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95화 〉탐식마(貪食魔) (395/429)



〈 395화 〉탐식마(貪食魔)

전혀 아니었다.

지난 이 주간 류 현은 신나게 놀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신나게  것은 아니고,
순전히 그의 기준 내에서만 신나게  것이었으나,
어찌됐거나 그는 간만에 휴식기간을 제대로 만끽하고 있었다.


일을 손에서 완전히 놓은 건 세아에게 전생에 대해 설명하던  나흘 정도뿐이었지만.

류  본인은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었다.
회귀 후 줄곧 안고 있던 마음의 짐을 덜어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현의 변화를 알아챈 세아도 거기서 뭔가를  요구하진 않았다.
저녁 먹자마자 서류를 꺼내들면 눈총을 보내긴 했지만,
아예 동생의 워커홀릭스러운 행태를 금지하진 못했다.

지난 이 주간 류 현의 일정은 대충 이랬다.


강 찬이나 미국이 합류를 요청하면 협상장에 얼굴을  비춰주고,
화련이 부르면 승하와 함께 같이 북극에 가서 ‘비아트리체’가 남긴 얼음덩어리를 채취한다.

북극에서 돌아오면 어떻게 알았는지,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붙여보려고 근처를 서성거리며 끙끙 앓는 ‘마탑’ 관계자를 좀 상대해 준 뒤에 돌려보내고,
이제는 편하게 힘을 써서 봐줄 수 있게 된 백혜라와 희란의 상태를 확인한다.

다른 일정이 없으면 세아와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잠들기 전까지 개인시간에 수련  상태 확인을 하곤 했다.


변화라고 한다면,
요즘 들어 점점 혼자서 수련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세아가 같이 동석한 상태서 서로 상대를 봐주는 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게 전부였다.


세아의 재능이 상상 이상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고 나자 류 현도 마냥  본 채 하며 부정할 수 없게  것이다.
자신도 파악 못한 문제를 아주 정확하게 짚어내는데 어떻게 기분만으로 무시를  수 있겠는가.

세아에게 전생을 털어놓음으로서 이런 일에 그녀를 끼게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은 허물어진 것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본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여유로운 일과를 소화하고 있던 류 현은 점심을 해치우고 그 자리에 앉아서 서류를 뒤적이다가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왜 라비 라자 쪽 연락이 없지?’

승하와 화련을 대동하고 인도에 다녀온 게 벌써  주는 훌쩍 넘었다.
슬슬 3주차가 되어가고 있으니, 의도치 않게 방치 당한 라비 라자 측에서 무슨 반응이라도 나오는 게 정상이었다.

자신이야 누나와의 일 때문에 잊어버린 뒤에 이런 저런 일로 바빴고,
팀적으로 ‘엑스칼리버’가 필요하긴 했지만 절박한 수준까지는 아니었던지라,
그걸 영순위에 올려놓고 있다가 까맣게 잊은 걸 말해줄 이도 딱히 없었지만,
라비 라자는 그 정도로 여유가 있어보이진 않았으니까.

당장 오늘 사전 조율 들어간다던 인도정부의 태도만 봐도 그랬다.
그들은 ‘신의 방패’의 존재를 비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전부터 알고 있던 눈치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허겁지겁 달려와서 류 현이 세워놓은 최소한의 기준을 그냥 지키겠다고 앵무새처럼 말하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라비 라자와의 정보 연계가 되는 모양새가 아니었다.


라비 라자가 개인적으로 자신을 불러들였을 때부터 대충 눈치 채고 있긴 했지만.

‘라인이 있더라도 서로 살갑게 뭔가를 공유하는 사이가 아닌  분명하고...지금 저 꼴을 보면 그걸 넘어서 좀 불편한 사이 같은데.’

그렇지 않으면 ‘엑스칼리버’를 거래 재료로 올려놓을 리가 없었다.
지금 세계 여론을 보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겨야할 기물이니까.


‘연방 정부 중추에 자기 라인을 박아놓은 인간이 인도 정부 내에 라인이 없을 거 같진 않은데...왜 아무 반응이 없지? 내가 연락을  해서 거절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그동안 인도 정부랑 거래를 했나?’


어느 쪽이든 이상하긴 했다.

전자라면 그 때 보인 태도까지 감안했을  어떻게든 한   찔러봐야 했고,
후자라면 불편한 상대와  관계를 개선하고 같이 거래를 진행하게 된 것이니 본인이나 대리인을 같이 보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인도 사절단에는 그냥 그런 수준의 플레이어 경호원 말고는 플레이어는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고,
류 현에게 뭔가 신호를 보내는 일도 없었다.

‘...한  더 찾아가 봐? 어차피 능력되는 곳이든 안 되는 곳이든 다 공급해야 하는 거니까  쪽에 먼저 몇 개 준다고 딱히 손해도 아니고.’


다른 국가들이 알게 되면 항의 정도는 하겠지만 뭐 어쩔 텐가.
류 현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을 줘버릴 것인데.

