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1화 (121/604)

그나저나 감히 내 테라리움을 염탐하려 들다니.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다. 나도 염탐할 줄 안다. 넌 인간 제희를 잘못 건드렸어. 철저하게 되갚아 주마.

핸드폰의 테라리움 관리 화면을 슬라이드해서 넘기니 말벌의 정보창이 나타났다.

말벌은 칼롱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그리고 불을 숭배하는 조직과 마주했을 때 채팅창 로그 확인용으로 사용했다. 설익은 열매만 충분하다면 이 말벌에 심어진 기생충은 기상천외한 일을 해 줄 수 있었다.

전에 필라가 기생충을 심기 전의 말벌을 풀어놓으면 그 일대의 모든 벌들의 씨가 마르는 것을 볼 수 있을 거라 했지. 심지어 꿀벌은 물론 말벌도 포식하는 놈이라고. 그땐 그런 걸 어디에 써먹냐고 했는데…. 어쨌든 전투력은 공인된 놈이었다.

난 16번째 테라리움의 모든 벌들을 전부 루프의 기생충에 감염시킬 예정이었다. 파필리온이 월렛 하나로 테라리움을 훤히 들여다본다면 난 핸드폰 하나로 테라리움의 채팅 로그를 훤히 들여다봐 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런 방법이 있을 거라곤 아무리 치밀한 그놈이라도 차마 상상도 못 했겠지?

이리스의 파티와 불의 조직을 맞닥뜨렸던 날, 감시를 위해 날려 보낸 말벌이 꿀벌을 탐지해 내고 감염 여부를 묻는 확인 창이 떴었다. 감염 대상을 발견할 때마다 일일이 실행 여부를 눌러주는 것은 싫었다.

그래서 기생충의 목적을 아예 변이시켰다. 내가 확인을 누를 필요 없이 마주치는 벌은 무조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감염시키도록.

높은 감염의 루프 패러사이트 5호

번식 수: 2

현재 설정된 목적: 무차별 감염 공격

감염 공격이 가능한 생물을 탐지하면 반드시 감염시킵니다.

감염된 생물은 숙주의 행동을 따라 다른 생물들을 감염시킵니다.

목적이 활성화되어 있는 동안 숙주의 포만감이 지속적으로 하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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