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9화 〉탐식마(貪食魔)
“보스!”
집무실에서 혼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디에고 리베라 브렌트는 문을 부술 듯이 열고 들어온 자신의 보좌관을 노려봤다.
분명히 조용히 있고 싶다고 주변을 살피라고 했을 터인데.
한 소리 쏘아주려던 디에고는 보좌관의 표정을 보고 내뱉을 말을 바꿨다.
“무슨 일인데 그래?”
“그 괴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유튜브에! 미정부쪽에서 아예 채널을...”
“뭐? 누굴 얘기 하 거야? 알아듣게 천천히.”
“아마존 강을 빙판으로 만든 그 괴물 말입니다! 그놈이랑 그 동양인들이 싸우는 게 생중계 중 입니다!”
“뭐?”
디에고는 반사적으로 휴대폰 잠금을 풀고 앱을 실행시켰다. 바로 보좌관에게 검색어를 물으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다.
아예 메인에 생중계가 뜨고 있으니까.
서버가 버텨낼 수 있는 수치인가 싶은 숫자가 미친 듯이 올라가는 중이었다.
같은 시각,
바다 건너 의정부에 소재한 소규모 길드 파도잡이의 건물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팀장니임!”
거의 날듯이 팀장실로 뛰어든 파도잡이 팀의 마법사, 이시아는 예상치 못한 광경에 뛰어들던 자세 그대로 멈춰 섰다.
제 머리로 이해하기 힘든 일을 연달아 두 번 맞닥뜨리자 사고가 더 진행되지 않은 탓이었다.
저가 호들갑을 떨며 전하려던 화제의 영상, 아니 생중계를 팀장이 아예 홀로그램까지 띄워놓고 있었으니까.
그녀 대신 그녀가 애타게 부르짖던 팀장이 정리를 해주었다.
“시아야? 거기서 그러고 있지 말고 문 닫고 이리로 오지?”
이시아는 그 말에 따랐다. 쭈뻣쭈뻣 소파 옆자리까지 가면서 그녀의 작은 머리통에는 온갖 망상들이 오고갔다.
태연자약한 팀장의 태도가 그녀의 망상벽에 불을 댕겼다.
팀장이자 길드의 소유주인 서해란이 그녀에게 입조심을 당부하는 게 괜한 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음모론이라고 하기도 뭣한 망상들이.
그 중 하나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까지 했다.
“...알고 계셨어요?”
“알고 있었으면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겠니? 여의도 뛰어가서 코스피에 배팅하고 있었겠지.”
“에이, 그 사람이 한국에 별 미련 없는 거 뻔히 아시는 분이...”
말을 하던 이시아는 싸한 느낌에 고개를 뻣뻣하게 돌렸다. 그녀는 눈치가 좀 심하게 없었지만, 위기 감지 능력은 탁월했다.
예상대로 서해란은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시아야?”
“아, 아니 이건 그러니까...”
“내가 말했었지? 너 믿으니까 그 자리 데리고 간 거라고. 근데 자꾸 이러면 좀 곤란한데...”
“티, 팀장님 앞이니까 한 거죠.”
“시아야.”
차분하게 내리깐 목소리에 이시아는 결국 굴복해야만 했다.
저건 서해란이 이 이상 선을 넘지 말라고 하는 경고였으니까.
“...죄송합니다.”
“우리끼리만 있을 때라도 조심해야지. 정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 않잖니?”
“네...아, 저 방금 전에 행안부 차관한테서 연락 왔었어요. 팀장님한테 연락이 안 된다고.”
서해란은 대답 대신 싱긋 웃으며 꽈배기처럼 비틀린 휴대폰을 들어보였다. 이시아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너도 그냥 휴대폰은 꺼두렴. 괜히 켜져 있는데 연락 안 받으면 나중에 이상한 트집 잡혀서 언플 당할 수도 있으니까.”
“네에. 아, 근데 다른 애들은 어쩌죠?”
“오고 있을 거야. 내가 확인하자마자 소집 걸었으니까. 소집 문자를 못 봤어도 머리가 있으면 길드로 들어오겠지.”
