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2화. 너와 이별하는 중
갑작스럽게 몰아친 건우의 말에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갑자기 취소하겠다니.
“방금 무슨 취소를…….”
“일본 여행.”
“갑자기 그건 왜요.”
“일정 맞추기 힘들 것 같아서.”
건우는 우리를 보지도 않은 채로 말했다. 도무지 여행을 갈 용기가 나질 않았다.
여행은 가당치도 않은 것만 같았다. 기쁘게 여행을 떠난 우리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도 않았고.
어머니나 친구들과 여행을 즐기는 것이 우리에게는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건우의 말을 듣자마자 금세 시무룩해졌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얼굴에 퉁명스러운 기운마저 흘렀다.
온천이니 운하니. 우리가 세웠던 그 모든 계획이 순식간에 망그러졌기 때문이었다.
“혹시 다른 날이 괜찮은 거면 말해주세요. 바꿔볼게요.”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가까운 데로 갈까요. 근처에 강릉도 좋고…….”
“아뇨.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왜요.”
무거운 분위기를 풀려던 우리는 얼굴에서 웃음조차 지웠다.
절대로 열리지 않는 성문을 긁어대는 것만 같았다.
“친구들하고 다녀와요. 그냥 취소하는 것보단 그게 나을 것 같아서.”
“그러니까 왜요.”
우리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아까우니까.”
하지만 건우는 담담하게 우리의 말을 받아냈다. 목소리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다. 산책로에 그대로 서버린 우리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뚜벅뚜벅 걸어 나갈 뿐이었다. 멀어지는 그를 보던 우리가 헛웃음을 뱉어냈다.
어제는 종일 바쁘다면서 문자도 받지 않던 건우였다. 그리고 밤새 아팠고. 조용한 적막 속에 나란히 출근을 했다.
여태껏 눈치만 보다가 겨우 듣게 된 말이 여행을 취소하는 거였다니.
기가 막혀 우리는 두 손을 꽉 쥐고는 건우의 앞을 막았다.
“아까우면 차장님이 가세요.”
“스케줄 때문에 어렵다고…….”
“그 스케줄 보여주시든가요.”
우리의 저돌적인 말에 건우는 말문이 막혔다.
“기밀입니다.”
“그러니까 말해보세요. 무슨 기밀인지.”
쏘아대듯 말하는 우리를 이길 수는 없었다. 건우는 우리의 눈길을 피해 바닥만 쳐다봤다.
“차장님.”
“…….”
“진짜 무슨 일 있는 거죠.”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럼 제가 차장님 기분 상하게 한 일이라도 있나요.”
곧은 질문이 건우를 날카로이 파고들었다. 바닥만 보던 건우의 눈길이 우리에게로 움직였다.
단단한 우리의 눈동자에서 성원이 어른대는 것만 같았다.
망설임 없이 화마 속에 뛰어가던 모습조차.
가까스로 잡은 용기가 삭아갔다. 건우는 감히 우리를 마주할 수 없었다. 모든 비밀을 말할 수조차 없을 것만 같았다.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너의 행복을 깨뜨린 주제에…….
목을 넘어가는 타액이 용암처럼 뜨거웠다. 건우가 두 손을 들어 우리의 어깨를 잡았다.
‘그만 헤어집시다.’
이별을 고하는 말이 건우의 목구멍을 떠돌았다.
‘여기까지가 맞는 것 같습니다.’
끝을 내야 한다는 걸 건우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깨를 잡은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뱉어야만 했다.
웃기지도 않는 성격 차이를 대거나 일에 집중하고 싶다는 얼토당토하지 않는 말들을.
하지만 뜨거운 말들을 목을 넘지 못했다. 우리의 눈빛에 용기는 완전히 바스라졌다.
진실을 말해도 우리의 관계가 비틀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밤새 생각을 해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없었다.
우리의 원망과 미움만 사게 될 거다.
영원히.
“……전혀.”
생각과는 다른 말이 뛰쳐나왔다.
“그런데 어제부터 이상하셔서요. 말하지 못하는 일이라도 있는 거면…….”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차장님.”
“행사 준비하면서 바빠질 건데 계속 컨디션이 난조라. 괜히 여행에 방해만 될까봐.”
해야 할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의 눈동자에 홀려버린 건우는 거짓말만 길게 늘어놓았다.