‘역시 가보는 게 맞는 거 같네. 칼리프 클랜의 그 여자도 우리가 가기 전부터  근처에서 어슬렁거린다고 했으니...그 놈들이 홀랑 집어먹지 못하게 하려면, 실소유주는  되더라도 지분을 가져오는 게 맞아.’


사실은 유니크 아티펙트를 이렇게까지 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안했고,
셋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회귀 초에야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하고 되는대로 모을  있으면 모아보자고 생각했지만,
네임드 몹이 나타났는데도 괴수 군단이 아라비아 반도를 넘어서 동유럽을 횡행하는 일은 없었고,
화련이 예상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이 이상의 대군 저지력보다는   개인의 무력 향상이 더 절박해졌다.

나머진 출처나 존재 자체가 불확실해서 시간을 할애하기에 애매한 것도 포기하는 것에 꽤 크게 작용했다.

용잡이 팀이 확보한 유니크 아티펙트의 존재를 알게  정부들은 어디  없나 하고 들썩거리고 있는데,
본인은 그에 대해선 심드렁해진 것이다.


그런데,
‘살바토르’와 ‘비아트리체’를 겪으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게 된 것이다.


해방 상태의 청뢰와 유성우는 이게 맞나 싶을 정도의 조정 난이도와 내상 유발을 자랑했지만,
그것을 감수하고도 남을 정도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순간 파괴력만큼은 ‘강림’으로 완전히 정신줄을 놓았을 때나 보일 수 있는 수준에 근접한 위력이 나왔으니,
그도 생각을 달리 할 수밖에 없었다.

 모습이 세계에 생중계된 탓에 이제 그러고 싶다고 얻어낼  있을 지는 의문이었지만.


그런 와중에 라비 라자가 저들끼리만 알고 있던 ‘엑스칼리버’의 존재를 알려왔으니 어떻게든 발을 걸치고 있는  맞았다.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이름 있는 단체가 칼리프 클랜이었으니 더더욱.


‘음...화련 씨랑 짧게 다녀오든가 해야겠네. 승하는 저번에 확인할 거  했으니...’

“현아?”
“어? 어어...”
“왜 무슨  있어? 그거 읽다가 갑자기 멍을 때리니.”
“응? 아, 인도하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아, 기억난다. 저번에 다녀온 데가 인도라고 했었지. 왜?”
“나도 까맣게 까먹고 있긴 했는데, 연락 올만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도통 연락도 안 와서 가볼까 하고.”
“오늘 가게?”
“아무래도 그래야 될 거 같아. 화련 씨한테 부탁하면 금방이니까.”
“흐응...그래.”
“가도 저녁되기 전에는 돌아올 게. 저번에 가보니까 거기 오래 머무는 것도 좀 그렇겠더라고.”
“알았어. 조심히 다녀와.”

류 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인도행을 준비했다.
방으로도 오다가 마주친 화련은 잠깐 인도에 같이 다녀와 줄 수 있냐는 물음에 다른 질문 없이 오늘 안에 다녀올거냐고만 물었고,
답을 얻자 병동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옷을 갈아입고 ‘신의 방패’ 몇 개를 ‘가방’에 챙겨든  현은 화련이 기다리고 있을 병동 입구로 향했다.


길게 끌 일도 아니니 상대가 좀 빼면 그냥 이것들을 쥐여 주고 조금의 지분이라도 받아낼 생각이었다.
지금은 칼리프 클랜이 낼름 삼키는 걸 막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한  길을 터놓으면 어떻게든 야금야금 지분을 가져올 자신도 있었고 말이다.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협상들이 꽤나  풀리지 않았다면 이렇게 편하게 생각하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미국에게 맡기자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으니 지금은 아무래도 좋았다.

‘흠, 그래도 협회 측에는 슬쩍 말해놓는 게 나으려나. 협상 중재로 재미 좀 보고 있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신의 방패’가 목격되면 쥐고 있는 실물도 없으니 입장 난처해질 거 같은데.’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류 현이 웨인 크로이츠에게 연락을 하려던 차였다.


‘...?’


마치 그의 마음을 읽고 선수를  것처럼 웨인의 이름이 발신자명에 표시되었다.
류 현은 흠칫했지만 불길한 상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전화를 받았다.

“예, 류 현입니다.”


웨인의 다급한 어조가 그의 노력을 한 번에 허사로 만들었다.
또 무슨 일이 터졌나 보군.

-류 현님, 웨인입니다. 지금 급히 와주셔야 할 일이...아니, 화련 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협회에 무슨 일이 터졌습니까?”

‘비아트리체’ 레이드가 끝나고 몸을 좀 추스른 뒤에 돌아갈 생각이었던 웨인은 아직도 고국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미국에 있었다.
협회가 보유한 ‘신의 방패’ 커넥션 중 가장 굵직한 것이 본인이었으니 어쩔  없는 일이었다.
화련과 그리 나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친하다고도 못할 그가 부탁할 일이라고 해봐야 텔레포트 정도 일 터.

-아닙니다. 괴수, 괴수 때문에...
“예? 네임드 몹이라도  겁니까?”


벌써? 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네임드 몹은 아닙니다. 미상의 괴수가 유니크 아티펙트를 탈취해서 도망쳤다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거기가 어딥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