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2화 (152/604)

도착한 방은 파이프가 굉장히 많고 어두운 곳이었다. 벽에는 커다란 환기용 팬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은 환기실입니다. 저 프로펠러를 보시면 아시다시피 건물 외벽에 가장 가까운 방 중 하나입니다. 지키는 사람도 딱히 없는 곳이기도 하고요.”

드디어 보는 바깥 공기와 빛에 감동이 절로 밀려왔다. 오랫동안 한 방에 갇혀서 죽는 줄 알았어! 내 몸보다 큰 날개가 위협적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잘못 휘말리면 몸뚱이가 반토막이 날 것처럼 보였다. 조금 떨어져서 밖을 보니 확실히 더운 공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위협적으로 돌아가는 프로펠러를 가리키며 메스키트에게 부탁했다.

“메스키트, 저걸 고장 내 줄 수 있어? 밖을 봐야 하는데.”

처음엔 메스키트에게 부탁해 벽을 부술 생각이었다. 그녀의 힘은 단 한 번 랜스를 내지르는 것으로 유리 벽을 전부 박살 냈을 정도니까. 그 정도라면 벽에 큰 구멍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저 환기용 프로펠러가 없었다면… 무식하게 벽을 부술 생각이었나요? 외벽에 가까운 곳으로 안내해 달라고 하더니….”

프로펠러를 가리키는 날 보며 파피루스가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메스키트는 내 부탁에 랜스를 쥐었다.

“내 주인, 제이. 그대가 원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그녀의 검은 랜스에 금빛 모래가 휘감겼다. 모래를 닮은 꽃잎도 그녀의 주위를 나선형으로 휘감자 한눈에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위력이 응집하는 것이 느껴졌다.

메스키트의 기세에 다들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며 물러났다. 구경에 정신 팔린 내 어깨를 엘더가 잡아끌었다. 휘말려서 다치고 싶냐며 타박하는 말투가 귓가를 때렸다.

잠시 후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내지른 랜스가 프로펠러의 정중앙을 강타했다. 세차게 돌아가던 블레이드는 폭풍 맞은 나무처럼 파들파들 떨며 진동하다 멈춰 섰고, 곧바로 거대한 프로펠러가 통째로 자리를 벗어나 아래로 떨어졌다.

정말 대단한 위력이었다. 단순 고장 정도를 생각했는데 통째로 날려 버리다니.

잠시 뒤 지면을 강타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거센 난기류가 훅 끼쳐 올라왔다. 탁 트인 벽으로 보는 땅은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 우리 정말 높은 곳에 있었구나. 큰 소란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들키는 건 정말로 시간 문제겠지.

“엘더, 준비됐어?”

심호흡을 하며 내 하얀 꽃을 바라보았다. 메스키트의 선전에 질 수 없다는 듯이 그가 꾹 다문 입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원들에게 검은 나뭇가지와 수맥 연결을 부탁하는 편지 외에 시들링에겐 다른 부탁의 내용을 적은 편지를 전달했다.

검은 비를 내려야 해서 너의 벨라돈나가 필요해. 저번에 벨라돈나와 네가 그래프트로 검은 방울들을 만들어 내는 것을 봤어. 때가 되면 내가 엘더와 그래프트로 큰 비를 내릴 거야. 벨라돈나의 검은 독이 비에 섞여 검은 비처럼 보였으면 해. 엘더가 내리는 비는 저번에 봤으니 그 위력을 알겠지. 벨라돈나의 그래프트가 순식간에 정화되지 않도록 힘을 많이 써야 할 거야. 난 테라리움 전체에 정말 오랫동안 비를 내릴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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