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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화 〉탐식마(貪食魔) (80/429)



〈 80화 〉탐식마(貪食魔)

뭔가 번쩍한 순간 류 현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은 하나였다. 아, 이거 생각보다 빡세겠네.


뒤이은 생각은 없었다.  죽어도 유니크 아티펙트라는  증명하려는 듯이, 그를 관통한 우레가 그의 온몸을 휘저어 놨다. 류 현은 저리거나, 타들어가는 통증보다 신경만 연결되어있고 몸 밖으로 적출된 내장들이 쇠막대로 휘저어지는 듯한 감각에 몸서리쳤다. 아니, 자신이 몸서리 치고 있다고 착각했다.


실제로 그의 몸은 대지에 두 다리를 꼿꼿하게 박은 채,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그의 발치에는 흙이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고, 그가 숨어있었던 수풀은 흔적도 없이 날아간 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 광경은 그의 일행들의 이성도 같이 날려버렸다.


“마스터!”

화련은 자신이 들어도 섬뜩한 찢어지는 목소리와 함께 수풀에서 곧바로 튀어나갔다. 라가 로드의 모습을 보고 움츠러들었던 기억은 이미 저편으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정렬해있던 라가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서 모였지만, 화련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라가 로드가 그런 그녀를 보고 손가락을 올리려는 그 때, 그녀의 반대편 수풀이 폭발하며 인영이 솟구쳤다.

“류 현!”

나승하는 왼쪽 옆구리에 희란을 거의 매단 상태로 훌쩍 뛰어올랐다. 기척을 죽이긴커녕, 되려 숨기고 있던 존재감을 과시하듯이 마력을 흩뿌리며 뛰쳐나왔다. 화련에게 쏠렸던 시선들이 순식간에 그녀에게로 몰렸다.

‘젠장, 저게 대체 뭐야. 리치도 아니면서 저런 마법을 쓴다고? 5성짜리 보다 더 하잖아? 쟤 혼자만 있어도 퍼플 급이잖아!’


그녀가 보고 있는 류 현 뒤편의 바닥에는 어디까지 뚫린 건지 알 수 없는 구멍이 뚫려있었다. 승하는 산을 관통한 것 같다는 자신의 감을 애써 무시하며, 자신의 모습을 보고 굳어있는 화련에게로 내달렸다.

“대체  이리로 오...”
“잔말 말고!”


화련이 뭐라고 입을 제대로 열기도 전에, 승하의 팔이 화련의 허리를 낚아채었다. 체구가 작은 그녀는 문제 없이 승하의 품안으로 들어갔다. 승하는 재차 입을 열려는 화련의 입을 가로 막듯이 말했다.

“류 현은 내가 뒤로 빼돌려 줄 테니까. 데리고 튀어 알겠어?”
‘살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니야, 살아있을 거야. 리치 저주도 씹는 괴물인데. 살아있어야지.’
“그게 대체 무슨...”
“알아들었냐고!”

화련은 서슬 퍼런 기세에 밀려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았다. 승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그들이 타고 내려온 등성이를 타고 올라갔다. 라가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승하는 두 여자를 높은 지대에 올려놓고 등을 돌렸다.

그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로드를 바라보고 있는 라가 무리를 따라 로드를 노려봤다.

‘설마 아티펙트 인건가? 로드라도 그렇지 아티펙트 쓰는 괴수는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대충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라가 로드였다. 차이점은 여태껏  적 없는 하얀 모습이라는 것과,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리치 뺨치는 전격마법을 쏘고도 멀쩡하다는 것. 전자는 그렇다고 쳐도, 후자는 그녀라도 무시할 수 없는 차이였다. 라가 챔피언이나 응룡에 비해서 좀 부실해 보이는 외견과 달리, 라가 로드는 그 자체 스펙으로도 그녀와 검격을 나눌 수 있을 정도니까.


그녀는 속으로 혀를 찼다.

‘일단 류 현부터 빼돌리고 생각하자. 몸 빼는  정도는 가능할...’


승하가 그리 생각하며 류 현 쪽으로 시선을 돌린 그 순간이었다.

“끄으응, 생각보다 화력이  세네. 하마터면 정신줄 놓을 뻔...응? 왜 그러고 계십니까들?”


번개를 직격당하고 부들부들 떨다가 어느 순간부터  움직임마저 멎었던, 류 현이 뒷목을 주무르며 그들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는 라가 로드조차 놀랄 수밖에 없었는지, 눈을 비비적거리기까지 했다. 승하는 그 모습에 그만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미친  인간 맞아? 대체 항마력이...아냐, 뚫리긴 했는데? 설마 바로 재생한 거야?’

