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2화 〉탐식마(貪食魔) (332/429)



〈 332화 〉탐식마(貪食魔)

“holy shit...”

호지슨 버넷은 반쯤 쓰러진 채로 욕지기를 중얼거렸다. 그의 동공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지만, 한 사람을 정확하게 잡아내고 있었다.


‘그게 전력이 아니었다고?’


치지직! 거꾸로 뒤집혔다가 옆으로 구르고, 다시 뒤집힌 것 같은 꼴의 숲에는 푸른 전격이 태울 것을 찾는 것처럼 이리저리 들쑤시는 중이었다.
청뢰의 잔재였다.
그것은 널브러진 나무를 닥치는 대로 태우는 게 아니라, 장난치는 것처럼 가지를 쳐내다가 제 근원으로 되돌아갔다.

류 현의 손아귀로.

류 현은 제 손아귀로 돌아온 푸른 전격이 노니는 것을 멀뚱히 보다가 그것을 흩어버렸다.


“이걸로 확실해졌네요. 저거 주인을 가리는 거에요. 그것도 엄청.”

화련이 가리키는  류 현의 오른손을 감싸고 있는 전격의 링이었다.
완전 해방 상태의 청뢰.


“주인을 가린다기에는...저도 이 모양인데요.”


 현은 오른쪽 손바닥을 펴보였다. 표피는 시커멓게 타들어가서 돌돌 말려들어가고, 진피층은 부글부글 끓다가 재생되는 것인지 환부가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레드 드래곤 웨이브’때  현이 경황이 없을 때, ‘강림’을 발동한 채로 청뢰를 다루다가 알게  청뢰의 진면목이다.
유니크 아티펙트의 진면목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하고, 연비도 형편없었지만.


연비가 나쁜  투입 마력 대비 위력이 별로 라는 것이 아니라, 해방 상태의 청뢰가 끊임없이 소지자에게 데미지를 주기 때문이었다.
이미 인간 정도가 아니라, 생물체 수준을 벗어난 내구성과 재생력을 가진 류 현의 몸에도 부담이 될 정도였다.
‘레드 드래곤 웨이브’ 때 마력은 한참 남았는데, 체력이 먼저 방전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무리 체력도 탈인간급인 그라도 싸우는 동안 끊임없이 내장이 구워졌다가 재생되는데 버틸 재간이 없었던 것.

‘완전 해방 상태에서는 여전히 제어가 안 되네.’


첫 ‘해방’ 이후 류 현은 청뢰를 들고 이런 저런 실험을 시도했다.
 결과 청뢰에 상당한 제약 술식이 걸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들은  번 파괴되어도 자신이 손을 떼면 다시 재생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바탕으로 류 현은 청뢰의 해방 상태를 세 단계로 나눠서 조절할 수 있도록 목표로 잡고 연습했고, 이주가 조금 안 되는 기간 안에 목표를 달성하는  성공했다.

‘2단계까지는 괜찮은데 완전 해방은 답이 없군. 거기에 격차도 생각보다 커.’

문제라면 완전 해방 앞단계인 2단계 해방과 완전 해방 상태의 격차를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일반 2급 아티펙트와 유니크 아티펙트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류 현 자신이 사용할 때를 기준으로 잡더라도 말이다.

‘지금 상황에서 해방 단계를  늘리는 건...위험하겠지.’


방금  해방 상태에서는 사용자에 따라서 위력이 천차만별 한다는 것을 막 확인한 차였다. 밀어 넣은 마력량을 최대한 같게 했는데도, 화력차이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

‘조건을 거의 비슷하게 맞췄는데도 왜 차이가 나는 거지? 정상적인 상황이면 내가 썼을  제일 화력이 안 나와야 정상인데.’

마법사인 화련과 마법사 쪽에 한 발 걸친 희란이 사용했을 때 나온 화력을 합쳐도 류 현이 대충  한 발보다 못했다.
평소처럼 마력양에 차이가 있었으면 모르되, 앞서 벌어졌던 이상 상황 때문에 조건을 최대한 같게 맞췄는데도 이런 차이는 확실히 이상했다.

‘진짜 주인을 가리기라도 하는 건가?’


지금도 타들어갔다가 아물기를 반복하는 손아귀를 보면 정말 그게 맞나 의심이 들었지만.

‘전생에서도 그런 소리는 못 들어봤는데...’

유니크 아티펙트와 아예 연이 없었던 전생이니, 관련 정보가 누락돼서 접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았다.
현생에서는 청뢰를 쥐자마자 느낀 배고픔 때문에 화련에게 바로 넘겨주었으니 확인할 길도 없었고.
아마 ‘레드 드래곤 웨이브’가 아니었다면 계속 몰랐을 것이다.
딱히 자신이 써야 하는 이유도 없는, 가지고 있으면 입안에 털어 넣고 싶어지는 물건을 가까이 할 일은 거의 없었을 테니까.

‘결국 반복확인 해봐야 하나.’

그다지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지랄맞은 네임드 몹 덕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는데, 단순반복 작업이라니.
그렇다고 확인을 안 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가뜩이나 괴수 틀을 탈피한 것 같은 놈이 날뛰는데, 가진 무기가 사용자에 따라서 성능이 갈린다는 걸 알았는데 대충 넘길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류 현은 짧은 고민 끝에 말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조금만  확인 해보도록 하죠.”


그 조금만이 6시간동안 계속 되었다는 건 또다른 이야기였지만.

