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탐나는 파트너-25화 (25/102)

제 25화. 지독한 열망이 그를 사로잡았다.

정갈한 건우의 목소리가 우리의 귀를 파고들었다.

늦게나마 일본어를 구사하려던 우리가 번쩍 눈을 떴다.

우리가 급히 문을 열었다.

연분홍색 셔츠를 입은 건우가 서 있었다.

검은색 슬랙스와 남청색의 카디건이 잘 어울렸다.

단정하고도 훈훈한 기운을 풍기는 스타일이었다.

건우가 약간 고개를 기울이고는 가만히 우리를 바라봤다.

건우의 옆에는 기내용 캐리어가 놓여있었다.

건우는 새벽부터 부지런히 우리에게 날아온 것이었다.

“어…… 아?”

사자 갈기처럼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긁적거리던 우리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건우의 등장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고는 눈을 깜빡거렸다.

‘뭐야. 벌써 꿈에 등장하는 거야? 어지간히 보고 싶었나보네.’

우리는 잠기운을 모두 털어내지 못했다.

‘고우리. 정말 단단히 빠졌네.’

우리는 꿈인지 확인이라도 하겠다는 것처럼 건우의 두 볼을 잡았다.

건우의 두 볼은 살짝 늘어났다. 온기가 손끝에 천천히 번져나갔다.

“고우리씨.”

다정스러운 건우의 말도 우리를 적셨다.

꿈이 아니었다.

생생한 현실이었다.

건우를 보던 우리의 눈빛이 흔들렸다.

“진짜 차장님이신 거예요?”

건우는 조금씩 닫히는 현관문을 잡았다.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다부진 손길이었다.

“절대로 꿈 아닙니다.”

건우는 허리를 구부리고는 우리에게 눈을 맞췄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에 우리가 흠칫 놀랐다.

“꿈이라도 꾸는 것 같습니까.”

건우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리는 주변을 살폈다.

말끔한 객실과 조용한 복도는 그대로였다.

분명 일본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서 족히 두 시간을 부지런히 날아와야 도착할 수 있는 곳.

“꿈이면 큰일이죠.”

“……?”

“내가 얼마나 열심히 날아왔는데.”

뜨거운 건우의 숨은 우리의 입술 위로 흐무러졌다.

건우가 말을 할 때마다 입술의 신경이 예민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입술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럼 간밤에 말한 여행이…….”

우리는 건우의 캐리어를 보고는 말했다.

우리의 예상이 정확히 적중했다는 것처럼 건우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건우는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상냥하면서도 원초적인 욕구를 감춘 묘한 미소였다.

“첫 데이트 좀 하려고.”

건우는 조곤조곤한 어조로 말했다.

건우에게서는 느긋한 여유가 돌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조금씩 가까워졌다.

건우를 바라보던 우리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후줄근한 잠옷과 세수도 못한 얼굴.

빗질도 못한 머리칼은 산발이었다.

그야말로 우리는 자연인이었다.

우리는 두 손으로 재빨리 엉망진창인 머리카락을 재정비했다.

건우가 캐리어를 끌고 안쪽으로 들어오는 사이에 혀로 치열을 쓸었다.

까끌까끌한 감촉은 우리를 불편하게 했다.

‘격하게 양치질 좀 하고 싶다.’

우리가 양치 생각으로 정신없는 순간.

건우는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객실에 들어와서는 문을 닫았다.

“근데 정말 왜 오신 거예요?”

“말했잖습니까.”

열기를 품은 건우의 목소리가 허공을 적셨다.

“곧 보자고.”

건우의 말에 우리는 어색한 웃음을 터뜨렸다.

머릿속에 비상등이라도 켜진 것만 같았다.

지금 되게 위험하다. 이 남자.

“그리고 대답을 기다릴 것 같기도 했고.”

“무슨 대답을……?”

“메일 말입니다.”

손으로 입술을 쓸어내리던 우리의 앞에 건우가 종이를 내밀었다.

얇은 종이를 넘기던 우리는 금세 진지해졌다.

건우에게 보냈던 10화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종이를 넘기는 우리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그럼 천천히 논의해보죠.”

건우는 우리가 들고 있던 종이를 가져갔다.

슬리퍼를 신은 건우는 뒤를 돌아봤다.

제 집처럼 편한 모양새였다.

“우선은 키스하는 장면부터 시작합시다.”

덤덤한 건우의 목소리와 매혹적인 눈빛은 묘한 시너지를 냈다.

자신의 입술을 바라보는 건우의 눈길만으로도 우리의 심장은 요동쳤다.

“꼼꼼하게.”

달콤한 미소가 건우의 입술을 적셨다.