“그 양반들도 참 답답하죠. 팀장님이 끈이 있는 거지, 다른 애들은 그 사람 얼굴도 못 본거 뻔히 알 텐데.”
“원래 헤드 헌팅이 그런 식이란다. 조건으로 설득이 안 되는 당사자보다는 주변을 들쑤시는 게 관리하기도 편하거든. 한참 잘 못 짚고 있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서해란은 말을 끊고 한 번 보라는 듯이 홀로그램 화면을 한 번 힐끗하고는 마무리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거겠지. 저런 괴물이라면 그럴 만도 하고. 저 정도라는 건 아무도 상상도 못했겠지만.”
“...진짜 말이 안 되긴 하네요. 같은 플레이어라는 게 안 믿길 정도로.”
서해란은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며 화면 속 광경에 집중했다.
화면 속 세상에서는 CG로도 구현하기 힘들 괴현상들이 연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바닷물로 이루어진 용들이 용틀임을 하다가 어디선 가 날아온 검은 불꽃에 얻어맞아 흔적도 없이 증발하고,
잊을만하면 화면을 태울 것처럼 백열하는 우레가 하늘로 솟구쳤으며,
대형 트럭만한 얼음덩어리들이 중력을 무시하고 갑자기 떠오르더니 일순간에 사라지길 반복했다.
전장이 된 빙하가 어떻게 찢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런 초자연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화면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물빛 동체를 지닌 용이었다.
‘해왕 비아트리체’라는 제 이름을 머리 위에 당당하게 띄우고 있는 용.
일 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만에 상식 수준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버린,
네임드 몹이라는 존재.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인지도를 가졌을,
세계최강대국 미국의 동부를 마비시켜버린-것으로 추측되는- 괴물의 모습은 상상과는 퍽 달랐다.
원래 앞발이 있었던 자리인지 상반에 부자연스럽게 돌출된 부분이 있긴 했지만,
완벽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그 존재는 도저히 괴수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 괴수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리라.
하지만 서해란을 비롯한 대부분의 이들이 가장 집중해서 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시커먼 남자였다.
말 그대로 시커먼 무언가에 싸인 채,
저 같은 검은 불꽃으로 바닷물에서 일어난 용이든, 얼음덩어리든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고 있는 동양인 남자.
초자연적인 현상을 마구 일으키고 있는 여러모로 초월적인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괴수를 상대로 홀로 맞서고 있는 류 현, 그의 모습이었다.
그가 맞서고 있는 비아트리체에 비하면 영웅적인 면모는커녕, 두르고 있는 검은 것들이 수상함마저 느끼게 했지만 서해란에게는 해당 사항 없음이었다.
‘데스나이트 때랑은 완전히 달라. 이번에는 얼굴을 전부 알아보겠어. 저 환경을 버텨내는 장비가 있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대체 무슨 생각일까.’
스폰서로 시작한 관계였지만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오히려 역전되어 이 라인이 끊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입장이다.
처음에는 심드렁해 하던 그룹 내에서도 아예 전담팀을 꾸려놓고 자신에게 무슨 연락이 오지 않았냐고 묻는 게 거의 일과 수준이니까.
그런 불안감을 안고 있는 부서사람들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서해란이 보기에 류 현은 새로운 라인을 만들기 귀찮아서 기존의 라인을 유지하고 있는 거였다.
조금 문제가 있어도 자신의 의사만 제대로 전달되면 아무래도 좋다.
일처리에서 문제를 보인 터주의 문민호가 아직도 활개 칠 수 있는 건 그런 생각 덕 일터.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위상을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너무 급격한 성장에 네임드 몹 피해가 없는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위상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것도 그 무신경함이 조국에도 여지없이 적용된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통해서 그룹라인을 이용해 유명세를 억누를 필요가 없으니까.
마냥 귀찮은 게 싫었다면 아예 정보가 민간에 풀리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세상 사람들은 요즘 시대에 완벽한 비밀을 없다고 믿고 있지만, 그런 시대기 때문에 완벽한 비밀은 아니어도 알려진 게 의미 없게 만드는 게 가능하니까.
