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화. 차장님, 저희 망했어요
우리를 바라보는 건우의 눈빛은 곧았다.
완전히 안달이 난 건우의 눈빛을 우리는 가볍게 털어낼 수가 없었다.
건우는 정말로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형체도 없는 사람에게 맹렬하게 돌진할 수 있을 만큼.
“얼굴도 모르시잖아요.”
“예.”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질투가 날 수가…….”
우리의 자신 없는 목소리가 엘리베이터에 퍼졌다.
건우는 거침없이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섰다.
순식간에 우리는 엘리베이터 구석에 박힌 꼴이 되어버렸다.
건우가 불쑥 우리에게 고개를 들이밀었다. 우리는 최대한 뒤로 고개를 빼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건우의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부드럽게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만큼 콩닥거리는 우리의 심장박동도 점점 빨라졌다.
평온하지만 뜨거운 건우의 숨이 우리의 입술을 깊게 적셨다.
매혹적인 그 숨결에 우리는 숨을 쉬는 법도 잊어버렸다.
쿵쿵, 쾅쾅, 콩콩.
가슴팍에서 울려대는 요란하고도 기괴한 심장소리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을 뿐이었다.
입을 맞출 것처럼 고개를 기울인 건우가 우리의 목덜미를 감쌌다.
건우의 숨소리는 조금씩 색정적이게 바뀌었다.
목이 타는 것만 같은 갈망이 우리에게 선명하게 전해졌다.
“질투 나.”
지나치게 유혹적인 목소리였다.
“그게 누구라도.”
그게 누구라도 빨려들 만큼.
“그러니까 질투 나게 하지 말아요.”
“…….”
“안달 나 죽을 것만 같으니까.”
입술을 스치는 건우의 목소리에 우리의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천천히 스미는 그 목소리가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만 같았다.
이곳이 회사라는 생각도 일순간 잊어버렸다.
건우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스스로 합리화를 시작한 것이었다. 건우의 말처럼 울고 싶으면 울고. 후회하고 싶으면 후회하고.
그리고 또…….
누군가 간절해지면 정말 간절하게 열망하고.
그게 맞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차장님. 근데 여기는 너무 위험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 한 방울 남아있던 이성을 끌어 모아 우리가 힘차게 말했다.
우리의 시선은 엘리베이터 한 구석에 있는 CCTV로 향했다.
우리를 따라서 건우의 고개도 돌아갔다.
“스릴 넘치네.”
“하지만 스릴 하나 즐기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커서.”
“이 말은 지금 상황이 싫지는 않다는 말인 것 같고.”
건우가 우리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섰다. 두 사람 사이에 빈틈은 없을 것처럼 보였다.
코끝을 스치는 건우의 향기에 우리는 그대로 취해버릴 것만 같았다.
모든 감각이 예민해지고 살갗을 스치는 건우의 작은 손끝도 자극적이게만 느껴졌다.
“뭐든 구멍이 존재하는 법이죠.”
“구멍이라면.”
CCTV를 바라보던 우리의 눈길도 어느새 건우에게로 향했다.
“……사각지대.”
건우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맹수가 먹잇감을 보고 웃는 모습을 포착한다면 바로 지금 이 모습일 거라고 우리는 확신했다.
대담하고도 여유로운 손길이 우리의 목덜미를 타고 올라왔다.
목덜미에 닿은 건우의 보드라운 손길이 그대로 느껴졌다. 굳은 침을 삼키는 우리의 눈꺼풀이 흔들렸다.
건우가 쏟아내는 열기가 우리를 애태웠고 온몸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천천히. 정말 느리게.
서서히 눈을 뜬 본능이 빠른 속도로 이성을 갉았다.
우리조차 담력이 커지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건우에게 입술을 머금고 아찔한 스릴을 즐길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아무도 자신들을 보지 못하고 짧고도 격정적인 스킨십의 현장을 들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마저 우리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었다.
본능에 사로잡힌 우리가 건우의 입술을 향해 돌진하려던 순간이었다.
“……!”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그리고 열린 엘리베이터 앞에는 선영이 서 있었다.
지구가 두 쪽이라도 난 것처럼 정말, 완전히 놀란 얼굴로.
선영과 눈이 마주친 우리의 등줄기를 타고 굵직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차장님. 저희 망했어요.’
건우는 얼어붙어버린 우리를 봤다. 우리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단박에 건우는 골치 아픈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건우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벙한 얼굴로 서 있던 선영의 눈동자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흔들거렸다.
틀림없이 온갖 상상을 해대고 있는 모양새였다.
“차장님. 손…….”
선영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허공을 가르던 선영의 손길이 우리의 목덜미를 가리켰다.
