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9화 (359/604)

지도상에서 사라진 지역이라 할지라도 세계수의 가지가 뻗어 나온다면 복구의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너무 절망적이게도 이미 죽은 지역에 기적은 없었다.

“굉장해요…!”

내 곁을 지키며 이따금 방어선을 뚫고 들어온 불을 처리하던 데이지가 상기된 목소리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너… 이번에도 쓰러지는 거 아니지?”

엘더의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내 몸 이곳저곳을 살폈다.

전적이 있던 나로선 그의 걱정 가득한 물음에 양심이 찔려 왔지만 이번엔 당당하게 괜찮노라 말할 수 있었다.

“완전 멀쩡함. 진짜임.”

메스키트와의 그래프트에 이어서 세계수의 가지를 다루는 가지 부르기까지.

광범위하고 엄청난 기술을 연달아 선보였지만 어쩐지 몸은 팔팔했다.

연이은 사건에 정신은 피로하긴 해도 이리저리 움직이는 몸엔 아직까지 활력이 가득했다. 찌뿌둥한 곳도 없고.

물론 내가 코피를 줄줄 흘리는 대신에 다이아를 왕창 쏟아 내긴 했다.

무한 다이아의 화면을 힐끔 보니, 바다에서 펼쳤던 엘더와의 다이아 제로 그래프트를 제외하면 단기간에 가장 많은 다이아를 소모한 날임을 알 수 있었다.

[주인님… 너무 행복해요….]

그래서인지 난쟁이들의 얼굴엔 만족감이 가득했고, 다들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표정으로 드러누운 채 배를 통통 두드리며 만족하고 있었다. 나를 보고도 보채지 않는 난쟁이들의 모습은 꽤 오랜만이었다.

범위 때문인지 엘더와의 평상시 그래프트보다도 다이아 소모량이 컸다.

엘더와의 그래프트가 비를 내리기에 실시간으로 빠르게 다이아가 줄어드는 방식이었다면, 메스키트와의 그래프트는 한번에 뭉텅이로 다이아가 훅 빠져나갔다.

어찌 보면 내가 그만큼의 다이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아예 그래프트가 발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처럼 느껴졌고, 이걸 생명력으로 치환하면… 수명이 뭉텅이로 빠질 것 같은 섬뜩한 기분이었다.

메스키트와의 그래프트로 소모된 다이아 수량은 가지 부르기에 소모된 다이아 수량과 거의 맞먹을 정도였다.

우스갯소리로 집안 기둥뿌리를 뽑는 낭비란 말이 있는데, 메스키트와의 그래프트는 세계수 가지 부러트릴 수준이라 보면 될 것 같았다. 역시 스페셜급 드라이어드는 그래프트도 참 비쌌다.

“네가 무사하다면 다행이지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시간은 번 것 같은데….”

엘더가 전투가 소강된 전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불은 세계수 가지의 기세에 눌려 꾸역꾸역 후퇴 중이었고, 메스키트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데저트 필드의 드라이어드들을 지휘하며 방어진을 세우고 있었다.

실새삼도 여전히 전장에 남아 바이오 필드의 드라이어드를 지휘하고 있었지만, 메스키트의 것과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그는 실 같은 줄기로 드라이어드들을 칭칭 감으며 기술 시범을 선보이거나 자랑을 하는 듯했는데, 그 행동을 곧이곧대로 따라 하는 바이오 필드 드라이어드들을 보자니 마치 주변 드라이어드들을 괴롭히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항상 민중을 괴롭히던 귀족들의 말로는 처형대의 이슬이었다. 적당히 괴롭혀라, 실새삼.

“이동 수단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잠시나마 모든 위험에서 벗어났단 사실을 귀신같이 눈치챈 사람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직도 파라다이스 테라리움을 벗어나지 못한 관람객 수가 상당했을뿐더러, 인페르노는 진즉에 발을 뺐지만 네이처 키퍼의 사람들 역시 잔뜩 남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모든 네이처 키퍼 단원들이 이곳에 잠입해 있다가 소란을 일으키진 않았을 거 아냐?

때맞춰 외부에서 지원된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들이 타고 온 이동 수단이 아직 남아 있을 법도 한데.

윈터를 찾아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와중, 폰이 가볍게 진동했다.

웅웅.

벌의 날갯짓과 같은 소리, 뜻밖의 메시지였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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