)화 (166/227)

165화 수복기 (15)

싸늘하다.

마치 비수가 날아와 심장에 꽂힐 것만 같은 이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이권을 위해 아귀다툼을 해야 한다.

게다가 이런 자리일수록 첫 포문을 어느 쪽이, 어떤 방식으로 여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공교롭게도 지금 이 자리에는 각기 다른 부류의 인간들이 각자의 세력을 대표하고 있는 상황. 당연히 서로가 정해 둔 ‘선’도 달랐다.

예를 들어, 나와 같은 민간인으로 구성된 생존자 집단은 타 세력의 간섭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들 외엔 죄다 못 믿을 놈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런! 물자가 부족해서 군인들이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부득이하게 강제 징병과 물자 징발을 하겠단 말입니까? 하지만 김해웰스의 정착민들보다 끔찍하지는 않겠죠. 여기 지도에 표시해 드리겠습니다.

바로 이게 내가 내세워야 할 캐치프레이즈다.

우린 외부인들이 뭘 하든 신경 쓰지도, 관여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너희들끼리 알아서 지지고 볶아라. 대신 우리 영역, 우리 사람, 우리 물자를 넘보지만 마라. 그래도 교역 정도는 해 주겠다.

반면 외부인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풍족하게 살고 있는 우리가 매우 고깝게 보일 것이다. 특히 군대처럼 적과 싸워서 이권을 취하고 자신들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집단이라면 더더욱.

따라서 그들은 아마 이렇게 주장할 것이다.

-우린 잘 훈련된 군인과 군용 장비에 대한 폭넓은 지식, 그리고 전술 및 전략적 계획을 다방면으로 검토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만큼 이 땅에 평화를 되찾아 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집단이다. 순순히 물자를 넘긴다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멀쩡한 국가라면 이 논리가 통한다.

군대는 희생하면서 외세와 맞서 싸우는 입장이고, 그렇기에 당당하게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국가가 멸망한 지금, 군대는 더 이상 군대라고 부를 수 없는 집단이 되어 버렸다. 그저 남들보다 압도적인 무력을 보유한 무장 세력 A로 전락했을 뿐.

지휘 체계가 존재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그들의 정당성을 보증해 줄 국가의 존재가 사라져 버렸는데 저들만의 지휘 체계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래, 상대가 평범한 군대였다면 거기서 얘기는 일단락되고 우리는 회의 종료를 선언하면서 뒷풀이 회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등장한다면 어떨까?’

대!

통!

령!

평시의 자유 민주주의국가에선 의외로 권한이 생각만큼 많지도 않고 정치인들과 유권자(국민) 모두에게 욕받이만 하는 불쌍한 인간이 바로 대통령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가지는 정치적 명분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아닌 말로 대통령이 ‘내가 있으니 대한민국 정부는 아직 멀쩡하다!’ 하고 주장해 버리면 무장 세력 A가 스스로 군대임을 주장할 수 있는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

그럼 다 포기하고 나도 얌전히 정부의 따까리 내지는 지갑이 되어 골수까지 쪽쪽 빨아먹혀야 할까?

그건 또 아니다. 내가 지금부터 어떻게 정치적 명분을 가진 집단을 상대로 눈탱이 맞는 호구가 되지 않을 수 있는지 잘 알려 주겠다.

“복잡하게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우선 서로 원하는 걸 까 봅시다. 그래야 회의가 진행될 것 아닙니까.”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들 사이에서 내가 먼저 속 시원하게 본론을 언급하자, 여기저기서 헛기침이 터져 나왔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국군(해군) 측의 마이크 역할인 박명식 함장이었다. 미군 측과는 달리 함장씩이나 되는 인물이 직접 나온 것으로 보아 꽤나 권위주의적인 인물인 듯했다. 아니면 자신이 가진 계급이나 지위를 잘 활용할 줄 아는 능구렁이 같은 인물이거나.