숨겨진 욕망을 뒤흔드는 건우의 말에 우리는 침을 삼켰다.

조용한 미소와 함께 건우는 책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암막 커튼으로 닫아버린 방은 어두웠다.

우리는 재빨리 불을 켜고는 커튼을 젖혔다.

방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캐리어는 활짝 벌어져있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낡은 속옷이 캐리어 위로 보였다.

우리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캐리어로 걸어가 속옷을 치웠다.

정리되지 않은 이불과 베개도 대강 정리했다.

“음료라도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우리는 건우의 눈치를 살펴댔다.

제 방에 초대한 것처럼 괜히 불편했다.

“그럼 편하게 앉아계세요. 잠깐 세수만 하고 올게요.”

“알겠습니다.”

우리는 냉장고에 있던 음료를 꺼내주고는 욕실로 향했다.

머리를 질끈 묶은 우리의 신경은 바깥을 집중하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뭐 하고 있는 거야.’

궁금증을 참지 못한 우리가 입에 치약을 가득 물고는 바깥을 살폈다.

조심스럽게 건우를 염탐하는 우리는 꼭 첩보요원처럼 보였다.

“염탐입니까.”

책상에 앉았던 건우가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으음!”

거품을 잔뜩 문 채로 우리는 웅얼거렸다.

절대로 훔쳐보는 것이 아니라는 변명은 전달되지도 않았다.

목울대를 넘어가려는 치약 때문에 우리는 급히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입을 헹구는 우리는 객실의 공기가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긴장시키게 만들었다.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고.

거칠게 세수를 하던 우리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거울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어보였다.

온몸을 달구는 설레는 감정에 얼굴이 빨갛게 상기됐기 때문이었다.

“진짜 완전 빠졌네.”

우리는 제 얼굴을 살피면서 중얼거렸다.

수건으로 대강 열기를 식히고 우리는 욕실을 나섰다.

“잠은 좀 깼습니까.”

별안간 뛰쳐나온 건우의 말에 우리는 호들갑스럽게 놀랐다.

커튼을 잡은 건우가 뒤를 돌았다.

칼라가 둥근 차이나 셔츠의 분홍색 컬러가 건우에게 퍽 어울렸다.

말아 올린 소매 밑으로 퍼런 핏줄이 섰다.

‘맙소사. 잘생겼어.’

우리는 속으로 감탄했다.

잘생김이라도 묻었다고 소리를 쳐대고 싶을 지경이었다.

“고우리씨.”

“아…… 네. 잘 깼어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넋을 잃고 건우를 보던 우리의 정신이 돌아왔다.

“기분은 좀 어떻습니까.”

건우가 책상에 걸터앉고는 물었다.

“좋아요.”

천천히 말을 내뱉는 우리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건우를 훑어댔다.

길게 뻗은 눈매, 오뚝하고도 날카로운 콧날, 지그시 깨문 입술, 단단한 목울대…….

무엇 하나 유혹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괜스레 침대 옆에 있던 크림을 집은 우리는 사위를 둘러봤다.

밀폐된 방에는 건우와 자신.

단 둘뿐이었다.

무슨 사달이 나도 충분히 격정적이게 날 수 있는 장소.

“점심은 했습니까.”

“아직요. 차장님은요?”

“잘됐네. 초밥 좀 사왔습니다.”

건우는 책상에 뒀던 종이백을 열었다.

잘 포장된 초밥이 책상에 펼쳐졌다.

곤히 잠든 우리가 끼니라도 걸렀을까.

성민에게 추천받은 유명한 초밥 가게에서 줄 서서 산 초밥이었다.

초밥에서는 윤기가 흘렀다.

선명한 주홍빛에 하얀 줄무늬가 살아있는 연어부터 동글동글 통통한 성게알 김말이까지 가지런히 놓였다.

도톰한 새우도 뽀얀 속살을 내밀었다.

우리는 고픈 배를 쓸어내리면서 건우가 건네는 젓가락을 받아들었다.

“딱 배고픈 참이었는데. 어디서 사셨어요?”

“긴자 쪽에서 샀습니다. 초밥 좋아합니까.”

“없어서 못 먹죠.”

말을 끝낸 우리는 젓가락 끝을 살짝 물었다.

“안 그래도 출장 내내 초밥은 입에도 못 댔는데.”

“그럼 뭐 먹었습니까.”

“어……. 덮밥하고 스테이크도 먹고.”

우리는 손가락을 접으면서 먹었던 음식을 되짚었다.

열심히 기억을 되짚어도 초밥을 먹은 기억은 없었다.

“다행히 잘 골랐네.”

“네. 정말로 굿초이스예요.”

우리가 엄지를 치켜들면서 말했다.

