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6화 (406/604)

다시 1번째 테라리움을 방문하게 되었다.

파라다이스 테라리움에 대한 건으로 출입했던 건물보단 훨씬 중앙에서 멀리 떨어지고 작은 건물에서 소수와 함께 회의를 진행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세계수의 가지에 피해가 가는 일은 없도록 할 것입니다.”

난 그곳에서 중앙 행정 관리부에서 파견된 사람들을 상대로 길드전 진행 방식에 대해 브리핑했다.

이 자리엔 아스키아 길드의 마스터인 라피스도 함께였다.

그녀가 동석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제안한 길드전 방식에 동의한다면 그대로 진행하는 거고 자신들이 부당하다고 여긴다면 합의점을 찾는 거다.

아스키아 길드는 언제 어느 때나 가이아 길드를 깔아뭉개 버릴 수 있다고 자신했고, 중간에 1번째 테라리움이 끼게 되자 상당히 불만족스러운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들 입장에선 쓸데없이 과정이 길어졌다고 볼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참여한 이유는 1번째 테라리움이 소환했다는 압박감도 있지만, 길드전에 쓸데없이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

“어떻게든 쥐구멍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굴리나 본데,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걸 언제쯤 깨달을까 모르겠습니다.”

“쥐구멍을 만들 생각이었으면 당신 모르게 진행하지 않았을까요?”

라피스는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길드전을 벌이고 싶을 만큼 바짝 약이 오른 상태였다.

그녀는 수배를 내려서까지 잡고 싶어 했던 시들링을 완전히 포기했다. 아스키아가 얼마나 테라리움에 집착하는지 증명이라도 하듯 새로운 먹잇감인 60번째 테라리움에 눈이 돌아 버렸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들링에 대한 모든 수배도 철회되었다. 그가 길드 수배범이란 악명을 벗게 된 건 축하할 일이었지만 이미 너무 인식이 굳어져 희석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터였다.

라피스는 감히 1번째 테라리움에서 소란을 벌일 담은 없으므로 간신히 인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60번째 테라리움의 세계수 가지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길드전 방식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공성전의 큰 틀은 그대로 따왔다.

파괴하거나 뺏기면 진다. 다만 주어가 중요했다.

“테라리움의 정문과 후문을 점령당하면 수성 측의 패배로 간주하겠습니다. 절대 전투를 내부까지 끌고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이 경우 전투가 무리하게 길어질 것을 우려해 공성 측이 항복하게 되는 경우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자리에 있는 모든 인원들이 그다지 오랜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합의한 결과 길드전의 룰이 확정되었다.

1) 각각 60번째 테라리움의 정문과 후문을 상징하는 두 가지 구조물이 모두 완전히 파괴될 경우 수성 측인 가이아 길드는 패배한다.

2) 정문, 후문의 구조물을 길드전 시작 후 단 하나라도 4일 동안 지켜 낸다면 수성 측인 가이아 길드가 승리한다.

3) 어떠한 경우에서든 테라리움 내부 및 세계수 가지가 피해를 받는다면 가이아 길드는 패배한다.

4) 공성 측인 아스키아 길드는 진지(陣地)에 길드를 상징하는 구조물을 설치하며, 해당 구조물이 파괴될 시 가이아 길드가 승리한다.

5) 각 길드의 수장이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보전한 측이 승리한다.

6) 길드전은 통제되지 못하는 모든 외부 요인(불, 재해, 질병 등)이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1~5의 해당 사항이 외부 요인에 의해 만족되어도 승패는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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