“귀측에서 우리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미군 측과 함께 협력하여 물자 회수를 위해 창원으로 군인들을 투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불온세력과 전투를 벌이게 되어 상당수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물자 회수나 불온세력 소탕에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정당하게 ‘지분’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분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죠.”

“흠흠! 앞서 귀측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보다 조금 더 늦게 창원에 진입하여 불온세력을 소탕하고 창원의 주요 거점을 점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는 명백하게 우리 측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아닙니까? 우리가 불온세력의 시선과 화력을 분산시켰기 때문에, 그리고 불온세력이 사용할 수 있는 무력 수단 일부를 무력화시켰기 때문에 귀측이 창원을 점거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았냐는 겁니다.”

사건의 내막을 모르는 제3자의 입장이라면 박명식 함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것이다. 나조차도 순간적으로 저 화법에 ‘어, 그런가?’ 하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사실 저들이 희생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엄밀하게 따지면 희생이 아니다. 멍청하게 내부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알보병을 그렇게 밀어 넣었기 때문에 된통 당했을 뿐이다.

저들에게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창원 내부를 면밀하게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주장해도 그건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내부 정보가 명확하지 않고 그걸 파악할 여유도 없으면 깔끔하게 포기했어야지.

나는 뭐, 전투원을 대거 투입하고 싶지 않아서 박지찬 병장과 휘하의 군인들을 창원 밖 경계에 그대로 남겨 뒀나? 굳이 병력을 운용해서 괜히 손해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병력을 동원하지 않은 거다.

만약 소수 정예로 구성된 우리 팀이 고생하는 대신 편하게 다수의 일반인으로 구성된 전투원을 창원에 밀어 넣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우리는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린 끝에 헬조선 놈들을 처리하고 창원을 점거할 수 있었을까? 1~200명쯤 죽는 건 순식간이었을 거다. 어쩌면 그 이상의 사상자도 각오해야 했을 터.

정확한 정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다면 처음부터 병력을 밀어 넣지 말아야 한다. 내가 5년간 몸소 겪고 깨달은 절대적인 진리였기에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거다.

그래도 저렇게까지 아득바득 군인들의 희생과 지분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나름대로 필사적인 것 같다. 윗대가리 특유의 고충이 느껴진다.

물론 나도 호구처럼 간이고 쓸개고 다 빼 줄 생각은 없다. 그저 최소한의 체면치레와 허무하게 죽어간 군인들을 위해 약간의 편의 정도만 봐줄 생각이다.

“그래서 귀측이 주장하는 그 지분이란 건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내가 마지노선으로 정해 둔 저들의 지분은 정말 잘 쳐줘도 10%. 애초에 헬조선과 좀비를 싹 정리하고 도시를 안정화시킨 건 우리인데 그 이상 내 주는 건 때려죽여도 못 할 노릇이다.

“40%.”

“…….”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귀가 잘 안 들릴 정도로 늙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예상대로 그 개고생을 해서 헬조선을 처리한 우리 측 팀원들의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박지찬 병장도 도시 내 좀비와 위험물을 제거하는 뒤처리를 담당했을 뿐이지만 박명식 함장의 주장은 과한 감이 있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여기서 다짜고짜 삿대질을 하고 침을 튀기면서 개새끼 소새끼 하는 건 하수 중의 하수다.

“40%라……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우리와 귀측이 동맹 관계였던가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막 협동 작전 계획을 입안하고, 텔레파시 무전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어느 한쪽이 피해를 입으면 다른 한쪽은 피눈물을 흘릴 만큼 돈독한 사이라도 됐던 겁니까?”

“우리가 주장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약 200명이나 되는 군인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만약 우리가 먼저 나서지 않았더라면 귀측이 그만한 피해를 입었을 테고, 반대로 창원을 점거한 건 우리가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절반도 아니고 40%도 과하다?”

“그럼 꼼꼼하게 현지 정찰을 하고 도시 내부의 정보를 파악해서 ‘좀 더 늦게’ 병력을 투입시키지 그러셨습니까?”

“……!”