“물렸을 것 같아서 걱정했습니다.”

“초밥은 죽어도 안 물리죠.”

건우가 우리의 앞에 초밥을 밀어주었다.

커다란 창가 쪽에 있던 작은 소파를 끌고 온 우리는 힘껏 젓가락을 잡았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우리는 참치 초밥을 집어 들었다.

붉은 광택을 내뿜는 초밥을 입에 가득 넣었다.

코를 찌르는 고추냉이와 참치가 잘 어우러졌다.

열심히 입을 움직이면서 초밥을 먹는 우리의 모습에 건우는 마냥, 만족스러웠다.

먹는 모습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는 말을 건우는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무조건 챙겨주고 싶었다.

하나라도 더 입에 물리고 싶었다.

옅은 미소가 건우의 입가에 젖어 들었다.

잠이 부족해도 건우는 그냥 좋았다.

‘먹는 모습도 예쁘네.’

최대한 입을 벌리고 초밥을 욱여넣는 모습조차 건우는 복스럽게만 보였다.

맛있는 초밥에 신이 났는지 우리는 조용히 발을 굴러댔다.

건우는 우리의 앞에 초밥을 밀어주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완벽한 조공을 성공적으로 끝내겠다는 것처럼.

“차장님도 좀 드세요.”

초밥을 물고 있던 우리가 연어 초밥을 들었다.

감동에 빠진 얼굴로 건우가 입을 벌렸다.

순간 어색한 기류가 두 사람을 감쌌다.

“주는 거, 아니었습니까.”

“네. 앞에…… 고이.”

우리는 조심스럽게 건우의 앞에 초밥을 내려놨다.

“잘 먹겠습니다.”

건우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잔뜩 묻어났다.

스타와의 포옹이라도 실패한 팬처럼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초밥만큼은 꿀처럼 달게 느껴졌다.

아마 우리가 준 초밥이기 때문이라고 건우는 확신했다.

“아…… 잊고 있었네.”

초밥을 씹던 건우가 종이백 아래에 있던 작은 종이 박스를 꺼냈다.

박스에는 먹기 좋게 잘린 바다 장어가 들어있었다.

잘 구워진 장어 위에는 곱게 썰린 오이가 살포시 놓여있었다.

“장어네요?”

우리가 바짝 구워진 장어를 보면서 물었다.

촉촉한 속살에 윤기가 흘렀다.

“꼭 필요할 것 같아서.”

건우의 말을 되새기던 우리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지금 차장님…… 유혹하시는 건가요.

“밤이 꽤, 길 것 같아서.”

확실한 유혹이었다. 건조한 건우의 말이 유난히도 도발적이게 느껴졌다.

우리를 바라보는 건우는 불타는 밤을 예고하고 있었다.

우리는 잘게 부서진 초밥을 느리게 삼켰다.

초밥이 입에 들어가는 건지. 코로 들어가는 건지. 좀체 알 수가 없었다.

“잠은 좀 주무셨어요?”

우리가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적당히 잤습니다.”

“방은요?”

“빌려야죠. 이 방으로.”

“네…… 네?”

우리의 목소리가 커졌다.

고백 이후로 이렇게 빨리 직진을 할 줄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침대도 남잖습니까.”

건우는 짐만 덜렁 올려진 침대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답이 이미 정해져 있는 질문이었다.

“그래도 다른 방을 구해보시는 게…….”

건우가 고민하듯 미간을 좁혔다.

“의지가 없습니다.”

“그럼 제가 대신 구해드릴게요.”

“고급 인력 낭빕니다.”

무슨 제안을 해도 건우는 막아낼 것처럼 보였다.

건우의 사전엔 물러섬이란 없었다.

우리는 남은 침대를 봤다.

손을 대지 않은 침대는 건우가 탐낼 만할 정도로 깔끔했다.

멀찍이 다른 침대에 떨어져서 잔다면…….

한방이라도 크게 상관없을지도 몰랐다.

“졌어요.”

결국, 우리가 두 손을 들었다.

“저쪽 침대 쓰세요.”

우리는 말끔한 침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것만 다 먹고 하우스키핑 부를게요. 시트는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괜찮습니다.”

“아예 건드리지 않기는 했는데. 그래도 좀 그렇잖아요.”

우리는 침대에 있던 가방을 치우면서 말했다.

괜스레 약간 흐트러진 이불을 정리하느라 우리의 손은 분주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잘 묵죠.”

건우가 캐리어 손잡이에 있던 외투를 침대에 내려놨다.

“침대가 두 개일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건우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건우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우리가 무슨 말이냐고 묻는 것처럼 건우를 쳐다봤다.