산에 구멍을 내는 전격 마법이라니, 직접 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믿지 않았을 위력이다. 단독으로 그녀를 가장 고생시켰던 5성 리치도 저 정도 수준의 마법은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런데 그걸 맞고도 저렇게 멀쩡하다니. 이 쯤 되면   자체가 연구대상이 될 법하다.

“앗, 따거. 에이씨, 정전기 오르네.”


거기다가 조금 따끔거린다고 투덜거리는 여유까지. 승하를 포함한 세 여자는, 방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걱정이 허물어지는 것과 함께 자신들이 떤 소란이 대체 뭐였나 묻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이 황당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라가로드였다. 라가로드는 방금 전 류 현에게 번개를 내쏠 때와 마찬가지로 그에게 손가락을 겨누고,


꽈릉! 아무런 경고도 없이 섬광을 내뿜었다. 그야말로 섬전. 하지만 류 현은 무방비 상태가 아니었다.


파지직! 뇌전이 내뿜어지기도 전에, 류 현이 앞을 가로막듯이 내뻗은 왼손에 가로막힌 뇌전이 말 그대로 발광했다.

뇌전은 그의 발치의 땅을 태우고, 돌을 튕겨내었다. 하지만 그의 손아귀를 넘어가지 못했다. 마치 뇌전을 움켜쥔 듯한 모습. 아무런 대가 없이 보일 수 있는 묘기는 아니었다. 그 뇌전이 아니었다면 모두가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류 현 몸 주변에 시커먼 안개처럼 모인 마력과 뇌전을 빨아들이고 있는 에너지 드레인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을!


류 현은 에너지 드레인을 펼치고 있는 왼손으로 뇌전을 흩어놓듯이 손을 흩뿌렸다. 이미  현에게 대부분 흡수당한 뇌전은 힘없이 사그라졌다. 류 현은 얼얼한 손아귀를 주물럭거리며 얼이 빠져 있는 라가 로드를 쳐다보았다.

‘확실히 좀 빡세네. 2월에 그냥 들어왔으면 피  봤겠는 걸.’

덤덤한 표정과는 다르게 조금 당황하긴 했다. 직격 당했을 때는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게 전부였으니까. 그녀들을 커버해준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전생에서 전격 마법은 수도 없이 맞아봤지만, 그것과는 비교를 거부했다. 상정외의 파괴력. 에너지 드레인을 깨우치지 않은 상태였다면 그의 두터운 항마력도 뚫리고 최소  한쪽은 못쓰게 되었을 위력.


‘그래, 명색이 유니크 아티펙트인데 이 정도는 해줘야. 찾아온 보람이 있지.’

지금은 그 예상외의 파괴력이 고맙기만 했다. 조급증을 부려서 2월 달에 들어왔다면 예상외의 재난이었겠지만, 지금은 전리품의 질이 예상보다 높다는 것과 다름없는 소리였으니까.


“고맙게 쓸 게.”

류 현은 라가로드가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앞으로 내쏘아져갔다. 한 번의 도움닫기로 5미터 넘게 날아간  현은 그대로 발치의 라가 전사 머리를 밟으며, 가마를 향해서 뛰어나갔다. 라가들이 뒤늦게 반응했지만,  현이 가마 코앞까지 도달하기에는 충분한 빈틈이었다. 류 현은 한계까지 뒤로 빼었던 주먹을 허공으로 내뻗었다.


콰광! 쩌엉! 서로 수를 주고받는 것처럼 폭음이 교차했다. 먼지 구름을 해치며 두 그림자가 서로 반대편으로 튕겨져 나왔다.

하나는 온통 하얀 라가로드였고, 다른 하나는 열흘이 넘는 던전 플레이로 상거지 꼴이 된 류 현이었다.  현은 어느새 ‘가방’에서 꺼냈는지, 철제 장검과 단창 하나를 쥐고 있었다. 라가 주술사가  찰나에 내쏜 저주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 모습이었다.


라가로드가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등허리에 메어두었던 곡도를 뽑아들었다. 곡도는 못해도 류 현의 팔뚝만한 굵기였다. 거기에 심상치 않은 푸르스름한 예기까지. 류 현은  모습이 씨익 미소 지었다.

‘연발로   쏘고 나면 쿨타임이 필요한가 보군. 단순히 마력이 모자라서 그런 건가? 그런 거였으면 좋겠는데.’

그런 상념에 빠진 류 현의 사고 사이로,


“너 지금 뭐해!”

