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것관 달리… 타토르는 글로리아 당신을 그렇게까지 적대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 남들 앞에서 자신의 허물이 들통날까 두려워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당신도 그 문서를 내 약점으로 사용했을 거 아닌가요?”
“그런 방식으로 글로리아, 그대의 마음을 얻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난 그저 남들 손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먼저 손에 넣고 내가 아는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지켰을 뿐이라네.”
정말 글로리아의 말처럼 타토르가 우리 앞에서 거짓말하고 있는 것이라면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왜 당장 내게 문서를 주지 않은 건가요?”
“그야, 그대가 문서의 존재 의의를 모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이 문서의 내용을 알게 되면 그대가 여태 일궜던 모든 것이 허상이 되어 버리는데 가능하다면 그대로 모른 채로 있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지. 자네가 어떻게 그 문서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타토르의 차분한 답변에 결국 글로리아는 기가 막혔는지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은 채 이를 갈았다.
하긴 나라도 철천지원수라고 여겼던 자가 알고 보니 날 돕기 위해 지극 정성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고 회로가 꼬여서 당장 말문이 막힐 것이다.
“차라리 문서를 파기하는 게 낫지 않았나요?”
내 질문에 타토르는 헛기침을 하더니 콧수염을 매만졌다.
“드루이드님께선 직접 그 문서를 가져온 자일 테니 내용에 대해 아실 테죠.”
하늘에서 퀘스트 보상처럼 펄럭펄럭 떨어져 내리는 것을 직접 잡아 두 눈으로 확인했으니 물론 내용은 알았다.
문서의 내용대로라면 타토르의 말처럼 글로리아가 이룬 모든 것들이 허상이 되었다.
글로리아는 사람이 아닌 재산 취급을 받고 있었으며, 그 말도 안 되는 법대로라면 그녀는 어떠한 사유 재산도 축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과수원 옆에 위용을 견주며 자리한 글로리아의 거대한 저택이 떠올랐다.
“그건 단순한 종이가 아닙니다. 연금술이 가미된 특수 종이죠. 그 종이는 여러 장이 하나의 결을 갖습니다. 생물로 치면 공동 운명체로 묶여 있는 것이나 다름없죠. 주로 계약과 연계된 이들에게 연대 책임을 물을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지키지 않을 시, 같은 신분의 다른 이가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