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갈등을 유발하는 근본 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엉켜 버린 실타래를 풀 수 있었다.
다만 스텔라와의 갈등의 원인은 베스탈리스였고, 불과 공존할 수 없는 세계의 해묵은 반목 때문에 세계가 뒤집히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했다.
스텔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조직을 키워 오랜 시간에 걸쳐 힘을 비축한 것이 아닌가? 그러니 그녀가 이 자리에서 이토록 분노하는 원인은 단순히 베스탈리스에 대한 차별에 있는 게 아니라 그녀 개인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제때 잘 피했는지 이 자리에 없는 에우노미아를 떠올렸다. 그녀는 스텔라가 어떤 심정으로 이곳에 왔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에우노미아를 찾아 그간의 이야기를 듣기엔 상황이 좋지 않지. 그렇다면 불가능인가? 그건 아니었다.
에우노미아가 알고 있을 거란 사실이 중요했다. 전혀 인연이 없던 타인이 사정을 알 정도라면 스텔라의 속마음은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었다. 이미 한 번 함락당했으니 파고들 틈이 있을 것이다.
“실새삼.”
“그래.”
난 여태 내 드라이어드 중 실새삼이 가장 파악하기 힘든 드라이어드라고 생각해 왔다.
가장 오래 산 드라이어드일뿐만 아니라 세계를 멸망시킨 드루이드의 곁을 지키며 멸망에 일조했고, 다시 태어나며 과거 기억이 잠겼다지만 그의 모든 행동에 현자의 연륜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를 파악하려 할수록 나타나는 새로운 모습에 놀라고 성장하며 모습도 훌쩍 자라자 이전처럼 아이 대하듯 편히 대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했다.
내 드라이어드임에도 불구하고 수수께끼에 쌓인 드라이어드.
하지만 그간 나를 이 세계와 ‘연결’해 온 그의 행보와 그가 성장함에 따라 그의 정보란에 새로이 오픈된 정보를 통해 그의 특질을 다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실새삼의 특성은 공격형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과 더불어 칭호 역시 무자비한 파괴자였지만, 이 드라이어드의 진가는 공격과 파괴가 아닌 소통과 연결에서 드러났다.
그의 정보란에 의문스럽게 자리하던 자물쇠 걸린 2개의 문구 중 하나가 해금되었다.
숙주를 제한하는 것은 이 식물이 가진 잠재 능력을 한계 짓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