“정말 그것뿐인 거 맞죠.”
“예.”
건우의 손이 힘없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제대로 된 이별 타이밍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어쩌면 지금이 아닐지도 몰랐다. 여행을 다녀와서 끝내도 늦지 않을 것이었다.
“저희 너무 빡빡하게 돌지 말아요.”
“괜찮겠습니까.”
“그럼요. 저도 쉬는 게 좋아요. 그니까 저희 심플하게 다녀와요.”
사라졌던 미소가 다시 우리의 얼굴에 돌았다.
“……그럽시다.”
건우는 그 말 외에는 꺼낼 수가 없었다. 빙긋 웃던 우리가 앞장섰다. 그리고는 얼빠진 얼굴로 서 있는 건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조그마한 손에 남은 향기가 풍기는 것만 같았다. 묘한 여운이 건우의 손바닥을 돌았다.
잡고 싶다.
따뜻한 네 손을 잡고 싶다.
포근히 녹아드는 향기를…… 이젠 잡을 수 없다.
“진짜 다행이에요.”
손목을 잡지도 못하는 건우를 우리는 빤히 쳐다봤다. 조그맣게 벌어진 말다툼 때문에 건우가 제 손목 하나 잡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한 명이 박력 있을 수밖에. 싱긋 웃은 우리가 건우의 손목을 당겼다.
“큰일 생겼는지 알고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우리는 건우와 나란히 길을 걸었다. 우리의 손길을 따라 건우의 손이 앞뒤로 흔들렸다.
“아무 일 없으면. 그럼 됐어요.”
느릿한 건우에게 우리는 발을 맞췄다. 양쪽 길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바람결을 타고 떨어져 내렸다.
우수수. 손톱만한 벚꽃 잎이 산책로를 메워갔다.
점묘화처럼 군데군데 박힌 분홍 빛깔의 꽃잎이 수많은 발길에 짓이겨졌다.
건우는 우리와 수없이 쏟아지는 꽃비 속을 걸었다. 벚꽃이 소리 없이 우는 것처럼 보였다.
선분홍색의 눈물을 터뜨리면서.
그 속을 거니는 우리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다.
예뻤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워 숨조차 멎는 것만 같았다.
“저희 가는 날도 날 좋겠죠.”
“아마도.”
“좋았으면 좋겠다. 그죠.”
“예.”
“근데 좋을 것 같기는 해요. 제가 촉이 좋거든요.”
은근한 자랑을 하듯 우리가 말했다. 가슴까지 내밀면서 당당하게 걷는 포즈마저 사랑스러웠다.
“고대리님만 믿겠습니다.”
“믿길 잘했다고 생각하실 걸요. 기대하세요. 차장님.”
제법 등등한 얼굴로 우리는 다시 힘차게 앞서 걸었다.
마지막 여행을 슬퍼하듯 꽃비는 한없이 쏟아졌다.
건우는 우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온전히 그녀를 눈에 담듯.
“여행 가면 무조건 온천부터 해요. 제가 료칸도 끝내주는 걸로 예약해뒀거든요.”
“좋네.”
“가면 더 좋을 거예요. 제가 장담할게요.”
첫 데이트를 하던 곳에서 마지막 데이트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었다.
“얼마나 좋길래.”
“따로 전용 탕도 있대요. 가정식도 맛깔나게 나온다고 하고.”
“지금부터 컨디션 조절 해야겠네요.”
“차장님도. 다 듣겠어요.”
우리는 누가 들을까. 얼굴까지 빨개져서는 냉큼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도 두 사람을 보지 않았다.
“들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아뇨. 있죠.”
우리가 흐뭇한 웃음을 흘렸다. 걸걸하게 흐흐거리는 모습에 건우가 발길을 멈췄다.
“우리 작가님.”
“어우. 작가님은요. 무슨.”
덩달아 멈춘 우리가 손을 내저었다. 빤히 우리를 보던 건우가 그녀의 두 뺨을 가볍게 잡았다. 말캉한 감촉이 손끝을 적셨다.
“또 무슨 상상하나.”
까만 눈동자가 우리의 상상을 꿰뚫는 것처럼 보였다.
그 조그마한 말 하나에 우리의 얼굴은 열기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죽어도 야릇한 상상을 해버렸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무슨 상상은요.”
“표정이 심상찮았는데.”
