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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2화 〉탐식마(貪食魔) (272/429)



〈 272화 〉탐식마(貪食魔)

콰앙! 꾸웅! 거대화 한 구엘 뒤 굴락의 발은 그냥 땅을 짓밟는 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별안간 붉은 오러가  솟구치더니, 놈의 발이 바닥을 뚫고 아래층까지 뚫어버린 것.
붉은 연기가 일어나며 박힌 발을 뽑고 있는 놈의 모습을  현은 아연한 얼굴을  수밖에 없었다.

‘기운은 늘어나질 않았는데 저렇게 갑자기 위력이 확 뛰는  가능한가?’

한 눈에  봐도 놈이 내뿜고 있는 붉은 오러의 양이 못해도 3배는 늘었다. 거대화하면서 체적이 그 이상으로 늘었으니 정말 최소한으로 잡은 수치.


[역시  조절이  안 되는군. 기껏 만든 성을  부수게 생겼어.]


놈의 표정은 내뱉은 말과는 정반대로 실실 웃는 얼굴이었다. 류 현은 조용히 염두를 굴렸다.


‘‘강림’은...젠장, 놈이 몸을 갈아타는 조건도 모르는데 내 패를 다 까는 건 자살행위야. 그렇다고 타격도 제대로  주는 판국에  아낄 수는...’
“류  피해!”

꾸웅! 승하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류 현은 옆으로 몸을 날렸다.
구르던 기세를 이용해서 몸을 일으킨 그가  것은 바닥을 뚫고 들어간 주먹을 천천히 뽑아내고 있는 거대한 회색 몸뚱이였다.
 힘 조절을 실패했니 어쩌니 투덜거리는 놈을 보며 류 현은 등허리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움직이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그런 기색도 없었는데?’

아무리 잠깐 다른 생각을 했다지만 정면에서 빤히 보고 있었는데도 반응하지 못했다. 바로 뒤에 서있었던 승하가 외치지 않았다면  험한 꼴을 당했을 것이다. 저 커다란 덩치의 움직임에 반응조차 못해서.

[꽤 감이 좋구나. 그랜드 마스터.]


꾸웅! “커윽...!”“승하 씨!”

다음 순간, 승하를 날려 보내고 있는 놈의 뒷모습을 보자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류 현은 후방 경계할 주의력도 내버리고 쏜살이 되었다.

“승하 씨, 승하 씨!”
“커읍...안 그래도 머리 울리니까 소리 좀 지르지 마. 어우,  삼일 밥 못 먹겠다.”
“지금 그게 할 소리...”
“너 ‘강림’ 안  거야? 아님  쓰는 거야?”


승하가 안긴 채로 턱 짓으로 둘을 바라보고만 있는 구엘 뒤 굴락을 가리켰다.


“존심 상하긴 한데 난 저거 목은   있어도 저거 완전히 죽일 때까지는 못 버텨. 넌 버틸 수는 있겠지만 목을 못 따고. 아까 그거 계속 쓸  있는 거 아니지?”
“...예. 계속 쓰면 승하 씨보다 제 팔이 먼저 터져나갈 겁니다.”
“빠져나갈 준비 해놓으라고 해놓긴 했는데 저놈이 계속 저렇게 움직일 수 있으면 도망도 못 가. 알지?”
“......”
“너한테 다 떠맡기는 것 같아서  그런데 지금 그런  가릴 때가 아니야. 아티펙트나 련이가 도와준다고 뭔가가 확 바뀔 것 같지도 않고. 그러니까 확실하게 하자. 안 쓰는 거야, 아님  쓰는 거야?”


 현은 입술을 두어 번 짓씹다가 대꾸했다.


“쓸 수는 있지만 장담은 못 합니다.”


애매한 대답이었지만 전생 이야기를 들으며 ‘강림’이 뭔지 대충 알고 있는 승하는 더 닦달하지 않았다.
 현이 어떤 리스크를 안고 그 힘을 사용하는 지 들어서 아는데 사용 가능 여부를 묻는 그녀의 속도 편치만은 않았다.


“좋아. 막타는 맡길 테니 예정대로. 네 말대로 저놈이 진짜 불사신이겠어? 한계가 있겠지.”


