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탐나는 파트너-85화 (85/102)

제 85화.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관계의 전복

우팀장은 당황한 얼굴로 우리를 봤다. 우리의 구두 소리가 단호하게만 들렸다.

절대로 달라질 것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우리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골치 아픈 일을 다시 만들 수 없도록.

‘쎈 척은. 개망신 한 번 당해보라지.’

빈정대는 눈빛을 쏘아대면서 우팀장은 비소를 날렸다.

“저도 그때 뵙죠.”

건우는 우팀장의 시야를 막아서면서 말했다. 우팀장이 우리를 보는 것조차 거슬렸다.

저만치 멀어지는 우리를 보던 우팀장은 건우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증인은 많을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네. 고대리하고 엮이면 차장님만 피곤해져요.”

“꼭 이 일에 손 떼라는 말처럼 들리네요.”

“차장님은 모르시겠구나.”

우팀장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수진씨가 월요일에 쉬겠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날은…….”

“징계위원회 열리는 날인데. 수진씨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갑자기 왜 못하겠답니까.”

“고대리가 시켜서 한 일인데 일이 이만큼 커질 줄은 몰랐다고 하면서 울었다니까요.”

우팀장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해댔다. 양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건우는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쏟아내는 우팀장을 무감한 얼굴로 쳐다봤다.

건우의 눈빛은 거무죽죽한 우팀장의 속내를 꿰뚫는 것처럼 보였다.

“하여튼 차장님도 적당히 손 떼세요.”

“증인이 빠질 수는 없죠.”

담담한 건우의 목소리가 번졌다.

“강차장님. 잘해보세요.”

우팀장은 가짜 격려를 날렸다. 승기를 잡은 자의 여유가 넘쳤다. 우리가 발버둥을 쳐도 결말은 하나였다.

우리가 지고 자기가 이기는 것. 건우가 나선대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었다.

피해자가 사라질 마당에 증인이라니. 웃기지도 않은 일이었다.

“주말에 잘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예.”

“아무나 막 믿지 마시고요.”

충고를 날리던 우팀장은 건우의 등을 툭, 치려고 했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위로하듯.

“그 말 명심하죠.”

하지만 건우는 가볍게 우팀장의 손을 피했다. 헛손질에 민망해진 우팀장은 제 머리만 매만졌다.

우팀장을 보는 건우의 눈빛은 끝없이 단단해졌다.

“그럼.”

정갈하게 말을 끝낸 건우가 회의실을 나섰다. 몰아치는 우팀장의 말에도 기죽지 않던 건우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우리를 배웅하지 못할까. 건우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고대리님.”

건우는 닫히려는 엘리베이터 문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그 손길에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다. 겨우 엘리베이터를 붙잡은 것이었다.

“같이 내려가죠.”

엘리베이터에 탄 건우가 빙긋 웃었다.

“차장님. 근데 점심에 사신 커피가 아직 남은 것 같던데요.”

“자꾸 새 카페인이 당겨서.”

우리는 건우를 빤히 쳐다봤다. 말투만큼 건우의 표정은 천연덕스럽기만 했다.

“거짓말 제법 느셨네요. 차장님.”

“완벽하지는 않은 것 같네.”

“왜요.”

“바로 들켰잖습니까.”

“그건 제가 특별해서 그러죠. 차장님 얼굴만 봐도 촉이 딱 온다니까요.”

우리가 건우의 얼굴을 샅샅이 살폈다. 단단하던 건우의 표정도 우리의 앞에서는 한없이 느슨해졌다.

긴장도, 경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건우가 있을 뿐이었다.

그 어떤 가면도 쓰지 않은 건우만 있었다.

“고우리한테는 절대로 못 당하겠네.”

“그럼요. 거짓말 할 생각도 마세요.”

빠르게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주차장에 도착했다. 우리가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설마. 저 배웅하러 내려온 건 아니시죠.”

“배웅하러 왔습니다.”

“그러면 싫은데요. 작별하는 것 같잖아요.”

차로 향하던 우리의 얼굴에 아쉬운 기운이 돌았다.

작별이란 말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그럼 바래다주는 걸로 하죠. 차까지만.”

건우가 운전석의 문을 열어주면서 말했다.

“그것도 싫으면…….”

“싫다면요.”

“같이 갑시다. 내가 몰래 따라왔다고 하고.”

농담이 아닌 듯 건우는 운전석에 올라탔다.

“고우리 보내기 싫으니까.”

어느 샌가 건우는 운전대까지 잡고 있었다. 진한 핑크색 커버가 덮인 운전대를 잡은 건우가 천연히 웃었다.

반사된 핑크 빛깔 때문인지 건우의 얼굴에 해사한 빛이 돌았다.

“저도 차장님하고 같이 가고 싶기는 한데요.”