“잘못 보셨을 걸요. 제 표정은 항상 똑같거든요.”
건우가 볼을 잡은 통에 말이 뭉그러졌다.
말없는 건우의 모습에 우리는 손만 번쩍 내밀어 손목시계를 봤다.
“곧 점심 끝나겠네요. 저희 돌아가요.”
건우의 손에서 조금씩 힘이 빠졌다. 서서히, 아주 느리게.
마침내 손이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건우는 피식 웃었다.
허망한 기운이 눅진히 흘러내렸다.
“정말 돌아가야겠네.”
우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조용히 말했다.
“돌아갑시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때였다.
“제자리로.”
너는 빛으로 나는 어둠으로.
“차장님 근데 가기 진짜 싫네요. 날도 좋은데. 그죠.”
“예.”
“그래도 돌아가야겠죠.”
“……예.”
그렇게 마침표를 찍어야만 한다.
***
회사로 복귀한 건우는 일에 집중했다. 다른 생각을 일절하고 싶지 않았다.
자칫 우리와 마주치면 힘들어질까. 없던 일까지 만들어댔다.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 데이터까지 뽑아 분석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수많은 자료들로 책상이 가득 찼다.
바빠 보이는 모습에 누구도 건우를 건드리지 못했다. 보고할 내용을 손에 쥔 채로 모두 적당한 타이밍만 노리고 있었다.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난 건우가 복합기로 향했을 때.
마케팅1팀도 동시에 우르르 일어났다.
그 모습이 꼭 기차놀이를 하는 모양새였다.
“차장님. 행사 세부 내용인데 지금 드려도 될까요.”
우리가 말끔하게 정리된 프린트물을 내밀었다.
“두 개가 똑같은 거 아닙니까.”
프린트물 두 개를 받아든 건우가 말했다.
“하나는 원본 그대로 복사해드린 거고. 하나는 제가 피드백을 적어놓은 거라서 따로 드렸습니다.”
“피드백 데드라인은.”
“모레까지만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일까지 드리죠.”
사무적인 목소리만 번져나갔다. 황주임은 아직도 육갑 커플이 정말 사귀는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메일로도 확인 가능하실 거예요. 조금 전에 파일 랜딩해드려서.”
“확인해보겠습니다.”
아무리 회사라지만 사적인 감정이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대리님. 더 보고할 내용 있습니까.”
“아뇨. 저는 끝났습니다.”
육갑 커플의 눈길은 동시에 황주임에게로 움직였다.
“저는 조금 걸릴 것 같은데…….”
황주임이 수첩을 만지작대면서 말끝을 흐렸다.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한 30분 정도요.”
“여기서 끝낼 얘기는 아닌 것 같네. 회의실에서 보죠. 자료만 두고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건우는 산더미처럼 쥐고 있는 프린트물을 들어보였다. 누가 봐도 야근이 확정된 것처럼 보였다.
하루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야근만은 하지 않겠다면서 푸다닥 달려가는 황주임을 보던 건우의 눈길이 선영에게로 돌아갔다.
“강선영씨는.”
“저는 그냥 따라왔어요.”
선영은 티끌 하나 없이 해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다들 달리시길래. 같이.”
선영이 두 주먹을 쥐고는 달리는 시늉을 해댔다. 무심한 얼굴로 서 있던 건우는 선영을 지나갔다.
시답잖은 대화를 할 여유를 만들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영은 멀어지는 건우를 봤다. 꽃샘추위를 몰고 온 것처럼 건우에게서 차가운 기운만 돌았다.
앞뒤로 걷는 육갑 커플의 모습조차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냉랭한 기운에 선영은 두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조력자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어정쩡한 관계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듯 선영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실수인 척 어깨로 우리의 등을 툭 밀고는 지나갔다.
갑작스러운 힘에 밀려 우리는 중심을 잃었다. 땅을 박차고 나는 우리의 몸이 앞으로 기우뚱했다.
‘그지. 저거지.’
선영은 육갑 커플이 딱 달라붙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
각도부터가 전형적인 로맨스 각도였다.
우리가 건우의 품에 들어가 얼굴을 붉히는…….
“……!”
그 로맨틱한 상상은 바사삭 깨졌다.
우팀장의 공석을 채운 영업1팀 최과장이 넘어지려던 우리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발을 헛디뎌서.”