***

던전에 들어가 있는 동안 플레이어는 세상과 격리되게 된다.
던전과 비슷한 환경이 된 아프리카에서 터지는 무전기가 개발된 지금도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무전기가 얼마나 대단하든 간에 던전 안의 법칙을 깨진 못했으니까. 게이트를 넘어가는 순간 전자기기가 고철이 된다는 대전제는 흔들림 없었다.


류 현이 괴수 사냥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팀 전력을 전부 때려붓지 않고, 회색 오러를 둘러준 상태로 로테이션을 돌린 이유가  때문이었다.
던전 크기만 정상적이면 화이트급도 반나절 안에 터뜨려버릴 수도 있는 능력이 있지만,  반나절 동안에는 세상과 격리되는  변함이 없었으니까.


회색 오러를 얻기 전이라면 먹을 괴수를 잡으려고 일일이 나서야했겠지만, 회색 오러를 두른 팀원들이 잡아온 괴수는 자신이 잡은 것과 똑같이 그의 마력이 되니 달리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전생에야 직접 들어가서 잡는 것 외의 방법이 없어서 우즈베키스탄 전선이 습격으로 무너졌다는 소리를 듣고도, 던전에 들어가야만 했지만 이젠 아니니까.

그런 사정 때문에, 오늘 청뢰 테스트를 위해서 던전에 들어간  류 현으로서는 굉장히 오랜만의 장시간 던전 나들이였다. 이전에도 해방상태 청뢰때문에 드나들긴 했지만 한 시간을 못채운 경우가 더 많았으니까.


그리고 그 잠깐 동안 일이 터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건 현생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내용은 전생을 통틀어도 처음 겪는 일이었고.

“놈이 또 초대장을 보내왔다고요?”
“예, 정확히는 저희도 이상현상만 관측했을 뿐, 메시지가 맞는지 파악 중이었는데 누나 되시는 분께서...”

류 현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 변화에 말을 전하던 전령이 움찔하는 것을 보고 바로 표정을 풀었지만.
누가 봐도 기분이 나빠 보였다.


그래서인지 전령은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현의 표정을 살폈다.

“부대에서 먼저 접촉한 것은 아니고 누나분께서...”
“굳이 거기까지 말씀 주셔도 됩니다. 누나가 먼저 연락했을 테니까요.”


애초에 군부대에서 세아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게 성립할  없는 이야기였다.
세아가 화룡 우두머리가 보내는 이상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인류라는 것을 아는 군인이라고 해봐야, 국방부 장관과 그 최측근 정도일 터다.
그 자리까지  이들이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눈도 안 보이는 민간인에게 무턱대고 접촉했다는 것보단 세아가 먼저 나섰다는 게 더 그럴 듯 했다.

그 때  이후 딱히 주의를 주지도 않았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아무리 그라도 괴수에게 초대장을 두  받게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래도 능력을 드러내지 말라는 주의 정도는 줬어야 했어.’

 때는 화련의 말이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와서 세아를 미국으로 데려오는 것에 신경이 팔려있었다.
그녀가 온 뒤로는 본부로 오지게 못하게 설득 하랴, 주변 신경 써주랴 정신이 없었고.
오늘 아침만 해도 일어나서 화룡 입장에서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세아를 데려다 놓은 게 잘한 일인가 고민했을 정도니 말다한 셈.

하지만 그렇게 신경을 써도 막상 틈이 있었다는 사실을 목도하고 나니, 자책이 밀려들었다.

[마스터 마음을 모르는  아니지만, 지금처럼 하면 지연 이상의 의미가 없어요. 언니 재능은 진짜 미친 수준이니까.]


세아의 마법재능을 확인한 날 화련이  말이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류 현은 한숨과 함께 자신의 말을 번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죄송하지만 휴식은 누나한테 다녀와서 해야겠군요. 화련 씨,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화련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

[언니 재능은 진짜 미친수준이에요.]


방금 전에 떠올랐던 화련의 말이 다시 떠오르자 이번에는 조금 짜증이 치밀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왠지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류 현은 고개를 털어  생각을 털어냈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아지진 않았다.
류 현은 옆에서 입을 반개하고 있는 화련을 툭 건드렸다.
그녀의 목이 목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급격한 움직임을 보이며 그에게 시선을 향했다.
“저게 대체 뭡니까?”


마력으로 임시 방음 부스까지 만든 류 현이 물었다.

“저라고 모든 마법을 다 아는 건 아니에요. 저건...마법을 뜯어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무슨 마법을? 까지는 물을 필요도 없었다.
엄청나게 복잡하고, 그 복잡함을 꿰뚫어볼  있는 천재성을 가진 마법사의 흥미를 이끌어 낼만한 교보재가 도착했다는 걸 세아 스스로 알려왔었으니까.
그의 턱선을 따라서 힘줄을 섰다.


류 현은 병실로 들어섰다. 일부러 인기척까지 크게 내가며.
침대 앉아서 파란 빛들을 주물럭거리던 세아의 어깨가 흠칫 떨리더니, 고개가 뻣뻣하게 돌아갔다.

“혀...현아?”
“긴말 안할게. 누나 일단 그거 꺼.”

세아는 류 현의 말대로 했다. 그녀의 움츠러든 어깨는, 화련으로 하여금 보지 않아도  현의 표정을 짐작케 했다.
류 현이 한 발짝 다가설 때마다 세아의 어깨가 흠칫흠칫 떨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화련은 슬쩍 방음막을 쳤다. 거기에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게 하는 불투명 방어막도.

그리고 폭풍 같은 잔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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