건우는 별말이 아니라는 것처럼 살짝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여전히 들뜬 얼굴로 초밥에 집중했다.

두 사람은 두 개의 초밥 세트와 장어를 말끔하게 비웠다.

책상은 금세 먼지 한 톨도 없이 깨끗해졌다.

분리된 박스를 한쪽에 치운 우리가 책상에 있던 원고를 들었다.

파란 색깔 글씨들이 간간이 종이를 물들였다.

[남자주인공이 빠져드는 순간의 감정이 조금 더 설명되면 좋을 것 같음]

흘리듯 휘갈긴 건우의 글씨에는 고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건우의 의견을 살피던 우리는 진지한 얼굴로 종이를 넘겼다.

그야말로 편집자에 버금가는 꼼꼼한 피드백이었다.

바퀴벌레처럼 쉬지 않고 나타나던 오타도 깔끔하게 잡혔다.

“참고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건우가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섰다.

“그냥 개인적인 의견이라.”

“되게 꼼꼼한데요. 차장님. 근데 이건 어떤 부분에 달아주신 의견이예요?”

우리가 구석에 쓰여 있는 글씨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건우가 불쑥 우리의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길쭉한 건우의 손가락이 느릿하게 종이를 훑었다.

“이게…….”

말끝을 끄는 건우의 숨결이 우리의 귓가를 적셨다.

느린 숨결에 실려 열기가 번졌다.

문장을 쓸어내리던 건우의 손길이 멈추었다.

“입술을 삼켰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이쪽 부분입니다.”

“예.”

덤덤히 문장을 읽는 건우의 목소리에 우리는 온몸이 찌릿찌릿해지는 것만 같았다.

“감정이라고 하시면…….”

“대강 적기는 했는데 악필이라. 그러니까 대충 느낌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건우는 제가 쓴 문장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우리는 천천히 건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달뜬 숨이 목울대를 타고 넘나들었다. 지독한 열망이 그를 사로잡았다.”

잔잔한 건우의 목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았다.

적당히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우리를 잡아당겼다.

“입술 위로 흐르는 그녀의 숨결을 집어삼키고만 싶었다. 달다. 너무 달아 미쳐버릴 것만 같다.”

“…….”

“생각이 멈췄고 시간도 멈췄다.”

부드럽게 떨어지는 건우의 목소리가 우리를 떨리게 했다.

개울가에 던진 돌에 요동치는 물결처럼 건우의 말이 멀리 퍼져나갔다.

“모조리 탐해버리고 싶다.”

글을 보던 건우가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뒤엉켰다.

깊고 검은 건우의 눈빛은 우리를 갈망하고 있었다.

우리는 건우의 입술을 탐하고 싶었다.

뜨거운 숨결마저도 모두 삼켜버리고 싶었다.

‘탐해버리고…….’

건우의 말을 곱씹는 우리의 입술이 움찔거렸다.

나직한 건우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건우의 숨은 우리의 입술을 넘실거렸다.

입술을 돌던 건우의 잔향이 우리의 애달게 했다.

“눈부신, 널.”

마침표를 찍는 것처럼 힘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끝말은 우리를 완벽히 사로잡았다.

본능과 열망이 우리를 굴복시켰다.

우리는 약간 몸을 숙이고는 건우에게 입을 맞추었다.

말랑하고도 폭신한 건우의 입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건우가 속삭였던 것처럼 건우의 입술을 달았다.

건우의 향기가 우리의 입술을 물들었다.

우리가 천천히 입을 뗐다.

짧은 입맞춤이었다.

건우의 잔향은 우리의 입술을 쉬지 않고 맴돌았다.

“도발입니까.”

건우의 뜨거운 목소리가 우리의 입술을 간질였다.

매혹적인 눈빛에 우리는 그대로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고우리씨.”

나직한 말에 우리의 눈빛이 흔들렸다.

우리의 심장은 멈출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뛰었다.

더는, 주체를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겁니다.”

건우가 커다란 손으로 우리의 두 볼을 감싸면서 말했다.

건우의 손등을 타고 우리의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손등을 간질이는 머리칼에 건우는 바람 빠지듯 웃었다.

점점 달아오르는 열기가 두 사람을 뜨겁게 적셨다.

두근두근.

두 사람의 마음은 힘차게 뛰었다.

건우는 우리의 숨결을 모조리 집어삼키고 싶었다.

단 한 줌의 숨결도 남김없이.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작은 숨소리가 서로의 입술에 녹아들었다.

“내가 멈출 수 없을 것 같아서.”

건우는 우리에게 녹아들고 싶었다.

“그러니까 고우리…….”

숨의 형체를 잃을 만큼.

“……각오해.”

스스로의 존재를 잊을 만큼.

아주, 진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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