최과장의 품에 반쯤 기대버린 우리가 선영을 곁눈질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선영의 눈동자는 얼어붙었다.
우리는 몸을 곧추세우고는 최과장의 뒤에 있던 건우를 봤다.
“괜찮습니다. 다친 데는.”
“덕분에 없어요.”
“발목 삐끗하셨을까봐.”
“아뇨. 멀쩡해요.”
최과장과 우리 사이를 도는 대화가 끝날 때까지. 건우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질투하는 눈빛조차 없었다. 건조한 얼굴로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최과장님. 그럼 먼저.”
“예. 먼저 가세요.”
최과장이 길을 비켜주었다. 제자리로 돌아가던 우리는 건우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산책도 소용없을 만큼 그의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그냥 사무실이기 때문에 조심하는 건가. 도리어 그게 나을 것 같았다.
막상 건우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괜한 의심을 지우면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런 우리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은 건우는 온갖 자료들을 제자리에 올려두고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대리님. 발목은 어떠세요.”
눈치를 살피던 선영이 우리에게 바짝 다가왔다.
“괜찮아.”
“죄송해요. 제가 괜히 로맨틱한 장면 만들어보려다가…….”
“전혀 로맨틱하지 않던데.”
“저도 최과장님이 갑자기 툭 튀어나올 줄은 몰랐어요.”
선영이 파티션 너머로 고개를 들고는 최과장을 노려봤다.
사랑의 방해꾼을 용서할 수 없다는 깜찍한 눈빛이었다.
“괜히 저 땜에 더 사이 나빠지시는 건 아니겠죠.”
“우리가 나빠 보이니.”
“그냥. 조금 달라보여서요.”
“어디가 달라 보이는데.”
우리의 말에 선영은 곰곰이 생각을 하듯 턱에 손을 댔다. 선영의 고개가 조용히 회의실로 향했다.
“차장님이요.”
곧은 말이 우리에게 날아들었다.
“예전처럼 변하셨달까.”
차갑고 말없던 옛날처럼.
어느 샌가 우리도 회의실로 눈을 돌렸다. 표정하나 없던 건우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아마 제 기분 탓이겠죠.”
선영의 말을 우리는 가벼이 넘길 수 없었다. 모두의 눈에 보일 만큼 건우는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최과장의 품에 반쯤 들어갔을 때도 건우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본래 건우였다면 쌍심지를 켜고 최과장을 떼어놨을 것이었다.
적어도 우리가 아는 건우는 그랬다. 관계에 있어서만큼은 과한 열정을 터뜨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외면하고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마치 자기와 아무 사이도 아닌 것처럼.
“……아마도.”
우리의 목소리가 느릿하게 떨어졌다.
“하긴. 차장님이 대리님 없이는 못 살잖아요.”
“그런가.”
“그럼요. 성민씨도 저번에 조개찜 먹다가 저승사자 봤다고 그랬다니까요.”
문득 커다란 창에서 스산한 기운을 쏟아내던 건우가 떠올랐다. 저승사자 뺨치게 을씨년스러웠는데…….
버석하게 말라버린 입술에 침을 바른 우리가 회의실에서 눈을 돌렸다.
자꾸 나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건. 건우에게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그마한 행동이나 말투에도 집착하고 있던 것이다.
우리는 건우에게 집중된 생각을 분산시키기로 했다.
남은 일을 처리하는데 집중하다보면 쓸데없는 생각도 사라질 것이었다.
건우가 변한 건 아닐까. 걱정하던 마음조차.
‘진짜 무슨 일 있는 거죠.’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곧게 돌아왔던 그 말을 믿기로 했다. 그냥 건우의 컨디션이 나쁜 것뿐이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일이나 하자.”
“하긴. 저 오늘은 빨리 끝내고 칼퇴해야 하거든요.”
“무슨 일 있니.”
“넵! 오늘도 출판사 갑니다.”
수첩을 든 선영이 벙긋 웃었다. 성민을 만날 생각만으로도 싱글벙글거렸다.
부러운 기운을 떨치면서 우리도 일에 열중했다. 선영만큼 일찍 퇴근할 생각이었다.
건우의 몸을 보양해줄 음식도 먹고 완벽하게 집 근처까지 산책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모든 것이 완벽해질 것이었다.
우린, 괜찮다.
정말 괜찮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