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2화 (542/604)

퉁퉁마디 (glasswort)

칭호: 갯벌의 명의

꽃말: 순화 (정화)

자생지: 오션 필드 (★★★★☆)

필드 발생 확률: high (☆☆☆☆☆)

가치: 약재, 식재 (★★★★☆)

특성: 회복형

최종 확정 등급: 노멀(Normal)

갯벌에서 자라는 다육질의 식물이다.

8월에 전투 보너스를 받는다.

녹색이지만 가을이 되면 색이 붉게 변한다.

오염물질을 흡수하여 바닷가를 정화시켜 주는 역할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영양가가 풍부해 바닷가에 사는 수많은 생명들을 구해 왔다.

“우와, 이 꽃엔 무려 명의라는 칭호가 달려 있네.”

이전에 만났던 모감주나무와 같은 오션 필드의 드라이어드들을 떠올려 보면 걱정부터 들었는데, 메모리 스톤의 내용을 보니 기대가 된다.

참골무꽃 (Sandy skullcap)

칭호: 조심성이 많은 규수

꽃말: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자생지: 오션 필드 (★★★★☆)

필드 발생 확률: middle-high (★★☆☆☆)

가치: 관상 (☆☆☆☆☆)

특성: 지원형

최종 확정 등급: 노멀(Normal)

바닷가의 모래에서 서식하는 골무를 닮은 꽃이다.

7월에 전투 보너스를 받는다.

해안가 근처의 척박한 땅에서도 자랄 수 있으나 발생지에 따라 생육 상태가 크게 차이가 난다.

조심성이 많은 규수? 더구나 꽃말까지 이러니…. 정보만 봐도 아주 조심히 대해야 하는 꽃이라는 게 느껴진다.

짧은 시간 내에 충분한 자료가 모였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사전 준비를 끝냈다. 이렇게까지 긴박하게 정보를 수집해 대비한 것은 처음이라 몸보다 머리가 더 피곤했다. 이젠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해야 될 때가 왔다.

“이게 정말 꽃말을 기반으로 식물의 군락지를 표시한 약도가 맞다면, 정체를 특정할 수 있는 그 두 곳을 가 보는 게 맞을 듯해. 마침 위치도 서로 가깝고.”

“힘들게 여기까지 와 놓고 다른 곳에 가겠다는 거야?”

“당장 과수원에 쳐들어가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게 마음에 걸려. 직전에 봉인과 봉인석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봉인석이 네 가지라는 것과 이 약도에 포함된 곳에 숨겨져 있다는 것 모두 확실한 게 아닌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 장소 중 한 곳을 살펴보러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면? 애초에 저 녀석이 꽃말이니 뭐니 하면서 헛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고 볼 수 있나?”

애쉬는 다시금 시들링에게 적대감을 표출했다. 환경을 놓고 보더라도 성격만으로도 둘은 절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보였다.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듯 시들링은 나보다 훨씬 식물에 대해 많이 알아. 이 상황에서 그의 지식을 빌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믿음직스러운데. 네가 확신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는 성격이란 건 알겠어.”

그가 다른 이들을 믿지 못해 의심하는 것, 자신의 확고한 판단만으로 돌발 행동을 하는 것, 그와 함께하며 점차 그가 왜 그런 행동을 벌이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 확실한 증거가 뒷받침된다면 얼마나 좋겠어. 여행을 하는 와중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현재 주어진 정보만으로 최대한 결론을 내리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게 모험이라 생각해. 어떨 때는 그게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고 어떨 때는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 우린 끊임없이 그런 여행을 해 왔고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어.”

모든 행동에 따른 미래의 결과를 알 수 있다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을까? 하지만 미래를 엿본 마거리트는 그러지 못했다. 나를 떠나 카수스에게로 간 것이 정말 최선의 결과라고 볼 수 없으니까.

“나는 지금 내가 하려는 게 끝내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확신 없이 들이박는 도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좀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봐. 약도에 표시된 곳을 찾아가 확인함으로써 카수스에 대항할 수 있는 카드를 얻을 수도 있잖아.”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맞아. 난 내가 하는 행동이 옳은 행동이라고 믿고 싶어. 그런 믿음도 없다면 어떻게 모험을 하겠어?”

내가 하는 행동에 믿음을 갖고 행해야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고 크게 자책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내 곁엔 내 믿음에 응답해 날 믿고 따라 주는 드라이어드들과 동료가 있었다.

“봉인석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러 갈 거야.”

내가 선택한 곳은 거리상으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참골무꽃 군락지가 있는 곳이었다. 물론 지금은 이미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일 수도 있다. 열심히 찾아가도 꽃 한 송이 못 볼 확률이 더 높겠지.

결국 모든 주도권은 내게 있기에 애쉬는 마지못해 동행을 인정했다.

평소라면 어두운 밤에 이동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변이 어둡다면 그만큼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사고가 생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날이 어두워져도 큰 무리 없이 활동할 수 있을 만큼 주변이 밝았다. 사방에 발광하는 불이 많기 때문에 마치 곳곳에 가로등을 켜 놓은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꽤나 아이러니한 장점이라고 볼 수 있었다.