무심한 표정 속에 당황한 마음을 숨기면서 건우는 건조한 시선으로 여전히 선영을 바라봤다.
짤막한 침묵의 끝에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닫혔다.
선영은 목격한 현장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처럼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세 사람 사이에 깊은 정적이 휘몰아쳤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건우는 대담하게 손끝으로 우리의 목덜미를 쓸어내리고 있었다.
잘게 돋은 우리의 솜털이 건우의 손길에 오스스 돋았다.
간질거리는 감각을 견딜 수 없었던 우리가 눈에 잔뜩 힘을 주고 건우를 노려봤다.
하지만 건우의 손은 여전히 우리를 자극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주 대담하고도 아슬아슬하게.
‘제발. 차장님. 그만 자극하세요. 그만!’
우리가 눈을 부라리면서 경고의 눈빛을 날려댔다.
그 모습에 건우는 바람 빠지듯 웃었다.
‘뭐야. 왜 웃으시는데요.’
우리의 불안한 예감이 적중했다. 건우의 손길은 우리의 목선을 타고 내려갔다.
비밀 사내 연애의 현장을 들킨 것 치고는 굉장히 여유로운 손길이었다.
조마조마한 우리의 마음과는 달리 유혹적인 건우의 손길은 너른 등에 가려져 선영에게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 곳이든 어떤 일이든 늘 사각지대는 존재하는 법이었다.
진실이 가려지는 곳.
건우의 입가에 매혹적인 미소가 흐드러졌다.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라는 눈빛과 함께.
성마른 건우의 손길에도 우리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입술을 꽉 다문 채로 견디고 있을 뿐이었다.
‘고정하세요. 차장님. 한계라고요!’
우리는 지그시 건우의 발을 밟았다. 더는 자극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체중을 실은 우리의 공격에도 건우는 꿈쩍하지 않았다.
인상을 찌푸리지도 않았고 아프다는 말을 뱉지도 않았다.
그저 아쉬운 표정으로 우리에게서 손을 뗐을 뿐이었다.
“강선영씨.”
건우가 퍼석한 눈길로 선영을 봤다. 사뭇 원망스러운 기운이 번져나갔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네. 있어요. 그러니까 방금 대리님한테 입을…….”
“맞추기라도 하는 줄 안 건 아니겠죠.”
“네. 네? 아니. 딱 포즈가 키…… 그 자세였는데.”
건우의 단도직입적인 단어 선택에 선영이 말을 더듬거렸다.
복작거리는 정신을 붙잡으면서 선영은 상항을 파악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사내 연애를 하는 거야? 아니면 농락을 하고 있는 거야?’
두 개의 경우의 수가 선영의 머릿속에서 복작거렸다.
선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선영은 건우에게 수상하다는 눈빛을 쏘아댔다.
부딪히면 으르렁거리는 두 사람의 관계를 봐서는 확실히 연인 사이는 아니라고 단정했다.
결국 선영의 머릿속에서 건우는 파렴치한 상사 변태로 변모하고 있었다.
“단단히 오해했네.”
“오해…… 요?”
선영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건우를 봤다.
건우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는 선영에게 다가섰다.
“실밥이 거슬려서 좀 뜯어줬습니다.”
“실밥이요?”
“예. 실밥. 이게 무슨 문제라도 되는 겁니까.”
건우가 얇은 실밥을 선영에게 내밀었다. 선영이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무게조차 느껴지지 않는 얇은 실밥이 선영의 손바닥으로 떨어졌다.
“아…… 진짜 실밥이네요.”
실밥을 잡은 선영의 말이 느릿하게 흘렀다.
“가짜 실밥도 있습니까.”
“아뇨, 아뇨!”
두 손을 내저으면서 선영은 살짝 옆으로 몸을 기울였다. 우리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것 같지도 않았다.
설령 건우가 나쁜 손이라도 내밀었다면 우리의 주먹에 남아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했다.
“앞으로는 조심해야겠군요.”
건우의 말에 민망해진 선영은 애꿎은 실밥만 만지작거렸다.
“……여러모로.”
건우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추가 설명, 필요합니까.”
건우가 무심하게 물었다.
“아…….”
말끝을 끌면서 선영은 실밥을 빤히 쳐다봤다.
이토록 작은 실밥에도 신경이 쓰일 사이라면 설마…… 진짜로!
소문만 무성한 육갑 커플의 열애설이 터지려는 순간일지도 몰랐다.
“차장님.”
흔들리는 선영의 눈을 보던 우리가 서둘러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죄송합니다. 괜한 부탁을 드려서.”
“괜찮습니다.”