승하가  내지른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왔다. 그녀는 전선에 뛰어들어서 이미 응룡 하나의 목을 베어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녀의 주변으로 라가 전사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류 현은 뒤돌아보지도 않은  말했다.

“계획대로 갑니다. 계획대로.   하나라도 로드를 칠 수 있으면 치는 거였잖습니까.”
“지금 이 상황에서  소리가 나오...”
“그럼 부탁드립니다!”

 현은 승하가 대답하기 전에 앞으로 내달렸다. 그에 응하듯 라가로드가 곡도를 앞세우며 달려들었다. 두 인영이 스쳐지나가듯이 격돌했다.

[쿠오옷!]


콰칭! 라가로드의 내려 베기에  현은 단창을 끼워 넣어 기세를 죽이고, 장검으로 뿌려 쳤다. 단  합이었다. 그런데도 창대가 반쯤 파였고, 장검은 눈에 보일 정도로 이가 나갔다. 류 현은 라가로드가 움켜쥔 곡도를 다시  번 힐끔거렸다. 곡도 위로 아지랑이 같은 것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괴수 주제에 마력검이라니...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난이도 측정이 너무 엉터리라니까. 이건 한 단계  수준이 아니라 2.5단계는 더 높은 건데 말이지.”

[크르륵!] 라가로드가 그의 말에 대꾸하듯이 콧김을 흥 뿜었다. 당연히 알아들어서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건 신호였다.

쩌엉! 류 현의 뒤통수 쪽 공간에 갑자기 파문이 일었다. 원인은 어느새 그를 포위하기 시작한 라가 무리중 주술사가 내쏜 저주였다.

류 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라가 주술사의 저주가 그의 항마력을 뚫기도 힘들고, 설사 걸리더라도 죽을 정도는 아니다. 눈을 돌렸다가 전격공격에 한   얻어맞는  더 곤란하다. 죽진 않더라도 한 순간이나마 무력화 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래, 그래. 그래도 짱구 굴릴 줄은 안다 이거지?”

그리 말하며  현은 평소에 손바닥에만 펼치고 있던 에너지 드레인을,  몸으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마력이라도 빨아들일 기세로 펼치기 시작했다. 그의 몸 주변으로 검은 아지랑이 같은 것이 보일 정도였다. 류 현에게 저주를 쏜 라가 주술사가 뒤로 물러났고, 라가로드 또한 곡도 끝을 겨누며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이거 네임드  아니면 마진이 안남지만...오늘 득템도 했으니, 파격 서비스다.”

류 현은 사납게 미소 지었다. 전에 보인 적 없는, 육식 동물 같은 그런 얼굴이었다.


***


스칵! [끼이악!][꾸오오!]


가면 쓴 라가 전사의 머리가 빙글빙글 돌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영원히 허공으로 날아오를 것 같던 머리는, 뒤쪽에 밀고 들어오던 응룡의 콧잔등을 후려쳤다. 응룡이 분노하며 발치에 깔린 시체들을 짓이기며 달려들었다.

“헉헉...”

희란은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헐떡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발은 지면에 붙은  끌리기만 했고, 이동한 거리는  한 뼘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덮쳐드는  분수와 응룡에게서 그녀를 빼돌린 건,

우웅! 보이지 않는 무형의 압력이었다. 희란은 허공에 매달린 채로 시선을 위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피투성이의 작은 여자가 허공을 딛고 서 있었다.


“언니...”
“무리 하지 마, 희란이 네 역할은 그게 아니잖아?”


희란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화련이 왼쪽을 향해서 소리쳤다.


“여기!”
“여기, 라고 하지 말라니까!”


머리 위에서 대꾸가 들려오더니 순식간에 그림자 하나가  위로 내리 꽂혔다. 정확히는 응룡의 머리 위로.

쾅! [끄르륵!]


“맞붙으면  방 감인 게 까불고 있어. 이제  편하게 뛰어다니겠네. 이놈이 마지막 맞지?”

단칼에 목이 끊긴 응룡의 위에  승하는 칼을 대충 휘둘러 피와 살점을 털어내었다. 화련도 그걸로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게 마지막 맞아. 요...”
“주술사는?”
“아까 희란이가 마지막  마리 처리 했어. 요...”
“반말할 거면 그냥 반말해.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 데. 새삼스럽게 왜 갑자기 존댓말?”