“그럼 갑시다.”

“보쌈은 무리일 것 같아요.”

우리는 건우의 팔을 부드럽게 당겼다. 어쩔 수 없이 건우는 운전석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쇼케이스장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우리가 재빨리 건우에게 속삭였다.

“예. 금방 가겠습니다.”

“저도 빨리 일 끝내러 가야겠어요.”

우리는 민망한지 차 키를 번쩍 들고는 차에 올라탔다. 차문을 닫은 우리가 시동을 걸었다. 건우가 굳게 닫힌 차창을 두드렸다.

그제야 우리는 차창을 내렸다. 출발할 준비를 마친 우리가 운전대를 잡은 채로 건우를 봤다.

“조심히 가요.”

“그럴게요. 차장님도 얼른 가보세요. 커피는 꼭 사시고요.”

“금방 봅시다.”

“네. 그럼 전…….”

우리가 기어를 바꾸려던 때였다. 순간 차창 밖에서 밀려온 건우가 우리의 얼굴을 감쌌다.

“끝인사는 하고 가야죠.”

그리고는 눈 깜짝할 새에 우리의 입술을 탐했다. 우리는 주차장을 도는 냉기조차 느낄 수 없었다.

온몸에 번진 열기에 우리는 달아올랐다. 어쩌면 달달한 건우의 향기에 온몸이 녹아내릴지도 몰랐다.

우리는 눈도 감지 못한 채로 건우를 봤다. 조용한 주차장이 우리는 마냥 고마웠다. 따뜻한 키스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뜨거운 숨이 우리의 목을 타고 미끄러졌다. 딱 붙었던 우리와 건우의 입술이 천천히 떨어졌다.

“이제 진짜 가도 됩니다.”

건우가 따뜻한 손으로 우리의 입술을 가볍게 훔쳤다.

우리의 살결에 번진 코랄 빛깔의 립스틱이 건우의 손에 녹아들었다.

“보내기는 싫지만.”

건우의 얼굴에 다정한 미소가 번졌다.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차창에 붙어있던 건우가 차에서 떨어졌다.

그대로 있다가는 차에 대롱대롱 매달려갈지도 몰랐다.

“히터 꼭 틀고.”

“틀었어요.”

“차창도 올리고.”

“나가면 바로 올릴게요.”

“조심히 운전해요.”

힐끗 시계를 보던 우리가 기어를 바꿨다. 정말 출발을 해야 할 때였다. 우리의 차는 부드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건우는 시야에서 우리의 차가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아직도 식지 못한 열기가 건우를 떠돌았다.

손끝에 남은 코랄 색을 보던 건우가 씁쓸한 웃음을 내뱉었다. 벌써 우리가 그리웠다.

건우는 본능에 따랐던 순간을 뿌듯하게 여겼다. 우리의 향기 하나 머금지 않았다면 그리움에 이미 바싹 말라버렸을지도 몰랐다.

건우는 제 손끝을 빤히 바라봤다. 옅은 코랄 빛깔이 손끝에서 찌릿찌릿했다.

진한 여운이 남아 건우를 톡 건드렸다. 만약 우리가 있었다면 건우는 아낌없이 말하고 싶었다.

보고 싶었다고.

정말, 자꾸만 보고 싶다.

눈부시게 찬란한 널.

***

한강진역에 도착한 우리는 바빴다. 매니지먼트 박실장부터 한소민까지. 매니지먼트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꽃다발과 앙금 케이크를 받은 소민의 얼굴은 밝았다. 멤버들의 얼굴이 그려진 케이크가 맘에 드는 듯 보였다.

“컴백 축하드려요.”

“감사해요. 여기까지 와주시고. 꽃도 케이크도 너무 예뻐요.”

무대에 올라갈 준비를 마친 소민이 환하게 웃었다. 탱크 탑 형태의 상의와 짧은 반바지가 소민의 몸매를 시원스럽게 만들었다.

소민의 새하얀 피부와 장밋빛 립스틱이 어우러져 고혹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좋아하시니까 다행이네요.”

“바로는 못 먹을 것 같지만 사진은 꼭 찍을게요.”

“바쁘실 텐데. 그럼 저는 응원 열심히 하고 있을게요.”

분주한 대기실을 보던 우리가 황급히 대화를 끝냈다. 소민은 꽃과 케이크를 들고는 멤버들에게 걸어갔다.

깔깔대는 해사한 웃음에 매혹적인 기운은 수그러들고 명랑한 기운이 강하게 풍겼다.

“고대리님. 쇼케이스장으로 바로 가실 건가요.”

박실장이 대기실을 나서는 우리를 따르면서 말했다.

“제품 체크하고 나중에 시작 전에 들어갈게요.”

“그러면 저 먼저 가 봐도 될까요. 애들 V 라이브도 나가야 해서.”