그리 말하곤 승하가 일어섰다. 내상이 보통이 아닌지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류 현은 다시 손을 뻗진 않았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겐지. 기다리다 지치겠구나. 덕분에 짐도 대충 적응이 끝났다만은.]

류 현은 대답 대신 꺼뜨린 검은 안개를 다시 끌어올렸다. 톱날처럼 회전 시키는 그 기술이 아니면 별 소용 없겠지만 별  없었다.

‘‘강림’을 한 번 쓰면 끝을 봐야한다. 승하가 추스를 때까진 시간을 벌어야 해.’


때 마침 류 현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 화련이 나섰다. 승하의 몸이 떠오르자 류 현은 속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5분. 5분만 버텨보자.’

그런 류 현의 결심은,


콰릉! 우지직! “캬..학!”

기다렸다는 듯이 밀고 들어오는 구엘 뒤 굴락의 주먹에 짓뭉갰다.
우당탕! 얻어맞는 순간 인지했지만 날려가는 걸 피할 수가 없었다. 뜯어 먹힌 것 같은 형태의 검은 안개가 최소한의 반응을 했다는 것만 보여줄 뿐.


[가진 권능에 비해서 몸은 꽤 튼튼하구나. 아니면 권능자체가  계통이거나.]
‘염병...균형감각이...’

류 현이 좀처럼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동안 놈이 거리를 좁혀왔다.  현은 초점이 맞질 않는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허나...]

키아악! 스칵! 놈의 머리통 위쪽에 나타난 승하가 있는 힘껏 검은 검기를 내쏘았지만 목덜미를 조금 베었을 뿐, 잠깐 멈칫하게 만드는 것이 전부였다.
놈은 귀찮은 파리를 내쫓듯 다시 그녀에게 붉은 오러를 내뿜어 쫓아내고는, 류 현에게 손을 뻗었다.


후욱! 검은 안개가 말 안 듣는 몸 대신 저항을 했지만, 붉은 오러 앞에서 채 10초를 버티지 못했다.


“끄륵...”

꽈악- 우드득! “끕...!” 손아귀 힘이 강해지자 류 현은 몸을 뒤채며 저항했지만 별 다른 의미는 없었다.
검은 안개는 사방을 둘러싼 붉은 오러에 거의 다 갉아 먹혔고 그만큼 기세를 올려 이제는,

키아악! 까앙! 승하의 검은 검기마저 튕겨내었다. 승하는 질겁했다.


‘이런 미친...’“류 현!”

콰앙! 류 현의 움켜쥔 손이 바닥을 뚫을 기세로 흙바닥을 후려쳤다. 주먹이 반이나 바닥에 박혔다가 뽑아내고는,

“끄아아아악!”

꾸웅! 다시금 바닥에 주먹을 쳐 박았다.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찢어지는 류 현의 비명이 울렸다.

“끄가아아아악!”


물리적 충격이 아닌, 가슴에 구멍이 뚫렸을 때처럼 놈의 살점이 파고  고통 때문에 내지르는 소리였지만 그들이 알 도리는 없었다.

“이 새끼가!”

키이이익! 캉! 캉! 푸홧! 류 현의 비명소리에 승하는 눈이 뒤집혔다. 페이스 배분이나, 퇴각 같은 건 그녀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코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든 말든 미친 듯이 검은 검기를 뿜어내었고, 기어코 놈의 팔을 반 이상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그 뒤를,

꾸웅! 꾸웅! 콰직! 우지직! 화련이 만들어낸 무형의 공간이 망치질 하듯 내리찍었다.
뿌북! 미친 듯이 절단면 위를 내려찍은 그녀는 기어코 놈의 팔을 떨어뜨리는  성공했다.
그런 위업을 그녀의 꼴은 승하보다 더 처참하였는데, 하얀 빛이 백열하고 있는 두 눈  하나는 동공을 제외하면, 핏줄이 모두 터져 새빨갛게 물들어 피눈물을 쏟아내었고, 턱은 코피와 토혈로 진득해졌다가 멀끔해지기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그녀의 몸을 붙들고 있는 희란이 아니었다면 진작 쓰러졌으리라.


“카학...! 우웩...”

토혈하는 와중에도 화련은 승하의 몸을 잘라낸 팔 근처로 날려 보냈다. 뇌혈관이 끊어지는 기분이었지만 그녀는 기절하는 것조차 스스로에게 용납하지 않았다.


