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5화 (155/604)

검은 나뭇가지가 꽂힌 내 핸드폰엔 자동으로 <무한 다이아> 화면이 켜졌다. 가물거리는 시야로 바라보니 미칠 듯한 속도로 다이아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만 단위 아래는 전부 스킵이었다. 십만이 넘어가는 숫자가 수시로 바뀌었다.

난쟁이들이 다들 할 일을 멈추고 빠르게 사라져 가는 다이아를 놀란 얼굴로 빤히 구경할 정도였다. 28번째 테라리움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앞 번호의 가지라 그런지 다이아를 더 많이 먹는 건가?

“정신을 놓으면 안 돼.”

내 뺨을 붙든 엘더가 자신과 눈을 맞추게 하고선 내가 눈을 감으면 끝장이라는 듯 연신 내 이름을 불렀다. 싱그러운 녹음 같은 두 눈을 보고 있으니 몸은 힘들어도 정신은 정화되는 기분이라 웃음이 나왔다.

“웃어? 이렇게 다 죽을 것 같이 굴면서 지금 웃음이 나오는 거야?”

엘더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타박했다.

세계수의 가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이아를 포식했다. 줄어드는 다이아 속도만큼 검은 나뭇가지가 미친 듯이 내뿜던 열기도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또한 주위를 제압하던 파필리온의 기분 나쁜 아티팩트 기운까지 기세가 밀리는지 옅어졌다.

“어떻게 된 일이지?”

이상을 느낀 파필리온이 주위를 둘러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눈앞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파필리온에게도, 내게도 넘실거리는 유색의 오라가 땅에서부터 피어올라 전신을 감쌌다. 물감을 푼 것처럼 선명한 녹빛을 띠는 파필리온의 오라와 달리 내 오라는 연한 베이지색이었다.

두 오라는 마치 천적을 만난 것처럼 서로를 향해 위협적으로 넘실거렸다. 내 베이지색의 오라에 은은한 녹빛이 감돌아 연둣빛이 되어 갈 무렵 파필리온의 오라의 색이 점점 옅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리며 처음 보는 화면이 팝업되었다.

세계수의 16번째 테라리움의 지분율 안내.

테라리움의 지분율에 따라 행정권이 양도될 수 있습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