박실장은 난감한 얼굴로 대기실을 가리켰다.

“괜찮아요. 바쁘실 텐데 가보셔도 돼요.”

“그럼 재밌게 보고 가세요.”

“네. 감사해요.”

우리와 박실장을 서로에게 열심히 인사를 하고는 각자 발길을 돌렸다. 우리는 쇼케이스장 앞에 배치된 제품을 체크했다.

신제품은 기자들과 팬들에게 전해졌다. 소비자 반응을 체크하듯 쇼케이스장에 들어선 우리는 음료에 대한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달달하니 맛있다.”

“탄산 너무 쏴서 나는 별론데.”

“과일 맛도 많이 나서 좋은데.”

우리는 쏟아지는 맛에 대한 말들을 핸드폰에 적었다. 마케팅 방향이 맞게 가고 있는지 체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곧 무대에 조명이 꺼졌다. 중독성 있는 노래가 우리를 귓가를 파고들었다.

화려한 무대부터 멤버들의 인사까지. 쇼케이스는 매끄러웠다. 한 치의 실수조차 없었다.

기자들의 말대로 완벽한 쇼케이스였다. 쇼케이스가 끝나고 축하 인사까지 마친 우리는 한강진역을 걸었다.

퇴근한 건우가 쇼케이스장까지 오려면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날도 좋네.”

우리는 주홍빛을 머금은 하늘을 보고는 중얼거렸다. 코끝을 스치고 초록빛 향기가 살랑거렸다.

낮보다는 쌀쌀해졌지만 산책하기에 나쁘지 않은 날씨였다. 잘 닦인 거리를 걷던 우리는 다시 쇼케이스장 근처로 돌아왔다.

큼지막한 나무 아래. 예술적인 감각을 뽐내는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는 주변을 살폈다. 건우가 금방 나타날까.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자꾸 길게 목을 뺐다.

말끔하게 정돈된 인도를 보던 우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

바람이 떠밀려왔다. 눈 하나 깜빡이지 못하는 우리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인파 속에 섞인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강민우.”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그 말을 내뱉었다. 우리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마른 침이 우리의 목구멍을 넘어갔다.

민우의 존재를 믿을 수가 없었다.

모든 건 끝났다. 할머니의 손을 붙잡아 모든 비밀을 풀었다고 생각했다.

‘억지로 인연을 잡아서 탈이 나는 거라고 그랬다니까.’

민우가 나타날 일은 없어야만 했다. 탈이 난다는 그 저주는 끝났으니까.

그런데 왜 여전히 눈앞에 보이는 걸까.

계속 왜 네가 나타나는 걸까.

“다 끝났는데…….”

우리의 목소리가 조용히 흘렀다. 우리는 두 뺨을 스치는 바람이 갑자기 스산하게만 느껴졌다.

우리와 민우는 서로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민우를 향해 걸었다.

구두 소리가 자동차 소리에 파묻혔다. 느리게 걷는 우리는 민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묻고 싶었다.

무슨 일 때문에 또 나타난 거냐고. 다 끝나지 않았냐고.

조금만 더 가면 민우를 붙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손이 닿을 만한 거리였다.

“어디 갑니까.”

하지만 우리가 제 팔을 잡은 건우에게 고개를 돌린 그 짧은 순간.

민우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아뇨. 그냥 누굴 본 것 같아서요.”

“누굴.”

“그냥. 아는 사람이요.”

우리가 대강 얼버무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절실한 눈길에도 민우를 찾을 수 없었다.

“근데 잘못 본 것 같아요. 여기 있을 수가 없거든요.”

“이민 갔습니까.”

“이민하고 비슷한데…… 하여튼 일찍 도착하셨네요. 더 걸릴 것 같았는데.”

우리는 더 거짓말을 하지 못할 것 같아 말을 돌렸다. 다행스럽게도 건우는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았다.

“차 두고 왔습니다.”

“그럼 어떻게 오셨어요.”

“제대로 도착하려면 지하철만한 게 없죠.”

“대박. 지금 지옥철이었을 것 같은데요. 차장님.”

“예. 꼭…….”

건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해야 하나. 짙은 고민에 빠진 얼굴이었다.

심각한 건우의 얼굴을 보던 우리는 존경의 눈빛만 날려댔다.

꾸역꾸역 밀려드는 지옥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만 같았다.

“넙치로 변신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전히 건우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제가 아는 넙치 맞죠.”

“아마도.”

“바다에 사는 납작한 그거요.”

“예. 그거 맞습니다.”

그야말로 기가 막힌 비유였다.

생생한 말에 우리는 인파 사이에서 납작하게 눌린 건우를 상상해버렸다.

천장만 바라보면서 지옥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랐을지도 몰랐다.

“힘드셨겠다.”