“우린 그렇게 했습니다. 정찰도 하고, 섣불리 병력을 투입시키지도 않았고, 적들을 공략할 방법을 찾아내서 다른 세력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직 우리만의 힘으로 창원을 점거했습니다. 아마 귀측이 먼저 나서지 않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우린 지금 결과론적인 얘기가 아니라 결과 그 자체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린 그 결과에 40%라는 지분이 있다는 합당한 주장을 하는 겁니다.”

“합당한 주장이 아니라 일방적인 주장이겠죠. 물론 지분 그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그 불온세력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놈들이 우리를 상대할 때 어째서 그런 멍청한 판단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으니까요.”

내가 신호를 주자 회의실 바깥에서 우리 측 군인들이 사지가 결박된 헬조선 창원 지부의 책임자인 심호연을 끌고 들어왔다.

“저놈이 귀측과 우리가 상대했던 불온세력 헬조선의 창원 지부장 심호연이라는 놈입니다. 놈들은 우리와 싸우기 전, 귀측의 병력을 너무나도 손쉽게 처리한 나머지 자신들은 정규군도 쉽게 털어먹을 수 있을 만큼 강대한 조직이라고 오판을 내렸습니다. 귀측의 병력에게 입은 손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사기가 매우 높아진 상태였고, 결과적으로 방심해서 우리에게 허를 찔린 겁니다.”

즉 너희는 일개 테러리스트 집단 따위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려서 실질적인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도움을 준 것도 아닌 입장이다. 내가 이렇게 주장하자 박명식 함장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썩어 들어갔다.

“지분 40%? 지나가던 개도 그 소리 듣고 벌떡 일어나서 헛소리하지 말라고 할 겁니다. 따라서 제가 귀측에게 인정해 줄 수 있는 창원 점거에 대한 지분은 최대 10%입니다.”

솔직히 10%도 많다. 5%만 쳐줘도 많이 쳐준 셈이지만 자비로운 김해 군주 이승권이 통 크게 10%나 쏴 주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너희가 한 거 별로 없는 거 다 아는데, 그래도 내가 선심 써서 10%나 양보해 줬잖아. 이만큼 양보해 줬으면 얌전히 먹고 떨어져.

내 의도를 눈치챈 그가 무어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마따나 결과론적인 탁상공론이 아니라, 순수하게 결과만 놓고 보면 그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200에 달하는 사상자를 낸 것도,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창원을 점거한 것도 사실이니까.

괜히 더 높은 지분을 주장해 봤자 씨알도 안 먹힌다는 걸 이해한 것이다. 거기서 더 나가면 회의가 파토 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군 측과 우리의 1대1 회의라면 모를까, 미군 측도 합석한 상황에서 그 짓거리는 못 하지.’

실제로 미군 측은 자신들 역시 적잖은 병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분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아마 박명식 함장의 주장이 어디까지 먹히는지 보고 우리 측의 마지노선을 파악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지분 10%만 떼 주고 깔끔하게 손절하자는 건 우리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박정한 감이 있습니다. 따라서 물물 교환이나 정보 및 지식 공유를 통해 교역 관계를 맺는 것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편이 귀측 입장에서도 지분 10%만 먹고 깔끔하게 헤어지는 것보다는 더 낫지 않겠습니까?”

모두가 부족하고, 모두가 위태로운 좀비 아포칼립스 시대다. 같은 인간끼리 서로 적대하기보다는 상거래를 하면서 최소한의 커뮤니티라도 만들어 두는 게 모두의 입장에서 좋지 않겠나.

내가 약간의 여지를 남겨 두는 발언을 하자 이번에는 박명식 함장의 옆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던 이세호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우리는 전국에 뿔뿔이 흩어진 군을 다시 모아 지휘 체계를 정립하고,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 무너진 국가를 재건하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늦든 빠르든 우리는 행정 시스템을 되살리고 잃어버린 지역을 되찾을 겁니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인 편의’를 봐 드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나 이세호 대통령의 이름으로.”