‘데스나이트 때는 내부 의견이 갈린 것 같았는데...이번에는 그런 게 아닌 거 같은데.’
온갖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이 싸움을 내보내고 있다.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공통점까지 생각하면 연방정부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터였다.
용잡이 팀 하나에 네임드 몹 대책을 기대고 있는 미 정부가 독단으로 저런 일을 벌일 리는 없으니까.
‘...알 수가 없네. 왜 이렇게 뜬금없이?’
‘이유가 뭐든 간에 이제 유명세를 억누르는 건 불가능하겠네.’
서해라의 생각대로 여태 억눌렸던 한풀이를 하는 것처럼 중계사이트와 커뮤니티들이 그 얘기로 폭발하는 중이었다.
-아니 무슨 블록버스터 촬영이야? 저거 CG지? 그렇다고 말해줘...
-미친,, 저거 인간은 맞냐? 우크라이나 놈들 무슨 깡으로 쟤들한테 폭탄 던졌냐? 방금 배 찢어진 거 일어나자마자 아문 거 봤냐?
-폭탄 테러 루머는 어디서 자꾸 나오는 거냐?
-레딧이고 포챈이고 죄다 그 사건 언급만 광역삭제 당하는데 이쯤 되면 빼박이지. 괜히 그렇게 티나게 관리질 하겠어?
-저놈들이 던졌을 수도 있지.
-너 같은 걸 채팅 칠 수 있게 키우신 너희 부모님께 경의를 표한다. 쟤들이 폭탄이 필요해 보이냐? 쟤들한테 그럴 마음만 있었으면 유럽은 이미 망했어.
-우크라이나가 아니고 루마니아 애들이 그랬다던데?
-저 폴란드 새끼는 뭐라는 거야. 시발 우리나라 사람들은 쟤들 귀화시키자고 시위 중이거든?
-네 다음 버림받은 떨거지들.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스카이 스포츠 이 병신들은 뭘 근거로 쟤들을 3위에 랭크 시킨 거냐?
-너희 라이미놈들이 미친 인종차별주의자라서 그런 게 아닐까?
-이새끼들은 이걸 보고도 싸울 생각이 드나보네. 미친놈들아 쟤가 져서 저 괴물이 태평양에 진출하면 우린 다 아사한다고.
-난 상관없는데? 우리 집 창고에 아직도 출하 못한 밀이 한 더미다.
-뭐 어쩌라고 기도라도 할까?
-오 신이시여 제발 쟤가 이 채팅을 못 보게 해주세요...
-와 시발 인간 병기가 따로 없네.
기레기 병신들은 왜 쟤말고 다른 좃밥들 그렇게 빨아제꼈냐? 주모 국뽕 곱빼기로 말아주이소!
ㄴ광고주가 갑이니까 병신아. 이새끼 길드 주식 회사화 한 것도 모를 듯.
ㄴ그거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을 거 같긴 함. 저번에 유튭에 풀렸던 데스나이트 영상 존나 빨리 사라짐. 어디 올리든 존나 빨리 사라지더라.
ㄴ유튭에서 지운 거 아님?
ㄴ유튭에서 왜 폰헙까지 와서 영상을 지우냐.
ㄴ폰헙??
ㄴ데스나이트 갱뱅영상이라고 올라왔던데?
ㄴ그건 지워지는 게 정상이지 시발ㅋㅋ
ㄴ니가 그 영상을 못 봐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다. ㄹㅇ 갱뱅쳐버림.
ㄴ데스나이트 영상 있냐? 공유좀.
-근데 저놈은 왜 미국 가서 저기까지 갔냐? 남극 아님?
정부 쟤들 안 붙들어두고 뭐함? 요즘 가뜩이나 뒤숭숭한데. 저 정도 전력이면 밖으로 돌리면 안 되지.