“괜찮았습니다. 진은 조금 빠졌지만.”

건우가 커다란 팔로 우리의 어깨를 감쌌다.

“덕분에 고우리씨 일찍 봤으니까.”

“…….”

“그럼 됐습니다.”

우리가 고개를 들어 건우를 빤히 쳐다봤다. 건우는 조용히 웃었다.

우리를 보자마자 건우는 모든 피로가 녹아내렸다. 거짓말처럼.

코끝을 스치는 우리의 향기가 청량했다.

“저 때문에 고생하셨는데. 빨리 충전하러 가요.”

“지금도 잘 되고 있는데.”

“아뇨. 진짜 충전이요. 제가 맛집 찾아놨거든요.”

“고우리만 따라가면 되는 건가.”

건우의 말에 우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낙지든 장어든. 우리는 힘을 낼 수 있는 건 전부 먹을 작정이었다.

허깨비를 몰아내려면. 자꾸 허해진 기를 채우려면. 힘을 채우는 수밖에 없었다.

***

월요일.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사내 성추행의 건.

묵직한 주제에 대회의실에는 침묵만 돌았다. 회의실 밖에 있던 우리는 초조한 얼굴로 엘리베이터 쪽을 봤다.

수진의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반갑지 않은 우팀장만 등장할 뿐이었다.

“고대리. 누구 기다리나봐.”

“그게 팀장님은 아니어서요.”

우리는 우팀장의 말을 가볍게 받아쳤다. 날카로운 말에도 우팀장은 코웃음만 쳤다.

대들 수 있을 때 맘껏 해보라는 듯.

“정말 올 거라고 믿는 건 아니겠지.”

“못 올 이유도 없죠.”

“걘 글렀다니까. 고대리하고 다르게 영리한 걸 수도 있고.”

우팀장의 말에도 우리는 대꾸하지 않았다. 말만 길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우팀장님.”

굳게 닫혔던 대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우팀장의 얼굴에는 여유가 녹아있었다.

미리 제출한 징계소명서와 밤새 준비한 대답이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럼 이따 보자고.”

우팀장은 피식 웃고는 대회의실로 들어갔다. 대회의실 앞은 짙은 침묵만 돌았다.

우리는 손목시계만 힐끗 쳐다봤다. 도무지 초침이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았다.

우리는 초조한 얼굴로 대회의실의 문을 빤히 쳐다봤다.

“진짜 떨리네.”

우리는 중요한 인터뷰라도 앞둔 것만 같았다. 살이 떨렸고 맞잡은 두 손에 땀이 차올랐다.

우팀장을 징계위원회에 출석시키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수진이 징계위원회에 출석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일을 목격한 증언들이 모아져야만 우팀장의 징계가 확정날 것이었다.

복도를 보는 우리의 눈빛이 절실했다. 하지만 우팀장이 대회의실에서 나올 때까지도 수진은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가 없는데 징계위원회는 무슨.”

우리를 보던 우팀장이 혀를 찼다.

“그러니까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는. 다들 피곤하게 해.”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하여튼 고대리 고집은. 사냥개도 아니고 이건 뭐. 물면 놓질 않아.”

우팀장은 얼굴을 찌푸렸다. 끈덕지게 달라붙은 우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는 것만 같았다.

“수고하라고.”

“…….”

“어차피 끝은 난 것 같지만.”

“우팀장님 때문 아닌가요. 매일 겁박하는데 누가 나올 수 있겠어요.”

큰 우리의 목소리에 우팀장은 괜스레 대회의실을 힐끗거렸다.

다투는 소리가 새어들까. 눈치가 보였다.

“그만 하고…….”

“아뇨. 증인이 그만 할 수 없죠.”

“돌겠네. 강수진씨가 잘못했다고 빌었다고. 고대리 때문에 그랬다고!”

우팀장은 징계위원들이 들을 만큼 크게 말했다.

“본인이 직접 말하라고 하죠.”

“허……. 그래. 실망하지 말라고. 잘못해도 그냥 넘어가주니까 말이야. 끝을 몰라.”

우리의 도발에 우팀장은 수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전화 한 통에 수진이 헐레벌떡 내려왔다.

“강수진씨가 가서 말해.”

우팀장이 노크를 두드리고는 멋대로 대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멋대로 수진을 떠민 우팀장은 채근하듯 턱짓을 해댔다. 두 손을 맞잡고 있던 수진의 눈빛이 떨렸다.

“영업1팀 강수진입니다. 우팀장님 일은 그러니까…….”

수진이 우팀장을 곁눈질로 쳐다봤다. 똑바로 말하라는 듯 우팀장이 눈을 부라렸다.

“저는 그냥…… 고대리님이 시킨 대로 한 거예요.”

바닥만 보던 수진의 목소리가 대회의실에 묵직하게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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