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0화 (160/604)

축복이 담긴 분수 물이 신발 밑창을 적실 정도로 흘러넘쳤다. 바닷속 산호초처럼 뻗어 난 세계수의 가지가 금빛 오라에 휩싸였다.

28번째 테라리움을 습격했던 거대한 벌레 불을 해치웠을 때처럼 가지는 금빛의 파동을 만들어 사방으로 퍼뜨렸다. 그 반동에 물이 찰랑이며 파도치듯 밀려났다. 금빛 파동을 맞을 때마다 지상의 태양 크기는 점차 줄어들었다.

공격할 때마다 화상을 입을 것을 각오해야 했던 길드원들은 세계수의 축복의 힘을 온몸에 감고 전력을 다해 인페르노 수장을 향해 덤볐다. 지금이라면 그와의 전투에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세계수의 가지가 펼친 금빛 파동은 지상의 태양 크기를 확연히 줄였을지언정 완전히 없애진 못했다.

“내 주인, 제이. 전 당신이 저를 위한 데저트 필드를 불러올 줄 알았답니다. 제가 모두를 지킬 거대한 방패가 될 것을 바랄 줄 알았지요. 하지만 테라리움을 불러올 줄은 정말 예상도 못했네요. 제이는 정말 대단한 드루이드예요.”

내가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을 기꺼이 지킬 방패가 되리라. 내 소망에 응할 생각인지 메스키트가 방패를 드는 것이 보였다.

“이 기운과 함께라면 반드시 저 열기를 막아 낼 수 있습니다. 보여 드릴게요. 사막에 작렬하는 태양에도 굴복하지 않는 나무의 힘을.”

우리 편의 기세등등한 전투에 그는 불을 응집시켜 모으던 것을 멈추고 그대로 우리를 향해 쏘아 보낼 자세를 취했다. 결국 저 어마어마한 공격을 한 번은 방어해야만 했다. 방어형 드라이어드들이 분주하게 자신의 팀원들을 지키기 위해 방패를 드는 것이 보였다.

전선을 향해 걸어 나가는 메스키트의 주위로 거대한 하얀 신전의 환영이 보였다. 18번째 테라리움의 아티팩트 공방에서 VIP 최고 등급을 찍고 손에 넣은 태양의 신전 아티팩트 가구였다.

불현듯 태양의 신전은 다른 아티팩트들에 붙던 보너스 효과와 어딘가 달랐던 것이 떠올랐다. 그땐 그저 메스키트에게 선물할 생각으로 가득 차서 별생각 없이 넘겼던 효과. 너무 광고 문구스러워서 특별함을 눈치채지 못했던 효과.

인연이 깊은 드라이어드는 영광의 순간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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