ㄴ니 말하는 거 보니까 탈조선해도 뭐라고 못할 듯
ㄴ왜? 플레이어 새끼들 돈도 좃나 벌고 범죄 저질러도 속죄부대인지 뭔지서 돈 벌면서 대속하잖아. 나라 어려울 때 그 정도는 해야지.
ㄴ혼모노 새끼 미쳤네ㅋㅋ. 누가 들으면 플레이어들 전부 죄인에 공무원인 줄 알 듯. 이래서 탈조선 탈조선 하는 거구나.
ㄴ솔직히 이시국에 양키놈들 도와주겠다고 남극까지 가는 건 에바긴 해.
ㄴ에바는 니 지능이 에바에 탔고요. 왜 그 흔한 귀국 인터뷰도 거의 없는지 알거 같다. ㄹㅇ 얘 이번일 끝나고 귀화하는 거 아녀? 그래도 욕도 못하겠네.
ㄴ청와대 갤에 긴급 귀국 청원 넣는 놈들도 있던데? ㅋㅋ 헬조선을 얕보지 마라!
ㄴㄹㅇ 왕정국가 백성 마인드 미쳤누 zz
-근데 왜 갑자기 양키 스트리밍 사이트들이 중계치는 거냐?
뭐지? 모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
그리고 쟤들 뭘로 찍어서 생중계 하는 거지??
괴수 스펙 높아지면 제대로 안 찍힌다면서.
ㄴ아아, 이건 천조국의 오파츠라는 것이다.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들었지.
ㄴㄹㅇ 이새끼들 사실 아프리카 뚫을 수 있는데 견적이 에바라서 냅두는 건가?
ㄴ거기도 쟤가 해결했다던데. 기사도 났었음.
ㄴㄹㅇ?? 기사 링크좀.
ㄴ쟤네 관련기사 협회에서 뭐 잡았다고 짤막하게 내는 거 아니면 거의 다 삭제 먹어서 없음. 인간 노예 기사에 짤막하게 언급된 것도 다음날 보니까 정정됐더라 ㅅㅂ 근데 정정 표기도 없음.
ㄴ인증이 없으면 모다??
ㄴ진짜야 ㅅㅂ 레딧 양형들도 조작론 꺼낸지 좀 오래됨. 데스나이트 영상 때도 그렇고 좀 냄새가 남.
ㄴ니 말이 진짜면 왜 쟤들은 여태 가만히 있었냐? 막말로 길가던 인간 붙잡아서 갱뱅쳐도 잡지도 못할 거 같은데. 지들 업적 가려지는데 가만히 있는다고?
ㄴ그게 미스테리지.
ㄴ지금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병신들아. 지금 이거 미국놈들 귀화시키려고 작업치는 거 아니냐?? 귀국시켜야 하는 거 아님??
ㄴ지랄은 청와대갤에서
ㄴ위위 병신아. 너같이 생각하는 윗대가리들이 존나 많아서 협회에서 변호진 올스타 꾸렸다ㅋㅋ 개탈리아놈들 탈반도 하려는 놈 억류했다가 돈만 왕창 물어냄 ㅋㅋ 애초에 쟤들을 누가 강제할 건데?
-야 근데 쟤들 같은 팀 아님? 뭔데 손가락 빨고만 있냐?
땅꼬마는 뭐 쪼물딱거리는 거 같긴 한데 나머지 셋은 아예 멍때림?
ㄴ그러게 혼자서 배때지 터지고 팔 짤리고 똥꼬쇼하는데 이걸 안 도와주네 ㄹㅇ...
ㄴ저중에 검성 있다고 하지 않음? 걔가 최고라면서. 뭐하는 것이지??
ㄴ저 팀 대장 검성 아닌데 진작 제껴 졌을 듯.
ㄴ근데 자꾸 깜빡깜빡 거리는 거 뭐냐. 저것도 능력인가? 대체 가진 능력이 몇 개여 ㄷㄷ
ㄴ야 근데 저거 뭐냐?
ㄴ뭐가? 화면이 좀 흐리긴 하네 시청자수 때문인가
ㄴ위에 병신아
ㄴ어?
ㄴ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