“야,  현! 대답해! 정신 놓지마!”

승하는 잘려나가고도  현을 움켜쥔 놈의 손가락을 잘라내고, 눈이 반쯤 맛이 간  현의 이름을 계속 불러대었다. 외상은  것 없어 보였는데, 영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부축을 받고 나서야 그가 신음 같은 소리를 내었다.
‘염병...이거 튀어야 할 각인데 튈 수도 없네.’


승하는 어금니를 사려 물며 퇴로를 살폈지만, 아무리 봐도 뒤를 물려서 모두가 찢겨죽는 그림 밖에 그려지질 않았다.
탱커 겸 스트라이커 역을 수행할  있는 유일한 재원인 류 현이 이렇게 맥없이 당하는데, 도망가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저 붉은 오러를 어떻게 해야 해. 공격이고 방어고 다 저것 때문에 성립이 안 되는데 저놈은 저걸로 공격이랑 방어를 전부 겸하니...’


오죽하면  현을 상대하던 괴수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싶었다. 검은 안개를 두른 채 괴수를 찢어발기던  현과 붉은 오러를 두른 놈의 싸움 방식은 꽤 유사했으니까.

‘근데 왜 아까 전부터  현이랑 부딪히고 나서 계속 부들부들 떠는 거야? 타격이 있는 것 같진 않은데..’
[믿을 수가 없군. 몰락한 신격이 집행자에게 무심한  알았거늘...그게 아니었는가?]


돌아보는 놈의 눈은 분명히 희열에 차있었다. 승하는 핏물이 넘어오는 것을  참으며 마력을, 검기를 불러일으켰다. 안 그래도 심하던 내상이 온몸으로 번져나가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신격의 파편을 맛보게  줄이야.]

놈은 반격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느릿하게 손을 뻗어왔다. 놈의 주변을 감싼 붉은 오러는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키이잉! 키아악! 뻐벙! 승하는  현을 옆구리에  채로 펄쩍펄쩍 뛰면서 붉은 오러를 떨쳐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한 검은 검기가 내뿜어 질 때마다 붉은 오러에 구멍이 뚫렸지만, 그녀의 내부에도 내상이라는 구멍이 뻥뻥 뚫렸다.


‘염...병!’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다리가 후들거리고, 시야가 부옇게 변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성가시군.]

퍼억! 붉은 오러를 상대하느라 온 정신을 쏟은 그녀가 구엘 뒤 굴락의 접근을 눈치 채지 못한 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대가가 치명적이었을 뿐.
10미터는 굴러나가 떨어진 후에야 승하는 멈출 수 있었다.
그녀는 바로 몸을 일으켜 응전하고자 했지만, 풀려버린 다리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무릎만으로  그녀는 후들거리는, 아무것도 쥐지 않은 오른 손으로 구엘 뒤 굴락을 겨누었다. 칼은 류 현을 감쌀  왼팔과 함께 박살났기 때문이었다. ‘가방’을 느긋하게 조작할 시간도, 기력도 없었다. 날을 세운 오른손날 위로 진득한 검은 검기가 스며 나왔다.

‘한 번...그 이상은 팔이 못 버텨.’

스스로 생각해도 의미 없는 행동이었지만 그냥 손 놓고 있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흥미롭기는 하나, 그 이상 뭔가 있지도 않군. 더 놀아주고 싶지만, 파편을 흡수하는 게 더 급하니...]


뻗어오는 놈의 커다란 손이 사형선고처럼 느껴졌다. 승하는 이를 악물었다.


그 때였다.


후르르! 퍼어억! 촤확! 후끈한 것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놈의 거대한 손이 터져나갔다. 뺨을 스치고 지나간 것으로 보이는 검은 기운은 그대로 놈의 팔꿈치까지 쥐어 터뜨리고는 승하의 뒤편으로 되돌아왔다.  현이 누워있었던 자리로.
승하의 고개가 고장 난 태엽인형처럼 버벅이며 돌아갔다.

“류...현?”

돌아본 그곳에는 어느새 몸을 일으킨 류 현이 있었다.
흰자위는 검게, 동공은 하얗게 변한 채로 무정물 같은 눈빛을 한 류 현이 돌아온 검은 기운을 제 몸 위로 휘돌게 하며 대꾸했다.

“예, 승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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