“이런 오해도 있을 수 있네요. 저도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깍듯하게 건우에게 인사를 건넸다.
빤히 실밥을 바라보던 선영이 고개를 들고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육갑 커플이 탄생했다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애정 없는 목소리였다.
서로에게 무관심하고도 사무적인, 자본주의 인사.
유일한 증거물이었던 실밥을 꽉 쥐고 있던 선영의 손에서 맥없이 힘이 풀렸다.
실밥이 팔락거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선영의 입술을 비집고 잘은 미소가 흘렀다.
‘육갑 커플의 탄생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
선영은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 난 우리와 건우가 커플이 될 일은 추호도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미운 정이라도 들었으면 모를까.
선영의 눈동자에 얼핏 스친 의심의 싹을 우리는 애초에 잘라버릴 생각이었다.
“여러모로 감사합니다. 차장님.”
더욱 정갈한 몸짓으로 우리는 건우에게 끝인사를 했다.
“별말씀을.”
“그럼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예.”
무심히 대답한 건우를 등지고 우리는 재빨리 선영의 팔을 잡아끌었다.
건우와 거리를 두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슬며시 뒤를 돌았다. 우리와 눈이 마주친 건우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녹아들었다.
건우에게서는 여전히 욕망이 넘실거렸다. 힘차게 눌러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색기 어린 건우의 미소에 우리가 흠칫 놀랐다.
우리의 온몸이 예민해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여유로운 미소였다.
정말로 위험한 사람이었다.
완전히 위험해!
“선영씨.”
“넵!”
“영상 기획 일정하고, PPM-영상 스태프들과 사전 미팅-일정 체크 했어요?”
“그것 때문에 전화 드렸는데 핸드폰을 두고 가셔서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그럼 바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우리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건우와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일을 없애려는 나름 격렬한 몸부림이었다.
선영이 출입 기계에 사원증을 댔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선영을 보던 우리가 빨간 코드를 벗었다. 여름의 햇볕보다 강렬한 건우의 눈빛이 쉬지 않고 우리의 등을 두드렸기 때문이었다.
탁, 타오르는 불길처럼 건우의 눈빛이 뜨겁게 흘렀다.
우리는 제 목덜미를 쓸던 건우의 감촉이 진해지는 것만 같았다.
“대리님.”
“아…… 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도 우리는 깜짝 놀랐다. 선영이 출입문을 잡고 있었다.
건우는 두 사람과 거리를 둔 채로 사무실로 들어가는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복도에 널찍하게 난 창으로 건우가 걸음을 옮겼다.
온기를 품은 빛이 새어들었다. 건우는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로 하늘을 쳐다봤다.
군데군데 번진 구름이 하늘을 느리게 흘러갔다. 건우의 손가락이 살짝 움찔거렸다.
손끝에 녹아든 우리의 향기가 여전히 진한 여운을 남겼기 때문이었다.
“……미치겠네.”
건우의 낮은 목소리가 흘렀다. 원초적인 욕구가 끝없이 건우를 물고 늘어졌다.
우리를 보고 있으면, 건우는 그저 안달이 났다.
성마른 욕망이 건우를 헤집었기 때문이었다.
우리에 대한 갈망은 수그러들 기색이 없이 깊어지기만 했다.
손을 잡고 싶다, 안고 싶다, 입을 맞추고 싶다, 탐하고 싶다.
얼굴을 쓸어내려도 그 욕망만이 건우를 괴롭힐 뿐이었다.
건우의 뜨거운 숨결이 손바닥에 흐무러졌다.
쓸모없는 생각들로 건우는 불타던 온몸을 눌렀다.
하늘을 둥둥 흐르는 조각구름에 조금씩, 묵직했던 열기가 식어갔다.
건우가 주머니에서 천천히 손을 뺐다. 건우의 입술을 타고 작은 숨이 흘러내렸다.
건우는 자신이 단단히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을 때.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어도 네 숨을 뺏고 싶어질 때.
바라만 봐도 너의 모든 것을 탐하고 싶어질 때.
그럴 때…… 고우리, 널 어쩌면 좋냐.
***
우리의 몸이 찌뿌듯했다. 기지개를 켜던 우리가 사위를 둘러봤다.
역시나 건우 말고는 모든 자리가 비어있었다. 또 건우와 우리만 야근을 예약해버린 것이었다.
신제품 프로젝트에 정신없는 날들이었다.
늘어지게 하품을 뱉던 우리가 발딱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각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건우의 모습이 보였다.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처럼 작은 날숨이 건우의 입술 사이로 흘렀다.
“차장님.”
“예.”
“일 아직 많이 남으셨어요? 혹시 제가 도울 거라도 있으면 도울게요.”