승하의 말에 화련은 어처구니없는 기분으로 발밑에 펼쳐진 광경을 둘러봤다. 시체, 시체, 시체. 불과  분 전만 해도  백을 헤아리던 라가무리 대부분이 분지에 몸을 눕히고 있었다. 피 비린내에 코가 마비된 지 오래고, 눈으로 들어오는 것만 아니면 피가 튀어도 신경 쓰는 게 무의미  정도였다. 바닥에는 이미 피가 발목까지 찰 정도로 고여 있는 상황.

 상황을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한 인원 중 하나인 승하의 면전에 대고, 그냥 평소처럼 반말을 할 정도로 화련의 신경줄은 굵은 편은  되었다.

라가 챔피언  마리, 응룡 세 마리, 라가 주술사 두 마리. 그녀가 혼자서 참살한 라가 상위종의 숫자였다. 로드를 제외하면 거의 혼자서 다 상대했다고 해도 무방한 숫자. 그냥 라가 전사들의 숫자를 넣기 시작하면 일당백이라는 게 그저 신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수 있을 테지.


‘진짜 괴물이야...괴물, 괴물 했지만 이정도 일 줄은...’

꽈릉!

그런 화련의 생각을 굉음이 부수고 들어왔다. 화련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른 두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우레에 하늘이, 산이 찢어지고 있었다.


[쿠오오!]


하지만 그런 기적을 행한 라가로드의 상태는 처참했다. 시퍼런 예기를 흘리던 곡도는 이미 반토막 난 상태였고, 셋이나 되던 백업 요원인 라가 주술사들은 이미 갈가리 찢겨서 시체 무더기 속에 섞여 들어간 지 오래였다. 라가로드 본인은 왼팔은 날아가고, 오른쪽 눈은 터져서 형채를 알아  수도 없는 상태. 가슴이나 다리에  수 많은 자상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화련은 라가로드의 오른손,  검지에 끼워져 있는, 반짝거리는 대롱. 푸른빛의 반지를 봤다.

‘적의 아티펙트를 역이용하다니...’


혼자서 라가 상위종 대부분을 상대한 승하도 대단하지만,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결국 류 현이 될 것이다. 그는 라가로드를 혼자 상대하는 와중에 뇌전 공격을 유도했고, 거기에 휩쓸린 라가 숫자만 해도 백을 헤아릴 테니까.

‘그러고도 지친 기색 하나 없다니...’

멀리서 보기에도 류 현은 어깨를 들썩이거나, 발걸음이 느려지거나 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가면 갈수록 발동이 걸리는지, 라가로드를 건드리는 횟수가 계속해서 늘어가는 중이었지.


[쿠오오오!] 콰릉!

다시금 우레가 허공을 찢으며  현에게 닥쳐들었지만, 파지직! 류 현은 그것을 가볍게 손으로 받아치며 돌진해 들어갔다. 뇌전은 처음에 비하면 눈에 띄게 약해져서 빨아들이고 할 것도 없었다.


 현은 세 번째로 교체한 장검을 앞으로 쭉 내밀며 짓쳐 들어갔다. 그에 대한 라가로드의 대응은, 첫 합과 동일한 내려치기!

카앙! 스칵!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처음과 별 다를 것 없는  현의 횡베기에 위풍당당하던 라가로드의 곡도가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나갔다. 그와 함께 떠오르는 잘린 오른팔은 덤이었다. 양팔을 잃은 라가로드가 마지막 표효를 내뱉기도 전에,

스칵! 푸핫! 라가로드의 머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류 현은 떠오르는 머리를 별 감흥 없이 외면하고는 떨어지는 오른팔을 받았다.

“드디어 찾았다. 청뢰.”

류 현은 곧바로 라가로드의 검지에 끼워져 있던, 파란 대롱 같은 반지를 빼내었다.


‘계속 가지고 싶다고 생각만 했지. 진짜 얻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예거즈’에 청뢰 지원을 요청하고, 묵살이라는 형태로 거절당했을 때. 그 뒤에 ‘예거즈’가 악룡의 공격으로 소멸하고 청뢰의 소멸 여부를 조사했을 때. 그 시절의 장면들이 스쳐지나가는  했다.

그리고 그런 류 현의 감회는,


꼬르륵! 눈치 없이 울어대는 배꼽시계가 사정없이 깨부쉈다. 그것까지는 아무래도 좋았다. 배가 고파질 때도 되었으니까.


그러나 그 직후 갑자기 입안에 넘치기 시작한 군침은 그런 식으로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미친 듯이 울어대는 배꼽시계와 갑자기 넘치는 군침. 너무 명백한 신호다.

‘이런 미친 설마...아티펙트도  먹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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