참골무꽃 군락지로 가는 길에 있는 은신처에서 휴식을 취해 체력을 비축한 후 이동을 재개했다. 퉁퉁마디와 참골무꽃, 두 식물 모두 해안가에서 자라나는 꽃이다 보니 방향도 과거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는 곳이었다.

“이쯤 어딘가인데.”

과거 주변에 태초의 군락지가 넷이나 있었다는 테라리움은 정말 얼마나 대단했을까? 이곳에서 무려 네 종류의 식물이 신화를 이룩했다는 거잖아.

의지할 게 낙서에 가까운 약도이기에 정확한 위치를 찾기 힘들어 비교적 고지대에 올라 주변을 살피고 있는 와중에 어떠한 인기척이 포착되었다. 불과 달리 그림자를 지니고 있는 무언가의 움직임으로 환각을 보았나 싶을 정도로 금방 사라져 버려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저쪽에서 뭔가 움직였는데 혹시 봤어?”

혹시나 싶어 둘에게 물었는데 하필 시들링은 나와 정반대 방향을 보고 있었고, 애쉬는 딴짓을 하고 있어서 소득은 없었다.

“불 때문에 생명체가 있을 리 만무한데…. 그런데도 여기에 우리 말고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건, 드루이드나 드라이어드가 아닐까? 저쪽으로 가보자.”

“듣기론 그런 걸 유령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는데.”

애쉬가 유령이라는 단어를 길게 빼며 놀리듯 말했다.

“너도 그런 걸 믿어?”

“믿겠어? 누가 봐도 널 겁주려는 게 명확하잖아.”

헛웃음이 나왔다. 따지고 보자면 이 일대는 불에 의해 변모된 죽음의 대지였다. 애쉬의 장난처럼 유령 같은 게 나오기 딱 좋은 환경이란 뜻이었다. 하지만 과거 유령을 의심했던 정황들이 전부 드라이어드의 능력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 후론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본 것이 드라이어드일 수도 있으니까.

움직임을 목격한 지점까지 도달했고, 우린 그곳에서….

“아….”

드라이어드의 시체를 발견했다. 아니. 시체인 척하는 드라이어드를….

폐자재와 바위로 가려져 적당히 은신하기 좋은 곳에서 마침내 환각을 본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냈다. 단아한 보라색 옷을 입은 여리여리한 드라이어드였다. 이런 곳에서 정말로 드라이어드를 만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 드라이어드는 우릴 보자마자 갑자기 신음하더니 픽 쓰러져 버리는 게 아닌가.

“…….”

“죽은 척하는 거야?”

애쉬의 말에 쓰러져 있는 몸뚱이가 움찔 튀며 반응을 보였다.

“조심성이 많은 드라이어드….”

“그럼 이미 죽은 거니까 한 번 더 죽여도 상관없지?”

그가 위협적으로 굴자 파르르 떨던 몸뚱이가 마침내 일어났다.

“…살려 주세요.”

드라이어드는 겁에 잔뜩 질려서 덜덜 떨며 슬금슬금 우리와 거리를 벌렸다. 옷에 노리개처럼 작은 연보라색 꽃들이 매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드라이어드가 확실했다.

꽃이 무서워하자 애쉬는 더욱더 위협의 강도를 높였다. 옆에서 보니 그가 마치 놀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즐거워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여러모로 최악인 사람이었다.

“조심성이 많은 드라이어드라고 하던데 조심성이 많다기보단 그저 겁이 많은 것 같은데.”

메모리 스톤에서 봤던 내용을 떠올리며 눈앞의 드라이어드와 대조해 보았다.

“안녕? 우린 널 해칠 생각이 없어. 저 녀석이 무서운 거라면 내가 막아 줄게.”

애쉬를 밀어낸 후 내가 앞에 섰다. 그런데 그 드라이어드는 나 또한 무섭게 느껴지는지 더욱 덜덜 떨며 거리를 벌렸다.

“혹시 넌 참골무꽃 드라이어드야? 정말 널 해치려고 여기 온 게 아니라 찾을 게 있어서 왔어. 네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가까이 가지 않을게.”

“살려 주세요….”

그렇게 말한 드라이어드는 다시 우리 눈치를 보더니 그대로 픽 쓰러지며 죽은 척을 했다.

여태 만난 그 어떤 이들보다 엄청난 겁쟁이였다. 대체 죽은 척을 하면 안전할 거란 발상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저렇게 연약해 보이는 꽃이 어떻게 이곳에서 살아남았는지 무척 궁금했다.

“죽은 척은 통하지 않아…. 간혹 죽은 시체는 무시하고 지나치는 동물도 있다고 들었는데, 사방팔방에 돌아다니고 있는 불은 오히려 더 좋다고 달려들 거야…. 불에게 드라이어드는… 좋은 먹잇감이라.”

내 말에 드라이어드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떨었다. 매너 모드를 켠 채 쉴 새 없이 울리는 폰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혹시 다른 드라이어드를 보면 좀 안심하겠어? 그러고 보니 내겐 네 꽃과 비슷하게 생긴 꽃이 있어! 색깔도 비슷하고….”

같은 보라 계열의 꽃에 여린 성정을 가진 바곳이 떠올랐다. 바곳도 한 때 울보 겁쟁이였던 시절이 있으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싶어서 아티팩트에서 그를 불러냈다.

그런데…. 참골무꽃은 바곳을 보자마자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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