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화
(408/604)
4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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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본 내용이라면 절대 잊지 않는다. 그것이 과거가 텅 비어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였다.
“실례지만 예약자 목록을 볼 수 있을까요? 일행이 제대로 예약했는지 알고 싶어서요.”
의문의 여인이 고급 식당을 돌며 예약자 리스트를 확인한 것도 벌써 12번째였다.
조금만 더 번호를 거슬러 올라가면 불가능할 일이지만, 그녀가 떠도는 테라리움들은 그 정도 보안쯤은 가볍게 여기는 곳들이었다.
“아, 명단에 없네요. 이런.”
“누락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예약을 도와드릴까요?”
“아니에요. 일행과 말이 엇갈렸을 수도 있으니 다시 이야기를 나눈 후 방문할게요.”
점원은 미련 없이 떠나는 여인의 뒷모습을 얼떨떨한 눈초리로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거뒀다.
‘여기도 없어. 하지만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야. 다음은 저곳을 가 볼까?’
그리고 마침내 골목 안쪽의, 일부러 찾지 않는다면 잘 눈에 띄지 않는 가게에서 찾던 것을 발견했다.
앞뒤로 높게 세워진 건물들이 햇빛을 가려 생긴 음지는 눈에 띄지 않길 원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여인이 그토록 찾아다닌 것도, 아니 사람도 그런 부류였다.
남들 눈에 잘 띄지 않길 원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양지를 포기할 수 없는 그런 사람.
늘 좋은 식사 감사합니다.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