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2화 (192/604)

로웰라는 나처럼 최초의 군락지는 물론 바크 강화 등에 대한 지식을 잘 몰랐다. 나 역시 관련 지식을 습득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기꺼이 포르타에게 들은 걸 그대로 로웰라에게도 알려 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그녀가 날 보는 눈빛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거렸다. 항상 남에게 모르는 정보를 듣기 급급했던 내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도 있다니.

로웰라와 뒤 번대 테라리움까지 동행하는 건 어쩌면 롬가토에게 꼬리겨우살이 탄환을 얻게 된 순간부터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레벨이 낮은 드루이드의 드라이어드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탄환. 그리고 마침 뉴비 한둘을 길드로 영입해도 좋겠다고 먹은 마음.

매사에 열정적이고 노멀 등급 드라이어드도 아껴 주는 마음씨라면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로웰라의 동행은 나 혼자 정할 일이 아니었다. 비록 내가 길드 마스터이고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해도 시들링은 나와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할 동료였다. 나 홀로 여행 중이라면 바로 승낙했겠지만.

로웰라가 후식을 받으러 자리를 뜬 사이, 시들링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로웰라의 파티 영입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너보다 약하다. 갓 피워 낸 새싹 수준이다.”

“날더런 묘목이랬으니 나름대로 후한 평가였구나.”

“뒤 번대 테라리움으로 갈수록 세계수의 축복이 약해져 노멀 필드는 줄고 드라이어드들이 날씨와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극단적인 필드들이 늘어난다. 페널티를 안고 불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서 새싹 수준인 드루이드는 방해만 된다.”

역시나 시들링의 평가는 박했다. 그와 처음 만났을 때도 불 마차와의 결전에서 내게 참전은커녕 도주를 권했었다. 어쩌면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벅찬 상황이 될 수 있는데 로웰라까지 챙기겠다는 마음은 너무 주제넘는 걸까?

“하지만 전투를 겪으며 성장하는 거니까…. 우리 길드는 초보 드루이드를 위한 혜택이 좋은 편인데 길드까지 영입한 후에 함께 다니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엉겅퀴 드라이어드의 최초의 군락지를 알고 있다는데, 나도 바크 강화를 하려면 최초의 군락지를 가야 하는걸.”

“원한다면 외부인과 다시 방문하지 않겠다는 최초의 군락지의 규율을 깨고 카돈의 군락지로 널 안내하겠다.”

“카돈의 군락지도 궁금하지만 규율을 깨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어.”

날 위해 기꺼이 16번째 테라리움에서 의뢰 내용에 대한 발설 금지 조항도 깨고 바곳에 관한 정보를 알려 줄 때도 그러더니, 규율을 깨겠다는 말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그땐 상황이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처럼 자신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친절은 부담스럽다.

“그래, 네 의견은 알겠어. 할 수 없이 로웰라에겐 동행은 안 되겠다고 잘 말해야겠네. 아, 이런 거 말하는 건 진짜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상처받지 않게 잘 말할 수 있으려나….”

그렇지 않아도 여기저기 파티 가입을 거절당한 상태인데.

시들링과 대화를 끝내고 오래 지나지 않아 로웰라가 자신은 물론 우리 몫의 후식까지 모두 얻어 왔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든 우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여 가슴이 너무 아팠다. 환한 얼굴에 대고 거절 의사를 말해야 한다니.

어색한 손으로 후식을 넘겨받으며 감사 인사를 한 후엔 차마 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꽤 눈치가 빨랐다. 내 난처한 얼굴을 보고 거절 의사를 알아차린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기죽지 않고 오히려 더 밝게 웃었다.

“아, 제 부탁에 너무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돼용! 사실 그렇게 크게 기대하진 않았어요. 저도 제 능력을 아니까 아직 번호가 큰 테라리움까지 가기엔 너무 짐이 되겠죠.”

“짐이 아니라… 저도 생각하신 것처럼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거든요.”

“제가 더 강해져서 다음에 다시 물어봐도 될까요? 이렇게 좋은 장비도 주시고 너무 멋진 분들 같아서 꼭 함께 여행하면서 보고 배우고 싶어요!”

같이 여행해도 좋을 것 같은데…. 거절당해도 잡초처럼 꿋꿋하게 일어나는 저 모습에 감화되어 내 열정도 불타오를 것 같다.

“그렇다면… 혹시 길드는 가입되어 있으세요?”

“길드요? 아뇨, 저 같은 초보 드루이드가 어떻게 벌써부터 길드를 생각하겠어요.”

“그럼 저희 길드에 가입하실래요? 여기 테라리움의 전속 길드긴 한데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요. 영혼의 크기가 작은 드루이드와 어린 드라이어드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혜택이 있어요. 나중에라도 꼭 같이 여행을 하고 싶으니 저희 길드로 와서 빠르게 성장해 보는 건 어때요?”

“네? 테라리움 전속 길드요? 제가요?”

로웰라는 분명 성장하면 능력 있는 드루이드가 될 것처럼 보였다. 동행은 못 해도 그런 인재는 길드에 미리 납치해 와야지.

“정말 제가 가입해도 돼요? 저 정말 뿌리내리고 붙박을 거라 나중에 마음 바뀌셔서 쫓아내려 해도 안 나가고 버틸 거예요….”

로웰라는 미끼를 덥석 문 물고기처럼 일말의 거절도 없이 가입 제안을 승낙했다. 만약 자신을 계속 과소평가하며 거절을 반복했다면 좀 피곤해질 뻔했다.

내 핸드폰의 행정 관리 화면에서 ‘풋풋한 방문객’이라고 표시되어 있던 그녀는 길드에 가입 후 나타나는 정보도 특별했다.

이리스 파티를 비롯하여 시들링조차 이름만 뜨는 것과 달리 그녀의 이름 옆엔 초록색 동그라미 아이콘이 있었다. 터치하니 뜨는 ‘성장 촉진 특성 적용 중 성장 포인트 획득 가능’.

또한 그녀가 가입한 후 잠시 뒤 알람이 울리며 새로운 문구가 떴다. 시들링이 가입했을 때 새로운 특성이 열렸을 때와 비슷했다.

모든 것이 태어나고 모든 것이 시작하는 ‘가이아’ 길드의 축복에 걸맞은 작은 영혼을 세계수의 가지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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