“그 대가로 원하는 게 뭡니까?”

“창원 점거에 대한 추가 지분, 그리고 군에 대한 민간인 세력의 ‘지원’입니다.”

얼핏 들어 보면 나쁠 것 없는 얘기지만 사실 저건 계륵 축에도 못 낀다. 오히려 독이 든 성배에 가깝다.

“거절하겠습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대통령씩이나 되는 사람의 정치적인 편의는 확실히 도움이 되겠지만 그 또한 강제력이 없을뿐더러,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말이 바뀔 우려가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타 세력과 엮이게 되면 조직 내의 투명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생존자들의 반발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승권이 다스리는 김해랜드에서 ‘말썽’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고 명확하다.

내가 모든 거점(영역)을 지탱하는 1인 기둥이기 때문에, 거점 일원들이 나를 믿어 주는 만큼 내가 저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고 안전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그래서 잡음이 없는 거다.

거기에 정치 세력(정부)이 개입하고, 정치 세력이 보증해 주는 무장 세력(군대)까지 개입해서 밥그릇 싸움을 해 대면 자연스럽게 내 조직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인간들끼리 불필요한 내부 문제만 더 키우게 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좀비 아포칼립스 시대에서 매우 현실적이지만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인간들 간의 문제에는 웬만하면 관여하고 싶지 않다.

당장 저 바깥 지역의 천만 좀비가 시시각각 우리의 숨통을 조여 오고 있는 마당에 인간들끼리 헛짓거리를 하는 것만큼 좆같은 것도 없으니까.

내 조직에 필요한 건 딱 두 가지다. 능력, 그리고 인성.

반대로 정치에선 능력과 인성이 개차반인 놈일수록 더 높은 자리에 오른다는 과학적 통계(?)가 있으므로 단호하게 거절하겠다.

“정치적 편의, 정치적 지지, 그런 거 다 필요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당장 오늘 살아남아서 내일 뜨는 아침 해를 보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반대로 제가 제안하죠. 우리 측에 정치와 군대가 조금도 개입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주의한다는 협약서를 써 주겠다고 하면 약간의 추가 지분을 더 드리겠습니다.”

“그 말은…… 독립적인 지위를 원한다는 겁니까?”

“수락해도, 거부해도 딱히 상관없습니다. 우린 문자 그대로 독립적인 세력이니까요. 단지 나중에 딴말 나오지 않게끔 각자의 입장을 확실히 정해 두자는 겁니다. 나중에 귀측이 더 강대한 군을 보유하게 됐다고 해서 갑자기 우리에게 무력 시위를 하고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려 들면…… 그땐 우리도 귀측을 죽여 버려도 된다는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와 교류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나중에 세력이 더 커졌다고 해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말을 하자 좌중이 헛숨을 들이켰다.

“……좋습니다. 독립적인 지위를 보장해 드리지요. 단 이 끔찍한 국가적 재난 사태가 모두 끝날 때까지 만입니다. 그 이후에는 정부의 주도하에 국내의 모든 세력을 해제하는 수순을 밟을 겁니다.”

“그럼 추후에 따로 협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죠.”

이로써 우리는 국군 측에 약간의 추가 지분을 내 준다는 조건하에 이세호 대통령이 보증하는 정치적 명분을 손에 넣게 되었다.

사실 이 정치적 명분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지만, 그래도 나중에 설마설마하던 뒤통수를 진짜 맞게 되면 마음 편히 상대를 죽일 수 있다는 뜻이니 약간의 지출은 감내하기로 했다.

‘내 몫을 적게 가져가고 거점 일원들에게 더 많이 나눠 주면 그만이니까.’

가장 말 많고 탈 많은 국군 측과의 얘기가 잘 풀리면서 이제 지루한 회의도 칠부능선을 넘었다.

이제 2라운드 상대는 미군 측으로 바뀌었다.

서로 알 거 다 아는 선수들끼리만 남은 상황이라 딱히 질질 끌 필요는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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