“괜찮습니다. 쉬고 있어요.”
우리는 건우의 일을 돕겠다고 오기를 부려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더 끈질기게 말하다가는 애꿎은 건우의 시간만 갉아먹을 것 같았다.
우리는 다시 슬그머니 자리에 앉았다. 건우의 업무가 끝나기를 조용히 기다릴 요량이었다.
우리는 메일에 저장해뒀던 소설 파일을 열었다.
[마침내 야무진 그녀의 입술이 벌어졌다.]
힘껏 손을 풀던 우리가 소설을 써내려갔다.
[천천히 치열을 쓸어내리는 그의 숨에 그녀는 안달이 났다.]
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사무실에 깔린 적막을 깼다.
[“조금만 더. 제발.”]
[젖혀진 그녀의 (목덜미를) 타고 그의 촉촉한 입술이 미끄러졌다. 부끄러운 살결을 집어삼킬 것처럼.]
우리는 순식간에 소설 속으로 빨려들었다.
[강렬하게 그녀를 헤집는 그의 손길은 그녀의 애간장을 태웠다.]
투박한 손놀림으로 한참 글을 쓰던 우리가 고개를 돌렸다.
우리의 어깨 위로 불쑥 고개를 내민 건우의 얼굴이 보였다.
“악!”
귀신이라도 만난 것처럼 우리는 화들짝 놀랐다. 하마터면 뒤로 벌러덩 넘어질 뻔했다.
수면 위로 나온 물고기처럼 우리의 심장이 펄떡거렸다.
“미안합니다. 놀랐습니까.”
“네. 엄청.”
“재밌어서 집중하느라.”
건우가 모니터를 가리켰다. 놀란 얼굴로 우리가 허겁지겁 모니터를 가렸다.
하지만 커다란 화면을 모두 가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왜 가립니까.”
“부끄러워서요. 나중에 보세요. 나중에. 저 없을 때.”
제 글을 읽는 건우의 모습을 차마 코앞에서 볼 수가 없었다.
민망한 기운이 우리를 뒤덮었다.
우리는 새빨개진 볼을 쓸어내리고는 다시금 글을 제 메일로 보냈다.
“뒤에가 궁금했는데 아쉽군요.”
“아니. 뭐가 아쉬우시다고…….”
우리가 말끝을 흐렸다.
“직접 해봐도 되고.”
“차장님. 여기 회산데요.”
“정확히 아무도 없는 회사죠.”
건우는 우리에게 돌진하듯 다가섰다. 열기를 품은 숨소리가 우리의 입술 사이를 파고들었다.
올곧은 건우의 눈빛이 우리의 욕정에 불을 붙였다. 촉촉한 건우의 입술이 크게만 보였다.
‘고우리. 넌 애기야.’
건우의 입술을 보던 우리의 눈빛이 흔들렸다.
‘쓸애기!’
우리가 입속의 살을 깨물었다. 무른 살을 타고 흐르는 찌릿한 감각도 우리의 정신을 깨우지 못했다.
입술이 닿을 것만 같은 가까운 거리에 우리의 몸이 아래로 미끄러졌다.
주르륵.
등받이를 타고 미끄러지던 우리는 책상 밑으로 들어갈 꼴이 돼버렸다.
의자에 덜렁 고개만 내민 우리를 보던 건우가 바람 빠지듯 웃었다.
이게 대체 무슨 포즈인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도망가는 겁니까.”
“아뇨. 자제 중이에요.”
욕망자제.
우리는 건우에게 단단한 절제의 눈빛을 날렸다.
“오늘은 자제해보죠. 갑시다.”
건우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가 힘차게 건우의 팔목을 잡았다.
책상 밑으로 미끄러졌던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무실을 나선 두 사람은 건우의 차에 올라탔다.
도로는 한산했다. 건우의 차가 속도를 높였다.
빠르게 지나가는 차창 풍경을 보던 우리의 배가 꼬르륵거렸다.
대충 샌드위치로 저녁을 채웠던 배가 허했다.
고픈 배를 쓸어내리면서 우리의 눈에 편의점이 들어왔다.
편의점 음식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군침이 돌았다.
“차장님, 죄송한데 저 편의점 좀 갔다가 가도 될까요. 입이 심심해서.”
“알겠습니다. 근처에 주차하고 들어가겠습니다.”
“그럼 천천히 고르고 있을게요.”
우리가 신난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 피곤함을 모조리 털어버린 채로 우리는 편의점으로 돌진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군것질거리를 집던 우리의 발에 무언가 채였다.
“……!”
고개를 숙인 우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정말 익숙한 물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